0. 공정거래법은 꽤 마이너한 법인 줄 알았는데

 

필자는 평소 쓸데 있는지 아닌지 애매한 일본 관련 글을 마구 쓰고 있지만 개인적 관심 대상은 한국입니다. 한국어 공부 겸 일본 보도보다 한국 보도를 더 많이 보는 편입니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뉴스나 시사 보도, 다큐멘터리 프로를 볼 때마다 희로애락, 한국 사회의 여러면을 생생히 볼 수 있어 흥미롭고, 일본 국내 보도나 시사 프로그램과 비교해 보도 기관이나 방송국이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에 많은 차이가 있어 재미있기도 하지요.

 

관심 대상이라는 면에서 큰 차이점 중 하나로 공정거래법이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은 일본으로 치면 독점금지법(이른바 독금법)에 상응한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독금법이 일간지나 종편에 등장하는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될 만한 대형 카르텔(담합) 사건이 보도될 정도지 일상적으로 신문・잡지 지면이나 TV 화면에 독금법이나 공정위라는 말이 난무하는 상황은 상상도 못하는 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독금법(한국에서는 공정거래법)이라는 법 자체가 일반인에게 매우 생소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사정은 180도 다른 것 같습니다. 맨날이라 하면 과하지만 맨날이라 해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 정도로 공정거래법이나 공정위가 일반인 이목을 끌고 있고 그만큼 법과 공정위에 대한 관심도도 높습니다. 

 

 

필자 역시 그렇습니다. 보도나 시사 프로를 통해 한국의 경제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공부하고 그 과정에서 한국 경제(특히 재벌이 지배하는 경제구조)의 개혁을 외치는 경제학도이자 시민운동가인 김상조 선생을 알게 됐지요. 그러다 김상조 선생이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현 정부가 출범해 첫 번째로 임명된 장관급 인사이기도 하고요. 그만큼 현 정권의 정책 기조를 상징하는 인선이지요. 물론 필자도 김상조 선생의 공정거래위원장 취임은 열렬히 환영했고요.

 

 

1. 정신나간 딴지일보 편집부와의 미팅  

 

그런데 말입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에 놀러 간 김에 살짝 딴지일보에 들러봤어요. 죽지않는돌고래 편집장을 선두로 코코아, 챙타쿠, 인지니어스 기자가 나와 1층 카페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지요. 그러다 갑자기 편집장이 “그럼 슬슬 시작할까요?” 라고 하는 겁니다. 나머지 편집부 기자들도 미리 약속이나 했듯이 “네” 라고 응답하면서 테이블 위에 놔뒀던 수첩을 열며 필기구를 꺼내는 것이었어요.

 

아니, 나는 아무 이야기도 못 들었었는데 이게 뭡니까? “아, 회의에요” 라고 하는 편집장. 회의는 무슨 회의? 나는 그냥 놀러왔는데? 

 

사정을 들었더니 시기가 시기이니 한 해를 결산하는 글을 쓰자네요. 아~, 그렇다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네, 작년과 비슷하게 한국의 일본통도 놓쳤을 B급 일본 뉴스를 달마다 정리하면 끝… (이래 봬도 국적은 일본이니까요) 이렇게 생각했고 그러겠다고 제안했지요.

 

그런데 제 말을 듣자마자 편집장이 “제가 봤을 때 그건 별로 재미가 좋지 않아요” 라고 말을 끊습니다. 설마 이런 정신적 폭력이 허용되는 딴지일보는 아니겠지 싶어 평소 필자의 원고를 교정해 주고 있는 기자님에게 시선을 보냈지요. 그랬더니 “그래요. 맞아요” 라더군요. 아니, 내 마음속 외침을 감수해서 그랬던 거지? 설마 편집장의 폭력적인 발언에 응한 건 아니지? 싶었더니 아직 필자는 그 기자랑 시선만으로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아니었다는 현실에 가로 놓였습니다.

 

편집장에 의한 폭력적이고 충격적인 각하 선언이 내려진 후, 40분 동안 머릿수만 많아봤자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없다는 진실을 재확인하면서 속에서는 상처에 소금을 바르는 듯, 필자 개인의 창의성 부족을 실감하는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응… 그럼 제가 요즘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 하나 있는데요… 김상조 선생이 공정거래위원장이 되셨잖아요…”라고 말했지요. “어? 네…그런데요?” 뜻밖에 좋은 반응을 보여준 편집부.

 

“그러니까, 위원장에 취임하고 나서 출연하신 팟캐스트를 들으니까 가끔 법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경제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알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그나마 이해가 가는데 아마 법률에 대해 하시는 말씀은 바로 이해가 안 돼서…”라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어, 그런데요?”, “그래서 김 위원장 이야기를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법률에 대해 언급하신 부분이 무슨 뜻이고 어떤 내용을 시사하는지를 정리해보면 어떨까 싶은데요.”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필자가 그런 말을 꺼냈던 취지는 침체된 잡담, 아니 회의의 분위기를 바꾸는 차원에서 그냥 브레인 스토밍이었지요.

 

그랬는데 “어, 그거 괜찮은데요?” 라는 말을 아무 주저 없이 뱉는 편집부(진짜 내가 그런 글을 쓸 수 있을 줄 아냐!?). 아니 그러려면 한국의 공정거래법을 제대로 공부해야 하고, 내용이 전문적인 만큼 교과서도 사야 되지요? 게다가 법률의 교과서는 일반 서적에 비해 훨씬 비싸고 편집부가 그 비용을 부담해 줄 낌새는 하나도 없는 겁니다. 한마디로 (스스로 제안하면서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말도 안 되는 주제인 겁니다.

 

사회에서의 지위나 재력, 학력, 그러니까 소위 계급장을 깡끄리 무시하는 딴지일보의 전통이라는 것을 외국인인 저로서는 하나도 모르겠지만(그래서 저도 다른 언론의 기사보다 재야의 전문가가 모인 딴지일보 기사를 읽는 것입니다만) 그래도 나름 일본에서는 경제법에 대해 좋은 강의도 하고 자문일도 하면서 선생님 소리를 듣는데... 여기선 을은 커녕 병, 정 정도의 힘밖에 없는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갑의 말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밖에 없었지요.

 

알겠습니다. 형편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요. 김상조 선생이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에 하신 언론 인터뷰를 모두 취합, 한편으로 갑을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마음으로 새로 공정거래법을 배우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배경음악 / Bill Conti “Gonna Fly Now”). 궁금한 것은 이 단계에서 필자가 연말까지 그런 방대한 작업을 다 소화하고 글까지 쓸 수 있다고 편집부가 정말 믿었는지 아니면 실은 마감은 아무 상관이 없었는지입니다.

 

이 글은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 후, 출연한 언론 인터뷰에 나타난 공정거래법 관련 발언을 풀이하는 것인 동시에 그렇게 말이 안 되는 과정을 거쳐 강요당한 필자의 소중한 마음 속 외침입니다.

 

 

 

2. 공정거래법과 공정위의 본디 역할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바는 상당히 다릅니다."

(2017.6.14. 공정거래위원장 취임사, 중앙일보 전자판 2017.6.14.자)

 

"갑질"이 유행어가 아니라 한국사회를 상징하는 용어가 된 지 꽤 된 가운데, "공정거래" 위원회라는 이름 때문인지 일반 국민이 공정위에 대해 "을의 눈물" 을 닦아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럴 만한 이야기지요. 하지만 공정거래법의 원래 목적과 공정위의 본디 역할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정거래법은 경쟁법으로도 불리듯 시장에서의 경쟁 자체에 관한 법입니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개개의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아니고,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기 위한 환경을 조성・유지하기 위한 법이라는 말이지요. 이것은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겠습니다. 즉, 어떤 사업자가 사업활동을 통해 부당한 취급을 당해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해당 사업자를 구제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의 핵심 역할이 아니다, 라고.

 

이러한 공정거래법과 공정위의 원래 역할, 국민이 공정위에 기대하는 바가 다르다는 점을 위 발언은 거론한 것이지요. "경쟁법의 목적은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법조항은 김상조 위원장도 위 취임사에서 인용했고요. 그럼에도 일반 국민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지켜 주는 것을 공정위에 요구하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의 위 발언은 이러한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국민의 기대를 외면하는 김상조 위원장은 아닙니다. 취임 한 달 후에 출연한 뉴스 프로에서 "국민들이 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요구하시는 바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열심히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습니다"(JTBC 뉴스룸, 2017.7.18.)라고 말했지요. 취임 1년차 계획, 즉 공정위가 자체적 판단으로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알아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리1 : 경쟁법의 보호 대상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개개의 사업자가 아니고 시장 경쟁의 공정성

 

 

3. 경쟁법의 '전통적' 영역

 

취임 이후, 김상조 위원장이 이른바 "갑을문제"에 주력한 이유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한다는 의미와 함께 국민들이 개혁의 성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러다가 이러한 비판도 받게 되었습니다. 즉, 현 정부가 가지고 있는 공정과 정의라는 슬로건에 맞는 업무에 치중한 나머지 공정거래법의 본디 규제 대상에 대한 조치가 허술해진 것이 아닌가. 이런 비판에 대해 김상조 위원장이 답변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경쟁법과 경쟁 당국이 다루어야 할 영역이 모든 사회, 모든 나라에서 다 똑같을 수는 없다... 라고 생각하고요, 우리의 특수한 어떤 현실 속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주어진 시대적 책무가 있는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재벌 개혁과 갑질 근절이 지금은 당연한 과제로 제시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희 공정거래위원회가, 특히 제가 취임한 이래로 전통적인 그 세 가지 영역의 업무를 등한시한 것은 아닙니다."

(KBS열린토론, 2018.10.30.)

 

 

인용한 발언에 앞서 김상조 위원장도 확인했듯히 다른 나라, 특히 경쟁법 선진국인 미국이나 EU에서, 경쟁법 하면 3가지 규제 유형이 경쟁법의 핵심 영역임은 맞습니다. 즉,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기업결합, 그라고 카르텔인데 한국 공정거래법 역시 3조 2항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7조가 기업결합을, 19조가 카르텔을 규제하고 있어요.

 

간략히 말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라 함은 이런 행위입니다. 어떤 사업 분야,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라는 사업 분야(법은 이것을 '관련시장'이라고 부름)에서 경쟁이 이루어져 있다면 각 회사는 특정 차종의 자동차 가격을 올리는 것에 상당히 신중할 수밖에 없지요. 왜냐하면 가격이 상승되면 소비자들이 다른 회사의 비슷한 자동차(경쟁 사업자의 상품)를 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극단적 사례로 자동차 제조 시장에 사실상 단 하나의 거대 사업자(편의상 H사라고 부름)밖에 없을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H사가 특정 종류의 자동차 가격을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올려도 소비자는 다른 상품으로 갈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가격이 오른 H사의 차를 살 수밖에 없는 겁니다. 말하자면 H사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서 소비자를 착취하는 꼴이 되는 거지요.

 

또 다른 사례로 H사는 그나마 있는 경쟁 사업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 업체와 거래함에 있어서 자기(H사) 외의 사업자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을 붙이면 어떻게 될까요? H사와 나름 경쟁을 하고 있는 사업자는 부품 공급을 못 받게 되면서 끝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될 가능성이 있지요. 즉, H사는 그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서 다른 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할 수 있는 겁니다. 이렇듯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서 거래처나 소비자를 착취하거나 다른 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하는 해위가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입니다.

 

두 번째로 기업결합이라 함은 한마디로 종전에는 따로 의사 결정을 하던 회사들이 같은 지휘계통에 묶어지는 것, 쉽게 말해서 어떤 사업 분야에서 경쟁자가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우유 제조라는 사업 분야에서 S사(시장점유율 45%), N사(동 25%), M사(동 20%), B사(동10%)의 네 개사가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해요.

 

이때 웬만하면 각 회사마다 따로 가격, 품질, 판매전략 등등에 관한 의사 결정을 하고 경쟁을 벌입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몸에 좋고 맛이 있는 우유를 합리적인 가격에 마실 수 있지요. 그러나 45%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S사가 10%를 차지하는 B사의 발행 주식을 사들이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까지만 해도 경쟁자였던 B사가 흡수 합병되면서 S사의 시장점유율은 55%까지 오르는데 이것은 합병 후 S사가 법률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얻는 것을 의미합니다(공정거래법상 단독의 사업자가 50% 이상, 3개 사업자가 75% 이상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됩니다).

 

즉,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시장지배적 지위가 남용될 우려가 생기는 셈입니다. 물론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정한 경쟁을 거친 결과, 획득된 시장지배적 지위는 오히려 그 사업자가 다른 어느 사업자보다 훌륭함을 의미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정당한 경쟁을 거친 결과가 아니고 인위적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형성되는 것은 법으로 제한된다는 뜻이지요. 말하자면 독점 사업자에 의한 횡포를 사전에 막는 사전규제 규정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세 번째로 카르텔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라고 불리듯이 원래 서로 경쟁을 하는 것이 기대되는 사업자들끼리 짜고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짜고' 경쟁을 하지 않는 점에서 '담합(談合)'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경쟁 정지(停止)'라고 부르는 전문가도 있다네요. 이 카르텔이 금지되는 이유는 가격을 담합하는 가격 카르텔을 상기하면 가장 와닿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비슷한 무료 통화시간과 데이터 사용량을 제공하는 정보 통신 서비스 업계에서 S사, K사, U사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쳐요. 이때 3사 공히 월당 이용료를 5만원 전후로 책정해 뒀다가 3사가 서로 짜고 6만원 정도로 가격을 인상시키면 어떨까요? 누구나 다 직감적으로 착취당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이것만으로도 카르텔은 금지시켜야 할 법한데, 경쟁법에서는 카르텔을 금지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붙이고 있습니다. Deadweight Loss(사중손실(死重損失))라고 해서, 말하자면 사회 전체적인 손실 때문에 담합은 금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미시 경제학 상 개념으로 제대로 이해하려면 좀 더 들어가야 하지만 일단은 이렇습니다. 

 

만약, 붕어빵을 만들어 파는 사업자끼리 담합을 해서 정상적인 가격(일단 '경쟁 가격'이라 부름)보다 비싼 가격으로 붕어빵을 판다고 합시다. 경쟁 가격이면 살 수 있었던 붕어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못 사게 되지요. 일단 소비자 측에 손실이 생긴 셈입니다. 웬만하면 살 수 있었을 소비자가 사지 못했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붕어빵 업체 입장에서도 손실이 생깁니다. 사는 사람이 줄어들면, 붕어빵 가게에서 일하던 알바생을 해고하게 될 수 있지요. 이것은 업체 측에 생기는 사회적 손실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런 식으로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효율적인 시장이었으면 얻어졌을 사회적 이익(더 많은 소비, 고용 확보 등)이 상실되기 때문에 카르텔은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물론 사업자들이 경쟁을 그만 둠에 따른 폐해는 독점 기업이 마음대로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도 해당되고요.

 

 

위 발언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전통적인 그 세가지 영역”이라 표현한 내용은 대략 이와 같은 내용입니다. 독과점 기업이 그 시장 지위를 이용해서 거래처나 소비자를 착취하거나 다른 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하는 짓(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그럴 위험성이 높아지는 기업 합병이나 임원 겸임 등(기업결합), 그리고 경쟁 사업자끼리 짜고 경쟁을 그만 두는 것(부당한 공동행위/카르텔). 크게 말해서 '독점의 폐해'에 대한 규제가 바로 세계 각국의 경쟁법의 공통된 세 기둥이라 할 수 있고, 한국 공정거래법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전통적 “독점 규제”에도 적극 애를 쓰고 있다. 위 김상조 위원장 말씀은 이렇게 들으면 더 와닿게 이해할 수 있겠지요.

 

정리2 : 경쟁법의 보호 대상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개개의 사업자가 아니고 시장 경쟁의 공정성

 

크게 보면 '독점'의 폐해에 착안

・독과점 사업자에 의한 착취/경쟁사업자 배제(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그 가능성을 높일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

・경쟁자들끼리 짜고 경쟁을 안하는 카르텔

의 3가지를 금지・제한

 

그럼 다른 한편으로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위에 주어진 시대적 책무'로 언급한 재벌 개혁이나 갑질 근절은 어떤 내용일까요? 이들 대목 역시 공정거래법과 관련된 함의가 있습니다. 

 

 

4. 한국 공정거래법의 시대적 책무

 

김상조 위원장도 말했듯 한국 공정거래법은 전통적 독점을 규제하는 동시에 한국 경제가 균형있게 발전함에 있어 꼭 해소해야 할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나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갑)에 의한 횡포이고, 또 하나는 재벌에 의한 경제 지배이지요.

 

우선 갑을문제에 대해 김상조 위원장은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갑을 관계 문제가 나타난 것이 크게 보면 네 가지 영역이었습니다. 하도급 문제가 있고, 가맹, 대리점 그 다음에 대규모 유통업이 있는데요.”

(JTBC뉴스룸 인터뷰, 2017.7.18.)

 

하도급 거래는 새삼 말할 것도 없고 가맹(프랜차이즈)사업자, 대리점, 대규모 유통업(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역시 갑에 의한 횡포가 일상적으로 저질러지는 거래 유형임이 널리 인식되어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들 거래 유형은 갑을 문제가 자주 나타난 영역으로 함부로 거론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공정거래법은 위에 언급한 전통적 세 가지 규제 유형에 더해 '불공정거래행위'라는 일련의 행위도 금지하고 있습니다(공정거래법 23조 이하). 법의 정식 명칭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인 것도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제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참고로 이와 관련해서 법의 약칭으로 '공정거래법'이 아니라 '독점규제법'을 쓰는 것이 맞다는 입장도 있는 모양이에요.

 

이것은 경쟁법으로서의 공정거래법이 규정하는 전통적 규제 유형을 중시하는 시각에서부터 비롯한 것이며, 일리가 있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다만 60년대부터 계속 입법 시도가 있었음에도 재계의 거센 반대로 성사치 못 하던 공정거래법 제정이 제5공화국 출범에 따라 전격적으로 성사되기에 이르는 한국의 경제 환경이나 당초 입법 목적이 있었고(공정거래법은 1980년12월 제정, 이듬해 4월 시행), 공정거래의 확보라는 당시 입법 목적은 김상조 위원장이 시대적 책무로 여기는 부분과 겹칩니다(참고로 입법 당시 공정거래법에도 '독점규제' 규정은 있었으나 당시는 위에 설명한 전통적 독점규제라기보다 생필품을 비롯한 독점 품목의 가격 규제(물가 통제)라는 측면이 컸던 모양이에요).

 

어쨌건 어느 약칭이 더 적절한지는 일단 둘째 치고, 지금 중요한 것은 공정거래법에는 전통적인 3개의 규정 유형과 함께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는 규정도 있다는 것만 알아두면 좋겠습니다(참고의 참고로 보도 등에서 담합 등 전통적 경쟁법의 규제 대상을 불공정거래 행위라고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정확한 표현이 아님은 이제 이해가 돼죠?).

 

 

하여튼 이야기를 되돌려서 공정거래법 상 불공정거래행위(23조 이하)로 분류되는 행위 자체는 실은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행위와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어느 쪽 규제에 해당되는지 바로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랑 불공정거래행위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 '독점의 폐해'인 만큼, 한 거래 분야(시장)에서 독점의 폐해가 나타나야 되는 반면, 불공정거래행위는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은 그 행위가 시장에서의 경쟁이 감소한다는 영향 -합리적 이유 없이 가격이 오른다든지 사업자 수가 감소하는 등- 이른바 뚜렷한 반경쟁성 내지 경쟁 감소가 있어야 비로소 성립하는 반면, 불공정거래행위는 시장에 대한 큰 영향이 없는, 특정 사업자에 피해가 생긴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시장에 대한 영향이 있어야 성립되는 종류의 불공정거래행위도 있는데 그것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경미해도 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인 것 같네요).

 

그래서 공정거래법 23조에 규정된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는 어떻게 보면 개개의 경쟁자, 즉 갑의 횡포에 시달리는 을을 직접 보호할 규정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법 23조의 불공정거래행위 중 거래상 지위 남용을 금지하는 규정(같은 조 1항 4호)은 공정위가 갑을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유효한 수단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의 규제 방식이라고 할까, 법문상 표현이 약간 추상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갑을문제의 더 효율적인 규제를 위해, 갑질이 잦은 거래 유형에 맞춰서 따로 법률을 제정하는, 말하자면 '맞춤형 구제'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전통적으로 갑질이 잦은 하도급 거래를 비롯, 김상조 위원장이 언급한 각종 거래 유형, 즉 가맹(프랜차이즈) 계약, 대리점 계약, 그리고 대규모 유통업(백화점, 대형 마트 등)과의 납품・출점 계약에 대해 별개로 법률이 제정되어 있습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1984년 제정),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2002년 제정),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 2015년 제정),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 유통업법, 2011년 제정) 등 일련의 법률이 그것이지요.

 

물론 이들 거래 영역에서는 약관(불특정 다수의 상대방을 상정해서 정형적으로 미리 내용을 규정한 계약 조항. 보험에 가입하거나 고속버스 승차권 등을 구매하면 확대경 없이는 제대로 읽을 수 없고 읽을 수 있어도 도저히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계약 조건이 기재된 서류를 받는데 그것이 바로 약관입니다)이 이용되는 경우가 많고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 1986년 제정) 역시 넓은 의미의 공정거래법제를 이루는 법률입니다. 그러나 약관규제법은 공정한 약관의 보급에 치중하는 사전 규제적 법령이어서 위 4개 법률과 역할을 달리합니다.

 

어쨌건 김상조 위원장이 갑을문제가 나타난 영역으로 언급한 네 가지 영역, 즉 하도급, 가맹, 대리점, 대규모유통업은 공정거래법 상 불공정거래행위 중 전형적으로 갑의 횡포가 나타나는 영역일 뿐 아니라, 그들 영역에 대한 맞춤 법령이 마련되어 있다는 배경이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알고 김 위원장 말을 들으면 이해도 한층 더 깊어지기 마련이지요.

 

그럼 다음에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위의 시대적 책무로 언급한 또 하나의 대목인 재벌 개혁에 대해 살펴 보지요.

 

"재벌 개혁의 정책 대상은 크게 보면 목적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경제력 집중 억제이고 또 하나는 소위 지배구조 또는 사익 편취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제가 조금 기다리겠다고 한 것은 경제력 집중 억제 파트 쪽입니다."

(JTBC 뉴스룸, 2017.7.18.)

 

재벌 개혁과 관련해서 김상조 위원장이 거론하고 있는 내용은 두 가지, 즉 경제력 집중을 억누르는 것과 기업 그룹의 지배구조 혹은 이른바 재벌 일가의 사익 편취입니다. '경제력 집중'이라는 말은 여러 의미가 있어서 애매한데, 인용한 발언에 이어 김상조 위원장이 재벌 그룹의 규모에 언급하는 것을 감안하면 구체적인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시장(시장지배적 지위 운운할 때의 시장)이 아니라 나라 경제 전체에 차지하는 재벌 기업들의 비중이 크다는 뜻인 것으로 생각됩니다(소위 말하는 일반집중). 물론 이런 일반집중이 진행된 결과 구체적인 상품・서비스 시장이 독과점적 양상을 띠기 쉬워지는 것은 물론이고요. 김상조 위원장이 말하듯 재벌 그룹에 대한 경제력 집중을 1년반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해소하는 것은 아예 무리이고, 막상 해 봐야 개혁의 성과보다 혼란이 더 클 겁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에도 버팀이 될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주력하고 있다는 것은 보도만 봐도 알 수 있을 겁니다. 김상조 위원장도 다른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재벌 그룹들에 만연했던 순환출자는 점차 해소되는 추세에 있고, 특히 삼성하고 롯데가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소식은 크게 보도된 바이지요. 공정거래법이 규정하는 기업집단 규제는 너무 복잡하므로 자세한 설명은 다른 기회에 하기로 하고 지금은 현행법 상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고 있는 법제도 아래서도 (공정거래법 9조의 2, 부칙〈법률12334호〉 2조 참조.) 순환출자가 해소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는 점은 지적해 두고자 합니다.

 

이 추세는 김상조 위원장이 꾸준히 지배구조 개선을 호소해 온 것을 받아 재벌 그룹들이 속된 말로 정신 차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단, 이러한 재벌들의 움직임은 김상조 위원장이 언급한 또 하나의 재벌 문제인 사익 편취 등을 적극 단속하는 자세가 재벌 그룹들에 어떠한 효과를 미친 결과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그 사익 편취는 공정거래법적 관점에서 보면 일반적 반(反)재벌 감정과 차원을 달리하는 규제 근거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재벌가들은 계열사를 이용해서 온갖 사익 편취 행위를 저지르는데 공정위가 그 중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특별히 주력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김상조 위원장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는 단순히 부당이득 또는 편법 승계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그것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생태계, 생활 터전을 파괴함으로써 우리 국민 모두의 어떤 생활에 커다란 어떤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의 어떤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더 재벌 개혁에 가장 중요한 어떤 분야라고 선정을,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최강욱의 최강시사, 2018.6.21.)

 

재벌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거두는 것 자체가 일반인들의 생활 터전이 파괴되는 것과 무슨 상관? 이라고 생각할 법 합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적 관점에서 김상조 위원장 말을 다시 들어보면 납득이 갈 겁니다.

 

일감 몰아주기는 재벌 일가가 소유하는 계열사에 대해 그룹 내 기업들이 일감을 몰아 줌으로써 이익을 거두게 해주는 행위이지요. 재벌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감을 몰아 주기 때문에 재벌 일가가 쉽게 안정적으로 돈을 벌기 위한 꼼수이기도 하고, 이렇게 해서 키운(즉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높인) 계열사 주식을 나중에 주식 시장에서 팔면 한꺼번에 거액의 현금을 손에 쥐게 해주는 당첨 확률 100%의 로또이기도 합니다.

 

당장 사익 편취임은 말할 나위 없고, 기업 그룹을 이용한 사익 편취 구조를 대대로 물러주는 수법의 핵심 요인인 점 역시 일반 서민의 처벌 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겁니다. 재벌 일가에 의한 순수 사익 편취는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긴 합니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서 김상조 위원장이 지목한 부분에는 공정거래법적 관점도 같이 숨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생태계'입니다. 김상조 위원장이 어떠한 취지로 이런 어휘를 쓴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공정거래법적인 관점에서는 이렇게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적절한 경쟁이 이루어져 있는 시장(사업 분야)'이지요.

 

즉, 일감 몰아주기로 인해서 시장 경쟁이 저해된다는 말인데요, 이것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항공사를 핵심 기업으로 둔 기업 그룹을 지배하는 일가가 딸에게 쉽게 돈을 벌게 하기 위한 케이터링(요리 배달・출장 조리 서비스) 회사를 만들고 그 딸을 사장으로 임명시킨 다음에 그룹 소속 항공사가 그 케이터링 회사에 기내식 공급을 모조리 의탁할 경우를 생각해 봅니다. 이 경우 일단 그 케이터링 회사는 재벌 일가 딸이 돈을 벌기 위한 꼼수로 이용하고 있다는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항공사가 그 케이터링 회사와 거래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는 점입니다.

 

가령 그 케이터링 회사보다 더 저렴하게 질이 좋은 기내식을 공급해 주는 케이터링 회사가 있다면, 딸이 운영하는 회사에 기내식을 공급시키는 짓은 합리적 이유 없이 '효율성이 나쁜' 회사에 일감을 몰아 줌에 틀림 없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일감 몰아주기가 없었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회사를 살리는 한편, 더 효율적인 회사가 시장에서 배제되거나 그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문제가 있는 겁니다. 일감 몰아주가 행해지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케이터링 서비스 업계의 “생태계” 경쟁이 왜곡된다는 말이에요.

 

일감 몰아주기는 사익 편취의 수단으로 단속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감을 몰아 받는)비효율적 기업을 살아남게 하는 동시에 더 효율적이고 경쟁력이 있는 좋은 회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전반적인 삶의 질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반(反) 경쟁적 행위라 할 수 있는 거지요. 김상조 위원장이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생태계'를 언급할 때에는 일감 몰아주기가 안고 있는 이러한 반 경쟁적 측면을 상기하면 더 깊이 있게 들을 수 있겠지요.

 

정리3 : 경쟁법의 보호 대상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개개의 사업자가 아니고 시장 경쟁의 공정성

 

★크게 보면 “독점"의 폐해에 착안

・독과점 사업자에 의한 착취/경쟁사업자 배제(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그 가능성을 높일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

・경쟁자들끼리 짜고 경쟁을 안하는 카르텔

의 3가지를 금지・제한

 

★한국 공정거래법이 특별히 진 책무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갑질 근절 → 특히 하도급, 가맹, 대리점, 대규모 유통업에 대해 따로 맞춤 법령

・재벌 개혁 → 장기 : 경제력 집중 억제 /  단기 : 사익 편취 근절 → 공정거래법적 관점에서는 일감을 몰아 받는 업체가 속하는 사업분야에서의 반경쟁성도 문제

 

1편은 그만 줄이기로 하겠습니다. 이어지는 2편에서는 김상조 위원장 발언에 나타난 공정거래법 관련 용어 중 좀 더 전문성이 높은 말에 대해 짚어보도록 할게요. 아무 지식 없이 듣다가 “이게 뭔 뜻이지?” 싶었던 말을 깔끔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아무래도 제 직업과 관련된 내용이라 1편은 평소의 기사와 다르게 조금 지루할 수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선 딴지일보 독자분들께 죄송합니다! 가끔은 이런 기사도 용서를...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