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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2019년 1월 5일, 서울의료원의 서지윤 간호사가 스스로 생을 끊었다. 5년차인 서 간호사는 '병원 사람들의 조문은 받지 말아 달라'고 유서에 남겼다. 

 

딴지일보 죽지않는돌고래 편집장에게 연락이 왔다. 

 

'병원도 똑같이 사람사는 세상인데 밖에선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는 변합니다. 흔히 남자들이 가는 군대도 그렇지요. 연차가 많은 분은 이미 그 안의 문화에 너무 적응했고 신입 분들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연차가 비슷한 간호사님이 본인이 경험하고 느낀 바를 그대로 적어주시면 좋겠습니다'   

 

 

1.

4년을 간호사로 근무했다. 졸업할 당시에는 휴학 없이 스트레이트로 졸업하고 간호사로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은 것은 아닌지 과거의 내가 안쓰럽다.

 

어렸을 간호사가 되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3학년 때부터 병원으로 실습을 나가며 누구보다 전문적이고 따뜻한 간호사가 되고 싶었다. 실습을 하면서 만나는 환자들이 고맙다고 한마디 해주는 말이, 나는, 너무 좋았다.

 

졸업하고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일을 시작했다. 2개월 만에 살이 10kg 빠졌고 3개월 때부터는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받았다.  

 

 

2.

신규들은 출근보다 2시간 앞서 나온다. 모든 선배들이 인사를 받아줄 때까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후 내가 맡는 환자들을 파악하고 인계받을 준비를 계속한다.

 

해야 일은 점점 쌓여가고 벤틸레이터(자가호흡 불가 환자를 위한 기계적 환기장치) 환자 모니터링 기계는 계속 알람이 울린다(아이박, 아이메드 병원마다 점적 주입 기계를 부르는 말이 달라서 환자 모니터링 기계로 쓰겠습니다).

 

3명의 환자 중 한 명은 자꾸 열이 나고 한 명은 혈압이 들쑥날쑥하다. 주치의에게 환자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오더를 받고 챠팅한다. 그럼 시간에 맞춰 들어가야 약들이 있고 시간당 소변을 비우고 기록해야 한다. 

 

가래가 끓는 환자들을 기관지에서 가래를 빼주어야 한다. 듀티(데이, 이브닝, 나이트 근무 중  타임을 부르는 ) 지나면 다음 듀티 선배에게 인계를 해주어야 하는데 끊임없이 쌓이는 일을 하느라 인계준비를 못하면 나는 선배가 인계를 받아줄 때까지 계속 환자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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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선배는 인계를 받아주지 않았다(제 일했던 중환자실에서는 수혈을 시키는 경우[수혈이 체크해야 사항이 많고 차팅 남길 것이 많아 귀찮은 업무입니다], 자기 마음에 안드는 후배가 인계를 주면 받거나 늦게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다른 병원은 어떤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인계를 안받아 주면 받아 때까지 계속 일을 해야 하고 퇴근을 없습니다) 인계준비를 해야 하는데 환자의 몸에 부착된 기계들은 계속 울렸다.

 

노티(notify - 의사에게 환자 상태를 알리는 것) 하기 위해 주치의에게 연락했지만 주치의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외과 환자는 주치의가 수술실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담당 간호사가 환자를 보면서 이상 상황을 수시로 주치의에게 전화한다전화 통화를 계속 시도해도 안되면 윗년차에게 연락을 하고 오더를 받는. 

 

주치의가 아랫년차기 때문에 윗년차에게 혼나게 되면 담당 간호사에게 난리를 친환자 상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때까지 여기저기 전화하고 안정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그러다 보면, 바로바로 해야  일들이 쌓여 있는데 일은 점점 밀리게 된다.

 

주치의는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았고 선배는 도대체 언제 인계를 주냐며 계속 화를 냈다. 나도 모르게 말이 나온다. 

 

"저, 그만 둘래요." 

 

간호사로 근무한지 6개월 때의 일이다. 

 

 

4.

나는 신규라 연필꽂이를 가지고 다니면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주머니 터질 의료용품과 학용품을 넣고 다녔다. 환자 체위변경을 때마다 펜들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대한민국에서 직장이란 조직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다들 부조리를 경험하겠지만 간호사에겐 이런 일이 너무 많다. 추워도 겉 가운을 못 입는 , 텀블러 사용 못하게 하는 것, 화장실 10분 이상 사용하면 욕먹기 등... 펜라이트, 시져, 포셉, 실크테이프  기본적인 근무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연필꽂이에 꽂아 자기 카트에 올려두고 일해야하는데 이런 사소한 조차 못하게 하는 게 너무 많다. 

 

나이트 근무가 지나고 일을 끝냈어도 10 전에는 집에 가면 안된다. 병원에 온 지 14시간이 지났지만 병원에 남아 구석에서 공부했다. 텀블러도 못가지고 다니기에  모금 못먹고 일을  집에 와도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동기는 생리대 교체할 시간이 없어 인계를 마치고 일어나니 의자에 생리혈이 흥건했다. 몸이 힘든 것은 참을 있다. 나를 앞에 두고 욕을 하고, 이전에 실수한 일들을 다른 선배에게 얘기하며 비웃고, 일을 알려주지 않는다. 일부러 인계를 안받고 쉬는 선배도 있고 쌍욕을 하는 선배도 있다.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나를 정말 쓸모없는 사람 취급하는 선배들의 눈빛과 말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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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병원에서는 바로바로 해야   너무 많다신규간호사는 업무가 미숙하고 손도 느리기 때문에 일이 밀린다. 이 일들을 같이 일하는 선배 간호사들이 조금씩 나눠서 해준다. 그래도 일을  못끝내면 남아서  끝내고 가야 한신규 간호사들은 보통 한 듀티가 8시간이지만 13~15시간 정도 근무한다물론 근무시간에는 밥도 못먹고 물도 많이 못마신다물을 많이 마시면 화장실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신규 간호사만 힘든 것이 아니다. 올드 간호사들도 해야  일들이 쌓여 있다. 신규간호사 백을 봐줘야 하고(놓친 것들을 봐주고 실수하지 않게 지도해야 합니다신규 간호사가 실수하게 되면 자신의 퇴근도 늦어진다. 일이 계속 밀리게 되면 신규 간호사를 미워하게 된좋은 분들은 당시에 잘못한 것만 내고  이후에는 신규 간호사에게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지만 이런 사람만 만나기는 쉽지 않다. 

 

불과   까지 차트판으로 때리거나 부모 욕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신규를 가르쳐야 한다고 업무가 줄어들거나 남는 시간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똑같이 힘든 업무를 하는 와중에 신규 교육도 하고 실수한 것도 해결해줘야 하는, 과중한 업무가 반복될 뿐이다. 

 

 

6.

나는 다시는 간호사를 없을 알았지만 다시, 대학병원 내시경실에 취업했다. 당시, 다른 친구들은 참고 다니는데 나만 포기했다는 패배감이 나를 휘감고 있었다.

 

신규 때의 기억 때문에 처음 (내시경실은 방별로 검사를 합니다) 직접 찾아가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안녕하십니까!" 라고 인사했다. 후에 "쟤는 저렇게 착한 척을 하니. 재수 없어" 라고 욕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시경실은 10년차 이상들이 많아 태움은 덜했으나 임신순번제를 몸소 겪을 있었다. 결혼적령기의 선배들이 여러 명 있었고 마침 육아휴직을 끝내고 내시경실로 발령받은 A선배가 있었다.

 

내시경실은 트레이닝 기간이 길기 때문에 8개월은 일을 배워야 한 사람의 몫을 있다. 신혼인 다른 B선배가 임신을 준비 중이었는데 갑자기 A선배가 둘째를 임신했다누구도 진심으로 축하해 주지 않았다. 임신을 하면 토요일 근무를 수도 없고, 방사선 방에 들어갈 수도 없다. 안그래도 바쁘고 힘든데 사람의 몫을 다른 사람이 쪼개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A 선배의 임신으로 신혼인 B선배가 수간호사에게 불려갔다. 임신을 미룰 있냐는 부탁을 받았다. B선배는 계획대로 임신을 했고 차례대로 출산휴가에 들어가서 3개월 동안 2명이 없는 채로 했다. 매일매일 검사는 밀리고 퇴근은 늦어지고 모두 A선배가 돌아오기만 하면 가만 안 둔다고 벼르고 있었다.

 

아이는 동료들에게 탄생을 축복받지 못하고 원망만 받아야 했을까?

 

 

7.

태움과 임신순번제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병원시스템과 병원 경영진, 의료수가와 의료정책이 모두 원인이 되어 나타난 고질적인 악습이다.

 

간호사를 한 명 고용하는 데 보통 1년에 5000만 원이 든다고 계산한다. 필수적인 인력이지만 돈이 되는 인력은 아니다. 3교대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간호사는 5명이 필요하다. 나이트 근무를 하게 되면 야간수당을 따로 지급해야 하고 추가적인 휴가도 부여해야 한다.

 

병원 인력비의 50% 이상이 간호사에게 지급된다. 하지만 간호수가는 간호사의 노력에 비해 턱없이 낮게 책정이 되어 있어 간호 인력에 대한 수가보상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 경영진은 간호등급 1등급을 위한 최소한의 간호사만을 고용하기 때문에 병동은 간호사가 부족해 간호사 명당 15명의 환자를 보게 된다.

 

지금 당장 일손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규 간호사가 일을 충분히 배우지 못하고 독립해 일을 하게 되고 임신한 간호사가 병동에 명이 연달아 나오면 욕을 먹게 되는 것이다.

 

 

8.

정부는 신규간호사의 이탈과 간호간병서비스의 확대로 인한 간호인력 부족의 해결책으로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신생 간호학과 개설을 허가했다. 간호사들은 더욱 많이 배출되고 있지만 병원에서는 간호사 구하기 힘들다고 난리다.

 

그만큼 신규 간호사들의 태움으로 인한 병원이탈이 점점 가속화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트레이닝을 시키면 나가고, 또 나가 신규들에게 올드들도 정을 주지 않고어차피 잘해줘도 나갈 라고 생각을 하게 되며 업무는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점점 과중된다. 모두가 더욱 피곤하고 예민해진다. '태움'이 심해진.

 

2020 의료질평가 지표 한 가지로 ‘3 이상의 간호사 비율 반영하기로 했. 또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을 10 병상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병원에서 신규간호사의 이탈을 막고 중간연차 간호사를 잡아두기 위해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태움'을 간호사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고 신규간호사가 병동에 적응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중이다. 하지만 업무의 과부하 해결과 처우 개선 없이는 간호사들은 점점 병원을 떠날 것이다

 

퇴사한 친구들은 하나같이 이야기한다너무 힘들다고, 맨날 울기도 지쳐 그만뒀다고.그만두니까 이제 숨을   있겠다고. 자살   것이 다행이라고.

 

졸업할 동기 100 85 대학병원에 취업했다.

 

현재 임상에 남아있는 내 친구는 20명이 안된다

 

해가 갈 수록 이 수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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