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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교육구 교사들의 파업 이야기

 

지난 주말부터 내내 비가 내렸다.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굵어졌다 하며 거의 새 없이 계속 비가 내리는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반가웠다. 언제나 햇살이 비치는 곳에 살다 보면 햇빛의 고마움을 종종 잊게 된다.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캘리포니아 날씨가 나는 지겨웠던 참이었다. LA 우기는 겨울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은 겨울에도 비가 귀했고, 따라서 LA 만성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다. 잠깐 내리는 소나기가 아니라 이렇게 장마처럼 며칠 연속 비가 내리는 광경은 체험상 거의 십여 년 만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오랜만에 비구경을 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겨울 장마와 함께 LA 교육구(이하 LAUSD) 교사들의 파업이 시작되었다. LAUSD (Los Angeles Unified School District) 교사들의 파업은 30여 년ㄷ 만의 일이라고 한다. 모든 교사들이 교실 대신 거리로 나와 우비를 입고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TA(Teacher’s Assistant)들이 학생들을 돌보기 위해 동원되었지만 터무니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안전을 보장받을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등교하지 것을 권유받거나, 등교하더라도 교실 대신 강당에 모여 앉아 영화를 보거나 각자의 공부를 하며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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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파업 소식을 처음 들었을 제일 처음 들었던 생각이 날씨가 안도와주네였다. 비도 귀하고 파업은 더욱 귀한데 어쩌다  둘이 함께 만났을까. 그러나 생각보다 선생님들은 신나게 (혹은 그렇게 노력하며)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듯 하다. 아이들을 볼모로 월급 올리려 파업을 한다는 시선도 물론 있고(LAUSD 이렇게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당장 아이가 걱정되니 이성적 판단으로 파업을 바라보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적어도 그런 의견들이 표면으로 튀어 올라 교사들을 압박하는 움직임은 지금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것일까. 교육구에서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한 돈을 풀지 않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돈이 없나? 교육구와 노조는 지난 2 가까운 세월 동안 지난한 협상의 과정을 되풀이 해왔다.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듣던 말이 예산이 없다는 것이었다. 돈이 없다는데 어쩌겠냔 말이다. 그러나 파업 직전 교육구에 1.8 billion 숨겨진 예산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것이 밝혀지고서야 교육구에서는 6% 연봉 인상과 Nurse 1 지원 등의 가지 대안을 제시했는데 예산은 숨겨왔던 대규모 예산의 5% 해당하는 것이다.

 

LAUSD 교사들은 지난 10년간 동결된 연봉으로 일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들의 협상안에 임금 인상안이 요구되는 것은 모든 면에서 타당하다. 굳이 안건을 뒤로 둬야  이유가 없다. 그러나 단지 이유 때문이라면 교사들은 거리로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실례로 연봉 협상은 이미 합의에 도달했고 따라서 파업의 주된 이유는 연봉에 관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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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er Class Sizes

 

현재는 학급에 4-6학년은 39, 중학교는 43, 고등학교는 46명씩 있을 있다. 교사들은 학급 정원을 2명씩 줄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말해 뭐할까.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에서는 교사와 학생들 모두 힘들다. 교실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첫걸음 임을 모두가 것이라고 생각한다.

 

 

More Support Staff

 

나도 몰랐던 사실인데 현재 LAUSD 상당수 학교에 상주 간호사가 없다고 한다. 많은 학교들이 파트타임 간호사만 고용하고 있는데 그나마 일주일에 출근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아이들이 간호사 오는 날만 골라 아프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또한 많은 학교들에 도서관은 있는데 사서가 없어 책을 빌리지 못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고 있고, 카운셀러 역시 태부족해서 명의 카운셀러가 수백 명의 학생들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 부지기수다.

 

초등학교에서는 예체능 교사와 심리상담사 등의 고용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부모들의 기부 간신히 인력들을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하긴 요즘 공립 학교 보내려면 일 년에 700~1,000불의 기부는 필수라고 예전부터 많이 듣기는 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주고 부자들의 수도 많다. 세금도 많이 걷힐 텐데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돈은 전국 50개 주에서 45번째로 낮다다른 주와 비교해 학생당 일 년에 5천불까지 낮다고 한다. LAUSD 사정 안 좋은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닌데 교육감 Beutner 꽤나 MB 같은 성향의 인물이라고 한다돈을 쌓아놓고 푸는 이유를 정확히 수는 없지만 다른 데 투자하고픈 소망이 조금 있는 캐릭터로 보인다.

 

 

Better Pay

 

교사들은 6.5% 연봉 인상과 2% 보너스를 요구하고 있고 교육구 측의 오퍼는 6% 인상이다. 연봉 문제는 거의 합의점에 도달해 있다고 한다. 어느 쪽이든 약간의 연봉 인상은 가능한 듯 보이고 바로 점이 반대파들에게는 학생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한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이다. 아니 최저임금도 올랐는데, 물가 줄줄이 오른 지가 언젠데.

 

교육구는 학생들이 등교하는 수에 의거해 예산을 제공받는다. 교육구는 학생들이 결석하면 결석한 만큼의 예산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파업을 지지하는 부모들은 일부러 자녀를 학교에 등교시키지 않음으로 해서 그들의 파업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맞벌이거나 낮에 아이들을 보낼 마땅한 기관이 없는 부모들은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있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내 주위에서는 교사들을 향한 비판적인 소리는 많이 들리지 않고 있어서 나는 나름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을 하고 있는 중이다.

 

요구하는 쪽과 막는 쪽은 최선을 다해 그들의 의사를 표명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언제나와 같이 너무 뻔한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지지하지만 학생들의 곳이 계속 이토록 제한된다면 결국 교사들을 압박하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교사들의 요구가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지자들은 운전 중 교사들의 피켓 시위를 발견하면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자신들의 지지 의사를 표현하고, 경적 소리를 들은 교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고마움을 표한다나름 부끄러움이 많은(-_-;;;) 나는 경적까지 울리지는 못했고 안에서 다소곳하게 사진이나 찍고 동영상이나 찍었다. SNS 하지 않는 터라 올릴 데가 없어 사진을 여기에나 올린다. , 아기상어가 한국 노래인걸로 알고 있는데 맞나? 세계적으로 인기라더니 말이 맞나 보다. 아기상어의 리듬에 맞춰 교사들은 노래를 불렀다. Teacher strikes, 뚜루루루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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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어쨌거나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은 신이 났다. 자기들 나름대로는 어른들에게 들은 썰대로 "선생님들 올려 달라 그러는 거래", 혹은 "아냐, 우리 되라고 그러는 거래." 이런 소리들을 하며( 주변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당장은 학교 안 가서 좋다고, 맛난 거 먹여 달라고 재잘거린다.

 

어디나 사람은 살고, 조금 살면 더욱 좋다. LAUSD에는 다수의 저소득층 학생들이 포함되어 있다. 비교적 높은 비율로, 한인 학부모들이 선호치 않는 히스패닉과 불체자 자녀들의 비율도 높다. 그들은 중산층 이상의 가정들보다,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드물다.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의 상당수를 중산층 가정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차터 스쿨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할 거라는 루머도 들린다.

 

나는 지난 글에서 비교적 저소득층 자녀들이 많이 다녔던 공립 학교인 Bellagio Road School 중산층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Community Magnet Charter School 유치에 의해 폐쇄된 이야기를 적이 있다(관련 글 링크). 어디나 사람은 살지만, 조금 살기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닌가 보다. 재미없는 세상에, 재미있는 이야기 자락 더할 있을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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