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S 워싱턴 본부는 냅코 프로젝트(Napko Project)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당장 유럽전선이 마무리 되어가던 상황, 태평양 전선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 그리고 ‘한인’이라는 좋은 패를 들고 있었기에 이들은 칼을 빼들게 됐다.
“지금 필요한 게 뭐야?”
“한인들을 훈련시킬 훈련장과 장비, 그리고 침투할 곳의 정보입니다.”
“오케이! 뭐든 준비해 주겠어!”
이리하여 냅코 프로젝트팀은 남캘리포니아의 산타카타리나 섬을 포함해 8군데의 훈련장에서 한인들을 ‘빡세게’ 훈련시켰다. 이들은 기본적인 사격훈련부터 시작해서 격투기, 독도법, 폭파, 무전송수신, 사진 촬영과 낙하산 훈련 등등 기본적인 침투와 폭파, 공작 훈련과 함께 정보 수집을 위한 일본인에 대한 교육도 받았다.
또한 이들의 침투를 위해 특별히 ‘잠수함 침투’ 훈련도 했는데, 이를 위해 OSS는 2만 달러나 들여 침투용 잠수함을 제작해 훈련에 사용했다.
(이 대목은 한번 생각해 봐야 하는데, 여기서 OSS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때 OSS는 물론, 미군의 각 ‘군’ 은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아니, 이번 전쟁은 우리 때문에 이긴 거라니까!”
전후의 논공행상과 자신들의 ‘존재의의’를 내세우기 위한 치열한 눈치싸움. 맥아더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전후의 ‘대망’을 위해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온갖 홍보수단을 다 동원했다. 여기에 끼어든 OSS는 어떠할까? OSS는 내부 교통정리도 안 돼서 중국전구 OSS와 워싱턴에 있는 OSS본부 사이에서도 알력다툼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내놓은 작전을 실행시켜줄 ‘군’의 설득이다. 당장 냅코 프로젝트로 훈련시킨 ‘한인’들을 한반도에 침투시키려면 미군의 도움이 필요하다. 당시 태평양 작전구역은 맥아더와 니미츠가 반씩 뚝 잘라놓은 상황. 애초 냅코 프로젝트는 잠수함을 통한 침투를 상정한 상태였기에 미 해군 ‘잠수함’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맥아더와 니미츠로부터 협조를 구하는 것 부터가 ‘일’이었다)
이와 동시에 침투할 한반도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기에 한국 삼천포 인근에서 조업중이던 한인 어부 3명을 납치해 정보를 캐내기도 했다.
이제 진용은 갖춰졌다.
이들은 한반도에 침투해 수행할 구체적인 임무를 부여받았다. 서울침투 부대는 당시 경제상황과 일본군 주둔 위치를 파악하는 임무가 배당되었고, 함흥 침투 부대는 두 개의 임무를 받았는데, 평양에서 지하조직을 만들고, 서울로 이동, 일본 침투 공작원을 선발하는 임무와 함흥 인근의 계곡에서 비행기 이착륙용 활주로와 공자원 양성소를 설립해 흥남으로 진출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황해도 침투조는 거점 확보의 임무를 받았다.
문제는 냅코 프로젝트의 실행이었다. 태평양 전선의 전황은 하루하루 일본에게 불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OSS 워싱턴 본부는 하루라도 빨리 작전을 실행하고 싶었지만, 일단 미군을 움직이는 게 시간이 오래 걸렸고, 결정적으로 같은 OSS였던 OSS중국전구가 문제였다.
“아니, 우리도 한반도 침투작전 준비 중인데... 이러면 겹치잖아? 작전 하려면 우리꺼 먼저 해야지!”
“야야, 같은 OSS끼리 이러지 말자.”
“아니, 이런 건 정확히 해야지! 원래 이쪽 작전권한은 중국전구인 우리한테 있잖아. 근데 본부에서 이러면 안 돼지. 지사가 영업망 다 깔아놓고 사업 준비하는데, 본사가 낼름 달려와 집어 먹겠다 그러면 이건 도리가 아니지.”
“우리가 남이가?”
“아니, 남은 아니지만 가르마는 확실히 타야죠. 엄밀히 말해서 이쪽 작전권한은 우리한테 있잖아요. 일 열심히 하는 건 이해하는데...이건 경우가 아니죠. 까놓고 말해서 냅코인지 네코인지 그거 작전을 하든 말든 그건 중요치 않은데? 그거 우리보다 먼저 할 거잖아요? 우리도 독수리 작전이라고 나름 작전 준비하는데, 본사가 먼저 하면 김빠지잖아요? 아니, 김빠지는 건 괜찮아. 괜히 현장도 모르는 본사에서 작전 짜서 침투했다가 실패하면? 일본애들 경계만 더 빡세지잖아요? 그럼 우리 독수리작전도 실패할 수 있잖아요.”
“야야, 우리 실패 안한다니까. 우리도 나름 준비 많이 했어. 야, 좀 봐줘라. 본사 체면도 좀 봐줘라. 응?”
“아이 진짜...”
이랬던 거다. 그래도 어찌어찌 중국전구 OSS랑은 교통정리가 됐는데(교통정리가 됐다고 보기엔... 여튼 좀 상황이 복잡하다), 문제는 침투수단을 지원해줄 미군이 문제였다. 맥아더나 니미츠나 지금 머리 속에는 일본 밖에 없는 상황에서 OSS같은 곳에서 침투작전을 하겠다고 나서는 게 불편했다.
“별 시답잖은 것들이 어디서 밥숟가락을 올리려고...”
이런 상황에서 트루먼이 덜컥 핵폭탄을 떨어뜨리고,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하게 된 거다.
(‘독수리 작전’편을 설명할 때 다시 설명하겠지만, 냅코 프로젝트와 독수리 작전은 미묘한 경쟁기류가 있었다. 일단 생각해 봐야 하는 게, 당시 미 행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인정... 아니, 승인하지 않았다. 독수리 작전은 임시정부와 광복군이 OSS중국전구 비밀첩보과와 주관한 작전인데, 이때 김구 주석은 미래의 ‘포석’을 염두에 두고 한국과 미국의 공동협력을 강조한 임시정부 주석명의의 편지를 OSS를 통해 트루먼 대통령에게 전달해 줄 것을 부탁한다. 이걸 받아든 OSS는 그래도 같이 작전하는 파트너를 예우해 주는 차원에서 트루먼에게 이 편지를 보냈다가... “개쌍욕”을 처먹었다.
“어디서 굴러먹던 듣보잡이야? 미국 정부가 얘네들 승인했어? 지들 마음대로 정부 대표라고 하는 애들의 편지를 왜 나한테 보내? OSS 이것들이 사람을 뭘로 보고? 야 네들 뭐하는 놈들이야? 걔들한테 뭐 받아먹었어?”
이랬던 거다. 이 당시 냅코 프로젝트는 임시정부와 광복군이 참여한 ‘독수리작전’을 견제하는 작전이기도 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당시 미 행정부는 인정하지 않았고, 상당히 껄끄러워 했다는 거다. OSS 중국전구는 트루먼에게 제대로 찍혔던 상황인 거다)
자, 그렇다면 일본이 패망한 후 냅코 프로젝트 팀은 어찌됐을까?
1944년 7월부터 준비된 이 작전은 1945년 8월까지 빡세게 준비하다가 그냥 작전이 취소됐다. 그리고 1945년 9월 넵코 프로젝트 참여인원들은 그냥... ‘해산’됐다.
이 다음부터가 좀 ‘짠’한데...
애초 차출이나 지원했을 당시 신분이 미군이나 재미 한국인 출신인 경우에는 제대하는 형식으로 복귀했으나, 처음 신분이 포로였던 경우에는 곧장 하와이 포로수용소로 이송됐다 한국으로 귀국한다.
방금 전까지 같은 적과 싸우겠다며, 같이 훈련하고 뒹굴던 전우였지만 전쟁이 끝나자 그냥 ‘포로신분’으로 쫓아낸 거다.
어쩌겠나. 힘없는 나라의 설움, 아니, 나라 없는 백성의 설움인 걸...
그래도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은 나름 ‘험하지 않게’ 끝이 난 경우다. 국내엔 냅코 프로젝트보다 더 많이 알려진 이글 프로젝트, 일명 ‘독수리 작전’ 참가 인원들은 냅코 프로젝트 참여 인원보다 더 ‘험한 꼴’을 당했다.
다음 시간에는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독수리 작전’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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