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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브금으로 깔고 읽어주시길.

 

김연지 - 헤어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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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귀농/귀촌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한 가지 애프터 서비스를 하고자 한다. 귀농교육을 받고 시골에 가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된다면 일단 갈 곳을 정해놓고 그 지역에서 하는 농업 관련 교육을 받아도 된다(물론 귀농교육 시간으로 인정해준다). 주로 농업기술센터(옛날에는 '농촌지도소'라고 불렀다)에서 주관하며, 영농기술이라든지 농기계 다루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다. 평생학습의 일환인 '주민자치대' 과정에 농업 관련 교육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웬만큼 친한 사람 아니면 이런 건 잘 안 가르쳐준다). 본인이 관심 있는 지역 농업기술센터를 검색해보면 홈페이지에 이런 교육이 있다는 걸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귀농교육 100시간을 채웠다고 해서 충분한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그건 그야말로 입문을 했다는 하나의 인증일 뿐이고, 귀농/귀촌을 해서는 죽을 때까지 계속 배운다는 자세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그래서 공자님도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고 말씀하신 거다). 귀농/귀촌을 위해서 시골로 가면 지자체마다 농업기술센터가 있고 거기서 농업인을 위해 이런 저런 커리큘럼을 마련해놓고 있으니 적극 활용하도록 하자. 귀농교육 시간으로도 인정해준다.

 

 

 

텃밭 가꾸기의 중요성

 

오늘은 텃밭을 가꾸는 것에 대해서 알아보자. 당신이 귀농/귀촌을 꿈꾸고 있다면 일단 텃밭을 가꾸면서 작물의 생리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텃밭을 가꾸는 것으로 본격적인 귀농/귀촌에 앞서 소규모로 작물을 재배해 봄으로 작물의 생리를 알 수 있다. 부수적으로 자신이 직접 기른 작물을 수확해서 건강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 따라온다. 작물을 기르기 위해 약간의 수고를 하면서 땀을 흘리는 것은 덤.

 

도시에 살고 있어도 텃밭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며 해당 지역 농업기술센터(서울에도 농업기술센터가 있다)나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텃밭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자세한 정보가 나온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기존 농가에서 땅을 잘게 잘라 체험농장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유료이니 주의하도록 하자.

 

이렇게 해서 분양 받는 텃밭의 경우 대개 2~3, 커도 10평을 넘지 않는다. 크기가 매우 작기는 하지만 걱정은 하지 말자. 땅이 너무 크면 힘만 많이 든다. 2~3평만 있어도 집에서 먹을 채소를 얼마든지 충당할 수 있다. 상추, 토마토, 오이, 가지, 고추 등등 각 작물 별로 심는 시기, 방법, 기르는 방법, 수확 시기가 제각각이므로 평소에 마트에서 사먹는 채소들이 어떤 방법으로 키워지는지 실감할 수 있겠다.

 

말로만 해서는 이해가 잘 안 될 수 있으므로 본인이 만든 파일을 가지고 얘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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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시골에 오기 전, 귀농교육을 받으면서 만든 계획이다. 작물별로 수량이 다른 것은 작물의 크기에 따라 심는 간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걸로도 이해가 잘 안 될 것이다. 좀 더 자세한 버전을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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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귀농을 위해 시골에 와서, 귀농교육센터라는 일종의 인큐베이션 센터에 살면서, 1년 농사를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대해 작성한 것이다. 소규모 텃밭에 비해 규모가 엄청 컸기 때문에(거의 100평 정도 되는 규모였다) 심을 수 있는 채소는 거의 다 심었는데 종류가 약 50가지였다. 일단, 심을 수 있는 혹은 심고 싶은 작물을 정한 다음 각 작물의 수량을 정하고 심는 방법과 심는 시기, 그리고 심는 간격을 정리하고 언제 심어서 언제 수확할 것인가를 엑셀로 정리했더니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재배면적을 계산해 본 결과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위 그림에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지역에 따라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재배시기는 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자. 그러니까 위 그림은 그냥 참고만 하고 정확한 재배시기는 해당 지역의 전문가나 근처에서 오래 농사를 지은 분들에게 물어보고 하는 것이 가장 좋다(한번 더 얘기하는 거지만 이거 내가 웬만큼 친한 사람 아니면 안 가르쳐주는 거다). 그리고 내가 귀농하기 전에 오프라인 교육 받으면서 텃밭 농사를 했던 시절에 썼던 글을 참고로 보도록 하자. 지난 글에서도 링크했던 것이다(그림일기)

 

 

 

실전 텃밭 가꾸기

 

지금까지 텃밭을 가꾸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실제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장화 신고 다리 긁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다. 손쉽게 재배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물 몇 가지에 대해서 소개하고 넘어가야 될 것 같다. 

 

재배법이 까다롭지 않고 수시로 밥상에 올리는 재료들로 골라 보았다. 대략 상추, 애호박, 오이, 고추, 감자, 고구마, 대파 정도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다(내가 사는 지역을 기준으로 인터넷에서 텃밭 분양 등으로 검색을 해서 미리 미리 텃밭을 알아보도록 하자. 주로 봄이 오는 시기에 많이 분양한다).

 

 

1. 밭을 만들자

 

지자체에서 분양하는 텃밭(보통 주말농장이라고 부른다)의 경우는 미리 퇴비를 넣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준비해주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장 먼저 퇴비를 넣어야 한다. 퇴비는 축산분뇨(, 돼지, 닭의 똥)에 톱밥이나 왕겨를 섞고 석회를 좀 추가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농약사에서 파는데, 그대로 밭에 뿌리면 아주 향기로운(이라고 쓰고 지독하다고 읽는다) 고향의 냄새를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열 받는 얘기를 하자면, 현행법상 퇴비는 50%만 숙성되면 팔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게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축산분뇨에 톱밥이나 왕겨(보통 유기질이라고 부른다)를 섞어 비 맞지 않게 천장을 막아 주고 바람이 통하게 해서 부숙(腐熟, 숙성과 같은 뜻이라고 보면 된다)을 시키면 냄새도 날아가고 물기가 빠져 무게도 가벼워지는데, 100% 숙성되려면 적어도 몇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사실은 이렇게 완전 숙성된 퇴비만 팔게 해야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나라 법에는 50%만 숙성되어도 팔 수 있다고 되어 있으니, 농약사에서 퇴비를 한 포대 사서 밭에다 뿌려 보면 거의 날 것 그대로의 향기를 뿜는다.

 

퇴비를 생산하는 업자 입장에서는 긴 숙성기간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물을 잔뜩 머금은 퇴비를 팔아먹을 수 있으니 좋은 일이겠으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대로 숙성되지도 않은 똥덩어리 퇴비를 사다가 밭에 뿌리면 냄새는 물론이거니와 추가로 숙성되는 과정에 암모니아 가스를 배출하는 바람에 작물에 해가 가거나 해충이 꼬이는 원인이 되므로 참, 내가 이러려고 돈 주고 퇴비를 사다가 밭에 뿌렸나, 자괴감이 들기도 할 것이다.

 

아무튼 몇 평 정도에 불과한 텃밭이라면 퇴비 한 포대 정도 넣으면 된다. 그리고 땅을 한번 삽으로 뒤집어 흙과 섞이게 하고 가스가 빠지도록 일주일 정도 놓아두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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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만으로도 향기가 나는 듯 하다.

 

다음으로 할 일은 이랑(≒두둑, 두렁)을 만드는 것이다. 면적이 넓으면 관리기 같은 기계로 하겠지만 규모가 작은 텃밭은 일단 삽질로 한다고 생각하자. 적당히 삽질을 해서 오목한 부분(고랑)은 폭 30cm 이상, 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하고, 볼록한 부분(두둑)은 원래 작물에 따라 폭과 높이가 달라져야 하지만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대략 폭 60cm 정도에 높이는 20cm 정도로 만들면 된다.

 

두둑의 모습이 갖춰지면 다음으로 할 일은 비닐 멀칭(농작물을 재배할 때 경지토양의 표면을 덮어주는 일)을 씌우는 것인데 규모가 작으면 굳이 씌우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멀칭은 검정 봉지 같은 얇은 비닐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것도 가운데가 하얀 것, 일정 간격으로 구명이 뚫린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각각의 용도가 다르다). 멀칭은 잡초가 나는 것을 방지해 주고, 지온을 보존해주며,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보온 및 보습을 해준다는 것이다.

 

잡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아무리 텃밭이라도 몇 십 평을 넘어간다면 멀칭은 필수다. 잡초 때문에 안 씌울 수가 없다. 우후죽순 격으로 돋아나는 잡초를 일일이 손으로 뽑다 보면 골병 들기 십상이기 때문. 여담으로 내가 귀농교육을 받을 때 강사로 오셨던 당시 서울농업기술센터 소장님은 아재개그를 밀고 계셨는데, “여러분 전원생활은 플라워입니다. 꽃이에요 꽃. 왜냐하면  와의 (War)’ 즉, 풀과의 전쟁이기 때문입니다.”라는 개드립을 자주 구사하셨다. 농담 조금 섞어서 풀 뽑고 가다가 돌아보면 새로 난 잡초가 나를 쫓아온다고 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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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둑을 만들고 멀칭을 씌운 모습. 작물을 심기 위해 중간 중간 구멍을 뚫어놓았다.

 

 

2. 감자와 고구마

 

감자와 고구마 모두 구황작물(救荒作物, 가뭄이나 장마 등 기후의 영향을 적개 받고 비교적 척박한 땅에서도 가꿀 수 있어 흉년 등으로 기근이 심할 때 주식으로 대용할 수 있는 작물)이자 키우는데 손이 많이 가지 않지만 키우는 방식이 다르다. 감자는 감자를 심지만 고구마는 싹을 틔워서 그 순을 심는다. 주의할 점은 더 이상 서리가 내리지 않는 따뜻한 봄날에 심어야 한다는 것.

 

씨감자는 시골이라면 장날(보통 5일에 한번 열리므로 5일장이라고 한다) 농자재 파는 곳이나 아니면 행상에게 조금 사면 된다. 작은 바가지 하나로 5천 원 쯤 할 것이다. 주먹만한 감자라면 3~4개로 잘라서 심지만, 밤톨만한 감자라면 통으로 심어도 된다. 잘라서 심을 때는, 이미 싹이 난 감자라면 그 싹이 하나씩 붙어있는 상태로, 아직 싹이 나지 않았다면 대개 오목한 부분에서 싹이 나오므로 '여기쯤에서 싹이 나올 것'이라고 추정되는 부위를 남겨서 자른다. 자른 면으로 세균이 침입할 우려가 있으므로 종이 같은 걸 태워서 그 재에 단면을 문질러 소독을 한다. 

 

하루 정도 두었다가 30센티미터 간격으로 5센티미터 정도 깊이에 묻고 흙을 덮어준 다음에 물을 흠뻑 주면 된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3월 말 쯤 심어서 하지 근방에 수확을 하게 된다. 대략 6 22일 전후가 하지이므로 약 3개월 정도 만에 수확하게 되는 셈. 하지를 전후해서 햇감자가 출하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나오는 감자를 하지감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씨감자를 구할 때 주의할 점은 아무거나 심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식용으로 마트에 유통되는 감자는 장기 보관을 위해 냉장고에 몇 달씩 있다가 출하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감자는 자연적인 생리에 교란이 온 상태이므로 심어도 싹이 안 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꼭 '씨감자'라는 걸 확인하고 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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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잘라서 심으면 된다. 특별히 손이 갈 것은 없고 하루에 한 번 물만 잘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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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 생각보다 예쁘다.

 

다음은 고구마. 고구마는 순으로 심는다. 육묘장이나 농약사, 혹은 장날 행상에게서 구할 수 있다. 100개 한 묶음에 8천 원에서 1만 원정도 한다. 참고로 고구마순 100개 심으면 2~30킬로그램 정도를 수확할 수 있다.

 

가까운 데 육묘장이나 농약사가 없다고 좌절하지 말자. 지자체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의 경우 적어도 수백에서 수천에 이르는 텃밭을 잘게 잘라 분양을 하게 마련이고, 눈 똥에 파리 꾀듯 모종을 팔러 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저 고구마순을 직접 키워 보고 싶다면 겨울을 난 고구마(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은 것이라야 한다)를 감자 심을 때쯤 땅에다 묻어 놓고 싹을 틔워서 그 줄기를 심으면 되지만 그렇게 정성스럽게까지 하지는 않겠지?

 

고구마를 심는 시기는 감자보다 약 한 달 뒤, 그러니까 4월 말에서 5월 초 쯤이 되겠다. 같은 남미 원산이기는 하지만 고구마가 더 추위에 약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서리가 내리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심으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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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심는 도구. 철물점에서 3천 원 정도면 살 수 있다.

 

고구마를 심을 때는 호미로 땅을 파고 심어도 되지만 저 도구가 있으면 매우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다. 끝에 갈라진 부분에 순의 끝 부분을 갖다 대고 '비스듬'하게 밀어넣기만 하면 끝. 수직으로 심는 것이 아니다. 똑바로 심으면 고구마 줄기가 땅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나중에 수확할 때 힘만 든다. 비스듬하게 뉘어서 집어넣는 것이 요령. 그래서 어르신들은 고구마를 심는다고 하지 않고 고구마를 '넣는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간격은 감자와 마찬가지로 30센티미터 정도로 하고, 5월 초쯤에 심었다면 대략 10월 말 정도 돼서 캐면 된다.  6개월 가까이 걸려서 수확을 하니 3개월 만에 수확하는 감자에 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떤 작물이든지 심고 나서는 물을 흠뻑 주고, 자라는 과정에는 매일 한 번씩 물을 주어야 한다. 해가 뜨면 광합성을 하기 시작하므로 아침에 주는 것이 제일 좋고 아니면 저녁에 주는 것이 낫다고 한다. 한낮에 땡볕이 뜨거울 때는 물을 줘도 빨리 마르고 내가 뿌려준 물이 펌프의 마중물 역할을 해서 뿌리 근처에 있는 지하수를 모세관 현상처럼 끌어올려 흙이 마르게 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얘기를 하다 보니 길어져서 분량 조절 실패. 다른 작물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또 이어서 하기로 하자.

 

영구읍따의 귀농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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