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로 봤을 때 가장 좋은 소총은?
1.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처음 떠오른 단어가 서플러스(surplus)야. 밀덕들이라면,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단어일거야.
말 그대로 서플러스는 ‘잉여’라는 뜻인데, 이게 군대의 방출, 불하, 잉여 군수품이란 의미로 쓰이곤 해(‘서플러스 패션’이라고 해서 군에서 흘러나온 잉여 군복들이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지).
돌고래 편집장의 질문은 적절한 가격에 적당한 성능을 가진 소총이 뭐가 있을까란 질문인 듯 한데(다행히 ‘돌격소총’이란 전제가 없기에 내 마음대로 선정할 수 있게 됐어)...
내 마음대로,
내 취향대로,
적당한 가격에 적절한 성능을 가진 가성비 최고의 소총을 찾아봤어.
2.
일단 제일 먼저 검색어를 올린 게 영국제 리엔필드(Lee-Enfield) 소총이야. 밀덕들에게는 ‘Mad Minute’란 말로 더 잘 알려진 이 미친 연사속도! (영국군은 플린트 락 머스킷을 쏠 때부터 연사속도에 대해서는 부심이 쩔었지. 17세기 이후로 유럽에서 실제사격훈련을 한 국가는 ‘영국’ 정도가 다였어. 대육군으로 유명한 프랑스도 나뭇조각을 해머에 끼운 상태로 격발훈련을 했지. 왜? 화약 가격... 콕 찍어서 초석 가격이 너무 비싸서... 뭐 하긴 이것도 영국 놈들의 가격통제 때문이지만)
개인적으로 리엔필드의 디자인을 좋아해.
볼트액션 하면 kar-98k가 대세인 듯 한데(게임이 문제야 게임이...)... 물론, kar-98k도 좋지만, 난 10발의 넉넉한 탄창과 미친 연사속도, 클래식 하면서도 어딘가 현대적인 느낌의 리엔필드를 좋아해.
서플러스를 찾아보니 350불 내외에서 가격대가 형성돼 있어. (이 녀석도 워낙 많이 뿌려져서... 인도에서는 식민지 시절부터 뿌려진 이 녀석이 아직도 굴러 다니니...), (19세기 끝자락에 있었던 보어전쟁에 투입 돼서 지금도 굴러다니니까... 하긴 볼트액션이란 게 고장날 구석이 별로 없어. 그냥 땡기고, 밀고, 쏘고...)
서플러스 총 같은 경우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왕왕 있어서... 탄 구하기가 힘들거나 고장나면 부품 조달하는 게 어려워 새로 깎는 경우도 있어. 그렇지만, 리엔필드 같은 경우는 워낙 많이 뿌려지고, 사용 탄종도 303 브리티쉬(7.7x56mmR)탄이니 구하기도 쉬워. 러시아 불곰 형님들의 M43탄이나(우리가 잘 아는 AK-47에 들어가는 탄) 5.56미리 나토탄(M-16에 들어가는) 만큼은 아니어도 흔해.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하거든.
3.
진지하게 리엔필드를 내놓을까 고민하다가 볼트액션식이라는 게 걸렸어. 그래도 현대전장인데... 최소한 반자동은 돼야 하지 않을까? 반자동 이상의 소총들을 머릿속에 굴려보다가 그만 생각을 접었어.
“방아쇠를 땡기면 나가는 소총 중에 가성비 갑은 하나 밖에 없지!”
바로... 소련(러시아)의 SKS 소총이지.
(AK-47을 생각했을 사람이 많을 텐데, 뭐 인정할 만 하지. 신뢰성과 성능, 가격 면에서 지금까지 나온 총 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으니 말야. 그런데, 이 녀석도 복제판이 나오면서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있고, 신뢰성도 생각 외로 그렇게 엄청난 정도는 아니야. 뭐 그렇더라도 이제까지 인류 역사에서 등장한 총 중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가장 널리 쓰였으며, 가장 유명한 총이란 건 인정해야지. 내가 AK-47을 선택하지 않은 건 순전히 ‘취향’ 문제란 걸 이해해줘)
SKS소총은 2차대전의 전훈이 녹아난 총이야. 독일 애들이 돌격 소총의 아버지인 stg-44같은 걸 내놓고, 그때까지 쓰던 소총탄이 너무 강력하단 걸 깨달은 소련은 반자동, 자동화기에 들어갈 적당한 위력의 탄을 개발하게 되는데... 이때 등장한 게 그 유명한 M43탄(7.62x39mm)이야!
그리고 이 탄을 가지고 쏠 수 있는 여러종류의 총들을 개발하기에 이르지.
“야, 이 탄으로 볼트액션용 저격총을 만들어!”
“만드는 김에 반자동 소총도 만들자!”
“기왕 하는 거 독일 놈들처럼 연발로 쏠 수 있는 돌격소총도 개발해!”
“아, 하는 김에 분대지원화기도 개발해라!”
총과 총알을 개발할 때 우선 총알을 만들고, 이 총알에 맞는 총을 만드는 게 상식이지. 당시 소련은 상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개발계획을 내놓은 거야. 이렇게 해서 나온 게 반자동 소총인 SKS, 분대지원화기인 RPD(데그타료프 경기관총... 제3세계의 분쟁이나 내전 보면, ‘내전 3신기’가 나오는데, 바로 AK-47, RPD, RPG-7이지)야. 그리고... 역사에 길이남을 명작 소총인 AK-47이 등장하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SKS는 상당히 잘 빠진 좋은 총이야.
문제는 ‘타이밍’이 안 좋았던 거야. 이 녀석 등장할 때 쯤 비슷하게 나온 게 AK-47이거든...
이건 게임이 안 됐어.
결국 SKS는 같은 공산권 국가에 떠넘겨지는 비운의 총이 됐지(그런데도 꽤 많이 찍혀져 나왔어). 그럼에도 꽤 쏠쏠하게 잘 사용됐어. 베트남 전쟁이나, 중국 베트남 전쟁, 캄보디아나 아프가니스탄, 유고슬라비아에서도 잘 굴러다녔지. 그래도 AK-47에 비하면... 역시 인생은 타이밍인가?
(재미난 건 소련에서 물 먹은 SKS가 중국에서는 인기 대폭발이었어. SKS의 중국 라이센스 버전이 56식인데, 거의 800만정 이상 찍혀져 나왔어. 중국은 AK-47이 있는데도 SKS를 더 좋아했지)
4.
내가 SKS를 선호 하는 이유는 역시나 ‘가성비’야.
서플러스 총 치고도 가격대가 싸! 아주 싸!
반자동 사격이 가능함에도 250불 내외면 이 녀석을 한 자루 사!(AK가 싸다고 생각하는데, 국가별로 가격대가 다 다르게 형성돼 있고, 결정적으로 미국에서 이 녀석 복제품을 찍어내면서 가격대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어)
원래부터 튼튼하고, 신뢰성 높고(러시아가 신뢰성 하나는 먹어주지!), 반자동에, 넉넉한 M43탄의 위력! 게다가 탄을 구하기도 쉬워. M43탄은 세계 어디를 가도 구할 수 있어! 분쟁지역에 가면 반드시 등장하는 탄이 바로 이 탄이야!
탄 구하기도 쉽고, 워낙 많이 찍혀져 나온 덕에 부품 구하기도 쉽고, 파괴력도 나름 괜찮아서 미국 민수 시장에서는 이 녀석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지(덕분에 현대화 키트가 나와서 온갖 괴랄한 형태의 SKS를 볼 수 있게 됐지).
돌고래 편집장의 질문 요지는 현용 돌격소총들 중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은 소총을 말해달라는 거 같은데, 개인적인 취향을 말해버렸네. 어쨌든 내 기준에선 SKS가 가성비로 따지면 가장 좋은 소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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