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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기믹(Gimmick)

 

트럼프는 대단한 스포츠 마니아입니다. 매 주말 자신 소유의 골프장을 이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트럼프의 스포츠 마니아적 성향은 단순히 승부를 즐기는데 머무르지 않고 스포츠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접목해 자신의 사업 확장해 왔다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미국의 거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프로 레슬링 단체인 "WWE"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30년 전, "레슬매니아4"와 "레슬매니아 5"를 트럼프 플라자에서 개최하며 WWE를 공식 후원하였고, 2007년, 레슬매나이 23에서는 WWE 회장 빈스 맥마흔과 "억만장자 삭발내기 경기"를 가진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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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레슬매니아 23 미디어 기자회견에서 악수를 거부하고 자신을 조롱하는 빈스 맥마흔에게 풀파워 싸다구로 대응하며, 미디어의 이목을 집중시켜 레슬매니아 23의 흥행에 큰 도움을 줍니다. 경기에서 트럼프는 빈스 맥마흔을 직접 공격하는 순수한 레슬러의 모습과 승리를 자축하다가 "스톤콜드 스터너"를 맞고 쓰러지는 쇼맨쉽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합니다. 트럼프는 후에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단체인 WWE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2013년 WWE 명예의 전당에 헌액됩니다. 

 

정치적으로도 빈스 맥마흔 회장은 미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에 600만 달러를 후원하였고,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직후 맥마흔 집안과 인연으로 WWE 빈스 맥마흔 회장의 아내인 린다 맥마흔을 트럼프 정권 1기의 미국 제25대 중소기업청장으로 내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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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맥마흔의 미국 중소기업청장 내정은 단순히 트럼프와 연줄에 의한 것이 아니라 WWE가 부진에 빠져있을 때 직접 경영에 뛰어들어 WWE를 정상화 시키고 크게 발전 시킨 능력이 인정되어 내정 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당시 미국 민주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사회활동과 정치참여, 미국 참전군인들을 위한 자선경기 기획을 포함한 상이군인과 그 가족에 대한 후원을 30년 넘게 해온 것을 인정 받아 상원의원 표결에서 찬성 81표 / 반대 19표로 미국 중소기업 청장 임명안이 통과됩니다.

 

트럼프는 단순한 사업가, 단순한 정치인이 아닙니다. 스포츠 자체가 갖는 순수함을 존중하면서도 사업적 확장을 위해 스포츠가 엔터테인먼트화 되는 것에 앞장섰으며, 대통령이 된 후에는 엔터테인먼트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한 "정치적 엔터테인먼트(Political Entertainment)", 이른바 기믹(Gimmick) 정치를 미국 정치에 시전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정치인의 성향과 시각으로 해석이 불가능한 트럼프의 엔터테인먼트 기믹 정치가 어떠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미국과 북한, 그리고 한국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리얼리티 쇼 - "어프렌티스 in 한반도"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 증언이 미국의 모든 공중파 뉴스를 장악하며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트럼프는 모든 미디어의 이목을 반드시 하노이로 돌려야 했고 그것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성공이 아닌 회담결렬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정상회담은 긍정적 목표를 확립해 놓고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상이 만나는 회담이 한번 시작 되면 그 결과 또한 어렵지 않게 유추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차 북미 회담 또한 결렬 될 것이라는 우려보다 어떻게 회담 성공이 포장 될 것인가 다소 느슨한 긴장을 안고 시작했으니까요. 그러나 우리의 느슨했던 희망과 달리 북미 회담이라는 역사적 만남 자체는 더이상 미국 미디어를 압도 할 만한 뉴스가 아니라는 것을 역설적인 회담 결렬을 통해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앞으로 열릴 북미 회담에서 획기적 반전이나 충격이 없다면 과거와 같은 파급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으로 귀결 될 수 있습니다.

 

북핵 문제의 순리적 해결이 더이상 미국 미디어의 핵심 뉴스가 되지 못한다면 북한이 어느 핵시설을 어떤 절차에 따라 어떻게 해체하는 것 또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할 것 이고, 모두가 예상하는 순차적 해결이 아닌 무언가 갑작스럽고 거대한 역사적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제 미국의 미디어는 북미 회담장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입니다. 이슈의 중요도에 있어서 코언 청문회에 묻혀버린 북핵 문제는 미국 미디어가 바라는 자극적인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식어버렸거나 사라졌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미디어의 이목을 집중 시킬 수 있는 그 무언가를 해야 겠지요. 1차 북미 회담 전으로 돌아가보면, 당장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결국에는 두 정상이 싱가폴에서 만났습니다. 1차 북미 회담을 통해 북한이 바라는 제재해제는 물론이고, 우리가 기대했던 남북 협력에 대한 진전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70년 만에 이루어진 북미 양국 정상의 만남 자체가 모든 미디어를 집중 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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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북미 간 북핵 문제는 한국과 북한이 바라는 실질적 해결안을 나오지 않은 채 미국 미디어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 문제를 거대 이벤트화 시킬 필요가 있다면 트럼프와 김정은이 서로 으르렁대던 1차 북미 회담이 열리기 전으로 판을 되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악역과 선역이 정해진 기믹 정치가 당분간 지속 될 수 밖에 없고, 또한 지속되야 하는 것은 어렵게 이끌어 낸 대화 테이블을 한번에 박살 낼 수 있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테이블에 올리고자 하는 세력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는 북한 체제의 부당성을 직격하는 매우 민감한 부분으로 김정은 체제가 유지 되는 한 북한은 인권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2차 북미 회담 결렬 후 이루어진 기자회견에서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과 관련해 김정은을 두둔하는 발언을 한 뒤, 미국 인권단체, 인권과 관련 된 전.현직 전문가들, 그리고 미국의 여야 정치권 모두를 포함한 미국 사회 전반으로부터 북한의 인권 탄압을 용인했다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 후 트럼프는 서둘러 해명 트윗을 올리며 진화에 나선 바 있습니다. 단 한번의 발언 만으로 미국 사회 전체에 거대한 역풍이 일어나는 민감한 인권문제를 트럼프가 덮고 간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미국에서 인권문제는 정치적 성향을 뛰어넘어 민주주의의 정체성과 직접적 마찰을 일으키는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이니까요.

 

북한에게 가장 취약한 문제, 체제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인권문제를 철저히 숨겨두고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매우 모순 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 트럼프는 처음부터 북한의 인권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 놓지 않았을까. 이 모순을 통해 우리는 트럼프의 북핵문제에 대한 접근이 한반도 평화를 궁극점에 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트럼프가 바라는 그 무언가를 위한 과정일 뿐이지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지난 글에서 트럼프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분석한 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중국을 장악하는 과정 중 북한 문제는 비핵화 단계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북핵 문제가 사라져 버리면 그 다음은 본격적인 북한 인권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올 수 밖에 없고, 이는 북한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동시에 잠들어 있던 미국 사회의 북한 인권에 대한 시각을 깨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권 문제가 다음 과제로 테이블에 오르게 되면 북미 관계는 합의가 불가능한, 진정한 극한의 관계로 치닫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핵 문제의 해결이나 진전은 오히려 트럼프가 적극적으로 바라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트럼프에게 북핵 문제는 중국 장악을 위해 컨트롤 해야 할 문제이지 궁극적 평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닌 것 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트럼프는 물론이고 트럼프가 재선을 위해 필요로 하는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충격과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 봐야 합니다. 트럼프나 미국의 미디어들에게 필요한 것이 과연 한반도의 평화인지 아니면 북핵 문제로 촉발 된 거대한 이슈 그 자체인지 말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로는 미국 미디어 장악력이 떨어진 상태이고, 북한 인권 문제는 판 자체를 깰 수 있어서 당장 테이블로 올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북핵 문제가 미국 미디어를 장악 할 수 있도록 다시한번 군불때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북핵 문제라는 익숙한 정치적 시선을 환기시켜 다시 테이블 위로 올리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악역을 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선한 역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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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북미 관계는 다시 대립의 관계로 돌아가게 되리라 전망해 봅니다. 하지만 이것은 둘 중 하나가 죽는 극한의 관계가 아닌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간의 합에 의한 프로레슬링 챔피언 결정전 같은 기믹 정치의 결정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기지 재건, 개성 남북 연락 사무소 철수, 미 재무부의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발표와 트럼프의 제재 철회 지시는 트럼프가 짜 놓은 판에 북한이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이러한 적절한 긴장 관계는 한반도에 오직 전쟁 만을 바라는 세력들을 자극하고 판을 키우면서 미국 미디어를 다시 북미 문제에 집중하도록 만들 것 입니다. 

 

2차 북미 회담에서 우리에게 시간이 많다라는 트럼프의 발언에 기대어 생각해 봤을 때 트럼프는 최소 연임을 위한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북핵 문제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가 이루어진다면 트럼프가 연임에 성공한 후에 한국을 통한 경제 협력으로 제한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이나 중국, 나아가 전세계 여러나라와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개방과 경제 협력은 북한이 트럼프의 틀 밖으로 빠져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변수를 최소화 하기 위해 정보 공유가 가능한 한국을 통한 경제 협력만 허용하는 것이지요. 우리에게는 북한에 대한 더 많은 인내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 믿음과 지원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기믹 가면 뒤의 진짜 트럼프

 

미국 연준은 지난 20일 올해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비둘기파 통화 완화 행보를 보이면서 스스로 미국 경제가 안정적이라고 한 발언을 뒤집게 됩니다. 이 역설적인 발언은 미국 경제가 다시한번 대규모 양적완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작용해 장기채권금리 하락을 부추기게 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다시 한번 대규모 양적완화가 시작된다면 그 자체로 미국 경제의 불안을 방증하는 꼴이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트럼프에게 지지 기반이 무너질 수 있는 경제 위기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경기와 증시를 부양할 수 있는 돈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필요합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경기 하락 지표와 그에 따른 전세계적 경기 부양 기대는 미국이 아닌 중국에 의해서 시작되고 채워지게 될 것 입니다. 

 

장기채권금리의 하락세는 강력한 양적완화 욕구로 작용하면서 4.35%로 고정되 있다 시피 한 중국의 기준 금리를 끌어내리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중국 발 양적완화"가 시작되어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경기 부양 기대를 채우게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러한 미국의 중국에 대한 기준금리 인하 압박과 자금 시장 개방 요구, 중국 발 양적완화를 통해 트럼프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 챕터인 다음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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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uters / Jonathan Ern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