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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춘추전국 5백여 년의 마침표를 찍고 천하를 통일한 후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제의 최후는? 그만 객사를 하고 말았어.

 

하지만 사망 당일에는 엄청난 음모가 숨겨져 있었으니, 그 날의 현장으로 지금 당장 가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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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제는 재위 37년이 되는 기원전 210년, 천하의 동쪽 지역을 순행하기 위해 길을 나섰어. 시황제는 말년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진 상태였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행한 것은 순행을 하면 모든 것이 길하다는 점괘를 믿었기 때문이야. 점괘를 믿고 감행한 장기간의 순행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얼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주먹을 움켜쥐었어.

 

“폐하! 하늘에서 운석, 운석이 떨어졌다고 하옵니다.”

 

“그래? 기이한 일이로고. 어서 사람을 보내 잘 살펴보고 오도록 하거라. 이것이 길조인지 흉조인지 점괘도 한 번 보게 하고 말이야.”

 

황제의 명을 받고 말을 달려 현장에 도착한 조사관들은 기절초풍을 하고 말았어.

 

"이거 큰일이다. 이걸 그대로 보고를 해야 되냐? 아니 무슨 인간들이 돌만 보면 글씨를 이렇게 새기려고 환장이냐?”

 

“나리. 저기 운석에 글씨를 새긴 게 문제가 아니라 내용이… 불경스러워서 저는 입에 담지도 못하겠습니다.”

 

“에휴. 모르겠다. 이 마을에 곧 줄초상이 나겠구나. 우리는 그래도 현장 보존하고 원칙대로 상부에 보고나 하자꾸나.”

 

정부에서 파견한 조사관들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누군가가 운석에 여섯 글자를 빛의 속도로 새겨 놓았어. 문제는 내용이었어. 시황제가 곧 죽고 온 나라가 다시 쪼개질 것이라는 내용이었어.

 

“뭬야~ 이런 고얀 놈들을 봤나. 당장 범인을 발원 본색하도록 하라.”

 

“폐하… 이미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하였으나 도저히 범인을 찾을 수가 없사옵니다.”

 

“그래? 그러하더냐? 참으로 안타깝구나.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본보기가 필요하겠구나. 한 명의 범인을 찾을 수 없다면 마을 전체를 주살시키도록 하라. 그럼 그 중에 범인이 있지 않겠느냐?”

 

불로장생 프로젝트까지 실패한 그에게 이 사건은 후계자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도 되었어.

 

‘20명의 자식 중 능력으로 보나 인지도로 보나 장남 부소가 내 뒤를 이어야겠지만, 막내 호해에게 마음이 가는 건 사실이구나. 그래도 부소가 호해를 잘 지켜 주겠지? 이성은 부소를 가리키지만 감성이 호해를 떨쳐 버리지 못하는구나.’

 

혹시 자신의 죽음을 이미 예견했던 건 아닐까? 그는 옥쇄가 찍혀 있는 공문서에 급히 자신이 죽게 되면 함양 땅에 묻으라는 유서를 작성했어. 수신인은 장남 부소였어. 아버지의 장례를 주관하는 자를 후계자로 인정하는 것이 이 당시 관습이었으니 이 유서는 황제 위임장과 마찬가지의 효력을 발휘하는 엄청난 문서야. 이 작업을 마친 후 거목 진시황제는 여름이 절정으로 치닫던 7월에 순행 도중 사망을 하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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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제의 유서는 환관 조고의 손에 들어 있고, 그 옆에는 승상 이사만이 있을 뿐이었어. 즉 지금 현 시각 천하에서 진시황제의 죽음을 아는 이는 이 두 사람뿐이야. 진시황제의 막내아들인 호해의 라인을 타고 있던 환관 조고는 유서를 확인한 후,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었어. 그 아쉬움을 마음속에만 간직하지 않고, 승상 이사에게 말로 전했어.

 

“승상! 폐하의 유서도, 옥쇄도 제 손에 있습니다. 유언을 따른다면 새 황제는 장남 부소의 차지일 것입니다. 그리된다면 우리 둘의 운명은 어찌 될까요? 부소는 아버지의 능력에 뒤지지 않는 자입니다. 허나 막내인 호해가 새 황제가 된다면 능히 우리 둘이 컨트롤 할 수 있습니다. 천하가 우리 둘의 것이 될 것입니다!”

 

“콜!”

 

이 둘은 장남 부소의 자결을 지시하는 위조문서를 보내고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어. 부소가 자결하기 전까지는 진시황제의 사망 사실을 숨겨야만 해. 첫 번째로 한 일은 황제가 타고 있는, 아니 시체가 있는 가마에 환관 한 명을 숨겨 둔 것이었어. 특급 요리사가 제공하는 식사를 누군가는 먹어야 하니까! 황제의 시신 옆에서 최고의 음식을 먹는 기분은 어떨까? 부소 측으로부터 이렇다 할 연락이 없자 시신 썩는 냄새의 처리가 해결 해야 할 두 번째 문제였어.

 

“황제께서 이 동네 생선을 특히 마음에 들어 하신다. 지금 추가적으로 차량을 받기도 어려우니 폐하의 1호차를 제외한 전 차량에 생선을 가득 실으라는 엄명이시다. 함양까지 길이 멀지 않다. 생선 비린내를 모두 조금만 참기를 바란다.”

 

이렇게 진시황제의 시체 썩는 냄새는 생선 비린내로 가려지게 되었어. 얼마 후, 진시황제의 장남 부고가 황제의 명을 받들어 자결했다는 공식 보고가 올라왔어. 이에 승상 이사와 환관 부고는 진시황제의 사망을 발표하고, 얼마 후 시황제의 막내아들 호해가 21세의 나이로 황제에 즉위하게 되었어.

 

허수아비 황제가 등극한 후 환관 조고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새 황제의 형제자매를 처형하는 일이었어.

 

“승상께서는 나라의 대사를 관장하는 고귀한 업무에 치중해 주십시오. 저 같은 미천한 환관은 그저 황제의 곁에서 시중이나 들고 있겠습니다. 황제의 형제들을 제거하는 일도 제 선에서 말끔히 처리하겠나이다.”

 

이날 이후 조고는 철부지 새 황제를 파티장으로 빼돌리고 다른 신하들과의 만남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어. 이세황제는 조고가 파놓은 향락이라는 함정에 스스로 발을 내디딘 후 정치에는 손을 떼었어. 나라꼴이 제대로 돌아갔겠어? 민심은 흉흉해지고 충신들은 사라지고 간신배가 넘쳐났어. 자연스럽게 백성들이 들고일어나게 되었으니, 진승과 오광이 그 시작이었어. 이들이 출정식 때 한 스피치의 유명한 문구가 있었으니 바로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겠느냐?’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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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 이어지자 승상 이사가 이세황제에게 직언을 하기 위해 수차례 독대를 요청했어. 하지만 환관 조고의 결제가 없이 황제를 만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권력의 추가 기운 상태였어.

 

“이보게! 진시황제께서 천하를 통일한 지 20년도 아니 되었어. 정녕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어서 황제폐하를 만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주게.”

 

“제가 안 그래도 계속해서 황제께 면담 스케줄을 잡기 위해 보고를 올리고 있사오나, 승상 만나기를 거부하시니 저도 참으로 난감하옵니다.”

 

하지만 이것은 환관 조고가 승상 이사를 제거하기 위한 계략이었어.

 

‘진시황제 사망의 비밀을 아는 자는 너와 나뿐이다. 여기까지 오니 천상의 자리에 올라가고 싶구나.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도 제거 대상일 뿐이야. 조금만 기다리시게나.’

 

환관 조고는 이세황제의 피로가 극도에 달해서 쉬려고 하는 찰나에 급하게 이사를 호출했어. 황제가 찾는다는 긴급 보고에 급하게 황제를 알현하게 된 이사는 직언을 서슴지 않았어. 하지만 황제는 이미 정치에 관심도 없고 마침 자기 몸도 피곤한 참에 뜬금없이 나타난 이사의 조언이 반가울 리가 없었겠지? 별 소득도 없던 황제와의 독대가 끝난 후 이사는 자신이 역모죄로 죽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폐하! 승상 이사가 역모를 꾸미고 있다는 비밀 첩보입니다.”

 

“어쩐지 아까 뜬금없이 들이닥쳐서는 나의 잘못을 쉬지도 않고 지적을 하더니! 엉뚱한 속셈이 있었구나. 자네가 알아서 잘 처리하도록 하게.”

 

역모를 꿈꾸게 된 환관 조고는 궁내에서 자기편을 가려내기 위해 그 유명한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시현했어. 글자 그대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칭하다'라고 풀이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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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조고는 주요 대신들이 모인 자리에서 황제에게 사슴을 선물로 바쳤어.

 

“폐하! 불철주야 오직 국정만을 생각하시는 폐하를 위해 제가 아주 귀한 말을 한 마리 구해 왔습니다.”

 

“에이! 무슨 소리요. 저게 어떻게 말이란 말이요? 내 눈에는 아무리 봐도 사슴이구먼. 혹시 말이랑 똑같이 생긴 진귀한 사슴을 구해 왔다는 게요.”

 

“아니옵니다. 저것은 분명히 말이옵니다. 그럼 대신들에게 직접 물어보겠나이다.”

 

조고는 허리춤에서 데스노트를 꺼내 대신들의 대답을 일일이 체크했어. 다음 날 조고의 억지 주장대로 말이라고 말한 사람들은 살아남았고, 사슴을 보고 사슴이라 말한 사람들은 죽고 말았어.

 

이렇게 국정을 농단하던 조고는 이세황제를 자결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것에는 결국 실패를 했어. 그리고 조고의 목숨을 거두어 간 자는 부소(진시황제의 장남)의 아들 자영이었으니, 아들이 결국에는 아버지의 복수를 하게 된 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