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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차에 이어, 이 글은 이미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작, 혹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대한 해석을 돕기 위한 글입니다. 눈물과 스포 없이는 볼 수 없는 글이므로 아직 스포일러 보균자가 되지 않은 분들은 어서 도망치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읽고도 떠나지 않았을 독자를 위해 아래 사진으로 시간을 벌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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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 : 그녀의 주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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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막바지에 와일드카드로 등장한 캡틴 마블은 그 이름값을 충분히 하는 활약을 보여줬다. 그 중 하나는 호크아이-블랙팬서-스파이더맨으로 이어진 인피니티 건틀렛 바톤 터치의 마지막 주자 역할이었다. 타노스의 기함이 퍼부은 공중 폭격으로 인해 스파이더맨이 잠시 리타이어했을 때, 다정한 손길을 내민 캡틴 마블. 스파이더맨은 누님에게 건틀렛을 든 채로 어떻게 타노스의 군세를 뚫고 목적지인 양자 터널까지 갈 것인지 물어본다. 그 답으로 그동안 영화에서 등장했던 모든 여성 영웅들이 집합한다.

 

페미니즘을 반영한 장면인 동시에, 만화의 팀 에이포스(A-Force)에 대한 이스터에그다. 에이포스는 2015년에 처음 나온 여성 히어로 팀이고, 페미니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이야기 구성과 설정에서 호평을 받은 기획이다. 당장 영화화 계획은 없지만, 1회성 이스터에그로도 충분히 좋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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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스의 첫 이슈 표지. 리더는 쉬헐크다.

쉬헐크는 배급권 문제로 인해 당장은 영상화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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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 에이포스를 상상한 팬메이드 포스터.

사망한 블랙 위도우가 포함되어 있다.

 

캡틴 마블이 영화에서 유의미하게 상호작용하는 캐릭터 중에는 스파이더맨과 워머신이 있다. 스파이더맨은 원작에서 캐롤 댄버스가 미즈 마블이던 시절 데이트를 한 사이다. 둘의 관계는 주로 더 어린 쪽인 피터 파커가 캐롤 누님을 동경하는 분위기다. 둘은 사복 차림으로 멋들어진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해지만, 빌런들의 습격과 더불어 그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둘의 성향 때문에 결국 길거리 핫도그 노점상에서 데이트를 마무리한다. 이 과정에서 캐롤은 피터를 공주님 안기로 들게 되는데, 영화에서 그 장면을 기대했던 덕후는 나 하나가 아닐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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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캐롤의 미즈 마블 시절은 영화에는 없다.

2대 미즈 마블인 카말라 칸은 후일 영화화 계획이 있다.

 

초반에 캡틴 마블과 짧게 티격태격하긴 했지만, 워머신은 만화에서 캡틴 마블과 가장 가까워지는 인물이다. 얼마나 가까워지냐면, 연인 관계다.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 것이다. 스파이더맨과의 데이트도 마찬가지다. 배우들의 나이 차가 10여 년 가량씩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에서 기대해볼 수 있는 셋의 관계는 캡틴을 동경하는 스파이더맨, 캡틴과 절친이 되는 워머신 정도일 것이다. 후자는 매우 가능성이 높은데, 둘 모두 공군 파일럿을 역임한 군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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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치들과 브리 라슨은 나이 차도 있고, 브리 라슨의 캡틴 마블은 연애 관계에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니다.

 

 

토르 : 이스터에그 투성이

 

자신의 마지막 좌절을 이겨내고 왕좌의 무게도 내려놓은 토르는 발키리에게 왕위를 넘기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합류해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러면서 토르가 치는 드립이 “아스가디언즈 오브 갤럭시”(Asgard-ians of Galaxy)이다. 물론 이건 단순한 드립이 아니라 이스터에그다.

 

작년 2018년 11월에 동명의 독립 타이틀이 발매되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이스터에그일 뿐 영화화 계획은 없다. 일단 원작 자체가 이제 막 시작했다. 게다가 멤버 중 하나인 스커지는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디스트로이어는 토르 1편에서 등장했고 퇴장했다. 디스트로이어의 조종자인 로키는 향후 드라마가 예정되어 있긴 하지만 메인 시간선에선 사망 처리된 상태다. 반면 멤버 중 하나인 발키리는 아스가르드의 왕위를 이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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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

 

그러고 보면 발키리는 부대의 명칭이다. 하지만 영화의 발키리는 계속 이름 대신 부대명으로 불리며 본명이 나오지 않았다. 아직 나오지 않은 그녀의 본명은 브룬힐데. 북유럽 신화의 브륜힐트에서 유래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퀸 발키리의 이름이 후속작에서는 나올까?

 

또한 퇸스버그에 정착한 아스가르드인들이 로켓 라쿤을 보자 ‘토끼’라고 부르는 장면은 소소한 웃음을 준다. 전작 인피니티 워에서도 토르가 로켓을 똑같이 불렀기 때문이다. 이 역시 이스터에그일 가능성이 높다. 만화에서 로켓 라쿤의 옛날 동료 중 블랙잭 오헤어(Blackjack O’Hare)라는 캐릭터는 로켓과 똑같이 개조된 동물인데, 종족이 토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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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의 회상으로 등장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 블랙잭 오헤어

 

 

스파이더맨 : 전작의 맥거핀 활용

 

스파이더맨은 홈커밍에서 토니가 선물해준 수트를 입고 그 기능을 살펴보다가 ‘즉살 모드’ (Instant Kill Mode)라는 기능을 보고 기겁했다. 인피니티 워에서 새로 받은 아이언 스파이더 수트에도 이 기능이 있었던 것 같다. 홈커밍은 물론 인피니티 워에서도 쓰지 않았지만, 엔드게임의 전투에서는 상황이 상황이라 사용한 것을 우리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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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커밍 수트 때의 즉살 모드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는 해피 호건의 대사로 살짝 언급만 되었던 아이템들도 있다. 벌쳐가 강도를 시도했고 스파이더맨이 막았던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물품 수송기에는, 적하 목록을 읊던 해피의 대사에 따르면 캡틴 아메리카의 새 방패와 토르의 마법 벨트가 실려 있었다. 토르의 마법 벨트인 메긴기요르드(Megingjörð)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근력 강화 벨트인데,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난 것 같고, 등장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캡틴 아메리카의 새 방패는 엔드게임에서 토니가 직접 전달해주었다.

 

 

호크아이 : 사소한 디테일

 

가족을 모두 잃은 호크아이는 세계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내 가족도 죽었는데 왜 너희들 같은 쓰레기가 살아있냐’라는 심정으로 범죄자 사냥에 나선다. 이때 입고 있는 옷이 원작에서 로닌(Ronin)이라는 아이덴티티의 복장이다.

 

원작 속 로닌은 총 4명이고, 그 중 2대 로닌이 호크아이, 클린트 바튼이다. 로닌은 낭인(浪人)을 일본식 발음으로 방랑무사를 의미한다. 1대 로닌이 등장한 해는 2005년으로, 첫 등장부터 중세 갑옷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디자인한 코스튬이었다. 로닌들의 공통점은 짙은 흑색 색조의 코스튬과 검 위주의 액션인데, 엔드게임의 호크아이도 활보다는 검 액션을 더 많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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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선 새로 디자인되면서 헬멧이 사라졌지만, 팔보호구 등의 요소는 살아남았다.

 

호크아이는 시빌 워 영화에서 블랙팬서(트찰라)와 대결한 적이 있다. 호크아이는 친절하게 통성명부터 시작했지만, 당시 깊이 빡쳐있던 트찰라 폐하는 쿨시크하게 “I don’t care.”로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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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블랙팬서가 엔드게임에서는 먼저 호크아이의 이름을 불러 인피니티 건틀렛을 넘겨받는다. 사실 트찰라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던 내심 따뜻한 왕이다. 이 장면은 어벤져스 시리즈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으로도 볼 수 있다. 원년 멤버로부터 블랙팬서 - 스파이더맨 - 캡틴 마블에게로 시리즈의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것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블랙 위도우, 가모라, 비전 : 아직 쓰이지 않은 복선

 

블랙 위도우는 사망했지만, 솔로 영화가 페이즈 4의 첫 영화로 예정되어 있다. 따라서 영화의 내용은 블랙 위도우의 과거사, 혹은 부활하는 이야기, 혹은 둘 다로 예상할 수 있다. 블랙 위도우의 과거에 대한 복선은 지금까지 총 세 가지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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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1편과 엔드게임에서 언급된 부다페스트. 나타샤 로마노프는 본래 소련의 레드 룸이라는 기관에서 훈련받고 스파이로 활동하다가 호크아이를 만난 후 쉴드로 전향하고,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레드 룸 이야기는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나타샤와 브루스 배너(헐크)의 대화를 통해 들을 수 있다. 그러니 그녀의 과거사를 이야기한다면 부다페스트 이야기는 반드시 나올 것이다. 이번 엔드게임에서 호크아이의 입을 빌어 한 번 더 복선을 만들었으니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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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이런 팬메이드 포스터도 등장했다.

 

또 하나는 엔드게임에서 보르미르에 도착했을 때 나온다. 보르미르에서 스톤 키퍼로 살고 있는 레드스컬은 도착한 사람들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 그는 방문자를 처음 호명할 때 ‘누구의 아들/딸 누구’로 부르는데, 블랙 위도우는 “이반의 딸 나타샤”로 불렀다. 나타샤 본인 말로는 아버지의 이름을 처음 듣는단다. 이 이름은 원작에서 2차대전 전쟁고아가 된 나타샤를 입양한 양아버지, 이반 페트로비치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에서는 친부 혹은 기억에서 지워진 양부로 설정되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지 솔로 영화에서 언급이 될 비극이다.

 

세 번째 복선은 시빌 워 영화에서 있었다. 제모에 의해 다시 윈터 솔저가 된 버키는 감금되어 있던 UN 시설에서 탈출하기 위해 아이언맨, 블랙 위도우, 샤론 카터, 블랙팬서와 연이어 전투를 벌인다. 이때 버키에게 초크 슬램을 당한 블랙 위도우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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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알아볼 줄 알았어...”

 

블랙 위도우가 스파이 훈련을 받은 곳은 소련의 레드 룸이다. 버키를 윈터 솔저로 세뇌한 집단은 소련 쪽의 하이드라다. 두 사람은 같은 국가, 같은 분야에서 활동한 적이 있기에 접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확인시켜주는 대사였다. 만화에서도 두 사람은 연인이었던 적이 있다. 따라서 솔로 영화에서 반드시 등장할 이야기다.

 

차기작의 문제는 블랙 위도우의 부활 여부다. 케빈 파이기는 몇몇 인물의 죽음은 영구적이라고 밝혔는데, 여기에 블랙 위도우가 포함될까? 블랙 위도우와 가모라의 죽음은 특별하다. 소울스톤을 얻기 위한 제물이었기 때문이다. 헐크 또한 핑거 스냅을 하면서 블랙 위도우를 부활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고 증언했다. 인피니티 워에서 가모라의 영혼은 소울스톤 내부에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기게 된다. 소울스톤이 파괴된 현재의 시간에서, 두 사람의 영혼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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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소울스톤 내부였다. 따라서 제물이 된 사람들의 영혼은 소울스톤 안에 존재한다.

소울스톤이 파괴된다면 그 영혼들은?

 

가모라의 경우엔 조금 더 복잡하다. 현재(인피니티워에서 계속된 시간)의 시간선에는 2014년의 시간선에서 온 가모라가 존재한다. 엔딩에서 2014년 가모라는 실종 상태지만, 만약 인피니티워에서 희생된 가모라를 어떻게든 부활시킨다면 2014년가모라의 포지션이 애매해진다. 이에 관한 해석이 여럿 있다.

 

캡틴 아메리카가 인피니티 스톤들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은 시점에서, 메인 시간선에서 가지쳐나간 평행세계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존재의 인과적 근거를 잃은 2014년 가모라는 사라졌다. 그래서 전투 이후 보이지 않은 것이다. 비록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과 초면인 과거 가모라지만, 현재 네뷸라와 교감을 나눈 사이인데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따라서 실종은 실제로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다른 해석은, 2014년 가모라가 후속작에서 현재 (죽은) 가모라를 대체할 것이고 소울스톤의 제물이 된 블랙 위도우와 가모라는 완전히 죽은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둘을 섞어서, 2014년 가모라는 소멸했고 현재 가모라 또한 인피니티워에서 죽었기에 앞으로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절충형 해석도 있다. 소울스톤의 제물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대체설과 영구사망설이 유력해보이긴 한다.

 

그래서 가모라와 똑같이 제물로서 죽은 블랙 위도우 또한 부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같은 죽음을 맞이했기에 하나가 부활하면 다른 하나도 부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블랙 위도우 솔로 영화는 과거사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둘이 부활할 수 있다면, 2014년 가모라의 소멸설이 유력해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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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배우 조 샐다나의 행보를 보면 소멸설과 영구사망설이 맞고 대체설이 틀린 것 같다.

향후 가모라의 등장이 없다면, 블랙 위도우 또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블랙 위도우와 가모라는 이렇게 정리한다 쳐도, 부활하지 않은 인물 하나가 더 있다. 지구 유일의 안드로이드 생명체 비전이다. 비전의 죽음은 제물이 된 둘과 완전히 다르다. 그는 타노스에게 직접 살해당했다. 그런데도 부활하지 않았다. 만약 부활했다면 토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을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전의 생사를 맥거핀으로 처리한 덕에 엔드게임 영화는 주인공인 빅3의 서사를 완결짓는 데에 집중하는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비전 또한 레귤러 캐릭터이기 때문에 반드시 후속작에서 거취가 나와야 한다. 그리고 비전의 경우엔 부활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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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핸디캡도 없는데 살아나지 못한 비전.

 

MCU는 최근 새로운 드라마 라인업을 발표했다. 팔콘과 버키가 주인공인 ‘팔콘 & 윈터 솔져’, 로키가 주인공인 ‘로키’, 그리고 스칼렛 위치 + 비전의 ‘완다비전’, 호크아이와 그 후계자가 주인공인 ‘호크아이’의 라인업이다.

 

이 드라마들 또한, 후계자가 등장하는 호크아이 드라마를 제외하고, 과거 시간을 다룰 가능성이 있다. 로키의 경우엔 인피니티 스톤을 되돌려 놓기 이전에 생성되었을, 도주한 버전의 로키를 다룰 가능성도 있다.(로키가 LGBT 캐릭터가 된다고 한다!) 특히 완다비전에 등장하는 비전의 경우엔 제작비 때문에라도 인피니티 워에 등장했던 인간 형태의 비전이 주로 나올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과거, 특히 시빌 워와 인피니티 워 사이에 있었을 두 사람의 연애사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의 자식인 위컨과 비브가 등장한다는 루머가 있다. 물론 이건 ‘가능한 미래’ 등의 방식으로 등장할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과연 비전이라는 좋은 캐릭터를 이대로 사망처리 해버릴까? 비전이 부활해야만 스칼렛 위치의 캐릭터를 전진시킬 수 있고, 향후 2세대 캐릭터를 추가할 때 위컨/비브 또한 선택지에 넣을 수 있다. 드라마에서 비전이 부활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