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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들 앞에선 투쟁도 못한다니까

 

연와데모에 구호 외치며 팔뚝 흔들기에 몸싸움에 평소 안 하던 것들 하느라 힘든 건 이해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건 하지 않아 줘서 다행이다.

 

이번엔 삭발이다. 삭발 역시 일본색이 많이 나지만 수십 년 민주 진보를 외치는 사람들도 많이 한 것이니 어쨌건 배울 수 있다고 치자. 배워서 남 주나. 삭발의 뜻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자신의 신체 일부를 소거시킬 만큼 굳건한 결의를 보여 주겠다는 것이 가장 강할 것이다. 다시 돋아나는 머리카락일망정 그를 잘라 불퇴전의 의지를 연출하는 것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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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배워도 단단히 잘못 배웠다. 흰 와이셔츠를 입고 와야 그 위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이발 가운을 흰 거 쓰면 된다. 이발 가운도 안 하고 삭발하면 아마 비장하게 구호 외치기 전에 잘린 머리카락들 때문에 온몸이 간지러워서 꽈배기가 될걸.

 

삭발 도우미는 뭘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바리깡에는 큰 기술이 필요 없다. 동료들이 해 주면 된다. 노래방이건 뭐건 '도우미'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개버릇이 낳은 단어일 가능성이 크지만, 혹시 할복할 때 뒤에서 목 쳐 주는 일본의 무시무시한 도우미 가이샤쿠처럼 삭발할 때 눈물 펑펑 흘리라고 뒤에서 압정이라도 찔러주는 역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그런 도우미라면 자청하겠다. 눈물 콧물 쏙 빼 드리겠다. 아주 등줄기에 북두칠성으로 압정 박아 줄게.

 

가장 압권은 "여성 당원 20명 참여 독려'라는 부분이다. 아아, 이 대목에서 나는 절망한다.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30퍼센트 지지를 받는다는 정당의 국회의원께옵서 삭발 투쟁을 하시는데 별안간 왜 '여성 당원 20명'이 필요하며 그를 '독려'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한복 입고 부채춤이라도 추란 말인가. 소복 입고 통곡이라도 하란 말인가. 아니면 의원님 삭발에 분을 못 이겨 자신들도 삼단같은 머리 잘라대는 삭발 특공대라도 모집한단 말인가. 아니면 그저 눈물 부대라도 동원하겠다는 것인가.

 

한국의 자칭 보수(자칭이다. 나는 보수로서 저 화상들이 보수라고 자칭하는 데 극렬히 반발한다) 타칭 수구 꼴통들이 구리고 구린 것은 바로 이런 데에서 등장한다. 대형 교회 목사들이 무슨 행사하면 반드시 한복 입은 여성 신도들을 동원하는 것이나 군대에서 뭔 일이 있으면 여군들이 장성들 사이에 끼어 앉아야 하는 일이나, 대표님이나 갑님 양 사이드에는 여직원이 배치돼야 하는 등등의 '관행'이 여기서도 발동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가 독재자 문재인에게 짓밟히고 북한이 150만 명의 남한 사람에게 자한당 해산 청원을 조직화하는 이 엄혹한 시기에 삭발 투쟁을 감행하는데 굳이 여성 당원 20명의 '응원'이 필요하다는 저 대가리 속에는 과연 단백질이 들어 있을까, 금속성이 들어 있을까, 아니면 종북 종북거리는 종북새만 허공을 날고 있을까.

 

얼마 전 자한당은 단식 투쟁을 한답시고 5시간 30분 릴레이 단식이라는 창조적 방식을 개발한 바 있다.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더니 수구 꼴통 앞에서는 투쟁도 못하겠다. 뭘 배워 처먹어도 이렇게 못 배워 처먹는단 말인가. 그래서 목숨 걸고 투쟁했던 사람들의 노고를 이딴식으로 희화시킨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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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常怒舞火傷我 이상노무화상아

범상찮은 분노 춤추며 그 불길 나를 상처준다

 

削髮哀歪與刺假 삭발애왜여자가

머리를 자르는 일은 잘못된 일을 슬퍼하며 동시에 삿된 것 꾸짖음인데

 

二十名植弼遼解 이십명식필요해

스무 명씩이나 심어놓고 뭘 돕는다니 이거 원 이해가 안가

 

救濟不能骨筒亞 구제불능골통아

구제불능 골통새끼 흉할 따름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