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0. 대공황의 미국 어딘가에서

1. 이슈, 볼륨, 코믹스

2. 빅뱅과 골든 에이지 : 2차대전

3. 냉전과 실버 에이지 : 냉전, SF, 민권 운동, 베트남전

4. 중간기 혹은 브론즈 에이지 : 오리엔탈리즘, 탄압에서의 탈출, 안티 히어로

5. 모던 에이지 혹은 현재 : 영상화, 시빌 워, 9.11테러, 애국법, 소수자

6. 누구보다 빠른

 

 

 

 

2. 빅뱅과 골든 에이지 (5)

 

DC 3 마지막 멤버, 원더우먼

 

미래의 마블 코믹스가  타임리 코믹스가 자사의 간판 캐릭터들인 3 내놓는 동안, 미래의 DC 코믹스가   연결된 회사 또한 같은 수순을 밟고 있었다. 수퍼맨과 배트맨은 시장을 만들었고 폭발시켰지만,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혹은 이들을 받쳐줄 캐릭터들은 계속 필요했다. 그러던  어떤 중년의 학자가 젊은이들 투성이인  아메리칸 코믹스 사무실에 얼굴을 비추었다. DC에게  번째 대표 캐릭터를 안겨줄 사람이   학자의 이름은 윌리엄 몰턴 마스턴 William Moulton Marston 이었다.

 

 사람의 인생은 매우 흥미롭다.

 

수퍼히어로통사_2_4_마스턴.jpg

 , 좋은 집안, 똑똑함, 잘생김, 그리고 특별한 취향의 남자 마스턴.

 

어머니 쪽이 매우 유서 깊은 집안이었던 윌리엄 몰턴 마스턴은 어려서부터 약간의 마더컴플렉스 기질을 보였다. 여성성에 대한 환상이나 숭배 감정이 다소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11년에 하버드에 입학했는데, 그의 성향에 걸맞게도 1910년대 미국의 메인 이슈는 여성참정권이었다.

 

1차대전 직전인  시대에는 영국의 에멀린 팽크허스트 Emmeline Pankhurst  인도의 소피아 둘립  Sophia Duleep Singh  같은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여성운동이 적극적으로 변화하던 시기였다. 의회 난입용 위장전술로 몸을 쇠사슬로 건물에 묶는다던가, 우체통을 폭파한다던가, 방화를 한다던가. 역사에 서프러제트 Suffragette 혹은 여성참정권 운동이라는 명칭으로 남은 페미니즘 운동 조류다. 서프러제트는 노동자 계급과 유색인종을 배제한 상류층 백인 여성들만의 페미니즘 운동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여성 문제를 사회 전면에 부각시키는  성공했다. 여성운동가들이 투쟁을 사회 전면으로 끌고 나오자 남성 지식인 사회에서도 지지자들이 생겨났다.

 

수퍼히어로통사_2_4_서프러제트.jpg

런던에서 행진 중인 팽크허스트와 서프러제트 운동가들. 1915 6 7.

 

하버드대 남성연맹은 대표적인 여성참정권 지지단체였다. 이들이 기획한 연속 강연 이벤트의 강연자   명이 에멀린 팽크허스트였다. 하버드대 당국이 교내 강연을 불허해버려 근처 맥주집에서 열린 팽크허스트의 강연에는 심훈의 상록수에 나오는 마지막 장면 같은 광경이 벌어졌다.  강연에 참석한 사람 중에 하버드대 심리학과 신입생인 마스턴이 있었다. 그가 맥주집 안에 들어가서 강연을 들었는지, 바깥의 담장에 매달려 강연을 들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마스턴에겐 12 때부터 사귄 엘리자베스 할러웨이 Elizabeth Holloway 라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마스턴과 동갑인 할러웨이가 진학한 대학은 미국 최초의 여대인 마운트홀리오크였고 전공은 남자친구와 같은 심리학이었다. 그녀는 할러웨이 가문에서 4 째에 나온 귀한 딸이었다. 어릴 때부터 남동생을 부하처럼 거느리고 다녔고, 옆집 아일랜드계 형제들에게 남동생이 맞고 들어오면 반드시 그들을 박살내는 것으로 복수를 해주곤 했다. 할러웨이는 그리스 문화의 팬이었고 특히나 시인 사포의 광팬이었다.

 

당시 여성운동의 조류에는 여성중심 정서가 묻어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초기 여성주의 문학에서 자주 다뤘던 소재인 아마존 파라다이스이다. 고대 그리스를 좋아했던 할러웨이 또한 이런 설정을 즐겼다. 1910년대 중반부터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성평등 가치에 집중하는 조류가 여성운동의 중심으로 떠올랐는데 마스턴은 앞선 쪽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마스턴 자신은 원더우먼을 “세상을 지배해 마땅한 여성상으로서의 심리학적 프로파간다였다고 해설했다.

 

마스턴과 할러웨이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했고 각자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런데 1917 미국이 1차대전에 참전했다. 마스턴은 입대하여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거짓말탐지기와  활용 방안을 군에서 시험해볼 기회로 이용했다. 그리고 군에서 어떤 여성을 만나게 된다.

 

마저리라고도 하는 마가릿 윌크스 헌틀리 Margaret Wilkes Huntley  열성적인 여성참정권 지지자였다. 여자가 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하면 징역 혹은 벌금형에 처해지는 주가 대다수였던 시대에 헌틀리는 여성들이 투표소를 향해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사람이었다. 헌틀리는 병사들의 셸쇼크 치료를 위해  군부대로 파견을 나왔고, 거기서 유부남 마스턴을 만나 연인이 된다. 헌틀리의 성향 중에는 본디지를 비롯한 SM 취미가 있었다. 헌틀리는 이를 “사랑의 구속이라 불렀다. 후일 그녀는 할러웨이에 의해 “원더우먼의 제작에 관해 가장  아는 사람으로 꼽히게 된다. 마스턴이 전역할 때까지의 6개월 동안 둘은 집중적인 데이트를 즐겼고 할러웨이와 헌틀리도 안면을 텄다. 헌틀리의 표현에 의하면 이때부터 ‘3인조 되었다고 한다.

 

1918년에 1차대전이 종전했고 전역한 마스턴은 철학 박사 과정을 2년만에 졸업하여 학위를   보유한다. 그리고 완성시킨 거짓말탐지기와  활용법을 가지고 학계에서 주름  잡아보려 시도했다. 그가 만든 버전은 혈압 변화를 측정하는 것으로, 크게 문제는 없었지만 데이터를 누가 측정/해석하느냐에 따라 정확도 편차가 컸다. 그리고 마스턴의 법학과 제자들이 변호사가 되어 맡은 살인 사건 재판에서 거짓말탐지기의 증거 능력을 인정받으려고 했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학계의 지지를 받아내지도 못했고, 의뢰인은 종신형을 선고 받았으며, 자기 사업 때문에 사기죄로 고소까지 당해버렸다. 야심찬  도전은 화려한 실패였다. 그리고 다시는  실패를 만회하지 못했다.

 

계속 자신의 거짓말탐지기를 띄울 기회를 엿보며 강단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던 마스턴은 1925년에  번째 여자를 만나게 된다. 자기 수업에 학생으로 들어온 올리브  Olive Byrne 이라는 여성으로, 올리브는 마스턴의 수업 3개에서 모두 A 받고는 마스턴의 연구조교가 된다. SM 취향을 먼저 내보인 쪽이 마스턴인지 올리브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사람은 이후 대학 동아리의 SM스러운 입단 절차 등을 관찰  체험하면서 즐거운 연애를 했다.

 

이듬  올리브가 졸업하고, 할러웨이도 졸업식에 참석해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셋의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 올리브 번의 남편 역은 가상 인물로 대체했다. 마스턴이 윌리엄 리처드라는 이름을 만들어 남편 이름으로 서류에 올렸고, 리처드는 금방 죽은 것으로 설정했다. 그렇게 외부인들에게는 일찍 남편을 잃은 올리브가 마스턴 집안에 얹혀서 함께 사는 것으로 보이게 했다. 가끔 집에 놀러와 며칠 자고 가는 헌틀리와의 관계가 끝난 상태는 아니었다.  명의 남자와 2+1명의 여자가 구성한 그룹결혼, 폴리아모리 가족이었다. 혹은  명의 여자들이 남자  명을 공유하는 가족이기도 하다.

 

수퍼히어로통사_2_4_마스턴패밀리.jpg

자녀 넷이 장성한 후에 찍은 마스턴 패밀리의 가족사진.

가장 좌측이 할러웨이, 가장 우측이 올리브, 마스턴과 할러웨이 사이가 헌틀리다.

 여성은 자신들끼리도 사이가 매우 각별했다.

 

마스턴은 원더우먼으로 뜨기 전까지 학자로서 꾸준히 망해간다. 거짓말탐지기를 띄워보려는 노력은 계속 실패로 돌아가다 못해 라이벌까지 등장한다. 현재의 거짓말탐지기에 마스턴이 끼친 영향은 전무하다. 할러웨이는 남편과 반대로 좋은 커리어를 쌓아 나갔다. 3 결혼을 시작한 다음 해인 1927, 할러웨이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14 개정에 집필인과 편집인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면 육아 때문에 커리어는 끊길 것이고 가족의 주수입원은 사라질 것이다.

 

 부분을 올리브가 메워주었다. 올리브가 육아를 책임지고 할러웨이가 주수입을 벌어오고 마스턴은 하렘을 성취했다. 물론 가끔 놀러 혹은 빌붙으러 방문하는 헌틀리까지 합하면 성인만 4명에 아이들까지 합치면 8명인 가족이었다. 이를 부양하려면 할러웨이의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무리일 테니 마스턴도 부수입을 벌어야 했다.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올리브  역시 잡지 필진으로 데뷔해 수입을 벌어왔다. 올리브의 오빠  번도 펄프 픽션과 만화를 출판하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었다. 성능이 의심되는 거짓말탐지기와 SM 심리적 요소를 연구하는 마스턴의 학자 커리어는 해가 갈수록 하강했고, 그런 그가 안쓰러웠는지 올리브와 잭은 각자가 일하는 잡지에 마스턴의 글이나 인터뷰를 실어주는  도움을 주려 애썼다. 그런 인터뷰  하나가 당대의 신매체로 떠오른 출판 만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올리브는 자신이 기고하는 잡지에서 ‘모르는 사람인 마스턴을 인터뷰했고 여기서 마스턴은 만화에 우호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런데  기사가  아메리칸의 사장 맥스 게인즈의 눈에 띄었다.

 

게인즈는 학교 교사였던 적이 있었고, 만화와 수퍼히어로 장르가 받고 있는 ‘아동들에게 해가 되는 비교육적 매체라는 비판에 전혀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마스턴은 방어 논리를 만들어줄 학자로 적절했다. 마침 마스턴은 영화계에서 비슷한 종류의 자문 역할을  경험이 있었다. 마스턴 자신 또한  번의 어깨 너머로 보았던 만화 업계에 진출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자문 학자가 아닌 작가로서 데뷔했다. 마스턴의 파트너가  그림작가는 페미니즘 운동에서 만평을 그렸던 해리 피터 Harry G. Peter 였다. 페미니즘 전사의 이상향으로 기획된 이들의 캐릭터가 원더우먼이다.

 

속세에서는 다이애나 프린스라는 가명을 쓰고 있는 다이애나, 통칭 원더우먼은 그리스 신들의 축복을 받은 아마존들의 섬에서  전사다. 최소한 반신(半神)이기 때문에 신성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비행능력을 제외하고, 그리스 신들이 관장하는 주요 분야에 대한 모든 초능력이 있다. 여기에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장비까지 착용해 무적의 능력을 자랑하는데, 티아라 - 방패 -  - 팔찌가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원더우먼의 상징이  장비는 채찍인 ‘진실의 올가미, 여기에 묶인 존재는 진실만을 말하며 따라서 거짓된 상태인 환각이나 세뇌 등도 일시 무효화된다. 코스튬은 고대 그리스 전사의 복장을 노출 많은 복장으로 고쳤고,  배색은 성조기에서 따왔다.

 

원더우먼이 데뷔한 이슈는  아메리칸에서 발행하는  아메리칸 코믹스 #8이다. 1941 12월호였으니 발행날짜는 진주만 공습과 같은 달이며, 실제 판매는 10월부터 진행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메리칸 코믹스에 있는 다른 선배 수퍼히어로들을 제치고 수퍼맨과 배트맨에 육박하는 인기를 얻어냈다. 타임리와 마찬가지로 DC에게도 3 생긴 것이다. 수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의 3 현재 트리니티 Trinity 라는 이름으로 특별히 호명되고 있다.  셋은 현재 DC 코믹스의 근간을 쌓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수퍼히어로통사_2_4_트리니티.jpg

DC 트리니티는 마블의 3 달리 캐릭터 각자가 인류 문화사에서 고유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독보적 위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원더우먼의 초기 설정에는 ‘남자에게 묶이면 힘을 상실하는약점이 있었다. 마스턴의 성적 취향을 감안하면 단순히 서사적 긴장감을 만들기 위한 장치이기만  리가 없다.

 

원더우먼의 테마   축이 ‘여성의 이었다면 다른  축은 ‘여성의 결박이었다. 작중에서 묶이는 여자는 원더우먼만이 아니었고, 캐릭터들은  이슈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묶였다. 마스턴의 스토리 원고에는 원더우먼을 비롯한 여성 캐릭터들이 묶이는 방법을 쓸데없으리만치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묶이는 방법뿐 아니라 얻어맞는 장면에 대한 설명도 매우 자세하다. 물론 페미니즘 운동에서 그린 만평이나 써낸 글에서 결박과 구속구가 여성을 억압하는 기제의 상징물로 자주 쓰이긴 했다. 특히 여성이  구속을 끊어내는 장면은 여성해방을 담을  있는 강렬한 컷이다. 하지만 원더우먼과 마스턴 일가의 역사를 추적해온 역사학 교수  르포어 Jill Lepore  이렇게 해석했다.

 

이건 페미니즘이라기보다는 페티시다."

 

수퍼히어로통사_2_4_원더우먼은묶여야제맛.jpg

 페티시의 결과물  하나다.

원더우먼은 묶거나 묶이기  좋은 캐릭터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페미니즘과 SM 미학 양쪽을  이해한 작가들만이 좋은 퀄리티를 낸다.

 

이제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기원을   있다. 고대 그리스의 요소는 첫 번째 아내인 할러웨이의 영향이다. ‘진실의 올가미 매회 묶이는 원더우먼의 고난에서 읽을  있는 페티시는 마스턴 – 헌틀리 - 올리브가 즐기던 성적 취향에서 왔다. 특히 본디지를 좋아했던 헌틀리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올리브의 경우엔 자주 했던 팔찌가 원더우먼의 것과 똑같다. 이상은 할러웨이가 노년에 모두 긍정한 내용이다.

 

마스턴 패밀리의 가족사가 발굴되기 이전에는 '원더우먼은 사랑의 수퍼히어로로 기획되었고 그것을 조언한 사람은 마스턴의 아내'라는 식으로 알려져 있었다.  서술은 모두 참이다. 다만 마스턴과  주변의 여성들이 생각한 사랑에 SM 본디지가 포함되어 있었을 뿐이다.

 

 사람 모두가 공유하는 공통점은 성적 취향 외에도 페미니즘이 있었다. ‘드센 여자 분류되었던 할러웨이는 당연하거니와 투표소로의 행진 이벤트를 기획한  있는 헌틀리 또한 말할 나위가 없다. 올리브 번의 가족사는 20세기 초반 가장 파괴력이 강했던 여성운동 이슈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의 산아제한운동 혹은 피임법 운동이다.

 

 

올리브 , 산아제한운동의 성골

 

올리브 번의 어머니는 에설  Ethel Byrne 으로, 11남매  막내였다. 에설의 여섯째 언니는 후일 미국 여성운동의 역사에  간호사 출신의 마가릿 생어 Magaret Sanger . 자매의 어머니는  18 임신을 했고 49세에 결핵으로 사망했다. 20세기 초는 피임법이나 가족계획 따위는 교육되지 않던 시대였다. 비록 출처가 불분명하지만 17남매의 장남이었다고 하는 마틴 굿맨의 가족 이야기도 가능성이 충분한 이유다.

 

자매는 여성운동, 특히 산아제한 운동에 투신했다. 에설은 주정뱅이 남편에게서 도망친 후에 언니 생어와 함께 뉴욕 주에서 피임법 교육 활동을 벌였다. 당시 피임법 교육과 피임은 모든 주에서 범죄였다. 신이 정하신 출생의 섭리를 어기는 데다가 교육 내용이 음란하다는 것이 법의 이유였다. 때문에 자매의 어머니처럼 잦은 임신과 출산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죽거나 극도의 경제적 빈곤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부지기수였다. 자매는 체포되었고, 에설이 먼저 유죄 판결을 받고 구속되었다.

 

에설은 팽크허스트의 적극적 투쟁법을 본받아 수감 중에 단식 투쟁을 시작했고, 이는 단숨에 언론을 탔다. 당시 굵직한 여성운동가 앨리스  Alice Paul  팽크허스트의 예를 본받아 강력한 시위를 하기로 하고 1917 1, 전미여성당원 1 명을 모아 백악관 앞에서 철야 농성을 벌였다. 팻말에는 “대통령님, 여성들은 언제까지 자유를 기다려야 합니까?”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센세이션의 측면에서(최소한 뉴욕 주에서는) 에설 번이 앨리스 폴과 1 대군을 압도했다. 물론 어린 잭과 올리브 남매는  모든 투쟁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았다. 너무 어렸기에 올리브의 경우엔 흐릿한 기억이었다고 하지만.

 

수퍼히어로통사_2_4_생어에설.jpg

좌측이 생어, 우측이 에설. 재판에 출석한 당시의 모습이다.

 

수퍼히어로통사_2_4_앨리스폴피케팅.jpg

앨리스 폴이 기획한 피케팅 시위의 일부 장면.

생어와 폴은 20세기  미국 서프러제트의 대표적 이름이다.

 

앨리스와 에설 양쪽에 대한 여론의 분위기는 대체로 동정적이었고 어린 남매가 어머니를 찾고 있는 에설의 경우는 더했다. 생어는  분위기를 이용하기로 마음먹고는 뉴욕 주지사와 에설의 사면을 놓고 거래를 했다. 에설이 앞으로 ‘위법행위 하지 않으면 사면을 해주겠다는 조건을 생어가 승낙했다. 그리고 자신의 재판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30일을 살았다. 풀려나온 에설은 언니를 용서하지 않았으며 사면 조건을 대충 지키면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어가 소득 없이 물러난 것은 아니었다. 재판 중에 생어는 ‘피임약을 배포할 권리가 의사에게 있다 뉴욕 주의 유권 해석을 끌어냈고, 이를 이용해 의사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동맹체를 1921년에 결성해냈다. 미국산아제한연맹의 탄생이다.

 

그런데 여기엔 우생학에 근거해 ‘열등한 유전자라면 피임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고,  그룹 때문에 생어는 연맹 회장직에서 내쫓겼다. 이후 생어는 저술 활동을 하면서 H.G. 웰즈와 평생  연인 관계를 맺는 한편, 석유 재벌과 결혼해 운동자금도 마련했다. 생어는 남편의 돈으로 조카 올리브와 잭의 학비를 대는 한편, 경구피임약 개발 연구에도 투자했.

 

연방대법원이 의사에 의한 피임법의 전파  교육을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은 1936년이다. 하지만 피임기구의 자유로운 사용 자체는 1965, 연방대법원이 코네티컷 주의 피임기구 금지법이 위헌임을 판결하면서 실현되었다.  타임라인의 초기에는 마가릿 생어의 이름이 지워지지 않는 굵은 글씨로 자리잡고 있다. 1998 타임지는 ‘20세기에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인물 100  사람에 마가릿 생어를 넣었다. 생어의 저작인 “여성과 신인종, 올리브의 언급에 따르자면 원더우먼 캐릭터의 모티브가 되었다. 다만 자신의 커리어에서 동생 에설 번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지우려했던 이력과 산아제한협회  우생학 그룹의 주장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했던 인종차별 혐의는 생어의 명백한 흠이다.

 

마가릿 생어의 조카인 올리브 번과  번이 마스턴의 두 번째 아내이고 처형이었다. 그러니 원더우먼은 단순히 페미니즘 사조를 유행으로서 받아들인 정도가 아니다. SM 본디지 성애가 원더우먼의 외적표피에 영향을 주었다면, 마가릿 생어를 비롯한 20세기  미국 페미니즘은 재조직되어 원더우먼의 설정에 들어갔다. 따라서 마스턴의 진짜 성과는 당대의 사조를  캐릭터 안에 편집하여 녹여낸 점에 있다. 그의 독특한 가족사에 가려져 쉽게 알아채기는 힘들지만 말이다.

 

그리고 성조기를 따라 별이 그려진 하의를 입은 원더우먼 역시 캡틴 아메리카와 함께 전쟁 프로파간다에 동원되었다. 마스턴은 남성우월주의자에다가 권위적이었으며 독일 스파이라는 마타도어도 겪은  있던 자신의 대학 시절 스승을 토대로 빌런인 닥터 사이코를 만들었다. 닥터 사이코는 가끔 추축국 지도자들의 가면을 쓰기도 했다. 2017년의 영화 “원더우먼 등장하는 빌런 중에서 서브 빌런의 위치에 있는 닥터 포이즌도 마스턴이 만든 것으로, 당시 설정으로는 일본 텐노인 히로히토의 여동생이었다.

 

원더우먼의 인기는 전쟁 스토리를 타면서 크게 상승했고, 1944년에는 신문의 코믹 스트립으로도 연재되었다. 신문 코믹 스트립에서 독립한 출판 만화의 태생상, 다시 신문지면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금의환향을 의미하는 동시에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DC  회사에서 1940년대에 이를 이룩한 캐릭터는 수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뿐이다. 반면 경쟁자인 타임리에는 신문으로의 금의환향에 성공한 캐릭터가 아직 없었다.

 

1940년대의 수퍼히어로 시장은 빅뱅을 터뜨렸고, 후일 문화사에 기록될 캐릭터들을 만들었으며,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당대 사회의 담론을 흡수하고 때로는 선도했다. 2차대전은  시장이 장기 성장할  있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1940년대 시장의 진짜 승자는 수퍼맨도 네이머도 캡틴 아메리카도 원더우먼도 아니었다.

 

 

 

참고문헌)

 

백란이, “그래픽노블”, 2018, 커뮤니케이션북스

성완경, “세계만화탐사”, 2001, 생각의나무

이성주,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 4: 미국 vs 일본 태평양에서 맞붙다”, 생각비행, 2017

 르포어, “원더우먼 허스토리”, 윌북, 2017

Bradford W. Wright, “Comic Book Nation: The transformation of Youth Culture in America”,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2001

Brian Cronin, “Was Superman a Spy: And Other Comic Book Legends Revealed.”, Plume, 2009

Joe Simon, Jim Simon, “The Comic Book Makers”, Vanguard, 2003

Les Daniels, “Wonder Woman: The Complete History”, Chronicle Books, 2004

Peter Sanderson, Laura Gilbert, ed., “Marvel Chronicle A Year by Year History”, Dorling Kindersley,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