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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된 사실

 

① 트럼프 정부의 조치로 인해 미국 원천기술이 담긴 분야들에서 화웨이와의 공조가 없어지게 되었다. 가장 큰 타격은 물론 구글의 지원 종료다. 안드로이드 OS 자체는 오픈소스이므로 계속 이를 활용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할 수 있다. 그러나 구글과 연관된 모든 서비스들, 이를테면 유튜브, 지메일, , 플레이스토어, 어시스턴트 등의 지원이 끊기게 된다. 이 조치가 현실화되면 화웨이의 스마트폰 수출은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된다. 5 22, 화웨이에 대한 구글 제재가 90일 보류되었다. 기존 화웨이 단말기 사용자는 8월 말까지 업데이트할 수 있으나 그 이후엔 불가능하다.

 

② 이보다 훨씬 전부터 미국은 화웨이의 5G 장비에 백도어가 심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자국의 통신설비에 화웨이 장비를 보이콧함은 물론, 기타 동맹국에도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압박했다. 우리의 경우에도 몇몇 기업이 도입하려했으나 현재는 LG유플러스만이 화웨이 장비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5 23일엔 미국 국무부 관계자가 한국 내 민감한 지역에서 서비스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말을 하여 LG유플러스를 대놓고 지적했다.

 

③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은 미국의 압박에 대해 플랜B’도 마련해놓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5 23 BBC 보도에 따르면 영국 ARM은 화웨이와 기술거래를 중단할 방침이다. ARM은 반도체 설계도를 제작하는 회사로 전세계 스마트폰의 CPU 설계를 도맡고 있다. 따라서 이대로 흘러가면 화웨이의 자체개발 프로세서인 기린시리즈가 중단된다. 스마트폰의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기업은 퀄컴, 삼성, 애플 정도밖에 없으므로 화웨이는 향후 스마트폰 생산이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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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1. 경제적 측면

 

미중 무역갈등의 시작은 트럼프의 취임이다. 트럼프는 미국에 확실히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손보아 왔고, 상당수 제조업 공장을 미국 내에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는 가시적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 과정에 중국은 동참하지 않았다. 또한 무형의 성과, 즉 기술이전이나 지적재산권 측면의 로열티 지급에 중국은 무관심했다. 기술을 모방한 IT 상품은 수출하기 어려우니 내수용으로 팔았고 그렇게 덩치를 키운 중국 기업들이 많다(이 부분은 일본과 한국 기업의 기술모방 발전사와 다르다. 내수 시장이 큰 중국은 단순한 카피/짭퉁제품만 만들어 쉽게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역으로 기술을 빼내거나, 미국 대학에서 연구하고 중국에 취업하는 사례가 계속 쌓여왔다.

 

즉 중국은 무역이익을 취하면서도 미국에 상호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았다고 본다. 미중 무역갈등에서 미국이 보호무역의 행태를 보이고 있으나, ‘아메리카 퍼스트를 비판하던 경제학자들이 이 사건에서 머뭇거리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호혜성에 기반한 시장경제를 먼저 왜곡시킨 것은 중국 정부란 시각.

 

 

2. 정치적 측면

 

팍스 아메리카나의 유지, 이것으로 설명 가능하다. 2차 대전 이후부터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에 근거해, 또 달러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 영향력을 기반으로 전세계적 우위를 점해왔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이 하나 잃어버린 영향력은 기술이다. 경공업, 중공업, 하이테크 산업 모두에서 미국은 최고의 지위를 허락하거나 양도했다. 어떤 분야에선 독일이, 또한 일본이 그랬고, 21세기 들어 한국도 몇 자리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나라들은 모두 미국의 군사적, 또는 경제적 우산 안에 있는 나라들이었다. 독일이 통합되면서 다소 영향력이 수그러들었지만, 독일은 제조업에 한정된다. IT 기술력과 생산력을 동시 보유한 나라는 현재로선 일본과 한국인데, 모두 확실하게 미국의 영향권에 속해 있다. 어느 나라든 까불면 직접 뭉갤 수 있고, 한쪽만 편들어 빠른 시간 내에 다른 한편을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니까 현재는 미국 기술을 더 많이 쓰고 공장을 더 지어주는, 시장경제의 룰 속에서 타협한 상태라고 본다.

 

중국은 당초 제조업 생산기지 정도로 여겨졌지만, 불과 20년 만에 하이테크 기술 보유와 생산력을 겸비하게 되었다. 특히나 5G 기술과 인공지능이 결합하게 되면 기술 기반의 정보력이란 무기가 생기고 이것이 단순 군사력보다 더 큰 파워를 행사할지도 모른다. 통제와 감시를 위한 데이터활용 노하우에 있어, 미국의 기술력이 앞선다 해도 중국보다 더 제대로 활용할는지는 의문이다. 중국은 이미 자국 사회 전반에 그러한 감시를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세계적 패권을 누리려는 미국에게 있어, 이대로 가면 중국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경쟁상대가 된다. 중국은 미국산 구글 소프트웨어를 쓰지 못하게 하면서, 정작 미국엔 5G 장비를 팔아먹으려 했고, 나아가 전세계를 상대로 장비와 단말기를 제공하려는 중이었다. 화웨이의 5G 장비에 대해 훨씬 일찍부터 스파이 뉴스가 돌고 보이콧 압박이 시작됐던 것을 보면, 미국은 중국이 5G 장비를 통해 정보력을 갖추는 일을 가장 우려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터진 단말기 규제는 이에 비하면 경제적 압박의 성격이 더 크고, 미국 입장에선 5G 장비보단 덜 중요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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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응은?

 

1. 경제적 측면

 

우리는 화웨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지원해주는 사실상의 국영기업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 너무 많다. 가장 큰 지점은 화웨이의 기술력이다. 그렇게 단시간에 기술력을 올릴 수 있다면 세계 어느 기업이 정보통신시장을 탐내지 않겠는가? 일개 기업이 그만한 투자를 하기가 불가능하고, 또 그 생산품이 시장에서 환영받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중국이 국가 단위의 예산과 정보력으로 기술 연구를 훔치고 돕고, 내수 시장에서 밀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정 기업 단말기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유원지 관람료를 깎아주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정부와의 관계가 전제되지 않고선 이해될 수 없는 사건이다.

 

아이폰쓰면 월급 깎기도중국의 화웨이 구하기

 

중국 당국이 처음부터 화웨이만 밀어주었다기보다는, ZTE, OPPO, VIVO 등의 제조사들과 경쟁하면서 가장 비전있는 기업으로 낙점되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다고 본다. 이렇게 시장 경쟁을 거치다가 당국에 의해 선도기업’ ‘우량기업등으로 낙점되어 급속도로 발전하는 방식이 중국식 시장경제의 발전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화웨이 말고도 다른 기업 역시 비슷한 역량이 있으며, 여전히 화웨이는 내수 시장에서 위력이 크다. 그러니 화웨이가 당장 망하든 아니든, 경제적으로는 감당할 수준일 것이다.

 

그러나 장기화되었을 때가 문제다. 화웨이 이외의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 역시, 원천기술과 로열티 제공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수 시장을 믿고 자체 OS의 사용으로 위기를 넘기려는 발상은 근시안적이다. 글로벌 시장경제에 한번 편입되었던 기업과 국가가 자급자족으로 회귀할 수는 없다. 제아무리 내수 시장이 크다 한들 갈라파고스화 되었다간 결국 경제 침체를 초래한다는 사례가 바로 일본에 있다. 그리고 미중 무역갈등은 이제 첫 단추를 꿴 정도에 불과하다. 애플이 폭스콘 합작을 중지한다면? 중국산 제조품에 관세를 부가하고 상대적으로 다른 중소국가 제조품에 관세를 우혜한다면? 이미 불거진 중국 부동산 거품현상에, 주가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가 빠르게 줄어들어 그 속도가 빨라진다면?

 

화웨이 사건은 장기적 타격의 신호탄이다. 지금은 비록 중국이 세게 나가는 노선을 취하고 있지만, 이것이 지속되어 경제가 침체되면 내부 불만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사실 이 면이 중국 당국에서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다.

 

 

2. 정치적 측면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며, 정부가 아니라 중앙당이 모든 노선을 결정하는 나라다. 이 특성을 기반으로 지역과 민족, 정치 경제적 모순을 억누르고 있다. 내부 갈등을 무마하기 위해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 수법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정권이 써먹어왔다.

 

중국에선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자 이념적 수단을 썼다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란 실패를 경험했다. 경제적 만족, 먹고 살만하다는 소강(小康)’의 목표가 대신 제시되었고 이는 꽤 성공을 거두었다. 수출로 경제 성장의 수확을 얻고 있으려니, 다시 예전의 고질병이 도진다. 중국 사회의 발전은 공산당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그토록 반대하던 시장경제의 도입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공산당 독재에 항거해 천안문사태 같은 정치적 발화점이 있었다면, 21세기엔 공산당 무용론이 등장했다. 가령 모든 수출입 서류에는 공산당의 허가증이 반드시 필요한데, 무역 당사자 입장에선 아무런 가치도 없으면서 최대한의 비효율을 야기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경제가 중요한 시대에 당이 왜 필요한가, 라는 물음에 대해 중앙당은 어떤 해답을 내놓아야 했고, ‘중국굴기(中國堀起)’란 표어는 그렇게 등장하게 되었다.

 

중국굴기는 중국의 잠재력을 펼쳐보인다는 웅대한 취지를 갖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방면에서 중국의 전통적 시스템을 재평가하고 현재의 발전상을 찬양하며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개념이다. 이렇게 되면 경제적 발전은 중국의 한 요소로서, 목표의 물리적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지역적, 민족적, 정치적 불만은 중국굴기를 위해 잠시참아야 할 요소로 취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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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굴기가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일대일로로 현실화되면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갈등이 생기고, 파키스탄의 국가부채가 심해지고, 아프리카 나라들의 경제적 자립도에 문제가 생겼지만, 이건 미국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것이 미국의 패권과 충돌하는 지점은 앞서 언급한 5G 분야다. 미국의 정보력 우위를 뒤엎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훨씬 정치적으로 미중 무역갈등에 접근한다. 화웨이 백도어 혐의에 대해 중국인들이 보이는 반감에선 그건 미국도 이미 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나는 그 말이 틀리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은 구글과 애플, 안드로이드와 ios, 인텔과 퀄컴을 보유한 나라이며, 이들 기업과 정부 사이에 무슨 밀약이 있었더라도 새삼스럽진 않다.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미국은 전세계 모든 PC와 스마트폰에 접근할 수단을 마련했다고 본다.

 

중국굴기는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대항의 속성을 갖는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화웨이 사건을 중국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라고 생각할 것이고, 실제로 중국 기사들의 댓글은 대개 국가주의적인 해석으로 흐르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규제에 동참하는 건 스스로가 미국의 속국임을 증명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화웨이는 최전방에 있어 총알받이가 될 운명이므로 화웨이를 애용하자는 선언이 넘쳐흐르게 된다. 지금 중국 기사와 댓글에서는 선전포고에 맞서 머리끈을 동여매는 애국투사들이 범람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중국굴기를 통해 희망했던 중앙당의 목표, 즉 내부 불만의 수습과 외부로 시선 돌리기란 의도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중국의 강경 노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으론 빠른 수습을 하는 것이 옳은 결론이지만, 정치적으론 이 분위기를 지속하는 편이 낫다는 모순. 중국이 어떤 해결책을 선택할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당장에라도 타협과 수습에 나서는 걸 당연시하겠지만,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걸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

 

 

우리는 어쩔?

 

화웨이에만 초점을 맞추면, 삼성이 최대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5G 장비, 스마트폰 분야에서 화웨이는 삼성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좀 더 범위를 넓혀도, 미국의 규제로 인해 반사이익이 생길 나라는 한국이다. 중국이 OEM 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굴기를 외치며 고부가가치 산업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배터리 자동차 IT 스마트폰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어느 것 하나 한국과 부딪치지 않는 분야가 없다.

 

그러므로 중국의 정치적 대응이 강경한 상태에서 그 총부리가 한국을 향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사드 문제와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기로 결정하면, 그 영향은 영국 ARM의 기술 거래 중단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지만, 중국 언론에서 여론을 부추기기엔 너무나 좋은 소재일 것이다. 삼성의 스마트폰 영업 이익이 증가한다거나, 갤럭시 폴더가 호평을 받는다고 해도 그럴 것이다.

 

북한이 소위 발사체를 쏜 일이나 민간교류 실무접촉을 취소하는 등의 사건도, 미중 갈등과 연관있을 수 있다. 북한이 무슨 생각을 하든, 미국 좀 도발하라는 중국의 조그마한 언질도 무시할 수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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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마찬가지다. 미국 중국 사이의 갈등이면 어떤 나라라도 그 사이에선 약소국 신세다. 현재 우리 여론은 중국에 비판적인 상태지만, 목소리를 높일 이유도 없다. 이 갈등은 미국 우선주의에서 비롯되었고, 그것이 미국의 패권주의와 결합해 문제가 더 커진 것이다. 그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현실상 얹혀 살고 있을 뿐이다. 근본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니, 중국의 잘못을 부각시켜 반감이나 불이익을 초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미중 무역갈등이 화웨이 이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맞닥뜨릴 불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중국 내부의 국수적 분위기는 더 지속될 것이다. 그러니 대처방안을 강구하자며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조용히 얻을 거 얻고 뭉개며 있는 것이 우리에겐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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