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설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9월 위기설을 다루면서 언급했었는데, 이제 실행이 되려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두 가지 방식으로 다루려 하는데, 오늘은 그 중 첫 번째로 기준금리 인상에 관한 이슈를 자문자답 형식으로 정리해보았다.
1. 미국 기준금리가 뭐냐?
미국 기준금리란, Federal Funds Rate를 지칭한다. 미국 중앙은행에서 금융기관들과 구좌를 터놓고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는데, 이때 적용되는 금리가 바로 기준금리다.
이렇게 돈이 오가는 이유는 은행들은 연준이 정한 ‘지급준비율’에 해당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돈을 버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유치한 예금에 이자를 얹어서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고객 돈을 가지고 무리하게 굴리다가 까먹기도 해서, 부실해진다는 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은 ‘지급준비율’이란 걸 정해서, 최소한의 예금은 현금으로 준비해둘 것을 지시한다. 이 수치가 보통 10%인데, 예금을 100만 원을 유치할 경우, 최대 90만 원까지 대출을 해주는 게 가능하다는 거다.
그런데 은행 예금이란 게 갑자기 늘어나고, 고객이 인출하면 줄기도 하기 때문에 지급준비율을 초과하거나 미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럴 때 여유 있는 은행이 이자를 받고 부족한 은행에게 현금을 빌려줘야 하는데, 이때 적용되는 금리가 기준금리다. 이 거래는 수백 대의 현금 차량이 은행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연준에 마련한 구좌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장부상에서만 이루어지는 거래다. 참고로, 연준이 정하는 건 어디까지나 명목적인 이율이고, 실제 은행 간에 적용되는 금리는 이율이라는 가이드라인 안에서 움직이는 정도다.
2. 기준금리가 왜 중요한 거냐?
은행은 돈을 싸게 떼 와서, 비싸게 빌려주는 돈놀이로 돈을 버는 중계기관이다. 기준금리는 은행이 다른 은행에게 돈을 빌릴 때 드는 비용이니, 일종의 도매가와 같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이를 메우기 위해서 대출 금리를 올려야 한다. 즉, 대출을 변동금리로 받았거나, 신규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자가 올라간다. 따라서 기준금리는 모든 자본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 되는 금리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집을 사거나, 공장을 짓거나 돈 많이 들어가는 일은 미루거나, 규모를 줄여서 투자하게 된다. 경제 전반에 도는 돈의 양이 줄어들 것이고, 성장이 더뎌지는 것이다.
3. 그래서 기준금리는 언제 올라가냐?
결론만 말하면, 모른다. ‘아는’ 사람이 없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다만, 12월 중에 인상할 거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9월 인상설이 꽤 유력했었으나, 중국발 쇼크로 인해 막판에 저지되었다. 최근 중국 증시가 또다시 급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이미 중국경제의 악화는 상수에 가깝기 때문에, 예상범위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고 본다. 또 연내 금리인상을 줄기차게 시사해온 옐런의 그간 코멘트를 봤을 때, 12월에 소폭이라도 인상하는 편이 향후 경제운영을 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설사 이번에 오르지 않더라도, 연초에 오를 것이 거의 확실하다.
참고로 기준금리는 아무 때나 오르고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연준의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FOMC)라는 곳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는데, 1년에 8번에 정기 회의를 개최한다. 올해 마지막 회의인 12월 회의는 12월 15-16일에 개최되며, 내년의 첫 회의인 1월 회의는 1월 26-27일에 개최된다. 자세한 일정은 FOMC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하다.
4. 올린다면 얼마나 올라가냐?
2번과 동일하게 아는 사람이 없는 문제다. 그래도 예상을 해보자면 0.25%에서 0.5% 정도 올라갈 것 같다. 지나치게 빨리 올렸다간 경제에 쇼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급격히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당장 대출받은 기업과 개인들이 줄줄이 도산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위에서 이 정도의 작은 수치로 4 ~ 8번에 나누어서 2%가 될 때까지 천천히 올릴 것 같다.
5. 기준금리는 왜 올리는 거냐?
각국 중앙은행의 제 1목표를 먼저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얘덜의 목표는 경제성장이 아니라(이건 재무부 같은 곳에서 할 일이다), 물가안정이다. 통화정책이란 말로 표현하는데, 시장에 돈이 지나치게 많이 돌거나, 적게 도는 걸 막아야 한다. 비유하자면 홍수나 가뭄을 막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때, 기준금리 인하는 돈 찍어내기(돈을 찍어서, 국채 등을 매입해주는 행위)와 더불어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비유를 이어가면, 댐의 수문을 열어 물을 공급하는 행위이다.
이런 차원에서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하나는 지금 미국 경제의 주요 지표가 매우 안정화 되어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률뿐만 아니라, 신규 일자리와 같은 세부지표가 상당히 좋기 때문에, 이대로 냅뒀다간 과열될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이런 경기 과열을 미연의 방지시킬 수 있다.
또 하나는, 사실 지금이 비정상이라는 점이다. 2008년도 이래 기준금리는 줄곧 0%에 머물렀는데, 이는 은행들이 거의 공짜로 돈을 떼다가, 고객한테 대출을 해줄 수 있단 말이다. 지난 60년 평균이 6%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저금리시대가 비정상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금리가 낮았다가는, 다음번에 다른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연준이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기준금리가 올릴 수 있을 때 올려두어야 한다.
6. 그래서 올리면, 우째되는 거냐?
일단, 이번 12월에 기준금리가 0.25%에서 0.5% 사이에서 인상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시장에 큰 충격이 일어나진 않을 것 같다. 연준에서 금리인상 떡밥을 지겹도록 풀어놨기 때문에, 이번에 올린다고 깜짝 놀랄 투자자는 없을 거다. 연준도 굳이 이 범위를 벗어나서 시장에 쇼크를 줄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중기적으로 이자율이 2% 혹은 그 이상이 된다면, 본격적인 금리인상의 효과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가계보다는 기업 쪽에 타격이 더 클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 모기지는 고정금리로 이자율이 고정돼 있어서 가계는 이자부담이 늘지 않을 것이다. 신규 구매자가 줄어 주택가격이 다소 하락할 수 있겠지만, 일단 지금은 경기자체가 좋기 때문에 패닉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대부분의 기업대출이 변동 금리로 되어있다 보니, 늘어나는 이자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부도가 날 수 있다. 특히 작년 역대 최고액이 발행된 유동화채권(CLO fund)들이 직격탄을 맞고 휘청일 수도 있다. 얘덜은 서브프라임 사태때 CDO들의 변종으로, 기업대출을 묶어서 내다 파는 건데, 기업부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향후 경제에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범위를 좀 넓혀 국제시장을 살펴보면, 달러의 가치가 조금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안 좋은 와중에 미국 경제는 이미 홀로 안정적인데 금리까지 올라가버리면, 미국에 투자하는 게 더 매력적이 될 것이다. 굳이 온갖 리스크를 감수하며 5% 수익을 목표로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미국이 금리 2%를 쳐주기 시작하면, 안정적인 미국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7. 음… 그럼 한국은?
한국은 이런 기준금리 인상에 가장 피해를 볼 국가 중 하나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인 조건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여기에 대응해서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힘든 것이, 경제성장을 목표로 기준금리 인하라는 뽕을 이미 많이 맞은 상태라, 대출이 상당히 많이 발생했다. 이를 급하게 되돌려 금리를 올렸다가는, 특히 가계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대출, 늘어나는 자영업자들, 건설회사 등등 복잡한 경제 이슈들이 얽혀있는 상황이라, 쉽게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 9월 위기설을 다룰 때 보다, 조금 비관적인 것은 싱가폴과 우리나라가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타겟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무역흑자를 누리던 국가인 만큼, 중국경제 악화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가, 달러 대비 약화가 앞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원화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에는 위안화와 달러 간의 관계가 깊다. 위안화와 달러는 그동안 페깅(일정 교환 비율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금융위기 이후 달러강세가 지속되자, 위안화의 가치 역시 이 때문에 동반상승했다. 즉 위안화에 버블이 많이 꼈다는 거다. 문제는 이런 버블을 터뜨릴려면 공매도를 쳐야되는데(빌려서 내다 파는 행위), 중국은 원칙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헤지펀드들이 노리기가 마땅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꿩 대신 닭으로, 중국에 무역흑자를 많이 남기던 한국 같은 나라에 공매도를 치겠다는 전략이다. 위안화처럼 직접적으로 혜택을 입진 않았으나, 막대한 위안화를 결제대금으로 받은 만큼, 거품의 간접적인 영향권에 있다는 계산이다. 이런 가정에서 중기적으로 환율이 더 상승할 수 있다.
이상 미국 금리인상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정리해보았다. 이정도면 대충 중요토픽은 다 훑었다고 생각하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해주시라. 다음번 글에서는, 금리인상에 관련된 직접적인 이슈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제로 금리시대의 종말에 부쳐, 우리가 어떤 경제 환경 속에 살아왔고, 그리고 어떤 급격한 변화가 있을지를 적어보도록 하겠다.
씻퐈
편집 :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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