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한쪽 어깨가 짓눌려 땅으로 꺼져버릴  같은 기분

 

노가다꾼에게 연장은 필수다. 무겁고 거친 자재를 다뤄 건물을 짓자면, 인간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해서, 기공은 말할 것도 없고, 잡부들도 망치나  같은 연장 한두 개는 들고 다닌다. 하다못해 커터칼이라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노가다판이다. 그런 노가다판에서 유일하게 장갑 하나 뒷주머니에 쑤셔 넣고 맨몸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곰방꾼(시멘트, 벽돌 등을 나르는 사람. 일본어 こうんぱん[고운반]에서 파생)이다.

 

노가다판은 참으로 정직해서 일한 만큼 돈을 준다. 일이 힘들거나 어렵거나 위험하면 그만큼 일당도 세다. 2019 기준, 기공이 보통 20~25  받고, 잡부가 12~15 원을 받는다. 곰방꾼은 엄밀히 말해 잡부에 속하는데 일당이 무려 15~16 원이다. 잡부 중에서 제일 많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120644e027778e.jpg

 

잡부 시절,  번은 일흔 가까운 노인과 곰방을 하러  적이 있었다. 5층짜리 원룸 현장이었다. 현장 소장은 모래와 시멘트, 타일을 층마다 올려놓으면 된다고 했다.

 

왕년 얘기는 부끄러워 하고 싶지 않지만 빠른 이해를 위해 덧붙이자면, 나는 학창시절 유도를  했다. 어디 가면   쓴다는 소리도 듣는 편이다. 그런 내가, 그날 일흔 가까운 노인을 당해내지 못했다. 곰방만 30 했다는 노인은 시멘트 포대를 사뿐사뿐 들어 날랐다. 사뿐사뿐했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을 만큼 정말 가벼운 걸음이었다.

 

시멘트  포대가 40kg이다. 40kg 나가는 사람 업는  생각하면 안 된다. 같은 무게라도 차원이 다르다. 사람을 업으면 어깨, 허리, , 다리에 무게가 분산돼 그나마 수월할 테지만, 시멘트는 한쪽 어깨에 무게가 집중되기 때문에 훨씬 무겁게 느껴진다. 시멘트 포대를 어깨에 지고 계단 오르는 기분? 어떻게 표현하면  닿을까. 한쪽 어깨가 짓눌려서 땅으로 꺼져버릴  같은 기분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5층까지 서너  왔다 갔다 했을 때부터 이미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타일 나를 때는 노인에게 백기를 들었다. 시멘트나 모래는, 어떻게든 5층까지만 짊어지고 가서 바닥에  던져버리면 그만이다. 타일은 아니다. 작은 충격에도 깨져버려, 내려 놓을 때도 조심해야 한다. 상상해보라. 그야말로  먹던 힘까지 쥐어짜 겨우 5층까지 올라갔는데, 그때부터 다시 안간힘 써서 조심히 내려 놓아야 하는 타일의 무게를 말이다.

 

나는 그날 타일을  장이나 먹었는지 모르겠다. 머쓱해 하는 나에게, 노인은 “찬찬히 ~” 하고는  웃으면서 지나쳐갔다. 노인 어깨에는, 내가 짊어진 것의  배나 되는 타일이 있었다. 그때 느꼈던  모를 패배감이란.

 

어쨌든, 그날 나는 노인 덕분에 2시간이나 일찍 퇴근할  있었다. 곰방은 통상 야리끼리(그날 정해진 할당량을 채웠을 경우 일찍 퇴근하는 . 일본어 やり切り[야리키리]에서 파생). 열심히 한 만큼 일찍 끝난다. 시간을 채워야 일당이 나오는 다른 노가다꾼과 달리, 곰방꾼은 할당량만 채우면 끝이다. 그런 까닭에 곰방꾼들은 아무래도 부지런하다. 담배  개비 피울  하나만 피우고, 커피   마실   잔만 마시는 식이다.  나이에, 어찌나 날래던지.

 

8bary885t23i2ba8oop3.jpg

 

 

노가다의 본질 중에서도 본질

 

실은, 그날 나는  베테랑 노인을 포함해  세상의 곰방꾼들에게 조금 감동하고 말았다. 갑자기  감동이냐고?

 

내가 생각하는 노가다는 중력과의 싸움이다. 인간이 중력을 이길  없겠으나, 버텨내자고 덤비는  노가다,  건축인  같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무거운  쌓아 올리고,  무너지지 않게, 말하자면 중력에 지지 않기 위해 견고히 하는  일련의 과정이 노가다이고, 그걸 기어코 아등바등 감당해내는 사람들이 바로 노가다꾼이라는 얘기다.

 

그런 맥락에서 곰방꾼은 노가다의 본질 중에서도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연장 없이, 어떠한 잔기술 없이 오직 몸뚱이 하나로 무거운  짊어지고 오른다. 이보다 원초적이고 정직할  있을까. 아니, 이보다 순수할  있을까.

 

나는  퓨어함(순수라는 단어보다는 어쩐지 pure라는 단어가  순수해 보인다. 어묵보다는 오뎅이  맛있어 보이는 것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감동하고야  거다. 물론,   다시 곰방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말이다. 퇴근할 , 노인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곰방 힘들지 않으세요?”

 

간단하잖아. 짊어지고 나르면 되니까 머리  필요 없고, 연장 가지고 다닐  없으니까 신경   없고. 곰방꾼은 장갑이랑 몸뚱아리만 있으면 ~ 어쪄? 같이 해볼텨? 허허.”

 

, 아... 아니요. 하하. 저는 그냥 다른  할게요. 곰방은  적성이 아닌  같아요. 하하.”

 

, 그렇게 순수한 곰방꾼들에게도 분명한 원칙이 하나 있다. 가장 높은 층에 올려야 하는 가장 무거운 , 가장 먼저 나른다는 원칙. 가령 시멘트, 모래, 타일이 있다면 가장 먼저 시멘트를 5층에 올리는 거다.  그런가 하니, 그들도 사람인지라 비교적 가벼운  낮은 층에 먼저 올리고 나면 무거운  높은 층에 올릴 수가 없단다. 해서, 오전 내내 벽돌이나 모래를 올렸는데 오후 늦게 갑자기 시멘트 올려달라고 말하면, 그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한다.

 

그럴 거면 오전에 말했어야지.   빠졌는데 이제와서 시멘트를 어떻게 날러~"

 

 

working12day-00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