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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근육병아리 입니다. 딴지에서 주로 문화, 미디어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잡식으로 소비하고 제 생각을 많은 분들에게 내놓는 것은 삶의 큰 즐거움입니다. 이 일을 2년 넘게 하다보니, 습관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원고 청탁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신문과 뉴스를 보다가 저에게 올 것 같은 아이템이 보이면 주섬주섬 자료를 모아두는 것이죠. 예를 들어 프랑스 칸에서 날아온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식에 국뽕을 한 사발 들이키며 기생충 리뷰를 준비한다든지 말입니다. 기생충 리뷰를 준비하던 그때, 카톡이 울렸습니다.

 

 

이게 다 장동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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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 장르가 하나쯤은 있지요. 저에겐 판타지물이 그렇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친숙해지지 않는, 식빵속의 건포도 같은 존재죠. 제작비를 흠뻑 때려 부은 판타지물이 런칭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것도 같았지만, 저에게 너무 먼 존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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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이 장엄한 기운. 김지원 배우는 머리에 꽃을 꽂고 있고, 송중기 배우는 그루트 역인 것만 같습니다. 게다가 머리 기르고 나와서 잘된 작품이 없는 장동건 배우의 곱게 빗어넘긴 머리칼은 이 드라마의 운명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습니다. 판타지물 알러지를 호소하며 아이템 탈출을 시도 해보았습니다. 그때 사진 한 장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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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배우가 어쩌다 장동꼬가 되었는지, 이 드라마는 도대체 540억을 어디에 때려 부은 것인지 디벼 보라는 무언의 압박 . 별수 없지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넷플릭스에 로그인을 했습니다. 

 

 

제가 한번 먹어봤는데요.

 

현재까지 방영된 첫 번째 파트 6회분을 이틀에 걸쳐 정주행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꽤 볼만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재밌었습니다. 몰입해서 정주행했던 제 자신을 돌아보며, 판타지물 리뷰 원고청탁을 받았을 때보다 더 당황스러움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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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이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먹거리X파일 막내 작가가 이영돈PD의 지령을 받고 꺼림칙한 식당에 잠입해 취재차 음식을 시켜 먹어보았는데, 이게 의외로 먹을 만 하다는 겁니다. 아니 심지어 입에 맞는 것 같기도 하구요. 

 

세상일은 한치 앞을 모릅니다. 제가 판타지물을 끝까지 보게 될 것도, 세상이 비난하는 희대의 문제작을 나만 재밌게 본 리뷰를 써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될 것도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아스달 대흑벽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아득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판타지를 힘들어하는 저 같은 판.알.못이 재밌게 볼 수 있는 드라마라면, 앞으로 남은 두 번의 시즌에서 기적적으로 반전을 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제작진에게 보내며 리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아스달크래프트 : 태초에 세 종족이 있었느니라

 

이제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드라마는 크게 세 파트입니다. 현재까지 방영된 첫 번째 파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일단 공간적 배경은 태고의 땅, 가상의 대륙 아스달 입니다. 여기에 여러 부족들이 모여 연맹을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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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웅(김의성 분)이 이끄는 새녘족.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우두머리인 산웅은 연맹장 입니다. 아스달의 주류세력이죠. 산웅의 아들 타곤(장동건 분)은 연합 정복부대 ‘대칸’을 이끌며 그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합니다. (장동건이니 당연히) 잘생겼고, 출중한 리더쉽에, 좋은 머리를 영악하게 씁니다. 산웅과 타곤은 이야기의 큰 줄기를 주도해나가는 인물들입니다. 

 

산웅은 타고난 정치인입니다. 연맹장으로서 포용력을 갖추고 있고, 세력 간의 균형을 중시합니다. 필요할 땐, 반대세력을 제압할 힘과 정무감각을 갖추고 있습니다. 연맹 밖 이웃부족 ‘뇌안탈’(네안데르탈인에서 따왔다고 합니다)의 비옥한 땅을 얻기 위해, 추수한 곡식과 쑥과 마늘을 보여주며 농경기술과 땅을 공유하자고 협상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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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뇌안탈족은 연맹의 제의를 거부하고 협상테이블을 떠나버립니다. 쑥과 마늘은 너희나 먹으라고 하면서요. 이에 산웅이 지체 없이 시행하는 플랜B는 전쟁입니다. 아들 타곤이 주도해 뇌안탈족에 주거지에 병을 퍼트리고 불을 질러 종족을 괴멸시키죠.

 

드라마 초반에 뇌안탈족은 탈휴먼급 피지컬과 완력을 갖춘 종족으로 묘사됩니다만, 산웅이 마음만 먹으면 안될 일이 없습니다. 역시 마음이 중요한 법이죠. 그럴 거면 처음부터 전쟁으로 제압하면 되었을텐데, 왜 애꿎은 쑥과 마늘만 의문의1패를 당하게 했을까요. 아마도 작가는 침략 전에 항복의 기회를 베푸는 징기스칸처럼, 산웅은 아스달 대륙의 큰 남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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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제의와 제례를 주관하는 부족 흰산족. 쉽게 말해 종교단체입니다. 흰산족의 대제관 아사론(이도경 분)은 신탁을 받아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 신탁의 진위는 알 수가 없죠. 그야말로 권능입니다. 세력과 권력을 쥐고 있는 새녘의 산웅도 아사론의 신탁을 무시하지 못합니다. ‘신의 뜻’은 연맹을 유지하기 위한 명분이기 때문이죠. 

 

아사론은 그다지 신실한 대제관이 아닙니다. 신탁 해석권을 밑천으로 자신의 잇속을 위한 ‘쇼부’를 치는데 골몰하죠. 덕분에 일하지 않은 흰산족을 먹여 살리느라 아스달 백성은 뼈가 빠집니다. 예나 지금이나 욕심 많은 종교인들은 민중의 삶을 피폐하게 하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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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력은 해족입니다. 해미흘(조성하 분)이 족장입니다. 해족은 기술의 민족입니다. 죄다 장영실이라고 보면 됩니다. 어떠한 과정으로 그 기술이 연마되고 발전되어 왔는지는 아직까지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여튼 기술력은 킹왕짱이라고 합니다. 

 

드라마 설정에서 당시 가장 첨단 물질은 청동인데, 이 기술자들은 청동칼 하나로 잠실 롯데타워보다 높은 대절벽을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세종문화회관보다 더 잘빠진 건물도 척척 만들어 냅니다.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절대 안 알려줍니다. 그냥 ‘해족은 기술이 좋다’ 정도로 묘사될뿐..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나 마블의 토니 스타크는 어쩌면 해족의 후예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힘세지만 욕심 없는 사람들

 

이야기가 만들어낸 또 다른 세계관은 인간의 다른 종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붉은 피가 흐르는 우리가 아는 흔한 ‘사람’은 아스달 연맹의 부족인들입니다. 농사를 짓고, 시장을 이루고, 그것들이 무탈하게 계속될 수 있도록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인류의 역사를 진행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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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치워라..뒤지기 시르면..)

 

‘사람’과 다른 인간의 아종은 뇌안탈족입니다. 맞습니다. 산웅이 내민 쑥과 마늘을 편식했다가 괴멸당한 아까 그 비운의 미니멀라이프 종족입니다. 이들 몸속에는 파란피가 흐릅니다. 이들은 월등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눈에는 적외선 필터가 있어 밤에도 길을 훤하게 볼 수 있고, 1대1로 붙을 것 같으면 일단 구급차를 불러놓고 시작해야 합니다. 소림사 고승처럼 나뭇잎을 바닥삼아 날아다니고, 스치기만 해도 최소 중상입니다.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졌음에도 이들이 ‘사람’종족에게 멸종당한 이유는 권력의지 혹은 지배의 욕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이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종족의 영속이 가능했으니까요. 풍요와 번영이라는 단어는 이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욕망입니다.     

 

반면, 붉은피가 흐르는 아스달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잉여생산물을 증폭시킬 방법을 모색합니다. 그것이 농사와 기술이든, 침략과 약탈이든 상관없습니다. 메시아와 영웅을 만들어 추존하고, 그들이 정한 가치와 명분에 따라 성벽을 넓혀갑니다. 비록 신체는 타 종족에 비해 열등하나, 지배하고 싶은 욕망과 더 잘 살고 싶은 욕구가 그들을 아스달 평원의 지배자로 서게 합니다. 국가를 이루고, 전쟁을 해왔던 인간사의 원동력을 작가는 상상속의 인류의 아종을 만들어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부족하지만 착한 사람들 

 

이야기 속에는 이외에도 또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 있습니다. ‘두즘생’이라 불리는 와한족입니다.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짐승’이라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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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들도 아스달의 사람들처럼 붉은 피가 흐르는 같은 ‘사람’입니다. 단지 문명이 닿지 않는 곳 ‘이아르크’에서 좀 뒤쳐진 삶을 살고 있을 뿐이죠. 농경과 목축의 개념을 알지 못한 채, 원시적인 수렵채취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뇌안탈족처럼 힘이 강하지도 않고, 아스달 사람들처럼 욕망도 없습니다. 죽은 멧돼지 하나라도 얻어걸리면 그저 행복해서 춤을추는 순박한 사람들이죠. 종교랄 것도 없는 모계중심의 씨족사회여서, 1대 씨족 무당인 ‘흰늑대 할머니’의 가르침과 금기에 따라 살고 있습니다. 작가는 와한족을 통해 권력와 지배의 욕망이 싹트기 전 태초의 인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정치가들이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는 있는 아스달 성벽 안과 달리, 와한족은 항상 평화롭습니다. 뭐라도 결정해야 할 일이 생기면 ‘현명한 회의’를 개최합니다. 부족모두가 모여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내면, 씨족 아버지가 의견을 모아 ‘현명한 판단’을 합니다. 뭐 그다지 판단이 현명하지는 않습니다만, 전 구성원이 결정에 참여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권도, 계략도, 음모도 없는 무욕의 공간에서 중요한건 몇 안 되는 노동력을 집약할 수 있는 ‘동의’니까요. 

 

문제는 아스달과 와한족을 가로막던 ‘대흑벽’을 아스달 연맹이 정복하면서 발생합니다. 절벽을 오르내리는 승강기가 설치되는 것이죠. 청동기술의 화신 해족의 작품입니다. 다산 정약용선생이 거중기를 고안해 수원화성을 지은 조선후기보다 몇 천 년 전에, 해족이 그 어려운 것을 해낸 것입니다. 역시 마음이 중요합니다. ‘판타지물이라는 것은 이런 맛으로 보는 건가?’ 하며 제가 점점 드라마에 빠져들기 시작한 지점입니다.

 

고증 따위는 집어치우고, 내용을 보겠습니다. 이아르크 평원에 진출한 아스달 군대는 사정없이 와한족을 포함한 ‘두즘생’ 사냥을 개시합니다. 이아르크 땅에 살던 와한족같은 미개한 소수부족들을 승강기로 올려보내 아스달의 노예로 팔기 위함이죠. 농경과 건축이 끊임없이 노동력이 필요한 아스달 성벽안에서 잡혀간 이아르크땅 사람들은 경제를 돌리는 소중한 노예 자원으로 활용됩니다.

 

이 역시 저는 인간사의 은유가 느껴졌습니다. 같은 절차와 이유로, 인간에게는 서로를 분별하고 우열을 나누어, 한 쪽에게 혹독한 희생을 강요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이아르크땅 사람들을 천시하는 ‘두즘생’은 인디언, 깜둥이, 유대인, 조센징, 쌍놈, 머슴 등 그동안 인간이 써왔던 그러한 단어들과 닮아 있습니다. 그들도 붉은 피가 흐르는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는데 까지 인류는 꽤 많은 시간과 희생을 필요로 했죠. 상고시대의 승강기는 좀 너무 했지만, 일면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방인들

 

마지막 인간의 아종은 ‘이그트’입니다. 이들은 뇌안탈족과 사람의 혼혈입니다. 청동기로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무당과 과학자가 공존하는 대혼란시대지만 그래도 사랑은 그때부터 국경과 종족을 넘나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의 피는 보라색입니다. 너무나도 논리정연한 당연한 결과죠. 빨간피의 엄마와 파란피의 아빠가 만났으니까요. 저는 정말이지 이제 판타지가 좋아진 것 같습니다.

 

여튼 이들 몸속엔 뇌안탈족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힘이 셉니다. 다이다이 쪼개면 사람이 당해낼 재간이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아스달 사회안에서 철저히 비주류 아니 그 이상입니다. 붉은 피의 아스달인들은 파란피의 뇌안탈족을 말살시키며 발전해왔기 때문에, 힘센 뇌안탈족의 흔적인 이그트의 존재는 심각한 불안요소이기 때문이죠. 아스달인들에게 이그트 몸속에 흐르는 보라색 피는 불길한 처단의 존재 이며, 아스달에 숨어사는 이그트에게는 절대 들켜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현재까지 방영분에서 밝혀진 이그트족은 단 세 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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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루트 은섬(송중기 분)입니다. 은섬은 아스달인들이 뇌안탈족을 불질러 말살할 때, 몰래 도망친 아스달인 아사혼(추자현 분)과 뇌안탈족 최후의 전사 라가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아스달 신에게 저주를 받은 은섬을 살리기 위해 아사흔은 멀리멀리 도망갑니다. 그러다 도착한 데가 미개하지만 착한사람들이 사는 곳, 이아르크의 와한족 주거지 이죠. 은섬은 와한족 사이에서 모글리마냥 길러집니다. 평생 이방인이었던 그는, 와한족이 아스달에 노예로 잡혀가면서 그들을 구해낼 유일한 민족의 희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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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명의 이그트는 놀랍게도 아스달의 영웅 타곤입니다. 뇌안탈족을 전멸시키는데 최전선에 서있던 타곤이 알고보니 뇌안탈족의 혼혈이었다는 이 사실은 파트1의 꽤 중요한 반전으로 드러납니다. 극 초반부터 타곤의 과거에 비밀과 약점이 있다는 떡밥은 계속 던져졌기 때문에 숨 막히는 반전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미 판타지의 세계에 빠져버린 저에겐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마치 주말 오후 mbc 서프라이즈에서 ‘히틀러가 알고보니 유대인이었다?’라는 내레이션을 들었을 때의 쾌감이랄까요. 여튼 타곤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철저히 감춘 채, 아스달 권력의 최정점에 올라서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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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밝혀진 이그트, 사야입니다. 맞습니다. 늑대소년 ctrl+c, ctrl+v. 송중기 1인 2역입니다. 드라마의 기본공식, ‘출생의 비밀 그리고 쌍둥이’ 기법 이지요. 당연히 쌍둥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모릅니다. 전쟁통속에 풀숲에 버려진 사야를 지나가던 타곤이 거둡니다. 아이의 몸에 베어 나온 보라색피를 보았기 때문이죠. 피에 끌렸을까요? 타곤은 사야를 아스달의 은밀한 탑 속에 감추고 성장시킵니다. 어떠한 감정에서 왜 그랬는지는 현재까지의 방영분에서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사야도 6회 마지막 한 컷만 등장했죠. 사야와 타곤, 사야와 은섬 간의 관계와 갈등이 드라마 중반부의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이방인들입니다. 종족이 괴멸되었기 때문에 세력을 이루지 못하고 각자도생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있죠. 한명은 다른 부족에 섞여 들어가고, 한명은 존재를 속인 체 동족을 말살하고, 다른 한명은 아예 은둔의 삶을 살아갑니다. 작가는 이제 이 비운의 이방인들에게 서사의 키를 쥐어 주고, 그 보라색피의 의미를 찾아가게 할 것 같습니다.

 

 

설마.. 큰 그림?

 

혹시 저 때문에 이 드라마를 한 번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분이 계시다면 일단은 잠시 제 말을 더 들어보십시오. 거듭 밝혔지만 저는 지독한 판.알.못입니다. 아마도,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을 감명 깊게 보신 분들이라면 이 드라마가 굉장히 괴로우실 겁니다. 설정은 빈약하여 걸핏하면 충돌을 일으키고, 조약한 소품들은 눈을 의심케 하며, 쾌감 있게 전개되어야 할 서사를 성의없는 나레이션으로 떼워버립니다. 순수한 판타지물로서 접근한다면 몰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관점에서 볼만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혹시 저와 같이 판타지물이 익숙하지 않아 내용이 많이 거슬리지 않다면, 아스달 사람들의 복잡다단한 정치 수 싸움은 장기판을 구경하듯 꽤 흥미롭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너른 마음으로 보실 분들에게는 추천하는 바입니다. 540억을 어디에 썼는지는 끝까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만, 솔직히,, 제 돈도 아니지 않습니까? 뭐든 처음 시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태왕사신기..) 

 

글을 마치며 꿀팁 하나를 드립니다. 사실 이 드라마는 시청률만 두고 봤을 때 생각만큼 저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많은 팬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주로 그들이 혹평을 하고 있다는 것이 좀 다른 점이긴 하지만요. 보통의 혹평은 짧고 단발성인데 비하여, 아스달연대기는 혹평자체가 유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 회 방영이 끝나면, 커뮤니티에 몰려들어 각자가 발견한 옥에 티나 비판의견을 쏟아내는데, 드라마보다 더 재밌습니다. 일단 꾹 참고 정주행을 하시면 이 즐거운 놀이에 참여하는 소확행을 하나 늘리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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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더쿠(링크)

 

 망작이라 비난받으며 매회를 샅샅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지는 작품도 참 드문 것 같습니다. 혹평 팬덤 현상은 시청자들이 우리말로 된 판타지물에 거는 기대와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엿 볼 수 있는 대목이겠죠. 남은 두 파트에서 부디 쾌감 있는 반전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또한,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래도 <아스달연대기>가 한국 콘텐츠 사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며 박수 받으며 종영하길 바랍니다. 제작진에게 응원을 보내며. 이상 혼란한 관전기를 마치겠습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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