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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자유게시판 역주행을 하다 보니 아웃도어 브랜드 이야기 있어 현직 아웃도어 회사에 다니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1. 아웃도어는 거품이다?


모든 제품은 제조원가와 판매가가 다릅니다. 의류에서는 이걸 배수율(혹은 원가율)이라 합니다. 시장, 동대문 의류의 통상 배수율은 2~3배 정도입니다. 판매가가 100,000이면 제조원가는 35,000~50,000 정도 된다는 거죠.


캐쥬얼 의류의 통상 배수율은 3~5배 정도입니다. 즉, 판매가 100,000이면 제조원가가 20,000~30,000 정도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웃도어는 통상 4배 정도입니다. (판매가 100,000이면 제조원가 25,000 정도)


골프의류는 통상 5~6배 정도입니다. (판매가 100,000이면 제조원가 15,000~20,000 정도)


백화점 전용이나 부띠끄, 마담의류가 통상 8~12배 정도 입니(판매가 100,000이면 제조원가 10,000 정도)


그러니, 배수율을 보자면 의류 계열 중 아웃도어가 유난히 폭리를 취하는 것이라 하긴 어렵습니다.



2. 배수율이 높지 않은데 비싼 이유는?


아웃도어 의류가 비싼 이유는 제조원가가 비싸기 때문입니다. 자재의 비용이 높으니 의류의 비용도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에 비싼 다운패딩을 기준으로 대략의 원가 구조는 이렇습니다.


(*편집자 주: 다운패딩이란 패딩(채우는 것) + 다운(깃털)의 합성어로, 오리털 거위털 따위를 집어넣어 만든 졸 따듯한 패딩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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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단의 가격 차이


캐쥬얼 옷이나 아웃도어나 다운(충전재)이 새지 않도록 합니다. 이때 어떤 원단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합니다. 캐주얼은 다운이 새지 않을 정도의 적당히 싼 원단을 사용하고, 다운을 감싸는 안감인 다운백(Down Bag)을 사용합니다.


(*편집자 주: 다운백은 다운을 감싸는 안감으로 다운이 새지 않도록 해주나, 원단이 늘어나 옷이 무거워지고 볼륨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아웃도어는 하나의 원단으로 다운이 새지 않도록 하는 고가의 원단을 사용합니다. 원단에 의해 옷 자체의 무게와 다운이 새는 정도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죠.


 2) 다운 가격의 차이


사용하는 충전재(다운)의 등급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합니다. 거위털(헝가리산, 화이트, 솜털과 깃털의 비율)과 오리털의 차이가 그렇습니다. 저가 옷 일수록 거위털 대신에 오리털, 순수솜털보다 깃털이 많이 섞인 충전재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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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아, 아니 이게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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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거


아웃도어는 대게 거위털 90:10 이상을 많이 사용하고 저가의 캐쥬얼 등은 오리 80:20이나 오리 70:30등을 사용하는데, 가격 차이가 50% 이상입니다(거위털 1Kg에 9~10만 원합니다).


 3) 제조 공법상 차이


중저가 브랜드에 비해서 옷의 디자인/절개 등에 의해 제조 공정이 정교하고 복잡해 생산성이 단순한 옷들에 비해 비쌉니다.



3. 제조원가가 높더라도 소비자가격이 너무 높은 것 아닌가?


앞 1, 2번은 제조원가에 대한 이야기고 옷을 유통하는 브랜드 회사가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고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공급할 때는 위의 제조 원가로 구매하여 대리점, 백화점에 이윤을 붙어 판매를 합니다. 제조원가와 유통원가가 다른 것이지요.


생산업체  25,000\

의류 브랜드  66,000\

판매점  100,000\


의류브랜드가 원가 대비 판매가의 배수율을 시장에서 거의 경험적으로 확립된 비율이고 판매가에서 브랜드가 판매점에서 공급하는 비율은 한국의 모든 유통업체에서 정하는 취급 수수율 혹은 대리점 마진이라고 하는, 브랜드별 차이가 없는 비율에 의해 정해지는 것입니다.



4. 재고 문제


의류는 사이즈라는 것이 있어서 100장을 만들어도 100장을 다 팔지 못합니다. 20개 매장이 있다면 60장을 출고하여 매장당 3장을 가지고, 잘 팔리는 매장 창고에 나머지를 판매량에 따라 추가공급 해주는 구조입니다. 사이즈라는 특성상 100 장중 50장 정도 팔면 각 매장에서는 사이즈가 고루 있지 않아 사실상 판매가 불가능합니다.


한 시즌에 이러한 이유로 60% 정도가 판매되면 40% 재고가 남고, 2년 뒤 2개 시즌이 돌아 80% 재고가 남으면 한 시즌 생산량과 비슷한 재고가 남지요. 물론 그러한 이유로 시즌 내 세일이나 행사를 통해 판매율을 높이려고 합니다. 그래서 신상이 30% 이상 세일하면 판매점에 공급받는 원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남는 재고는 다음시즌에 이월상품, 재고상품, 행사용품 등으로 할인 행사를 합니다. 그때 할일율은 30% 이상입니다. 그러면 판매점에 동일 수수료를 주면 이미 브랜드는 손실을 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위의 행사로도 처리하지 못하면 매대 균일가, 아울렛, 상설 등으로 이동하여 50%~ 할인을 하게 되지요. 이 단계에서는 이익이 아니라 제조원가와 중간 관리비 정도를 회수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판매 가격은 이렇듯 재고에 대한 부담 등을 감안하여 의류 복종별 제조원가 대비 판매가가 형성됩니다. 아웃도어가 비싸고, 폭리를 취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이런 내부 구조와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은 현상 이면의 내부에도 관심을 가지는 혜안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현직에 있다보니 밖에서 보는 것을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비판은 언제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 답글 보고 몇 가지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1. 복종별 몇 배수 정도라고 말씀드린 것은 여러 스타일 옷의 평균적인 배수율입니다. 가을/겨울 고가 의류는 봄/여름 의류에 비해 제조원가가 상대적으로 비싸 배수율이 낮습니다. 답글에서 지적해 주신 것처럼 단순 배수율이 아니라 단가 차이가 나니까요. 제품별로 높고 낮음이 존재합니다.


2. 4배율도 높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배수율은 의류업계에서 몇십 년 경험적으로 쌓인 이상적인 평균 배수율이라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의 존재 이유와 목적은 이윤 추구이고, 이윤을 추구하는 방법은 이익을 적게 보는 박리다매와 고가를 적게 팔아 이익비율을 높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에 대한 선택은 회사 경영진의 선택인 것입니다.


3. 적정 이익금만 책정하고 나머지 비율을 줄이라고 하시는데, 유통업체 마진비율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네요. 유명 수입 고가 명품 브랜드 정도가 되어서 백화점에서 모셔가려고 할인해 주지 않으면요. 아울러 대리점주도 그 정도 마진이 보장되지 않으면 장사를 하시기 어려우니까요. 그리고 얼마가 팔릴지 모르도 모르고. 기획 수량 대비 50% 정도 팔리면 매장에서는 사실상 품절입니다.


4. 근본적으로 배수율이 아니라 적정 금액을 마진으로 계산하라 하시는데, 어떤 물건이 얼마나 팔릴지를 안다면 가능합니다. 의류는 규격화된 공산품으로 가격대비 비교도 중요하지만 패션과 의류라는 특성이 큽니다. 가격 차이에 의해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디자인이나 브랜드 인지도, 선호도 등 비계량화 측면이 강합니다. 따라서 브랜드에서도 당연히 재고 없이 최상의 판매를 위해 제품을 준비하지만 판매율이나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신의 영역입니다.


잘나가던 의류 브랜드의 기획부서에 일하는 엘리트들이 아무 생각 없이 기획을 하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지금 흔적도 없는 브랜드들이 그런 분석과 기획을 하지 않았을까요? 얼마가 팔릴지 모르는 시장이기에 일반적이 배수율이라는 걸 적용해서 판매가를 책정하는 것입니다.


5. 좋은 옷 싸게 만들어 박리다매하면 되지 않느냐? 해외 브랜드 비교하시는데, 글로벌 브랜드와 국내 내수 브랜드의 규모의 의한 경제는 차이가 큽니다. 간단하게 유니클로는 자국 원단, 자국 자재를 사용합니다(일본원단, YKK 지퍼 등), 유니클로에서 특정원단을 기획에서 사용하기로 하면 국내 브랜드들은 그 원단 사용을 유니클로에 밀려서 사용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수량차이로 단가도 차이가 크고, 아울러 전 세계를 상대로 생산하는 수량과 내수를 상대로 생산하는 수량이 비교가 될까요?


그럼 동일 물건이라도 제조원가는 글로벌 브랜드가 생산하느냐, 내수브랜드에서 생산하는가, 그리고 내수에서도 규모가 큰 업체에서 생산하는가 작은 업체에서 생산하는가에 따라 다릅니다. 비슷한 제품을 글로벌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것과 내수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것을 동일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 뱀발


1. 소비자들이 고가의 이미지 브랜드를 선호하는 취향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웃도어도 중저가 브랜드가 있습니다. 그 중저가 브랜드의 매출이 좋고 우위에 있다면, 메이저 브랜드도 중저가 실속 있는 아이템도 주력할 것입니다. 그냥 비싸게 파는 게 아니라 판매 분석을 통해 잘 팔리는 아이템과 성향을 분석하여 다음 시즌에 기획에 반영하지요. 그러한 트렌드를 몇 년간 아웃도어 호황기에 계속 반영되어 지금 구조가 온 것이지요


2. 배수율에 대한 지적을 많이 해주셨는데, 판매가가 낮아서 그렇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다른 1~2,000짜리 공산품 제조원가는 얼마일까요? 재고 부담 없는 중국집 짜장면도 대략 3배는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편집부 주


아래 글은 자유게시판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톡투불패 및 자유게시판(그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3번 마빡에 올라가면 필진으로 자동 등록됩니다.





편집부 주2


11월 29일. 자유게시판에 '아웃도어 대란'이라 할 만큼

아웃도어에 관한 많은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본 기사도 그 글들 중 하나입니다.


되도록 많은 의견을 전달해 드리고 싶으나, 분량 관계상

'▶◀그림자그림님'의 반론(링크)을 소개해 드리며

마칠까 합니다. 꾸벅.

 






자유게시판 anubis_kor


편집: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