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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르마무 도르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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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언론 검증이 사실상 끝났다. 2일, 후보자가 자처한 국회 기자간담회를 끝으로 그간 약 70만 건의 보도 내용 대개가 팩트 확인을 달나라로 보낸 보도였다는 사실을 꼼꼼히 확인해 주었다. '전국~ 기레기 자랑'이 목적이었다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셈이 아닐 수 없다. 

 

‘기레기들 지금 밥 처먹을 때가 아닌 거 같은데’ 

 

‘잘생김 너무 대비된다. 수트핏 쩌네’ 

 

'지금 예수 뽑냐?' 

 

'뭔 씨바. 도르마무 도르마무야?' 

 

기자회견이 끝나고 기자들에게 쏟아진 이와 같은 비난은 진심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고장난 레코드처럼 똑같은 질문 또 하고, 똑같은 대답 또 듣고, 똑같은 질문 또 하고, 똑같은 대답 또 듣고...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달려들어도 후보자 하나 못 당하고 번번이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니 전투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첨삭지도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 후빌려면 기초 학습은 해야 할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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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려면 인터뷰이의 이력, 특징, 장점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상대는 오랫동안 법학자로 살아왔다. 그것도 인간의 자유와 연관이 된 형법 교수로 살아왔다. 법학교수들은 정확한 사안 파악, 논거, 원문, 시초를 찾는데 선수다. 더군다나 법학 논문을 20년 넘게 쓰고 봐온 사람이라면 엄밀함이 생활이다. 그걸로 밥 먹고 살았으니 논증엔 선수다. 그러니 주의, 주장, 선언적 발언으로 무작정 호통치는 건에 대해서는 가볍게 쳐내는 기술을 보유, 심지어 되치기에 능하다. 본인이 이쪽, 박사 코스 밟아봐서 쫌 안다.  

 

특히 추궁 비스무리하게라도 갈려면 정확한 팩트 체크는 기본이다. 그동안 언론 보도가 나왔다고 해도 대충 아는 사안만으로 뭉뚱그리고, 눙쳐서 질문하면 매우 짜쳐 보인다. 질문하는 사람이 사안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수치, 날짜, 출처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팩트부터 깨져서 어제처럼 심하게 짜치는 수가 있으니 오호통재라. 서울 법대 교수 출신인데 학습 능력은 일단 먹고 들어가지 않겠냐? 이 정도 사이즈 상대하려면 준비 좀 잘하자. 

 

기자들 질문 중에 ‘딸 대학에서 인턴쉽 할 때 다른 서울대 교수 자녀와 교환해서 인턴쉽 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조 후보자가 “그건 고등학교 때 담당 교사가 직접 서울대에 연락해서 진행된 것”이라고 답변한 내용이나, 조 후보자의 처가, 딸이 인턴쉽 했던 학교 교수와 같은 천문동아리여서 친분에 따른 특혜를 입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저의 처는 천문 동아리가 아니다”라는 반박 모두, 너무 쉬운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한 번에 되치기당한 경우다.

 

잘 알아 두자. 팩트 체크를 하는데까지 하고 후벼야지 기본적으로 바로 깨질 걸 질문하면 공개적으로 망신당하고, 그 기록이 지워지지 않고 박제되는 수가 있다. 

 

 

3. 어설픈 선빵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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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파트다. 질문에서 어설픈 ‘선빵’은 금물이다. 뭘 알아야 선빵을 날리는 거다. 일단 기다려라. 상대가 말하고 밝히는 것을 먼저 듣고, 기술 들어가야 한다. 그 중에도 상대가 말하는 발언 중 인간사에서 보편적인 사실, 보편적인 인간애에 관한 부분, 보편적인 논제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반박하지 말고 때를 기다려라. 어제처럼 백전백패다. 

 

이를 뒤집는 새로운 세상, 새로운 문명의 시작, 전복된 사실관계가 아니면 공감도 못 얻고, 쪽팔리기만 한다. 니덜이 좋아하는 국민정서법에 의하면 조국 후보자만큼 잘생기지도 않는데 헛소리하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 짜증이 두배다.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모두발언이다. 일단 조 후보자의 모두발언 중 핵심 부분만 체크해보자.  

 

제 인생 전체가 그간 제가 해왔던 말과 같지 않았던 점, 저는 진심으로 죄송하다.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은 모두 제 허물이다.

 

제 말과 행동에서 비롯됐음을 잘 안다. 죄송하다.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여러 번 초라한 순간을 맞이하였지만, 허물도 제 것이고, 책임도 제 것이다. 허물도, 책임도 저에게 물어달라.

 

글타. 먼저 조 후보자가 자신이 해왔던 말과 삶이 같지 않아 죄송하다고 했고 모두 나의 허물이니 내 자식만큼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 했다. 가족 건드리지 말고 나랑 토론하고 내 잘못을 질책해 달라는 것이다.

 

앞에서 이렇게 밑밥 깔아 놓으면 가급적 그 부분은 '건드리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건드리는 방향'으로 가는 게 상책이다. 인간이라면 응당 '아무리 그래도 자식을 물고 늘어지는 건 좀...' 이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니덜이 때려잡고 싶은 건 콘크리트 층이 아니라 유동층 아니냐?  

 

해서 꼭 그 질문을 하고 싶다면,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들이대며 좁혀가야지, 그로 인한 불법적 혜택을 받은 게 아니라면 적당히 하고 호시탐탐 찬스를 노려라. 후우. 기본 아니냐. 안 그럼 전국의 자식 가진 부모 때문에 역풍 분다. 숨은 지지자였다면 미안하다. 성공했다.   

 

4. 의혹 제기는 증거 제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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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질문과 답변 순서대로 속성 빨간펜 지도에 들어가겠다. 

 

이런 질문이 있었다.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다닐 때 장학금을 받았는데, 특혜 아닌가. 그리고 딸이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할 때 조 후보자가 서울대 학과장에게 직접 전화했다는 제보가 있다.”

 

그러자 조 후보자는

 

“서울대 동창회 장학금에 대해서 신청이나 연락 전혀 한 적 없고, 딸이 받았을 때 반납하고 싶다는데 안 된다고 해서 받았다. 장학회 쪽에 확인해보시면 된다. 서울대 의전 응시 때 전화한 적 없고, 딸은 1차는 붙었으나 2차에서 떨어졌다”

 

고 답했다. 

 

질의자가 민망하게 됐다. 이런 질문하려면 정확히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날짜와 시간을 명시해야 한다. 최소한 그래야 좀 있어 보이지 않겠냐? 아니면 증거를 제시해야지. 통신기록이나, 녹취록 정도는 깔고 가야 호오, 뭔가 좀 있나 본데 하지 않겠냐. 증거 제시와 의혹 제기는 기자가 하고 그에 대한 해명을 당사자에게 들어야 하는 건 기본 아니냐... 후우.  

 

물증이 없다면 다그치지 말고 방증을 해야 한다. 전후좌우 사정에 따른 질문을 하여 후보자가 대답하고, 대답 과정에서 빈틈이 발생해 스스로 자멸하게 해야지 전후좌우 사정도 모르고 호통치면 누가 자멸할까요? 기자 너님이 자멸한다.  

 

이후 질문은 으악, 내 눈, 내 눈을 뜰 수 없다. 

 

“본인에 대한 비판 여론은 과거 조국과 현재의 조국이 상충 돼서다, 진보꼰대라는 비난 여론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하아... 공격 포인트 나름 잡으려고 애는 썼다만 기본? 응? 기본을 좀 다지란 말이다. 같은 말도 이런 식으로 하면 본인의 철학적 사유의 빈곤함을 그대로 드러내 버리잖아. 공격을 할 때 진보꼰대, 라는 너무 저렴한 표현을 쓰면 콘크리트층을 더 굳게 할 순 있을지 모르지만 유동층에는 인신공격으로 들린다.

 

과거의 조국은 어떤 발언을 했었고, 사회의 쓴소리를 했던 내용이 이러했다. 그러나 지금 드러난 어떠어떠한 사안들은 그런 발언에 배치되는 것 아니냐... 라고 질문했어야지. 잘생겼는데 품위까지 있고 몇 시간 동안 한치의 요동도 없이 그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한테 너 왜 한 입가지고 두말했어? 너 진보꼰대라고 하는데 어때? 라는 식의 질문을, 진짜 있는 그대로 하면 7살짜리들이 동네에서 구슬치기 하다 말싸움하는 걸로 들려서 더 대비되지 않겠냐... 응? 쫌!  

 

 

5. 무식하면 엉덩이라도 가벼워 몸으로 좀 뛰어서 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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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논문 논란 관련, '고등학교 수준도 쓸 수 있는 논문이었다는 어떤 이의 댓글을 후보자가 인용해서 썼는데, 딸이 고등학생 때 제1저자로 등재한 논문이 고등학생이 쓸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냐?' 는 질문이 있었다.

 

아아. 기본? 으응? 기본! 본인이 논문을 읽어보고, 관련 내용을 취재한 후에 이런 이런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은 고등학생이 하기에 어렵지 않냐는 식으로 좁혔어야지, 그걸 본인한테 물어보고 앉았냐. 그리고 제1저자와 책임저자는 다르다는 사실은 조금만 취재해 보면 알 거 아니냐. 

 

책임저자 입장에서는 실험과 통계를 토대로 작성된 논문이라 하더라도, 원본 샘플을 가지고 있고 그걸 가지고 해석하고 밝혀낸 뒤 전체적인 영어 서술을 한 사람을 제1저자로 했다면 그건 어라, 하며 되치기 당할 수 있으니까 니가 공부를 하고 질문을 해야지.

 

기여가 아예 없는데 1저자로 했다면 연구윤리 문제지만, 기여가 있는 학생을 책임연구자가 제1저자로 기여분을 인정해 주면, 그건 대학원생들 열정페이 착취 현실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되치기 당할 것 같지 않냐. 이쯤 되면 무식한 것을 넘어 게으르기까지 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안이다. 댓글 인용은 조국 후보자가 “댓글 인용한 적 없다”고 했다. 의도는 둘째 치고 기본 팩트 체크가 안 되니 한방에 나가떨어진 거다. 그나마도 간단한 사실관계 확인을 안 하면 이렇게 한 방에 간다.   

 

 

6. 자충수와 노블리스 오블리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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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선친부터 이사장으로 있었던 웅동학원 관련해서 건설을 담당했던 동후보자의 동생 건설사가 52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고, 또 웅동학원의 사무국장으로 임명된 속기록이 있다. 배임 혐의가 아니냐? 라는 질문이 있다.

 

형사상의 죄를 언급하려면 형법상 죄의 구성요건과 피의 사실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대충 그러하지 않냐? 이런 질문은 위험하다. 형법상의 죄를 묻는 것이다. 죄의 구성요건에 정확히 들어  맞는지 확인하고 가야지. 상대는 누구다? 서울대 법학 교수라니까. 

 

이사회 속기록을 제일 먼저 확인했어야 했고, 사실관계 확인 후 질의해야지. 성질 더러운 딴지일보 데스크였다면 졸라 깨졌을 거다. 질문을 잘못한 경우 어째 되냐고? 후보자 선친이 돈도 안 되는 다 쓰러져 가는 시골학교를 자기 돈 들여 빚까지 져가면서 번듯하게 지었고, 교육 사업을 위해 가산을 탕진했고, 둘째 아들 공사 대금도 주지 못해 신용불량자 만들었다는 미담 밝힐 기회를 줬다. 선친들이 독립운동까지 한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천한 집안의 자제라는 사실을 밝힐 기회를 줬다는 말이다. 너, 조국 후보자 까는 척하는 고도의 지지자였던 것이 아닐까 의심한다. 

 

거기에 그동안 자신들이 허위 보도를 해놓고, 후보자가 허위 보도 때문에도 시달렸다는 말에 ‘어떤 내용이 허위보도였냐?’고 했다. 아아, 업계 용어로 낚싯밥 제대로 물었다. 조 후보자가 “제가 무슨 여배우 스폰서라고 합니다!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제자랑 불륜관계라고 합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아이가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고 합니다! 이렇게까지 하셔야 합니까? 그리고 딸 아이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 밤 열 시에 남성 기자분 둘이 찾아와 문 두드리고 나오라고 합니다! 그렇게까지 하셔야 합니까?”

 

기자, 자충수 제대로 뒀다. 이러면 자신들이 범법행위와 겁박까지 일삼는 삼류 찌라시 매체의 양아치 기자라는 모습만 성실히 입증해버렸잖아. 사실이라도 그걸 상대방이 드러내게 만들면 이건 뭐 조국 기자간담회가 아니라 기자 조국간담회가 돼버렸네?

 

기자간담회를 ‘대국민 간담회’로 잘못 알고 질문하는 거 외에 사실관계가 틀린 질문이 수두룩했으니 굳이 일일이 짚지 않겠다. 서울대 교수 딸이었으니 장학금 줬지 않겠냐, 그거 묵시적 청탁 아니냐는 질문을 했는데, 개념 좀 제대로 알고 질문하자. 며칠 전 국정농단 판결로 묵시적 청탁이 나와 그 여운이 큰 듯한데, 법률 용어, 구성요건 해당은 명확하고 정확해야 조인트가 먹힌다. 상대는 누구다? 서울대 법학교수다. 

 

국민정서법 외치기 전에 성실한 팩트 체크부터 하는 게 좋겠다. 그거 하나 믿고 간 모양인데 팩트 체크가 안된 상태에서 그대로 하면 그건 국민 정서 아니고 너님 정서된다.  

 

 

7. 생떼는 봐가면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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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금수저 아니냐? 바른 금수저인척 했는데 결과적으로 다른 금수저들과 똑같았던 거 아니냐? 이런 생떼는 뉘앙스로 가야지 직접적으로 쓰지 말도록 하자. 너~~~~무 없어 보인다. 바른 금수저도 많다. 불법, 비리 저지르지 않고 반듯하고 성실하게 세상 잘 사는 다른 금수저들 싸잡아 비난하는 말이 된다. 기자회견장은 열등감 드러내는 경연장이 아니잖냐. 있어도 그걸 숨기고 공격 포인트를 잡아야지.   

 

금수저냐는 그지 같은 질문에도 “나는 금수저 맞지만 금수저라도 세상의 불공평한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 가지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살고자 하는 꿈을 꿀 수 있다. 내가 그렇게 노력한 이후 도덕성에 있어서나 실력에 있어서나 모든 점에서 나보다 훨씬 나은 분이 나를 밟고 올라가실 것이다” 라는 대답을 할 수 있다는 면만 도드라지게 보이게 했다. 이런 걸 엎어치기 당했다고 한다. 

 

지성과 영성적인 면, 사람 됨됨이, 모든 걸 조 후보자 몰아주기 한다는 속셈이라면 대성공이지만 이런 자폭성 질문은 데스크에서 잘랐어야지. 딴지 데스크였으면 언제나처럼 바빠 죽겠는데 전화 100통쯤 해서 사람 미치게 만들었을 거야...(아, 물론 안 받으면 그만).  

 

오히려 저 대답을 할 때 정책 보도 중 재산 비례 벌금제에 대한 부분을 물고 늘어졌어야 했다. 돈 많은 사람은 벌금 더 많이 내도록 하겠다는 건데 잘못하면 부자가 죄 저지르고 징역 대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좁혀 들어가는 질문도 가능하다. 우리 형벌체계는 구류-금고-벌금-징역 순으로 나간다. 돈 가진 사람들, 부유층이 아무렇지 않게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건 돈 때문에 저지르지만 어떻게든 징역살이를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조국 같은 법학을 전공한 유학파 교수 출신들은 제도 개혁에 대한 열망이 크다. 선진 법치국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내세우는 제도의 맹점을 파고들었어야 한다. 공수처가 오로지 만능키도 아니고 장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검찰공화국을 탈피하겠다고 만든 공수처가 또 다른 정권의 무기로 전락해 절대 무기가 될 우려가 있다.

 

일반적 검찰개혁 방식이 아닌 왜 공수처를 선택했는가. 과도한 검찰 권한 중 영장청구독점제도가 문제인데 이것은 헌법개정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인데 왜 헌법개정으로 해결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언뜻 쉬운 길로만 가려는가, 수사·기소 분리를 왜 정상적 방법으로 진행하지 못하는가, 정치검찰들 파면은 왜 못하는가, 등등에 대해 질문할 게 산처럼 많지 않은가.

 

어떤 제도든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이 있기 마련이니 그 부분에 집중하면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상대했어야지. 물론 조국 후보자보다 공부를 안 했다면 만신창이가 될 우려가 있지만 적어도 논쟁이 될 수 있는 사안이 넘쳐난단 말이다. 백 보 양보해서 어제 기자들 눈높이에 맞추면, 지금 제시한 제도들이 다 독일이나 영미와 같은 선진 법치주의 국가 제도인데 한국과 상황이 같냐? 제도란 것도 그 나라 국민성을 봐야 하는 거 아니냐? 뭐 이런 질문 수준까지도 양보 가능하다. 사실확인도 안 하고 이해도 안 가면서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보단 백 번 낫다. 기자회견장에서 꿀잠 자는 분들에게 이런 걸 바라는 건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이글은 도르마루 도르마무한 기자들에게 받치는 헌정글임을 다시 한 번 밝힌다. 

 

마지막으로 제사 때 일 년에 한번 정도 보는 5촌 조카는 니덜이 좋아하는 국민정서에 맞춰서 꼭 필요할 때만 소환하자. 사촌도 1년에 한 번도 안 보고 사는 집안들 많다. 그렇게 질문하다 밀린 후에 무턱대고 사퇴하라! 고 외치면 잘도 그러자! 하겠다. 마이크로소프트사 독점계약이 잘못 아니냐고 몰아세운 자유당 이은재 의원 빙의한 줄 알았다. 

 

사모펀드가 무엇인지, 블라인드 펀드가 무엇인지, 제발 경제와 금융, 주식 같은 전문분야는 그에 맞는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질문도록 하자. 나는 기자회견장인지 강의실인지 분간이 안가더라.

 

아, 그리고 오늘 조선일보 1면에 "몰랐다"는 말로 일방적 해명만 있었던 기자회견이라고 썼는데, 거기 너네 기자도 있었지 않냐. 10시간 넘도록 앵무새처럼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뭐라도 건졌을 것 같은데, 그 긴 시간을 줬는데 하나도 못 건진 니네부터 공부 좀 하자, 이런 자아성찰 좀 해봤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좀 더 첨삭지도를 해주고 싶지만 더 이상 속 터져서 못하겠다. 딴지 커피도 맛있고 딴지 라면도 맛있으니 함 찾아오든가. 본인이 쌍팔년도 수사관의 권력을 가진 줄 착각하는 기자들의 시대는 지났음을 이제 좀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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