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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달이 야생동물구조센터 글 쓰는 게 목표였는데 5월 찍어온 사진이 이제야 글로 옮겨졌습니다. 더욱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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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연신 젖을 찾던 너구리는 벌써 이만큼이나 컸습니다. 어린 동물들 크는 건 정말 순식간입니다.  
1, 2주 만에 가서 보면 크기가 뻥튀기하는 것 같습니다. 너구리들은 이제 젖을 떼고 사료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손이 조금 덜 갑니다.  

이 시기부터는 조금씩 사람을 경계해야 합니다. 귀엽다고 예뻐하다가 사람을 따르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이 내용은 다음번에 글을 따로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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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주사기로 이유식을 만들어 주지만 조만간 벌레들도 받아먹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참샛과의 새들은 약 2~3주 정도의 매우 짧은 육추 기간을 가집니다. 
주의를 기울이고 관찰하면 가정집의 연통, 빗물 구멍, 벽돌 틈, 신호등의 파이프 구멍 등등 정말 다양한 곳에서 먹이를 물고 나르는 어미 참새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도심 어디에서든 자연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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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방은 원앙과 흰뺨검둥오리의 차지입니다. 
이날까지 원앙 10마리, 흰뺨검둥오리 26마리가 한방에서 함께 크고 있습니다. 아마 더 늘겠죠?

 

원앙과 흰뺨검둥오리는 물가 주변 나무 둥지에서 부화 후 한 번에 이소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미가 노란 새끼들 데리고 도로를 건너는 영상은 한 번쯤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소 중 집수정, 하수구 등 사람이 만들어둔 인공 구조물에 빠져 탈출하지 못하고 구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요즘은 옥상정원 같은 인공구조물에서 둥지를 만드는 경우가 있어 이소를 못 하고 구조센터로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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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센터에서 사용하는 먹이들 중 일부입니다. 
병아리, 메추리, 닭, 빙어, 버들치, 기타 물고기, 밀웜, 실지렁이, 분말 사료, 알곡 사료, 각종 채소와 과일 등...
종류로 따지자면 수십 종의 먹이를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그때그때 공급 가능한 최선의 먹이를 한정된 예산 내에서 공급하려 노력합니다. 

 

먹이의 종류만 많은 것이 아니고 개체별로 세세하게 공급량, 수량 등을 관리해야 합니다. 
한두 마리라면 어렵지 않겠지만, 수십 종의 동물을 위해 수십 종의 사료를 상황과 건강 상태에 따라 방법을 달리해 공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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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렇게 잘 먹어주면 아빠 미소가 지어집니다. 요즘은 수박이 철이네요. 나도 먹고 너도 먹고.

 

다양한 먹이 공급은 다양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것과 더불어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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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구조. 관리 현황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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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방송국에서 아침방송 촬영을 왔습니다. 이미 방송이 나간 뒤라 보신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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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선생님은 새호리기(맷과의 맹금류)를 수술 중입니다. 

전깃줄에 충돌 후 추락했다는 목격이 있었습니다. 좌측 날개가 골절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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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절된 뼈에 핀을 박아 고정하는 수술을 진행하였습니다. 수술은 무리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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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보이는 핀은 0.6mm 핀입니다. 

이런 특별한 도구들을 일반 동물 병원에서 구비해 두기는 어렵습니다.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전국적으로 필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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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가 깨고 살만한가 봅니다. 잘생겼습니다. 
자세히 보면 왼쪽 날개에 붕대가 감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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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회복과 재활 훈련까지 모두 끝나면 이렇게 발목에 링을 채워 방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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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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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링에는 고유번호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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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록을 남겨 전 세계적으로 어디로 이동했는지 혹은 다시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들어왔을 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추적하는 데 이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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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이런 식으로 어린 새들의 각각 개체관리를 위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컬러링은 간단하게 채우고 성장 후 제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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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가 구조(?)되어 들어왔습니다.  
구조에 물음표가 붙은 이유는 식당에서 3년을 키우던 녀석이기 때문입니다.
식당이 이사를 가며 더 이상 키울 수 없어져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보냈다고 합니다. 

체중이 16kg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9~10kg까지 나가면 아주 큰 오소리입니다. 그것도 겨울잠 자기 직전에 몸을 최대한 불렸을 때 말이죠. 겨울잠에서 깨고 여름이 될 무렵  9kg 짜리 오소리가 4~5kg까지 체중이 내려가는 거 생각하면 심하게 비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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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마취 장비 사용이 불가능해서  케이지를 김장 비닐로 포장하고 마취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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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심하게 비만입니다. 이놈을 어째야 할까요.

3년간 개 사료를 먹이며 애지중지했다네요. 무는 습성이 남아 주인 말고는 아무도 가까이 가지 못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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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마취 중이라 순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맹수입니다...

 

꼴랑 16kg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야생동물은 다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사람에게 길들여진 야생동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다친 동물을 치료해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과는 또 다르게 어려운 일입니다. 혹시라도 이 녀석을 산중에 풀어 놨다가 사람 보고 반가워서 다가오기라도 한다면? 사람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한번 길들여진 동물을 야생으로 돌리는 일은 정말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녀석을 키웠던 식당 주인분은 아마도 측은지심으로 새끼 때부터 애지중지 데리고 사셨겠죠.
3년간 노력도 많이 하셨겠죠. 하지만 겨우 3년입니다. 이 녀석의 남은 생은 어째야 할까요.

이 녀석은 체중 말고는 크게 문제가 없어 일단 다이어트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후의 소식으로는 밥 주는 양이 줄어드니 매우 흉폭해졌다고 합니다. 다이어트가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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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의 발바닥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발가락 5개, 사람 말처럼 평평합니다. 
그래서 오소리가 산길로 다니면 길이 다져지며 오솔길이 생깁니다. 
오솔길의 어원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오소리가 만든 오솔길이 맞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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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나 퇴근 시간이 가까워 구조 신고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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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황조롱이 3형제입니다. 구조자분께서 애들 배고플까 봐 생닭을 통으로 주셨습니다.
야생동물구조를 나가면 이런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구조자분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런 행동들이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먹이, 물 등을 공급하기보다는 최대한 빨리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이송시키는 게 첫 번째, 두 번째는 최대한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해주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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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들은 고층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 틈에서 발견이 되었습니다. 
위 사진에서도 보이지만 어린 황조롱이들은 이미 날개깃이 다 자란 상태라 1주일 이내에 이소를 할 것으로 예상되어 신고자분께 말씀을 드렸지만 둥지를 당장 치우기를 원하셨고 어쩔 수 없이 저렇게 박스에 구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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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날기 직전의 상태로 모성애가 강한 어미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였고 아파트 관리실의 협조를 얻어 동 건물 옥상에 임시 둥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상태로 밤을 지나고 어미가 돌아오지 않을 경우 구조센터로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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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저희가 떠난 후 바로 어미가 새끼들을 찾았고 
며칠 만에 어미와 함께 날아갔다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 
어미와 새끼들이 떠나고 임시 둥지만 끼끗하게 정리하고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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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인간만큼이나, 말 없는 생명체들에게도 소중한 것이다. 
사람이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두려워하며, 죽음이 아닌 생명을 원하는 것처럼. 
그들 역시 그러하다." 
- by 달라이 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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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자라는 계절이 봄이라면, 여름은 네발짐승의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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