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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역선거 제1차 선거 결과: 분홍색 좌파 / 하늘색 우파 / 남색 극우파


2015년 12월 6일, 프랑스에서는 1차 지역 선거가 있었다. 이 선거에서 극우 국민전선(FN)은 정당 역사상 가장 큰 승리를 거머쥐었다. 총 득표율을 따져 보면 국민전선 29.8%, 공화당(LR)를 위시한 우파 연합 26.5%, 사회당(PS) 및 좌파 23.2%로 집계되었다. 국민전선의 당수 마린 르펜이 직접 후보로 나선 노르 파 드 칼래 피카르디 지역에서는 전체 표의 42% 가량이 국민전선의 손을 들어 주었으며,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 알프 코트 다쥐르 지역은 마린 르펜의 조카, 마리옹 마레샬 르펜에게 41%가 넘는 표를 몰아 주었다. 그야말로 국민전선 역사에서 전에 없던 쾌거다. 이제 국민전선은 아버지 대에서 이루지 못한 대통령의 꿈을 실현하기 일보 직전에 있다. 그리고 이는, 프랑스 역사에서 전에 없던 위기다.


파리 테러 이후 나는 지역 선거만을 기다려 왔다. 이전 글에서도 계속해서 프랑스 시민들이 이번 테러를 어떻게 보는지, 또한 그들이 원하는 프랑스 사회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는 것은 바로 선거 결과가 될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선거의 모습을 담기 위해, 매주 월요일 연재되는 <프랑스는 지금> 송고 시점을 늦추어 달라고 죽지 않는 돌고래 부편집장에게 특별히 부탁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참담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다.


믿었다. 1789년, 1848년, 그리고 1968년의 타오르는 에너지를 믿었고, 프랑스의 반짝이는 지성을 존경해 왔으며,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숨기지 않고 사회의 여러 이슈에 대해서 토론을 하는 시민들의 지성을 경외해 왔다. 토론이란 말싸움이 아니라 나와 생각이 다른 이를 이해하는 과정이기에, 그 것이 가능한 프랑스라는 나라를 부러워했다. 프랑스의 그런 모습을 내 나라가 닮아가기를 원했으며, 예술과 지성을 담고 있는 프랑스어를 배웠음을 자랑스러워 했다. 하지만 오늘 나는 부끄럽다. 마치 프랑스가 나의 나라라도 된 양. 이 무기력을 이기고 오늘도 써 본다. <프랑스는 지금> 10편 시작해 본다.



1. 프랑스 행정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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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행정구역이 특별시/광역시/도 - 시/군/구 - 읍/면/동 - 리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프랑스의 행정구역은 레지옹(Région) - 데파르트망(Département) - 코뮌(Commune)의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굳이 번역하자면 레지옹은 지역 혹은 주(州), 데파르트망은 도, 코뮌은 시 정도가 된다. 특별시나 광역시의 개념은 따로 없고 각 지역 및 데파르트망마다 중심 도시가 있어 행정 업무를 도맡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의 경우는 일드프랑스(Île-de-France) 지역에 있는 데파르트망인 동시에, 일드프랑스 지역의 중심 도시다.


그러니까, 이번 12월 6일 지역선거는 이 레지옹 단위에서 치뤄진 것으로, 주지사를 뽑은 거라고 생각하면 쉽다. 프랑스는 몇 년 전부터 보다 효율적인 지방자치단체 운영을 위하여 이 레지옹 단위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2015년 12월 현재 프랑스의 레지옹 구성은 아래의 왼쪽 그림과 같다. 총 22개. 단, 2016년 1월부터는 이 레지옹 구역이 전면 개편되어 13개로 줄어들기 때문에(아래 오른쪽 그림 참조) 이번 지역 선거는 (해외령 제외) 13개 레지옹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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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31일까지, 22개 레지옹 / 2016년 1월 1일부터, 13개 레지옹



2. 지역선거 룰


프랑스의 선거 룰은 한국과 다르다. 우선 선거권자. 18세 이상의 프랑스 시민이며, 선거인 명부에 등재되어 있어야 선거권을 가질 수 있다. 또한 한 번의 선거로 끝나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대체적으로 두 번의 선거를 거친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1차 선거에서 유효표의 과반수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있을 경우에는 2차 선거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해당 후보가 선출된다. 1958년의 1차 대선에서 샤를 드골이 총 78.51%의 득표율로 2차 선거를 거치지 않고 바로 대통령이 된 바 있다. 단, 그 외의 경우에는 2차 선거로 간다. 2차전은 1차 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두 명의 후보를 최종 후보로 삼는다. 둘 중 한 명을 뽑는 것이다.


지역 선거의 경우에도 대선과 마찬가지로 1차 선거에서 과반 이상의 득표율을 얻은 후보가 선출되고, 그런 후보가 없는 경우 2차 선거를 진행한다. 이번 프랑스 지역 선거에서는 과반 이상의 득표율을 얻은 후보는 없다. 다만 2차 선거에 나가기 위한 조건은 1차 선거 유효표 득표율 10% 이상이다. 따라서 2차 선거에서도 두 명 이상의 후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1차 선거에서 5% 이상의 득표율을 얻었을 경우에는 다른 후보와 연합하여 2차 선거에 나갈 수 있다. 단, 지역 선거의 경우에는 개인 후보가 아니라, 정당에 투표한다. 또한 그 결과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것. 이렇게 구성된 의회에서 레지옹 지사를 선출하게 된다. 이번 프랑스 지역 선거 2차전은 오는 일요일, 그러니까 2015년 12월 13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3. 프랑스 정당 스펙트럼


<프랑스는 지금> 연재물을 통해서 극우 국민전선(FN)과 사르코지가 이끄는 공화당(LR), 현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의 사회당(PS)에 대해서는 적잖이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에 이 세 개 정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국회 및 유럽의회에 의원을 두고 있는 정당만 총 15개. 이들 중에서도 대표적인 13개만 극좌에서 극우까지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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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당의 스펙트럼

보는 시각에 따라 순서를 다르게 배열할 수도 있음을 밝힌다.

필자가 참조한 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http://www.contrepoints.org/2014/03/08/158873-carte-de-lechiquier-politique-francais


왼쪽부터 프랑스 공산당(PCF), 좌파정당(PG). 이 두 정당은 좌파전선에 해당하며 극좌 정당이다. 공화국과 시민운동(MRC)과 유럽녹색당(EELV)은 반 자유주의 좌파정당이며, 급진좌파당(PRG)과 올랑드의 사회당(PS)은 중도좌파에 해당한다. 민주독립연합(UDI)과 민주운동(MoDem)은 중도우파이고, 사르코지의 공화당(LR)부터 일어나라 프랑스(DLF), 카톨릭민주당(PCD)은 우파정당이다. 프랑스를 위한 운동(MPF)과 르펜의 국민전선(FN)은 극우정당에 해당한다.


대략적으로 감이 오는가? 그러니까, 우리에게 익숙한 세 개 정당은 프랑스 정당의 스펙트럼에서도 꽤나 오른쪽에 위치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회당이라 해 봐야 중도좌파에 위치할 뿐이다. 프랑스의 2015 지역 선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 각 정당 스펙트럼의 의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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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현재 프랑스 정당별 의석 현황 (링크)



4. 지역 선거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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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3일 1차 지역선거 결과

파랑 : 우파연합(공화당 등) / 분홍 : 좌파(사회당) / 검정 : 극우(국민전선)

출처 - <Le prarisien>


프랑스 역사상 이런 적은 없었다. 아니, 2002년 1차 대선에서 국민전선의 장 마리 르펜이 승리를 거둔 이후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2002년과 2015년의 프랑스 사회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2005년 파리 소요 사태를 지나 올해 잇따른 테러로 인해 반 무슬림 정서가 확산된 현재의 프랑스 사회 분위기는 결국 국민전선에게 엄청난 호기로 작용했다. 50%가 약간 넘는 투표율을 보인 2015년의 프랑스 1차 지역선거는 말 그대로 국민전선의 완승이다. 총 13개 지역에서 이루어진 선거에서 6개를 가져갔다. 비록 과반을 넘는 투표율로 승리한 것은 아니라서 2차 선거를 거쳐 봐야 최종 결과가 나오겠지만, 이번 선거는 프랑스의 민심이 어떠한지를 확실히 보여 주는 계기가 되었다. 언론에서 테러 이후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에 없이 상승했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프랑스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실망감은 여전했고, 공화당의 구태의연함은 그대로 우파 지지자들을 국민전선으로 흘러가게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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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다음날, 좌파 신문 <뤼마니테(왼쪽)>와 우파 신문 <르 피가로(오른쪽)>의 1면

프랑스는 좌파부터 우파까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

(참고기사: 아까이소라, <프랑스 언론의 스펙트럼 1>)


지금 프랑스의 많은 이들은 충격에 빠졌다. <뤼마니테>는 극좌 신문이다. 마르크스주의자 장 조레스가 창간한 이후 공산당 기관지였다가 독립한 이후에도 여전히 공산주의 신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뤼마니테>도, 프랑스 3대 일간지 중 가장 오른편에 위치하고 있는 <르 피가로>도 1면에 ≪ Le choc ≫, 그러니까 ‘충격’, 이 한마디를 던졌을 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충격이라 할 것도 없다. 필자조차도 주변에서 극우스러운 발언, 그러니까 저 이민자들 때문에 프랑스가 이 모양이 되어 버렸다는 식의 한탄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보건소에서 약사로 일하는 한 친구는, 집시들이 와서 약을 다 쓸어 간다며 공공연히 그들에 대한 증오를 내비치기도 했었다. 워낙 내가 강한 어조로 한국의 상황과 프랑스를 비교하며, 프랑스에서도 인권이나 자유, 평등, 박애 등의 원칙을 최우선에 두지 않는다면, 현재 사회의 최하위층, 그러니까 난민이나 집시들, 혹은 더 넓게는 주로 이민자 가족으로 구성된 빈곤층을 향하는 차별적 시선이 더욱 그 범위를 확장시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고 하는 바람에 더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프랑스인이 약사 친구와 비슷한 시각으로 사회를 보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회당은 결코 국민전선이 선거에서 승리하게 둘 수는 없다며, 국민전선이 각각 40.64% (마린 르펜)와 40.55% (마리옹 마레샬 르펜)의 표를 가져간 노르 파 드 칼래 지역과 프로방스 알프 코트 타쥐르 지역에서 사회당 후보를 기권시키기로 결정했다. 즉, 사회당이 이 지역에서 승리하지 않아도 좋으니, 사회당 지지자들은 제발 국민전선이 아닌 다른 당 후보에 투표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마린 르펜이 1차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지역에서 공화당(LR)을 위시한 우파는 24.96%, 사회당을 위시한 좌파는 18.12%의 투표율을 거두었다. 즉, 이 둘의 투표율을 합치면 국민전선을 이길 수 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국민전선이 한 지역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미 1차 선거로 프랑스라는 나라가 어떤 지경에 처해 있는지 확실히 확인했다. 2017년 대선에서 국민전선의 당수 마린 르펜은 유력한 후보로 다시금 부상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의 구호는 결국 그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한 것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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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마린 르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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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당(PS) 지지자의 눈물



5-1. 이제 프랑스는 (1)


1차 선거 결과가 발표된 일요일 저녁, 적잖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세월호 사건이 있었을 당시, 딴지에 기고했던 켄 이와사키를 기억하려나 모르겠다. (관련기사: [세월호 침몰]해외한국학자 기고: 세월호 사고, 한국 사회의 고통스러운 표류) 동아시아 정치학을 연구하는 켄은 이번 선거의 참상이 낮은 투표율에 있었다며, 좌파 성향의 유권자들이 움직이지 않은 데 그 이유가 있다고 본다. 즉, 30%에 달하는 프랑스인들이 모두 극우정당의 의견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유권자의 50% 중 30% 가량이 극우정당에 표를 주었다는 것은 대략 프랑스인의 15%가 극우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혹시라도 극우가 정권을 잡게 되면 프랑스 국적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는 이중국적자 켄은 페탱 다음에 드골이 있었다며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승만, 박정희가 있었고, 전두환과 노태우를 거쳐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다음에 또다시 이명박, 박근혜로 되돌아온 한국의 근대사를 떠올려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딴 역사는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될 가시밭길이다. 그닥 위로가 될만 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좌파 성향의 켄은 2차 선거를 기약하며 많은 말을 하기를 삼갔다.


또 한 친구, 한국학을 연구하는 클레망은 문제는 적잖은 프랑스인들이 극우가 내세우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고 보았다. 즉, 언론에서 백번 이야기해 봐야 겪어 보지 않았으니 그저 인텔리들이 잘난 척하는 소리로 들린다는 것. 또한 프랑스에는 진짜 좌파가 없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번 테러 이후 사회당 정부가 보여 주고 있는 행보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수많은 정당들이 있지만 유권자들이 실질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은 사회당, 공화당, 국민전선 정도가 있는데, 결국 도찐개찐이 되어 버린 상태에서 보다 획기적으로 보이는 국민전선에 사람들이 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클레망은 격앙된 어조로 프랑스의 정체성은 혁명과 공화국에 있으며 자유와 인권, 사회 진보에 있다며 정말이지 이 놈의 나라를 떠나 버리고 싶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소르본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사미는 어찌 보면 국민전선이 이러한 쾌거를 거두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로 세계의 다른 나라들을 보면, 극우 성향의 정당들이 점차 힘을 키우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막시밀리앙은 또한, 2차 선거 결과가 어찌 되었든 간에 국민전선은 이번 1차 지역선거를 통하여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인했으며, 앞으로 이들의 세력은 보다 더 확대되어 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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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이제 프랑스는 (2)


<프랑스 앵포(France Info)> 에 따르면 프랑스의 18-24세 유권자는 대체적으로 극우적인 성향을 띠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링크). 일반적으로 나이가 어릴수록 좌파 성향을, 나이가 들수록 우파 성향을 띤다는 것은 적어도 프랑스에서는 낡은 고정관념이 되고 말았다. 2015년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총 8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8세에서 24세 젊은 유권자들의 35%가 국민전선을 지지한다고 대답했다. 공화당 및 우파 연합을 지지한다는 대답이 27%, 사회당을 지지한다는 대답은 21%에 불과했다. 반면, 60세 이상의 유권자들, 즉 제2차 세계대전과 프랑스 사회의 격변을 몸소 체험한 이들은 극우를 지지하는 비율이 가장 낮았다. 20%가 국민전선을 지지한다고 대답했고, 35%가 공화당 및 우파 연합을, 24%가 사회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젊은 층들에게 있어 점차 높아지는 실업율, 팍팍해져 가는 삶,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현실에 국민전선이 내어 놓는 이분법적 논리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파리 10대학의 사회학자 실뱅 크레퐁(Sylvain Crépon)의 연구 결과, 국민전선에 지지를 보내는 젊은 층은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세대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는 성향을 지닌다. 특히나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또한 정치나 선거 캠페인에 무관심할수록 국민전선에 지지를 보낼 확률이 높아 진다. 이들은 교육이나 자유 같은 추상적인 것보다 눈 앞에 보이는 보안과 같은 문제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는 계층일수록 국민전선의 지지자가 많아진다고 한다.(링크) 재미있는 것은 1990년대에도 국민전선은 20대가 가장 지지하는 정당이었다는 사실이다. 실뱅 크레퐁은 국가의 위기가 있을 때마다 젊은 층에서는 극우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아졌음을 밝히며, 이들이 나이가 들어 사회에 동화되고, 또한 가족을 구성하면서 다른 정당으로 지지 대상을 옮겨가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장 조레스 재단의 연구원 장 이브 카뮈(Jean-Yves Camus)와 니콜라 르부르(Nicolas Lebourg)는 이제 국민전선은 그저 '프랑스를 프랑스인에게!'라는 모호한 구호에만 집중하는 단계를 뛰어 넘어 나름의 사회 모델을 제안하여 유권자들을 수긍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점차 정교해 지고 있는 국민전선에 대응하는 자세 역시 '파시스트 ! 민족주의자(필자 주 : 유럽의 민족주의는 나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 류의 구호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젊은 층의 53%가 실업 상태에 있는 스페인에서 극우 정당 지지율이 1%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현재 프랑스에서 나타나는 극우 지지 현상은 경제 위기에서 온 것이 아니라 문화적 위기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몇 십 년 이래 프랑스의 우파는 항상 경제에 초점을 맞추어 왔으며, 그 결과 공화당으로 대표되는 우파는 그들의 이데올로기적 정체성을 잃어 버렸다. 결국 오늘의 우파는 그저 유권자의 구미에 맞추어 극우와 다름없는 제안이나 내놓고 있으며, 그 결과 많은 수의 우파 지지자들은 극우로 흘러가 버렸다. 또한 이러한 현실에는 우파 지성의 부재에도 책임이 있다 하겠다. 그리고 우파와 극우의 극성에 못 이기던 좌파 역시 파리 테러를 기점으로 오른쪽으로 정책 방향을 확 틀면서 결국 국민전선은 보다 큰 힘을 얻게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 두 연구원은 극우파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며, 프랑스의 타 정당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국민전선의 논리에 맞설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더 이상 프랑스 지성이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어쨌거나 또 한 번의 선거가 남아 있다. 극우정당에게 프랑스의 한 지역이라도 내줄 수 없다는 의지로 이번 선거를 대하고 있는 사회당은 이미 선거 이전에 공화당에 연합을 제안한 바 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2차 선거를 위하여 국민전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지역에서 2차 선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적어도 국가의 자존심을 지키고, 프랑스 사회를 엉망으로 만들지는 않겠다는 굳은 심지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희망은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이 오른쪽으로 와 버린 프랑스 사회를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기사에서는 2차 선거 결과를 가지고 돌아오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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