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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펜대 굴려 밥벌이하는 사람들 기본 소양이 묘한 균형감각이었나 생각 드는 요즘이다. 모든 사안을 공평하고 일관되게 양시양비 구도로 몰아가야만 자신의 훈장질이 팔리는 세상이 천년만년 유지될 테니.

 

조중동같은 업체에서 찍어내는 문양들이야 애초에 국문이라 치지도 않지만 요즘 내 알고 지내던 이들에게서도 이런 모습이 감지되니 한심한 노릇이다.

 

2.

토요일 서초동에서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가야겠다' 생각 들었다. 국립도서관 옆 누에다리에서 집회 대열을 찍은 사진이야 여기저기서 많이 보았을 테고, 나는 대열 속으로 들어갔다. 

 

요즘은 유튜브 시대라 나도 동영상이라는 걸 조금씩 찍어보고 있다. 두 마리 토끼인지 반 반 한 마리도 채 못되는지, 암튼 아래가 그 기록이다. 

 

 

3.

'조국 좀 그만 까라, 아주 祖國을 까 뒤집을라고 작정들을 하셨구만.'

 

이 외엔 별 생각 없었던 나는 집회 이름도 주최 단체명도 알지 못한 채 서초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출구를 나와 반포대로를 바라본 첫 감상은 '헉!' 이다.

 

아니, 집회 시작 시각 30분 전인데 이렇게 사람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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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조국 장관 수호 집회"라 썼더니 '조국 수호가 아니라 검찰 개혁 집회'라 바로 잡아주는 멘션이 달렸다. 

 

이 집회는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가 10만 정도의 참가자를 예상하고 주최한 '제7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이니 그 지적이 맞기는 하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 못한 백만인을 더 모이게 한 힘은 바로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장관을 지켜내겠다는 감정에서 기인하지 않았을까.

 

4.

급조되어 손에서 손으로 전달된 피켓의 색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노란색은 '잃지 않았어야 할 잃어버림'에 대한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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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더 눈에 들어온 것은 얼굴이다.

 

마스크가 없는, 저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들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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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된 한 신문에선 "조국수호" VS "조국구속" 이란 구도로 기사를 냈다가 제목을 수정하는 촌극을 벌였다.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집회 주최 쪽 추산 200만 명이 참석했다. 성모병원에서 문화제가 열리는 곳까지 거리는 1km가 넘는다"

 

"서초역 6번 출구 인근부터 100m 가량 정도의 규모로 반대쪽 참가자들보다는 수가 적었다."

 

건조하게 팩트를 전달하는 것 같지만 자유연대 집회 규모가 검찰 개혁 집회의 1/10 정도는 될 것 같이 읽힌다. 양측이 중간에 막 갈등도 고조됐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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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든 말든 날은 저물어 간다. 크고 검은 승용차가 많이 오가던 반포대로는 토요일 저녁 가득 노랗게 반짝인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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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풍경 내다보며 낄낄 환담 좋아하는 영감들이 이 멋진 광경 앞에선 왜 안 보이는지 의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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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대로에 진입조차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교대역 방향으로 운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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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사랑의 교회가 보이는 서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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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타운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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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화국의 수도 강남 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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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앙지검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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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역에서 바라본 서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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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가족에게 촬영과 기사 게재를 제안했더니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아무런 부상자도 연행자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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