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FMS로 미국 무기를 사는 건 나름 ‘꽤’ 복잡한 단계를 거쳐.
우선 시작은 LOA부터야. LOA가 뭐냐고? ‘Letter of Acceptance’라는 건데, 소요 물자에 대한 계약서지. 이걸 우리나라 방사청이나 각 군 본부 및 군수사령부에서 요청하면 미국 측에 날리는 거지.
“우리 F-15 엔진이 필요한데, 이거 좀 사고 싶어.”
라고 미국에 날려. 어디로? 미국 국방안보 협력본부라든가, 각 군성(육군부, 해군부, 공군부)에 보내. 그럼 얘들은 국방부와 국무부에 이 LOA를 보내지. 그럼 지들끼리 승인을 검토한 다음에 미 의회에 다시 올려.
“한국 애들이 F-15엔진이 필요하다는데 뭐, 팔아도 될 거 같은데요?”
“걔들 괜찮아? 믿을 만해?”
“에이, 걔들이 그래도 거래 깔끔하고 우리말 잘 들어요.”
“그래? 알았어.”
미 의회가 승인을 하면 이게 다시 국방부랑 국무부로 날아와, 이게 다시 각 군성이든 국방안보 협력본부로 날아가지, 이걸 우리 쪽 계약 지원단장 쪽으로 넘어와.
“네들이 원한 LOA 발행해줬다.”
“땡큐!”
이렇게 해서 날아온 LOA는 우리쪽 내부 회의를 거쳐 수락을 하고, 방사청 대정부계약팀으로 떨어져. 그럼 이 계약팀은 우리쪽 은행을 통해서 미 연방준비은행으로 돈을 쏴.
“돈 보낸다!”
“알았어!”
이렇게 돈을 받은 연방준비은행은 이걸 미 국방재무회계본부로 통보 해.
“야! 한국에서 돈 보냈다. 엔진 팔아도 돼!”
“오케이 알았어!”
재무회계본부는 입금 된 사실을 각 군성(전투기 엔진이니 미공군부에 통보하겠지?)과 국방안보협력본부에 알려. 그럼 여기서는 엔진 생산업체에 말해. F-15K 엔진은 GE(제너럴 일렉트릭)의 F110계열 엔진을 쓰니까 제너럴 일렉트릭에게 연락하겠지.
“야, 한국이 너네 엔진 팔래.”
“가만있자. 한국 F-15K에 들어가는 엔진이 F110-GE-129니까... 몇 개 필요하대요?”
“20개! 언제까지 줄 수 있냐?”
“라인 돌리려면 몇 달 필요한데요?”
“그래? 그럼 얼른 뽑아내서 줘.”
이렇게 엔진을 뽑아내면, 미 국방재무 회계본부에서 공군부를 통해 생산업체에 대금을 지불해. 대금이 입금되면, 이걸 인도하는 거지. 이거 수송해 주는 수송대행업체가 있는데, 엔진 수신자는 국군수송사령부이고, 이걸 받은 수송사령부가 방사청 사업관리팀이나 각군 군수사령부에 보내면서 사업이 끝나.
대충 이해 가지?
2.
자, 문제는 말야. 이 FMS 구매에도 뭔가 ‘차등’이 있어. 바로 구매국의 지위를 나누는 등급이야.
우리나라는 2008년도까지 FMS구매국 지위가 3등급이었어.
이게 참 뼈아픈 게 2010년 회계연도까지 보자면,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구매한 무기가... 1974년부터 시작해 2010년까지 총 193억 달러야. 이 정도면 전체 FMS 구매국 중 6번째 안에 드는 ‘큰 손’인데도 3등급 대우를 받았지.
그 나마 다행이라면, 2008년도에 이스라엘과 함께 2등급 국가로 구매국 지위가 올라섰다는 거야.
여기서 잠깐 FMS구매국 지위에 대해 설명해야겠는데, 이 지위는 총 4개의 그룹으로 나눠져 있어. 1그룹은 NATO 회원국 중 일부 국가에 한정되고(영국 같은 혈맹국가), 2그룹은 1그룹에 포함되지 않은 NATO 가맹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있었어(NATO+3 라고 불렸어). 그러다 여기에 한국과 이스라엘이 붙은 거지. 그럼 3그룹은? 이집트나 태국, 파키스탄, 바레인 같이 좀... 그래 좀 그런 애들이야. 그 다음의 4그룹은? 나머지 애매한 국가가 들어가 있어.
구매국 지위가 향상되면 뭐가 좋냐면... 은근 혜택이 많아. 대표적인 게 의회심의 기간이 확 단축 돼. 3그룹의 경우에는 의회 심의 기간이 30~50일인데 반대 2그룹은 15일로 끊어줘. 급행비 줬다고 해야 할까? 계약행정비용도 많이 싸지지. LOA 체결 전후로 미국 정부가 행정적으로 개입하잖아? 그 행정비용을 깎아 주는건데, 3그룹의 경우는 기본 계약금액의 1.5%를 행정비로 내야 하는데, 2그룹으로 올라가면 0~0.85%만 내면 돼.
의회 심의 기준도 대폭 완화되는데, 3그룹에 들어갈 경우에는 중요군사장비 중 1,400만 달러 이상 구매 0.5억 달러, 설계 2억 달러 이상은 무조건 의회 심의에 들어가는데, 2그룹이 되면 중요군사장비 2,500만 달러, 구매 1억 달러, 설계 3억달러 이상인 경우만 심의하지.
“네들 우리 우방인데, 우리 무기도 많이 사주고... 그래, 너네 2그룹으로 올려줄게. 고맙게 생각해 알았어?”
이렇게 된 거다.
보면 알겠지만, FMS로 무기 사는 것도 보통일이 아냐. 나름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거나, 미국과의 우호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면 불가능 하지. 대단한 건 1974년 이전까지는 미국에게 지원 받던 무기를 이제는 돈 주고 산다는 게 우리나라가 나름 경제성장 했구나 확인할 수 있다는 거야(이런 걸 좋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우리가 산다는 거잖아?). 게다가 무기를 하도 많이 사니까 미국 애들도 양심이 있는지 FMS 구매국 등급을 올려주기도 했고 말이야.
TV 뉴스에서 국방비리 관련한 뉴스만 나오면 FMS가 어떻네 하고 말들 많지만, 일반인들이나 심지어 기자들도 이 FMS의 개념에 대해 잘 모르는 거 같아서 이번에 한 번 정리해 봤어(찾아보면 이 등급 관련해서도 얼마나 오보가 많았는지 알 거야).
그래도 우리 세금이 나가는 거잖아? 어려운 이야기라 외면하지 말고, 이런 건 좀 우리도 알고 있어야 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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