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은 개봉 전부터 각종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어떤 대중문화 평론가는 영화 스토리가 "작위적"이라고 비판했으며, 일부 네티즌은 왜 정신질환까지 끌어들여 감성팔이를 하느냐며 그 부자연스러움을 비판하기도 했다. 쉽게 말해 꾀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부자연스러움은 얼마 전 개봉한 <조커>에도 적용된다. 한 네티즌은 우스갯소리로 "한국 와서 누구나 다 그렇게 산다"면서, "국밥 한 그릇 뚝딱" 하면 될 것을 왜 유난을 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이 모두 정신질환을 겪는 건 아니다.
영화들에서 묘사된 질환 자체부터 우울증이나 조울증처럼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은 가부장적인 사회의 억압을 견디다 못해 해리성 정체성 장애라고 부르는, 유병률 1% 남짓의 희귀한 질환으로 고통받는다. <조커>의 주인공 또한 거짓숨뇌감정(pseudobulbar affect)이라는 흔하지 않은 신체적 조건을 갖고 있다.
<조커>의 감독은 아서라는 인물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를 범례적이고도 개연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몇 가지 치밀한 구성을 거친다. 개인의 빈곤이 대중들의 불만이라는 계열을 만나고, 여기에 정신질환이라는 생물학적이고도 유전적인 계열이 교차된다. 그는 이처럼 치밀하게 설계된 교차들 속에서 사회가 필연적으로 잉태할 수밖에 없었던 괴물의 형상을 폭로하고자 한다.
<82년생 김지영>에서 정신질환이 다루어지는 방식은 조금 다른 의미에서 치밀함을 보인다. "영화 속 누구든 악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던 감독의 말 자체는 그녀가 소통의 방법을 두고 치열하게 고민했음을 반영한다. 가족들은 잠재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면서 김지영이라는 아픈 환자를 중심으로 뭉친다. 영화는 사회가 그녀를 망가뜨렸다는 메시지를 강화하는 대신, 그녀가 아프다는 것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이는 매우 정치적인 전략이다.
이런 점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두 영화에서 정신질환이라는 요소는 어딘가 외래적이다. 그것은 출발점에 있지 않고, 오히려 결론을 개연적으로 만들기 위해 외부로부터 소급적으로 삽입되어 있다. 한쪽이 폭로와 전복의 메시지를 위한 것이라면 다른 쪽은 지지와 공감에의 찬동이라는 목적을 위한 것이다. 인물들이 어딘가 억지로 끼워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주고, 꾀병 같고 부자연스럽다는 일부 대중들의 불만은 이런 면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정신질환이 사용되는 이 맥락을 단순히 작위적인 감성팔이나 꾀병으로 보아야 할까? 사실 이는 19세기 당시 히스테리를 두고 의사들이 던졌던 질문을 정확히 되짚는 것이다. 옛날부터 아무런 해부학적 문제가 없이 극적이고 과장된 마비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었다. 처음에 의사들은 이를 꾀병이라고 간주했다. 그렇지만 프로이트를 비롯한 몇몇 의사들이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프로이트는 실어증과 마비 같은 다소 과장된 증상들의 배후에서 폭압적인 아버지와 기독교를 발견하기에 이른다. 언어와 같은 자연스러운 출구를 발견하지 못한 공격성이나 성욕이 엉뚱하게 신체라는 활로를 통해 방출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심지어 그는 병을 통해 관심과 사랑을 받으려는 의도를 '이득(gain)'이라는 용어로 재규정함으로써 이를 의학적 관심의 초점으로 옮겼다. 여성의 몹쓸 질환이라고만 치부되던 히스테리가 정당한 대우를 받기 시작한 것은 채 100년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어쩌면 <조커>나 <82년생 김지영>이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은 그 자체로 어떤 히스테리 증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두 영화의 진짜 부자연스러움은 극중 인물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그것이 소급적으로 구성되어간 그 방식 안에 있다. 감독들은 분명 꾀병으로 오인받을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신들의 메시지를 구성하고자 한다.
영화가 부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소통하려 한다는 것은 이미 자연스러운 소통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우리는 왜 병자임을 자처하면서 자신의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인지 되물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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