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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상에서 나포된 북한 사람 두 명이 북송됐다고 한다. 오징어배잡이 선원이었던 그들은 선장 포함 열여섯 명의 동료들을 죽이고 남하했다가 나포됐다.

 

배에 처참한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고 살인의 증거가 명백하여 도저히 북한 이탈 주민의 ‘귀순’으로 수용할 수 없었고 중범죄자로서 북에 보내졌는데 <조선일보> 같은 따라지들은 사형이 확실한데 북으로 보내 버렸다며 볼멘소리를 했고 어느 국회의원은 헌법상 북한은 우리 영토이니 살인을 했더라도 우리 법정에서 단죄했어야 한다고 강변한 모양이다.

 

하지만 통일부의 말대로 “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나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북한이탈주민보호법 9조) 것이 사리에 맞다. 사람을 열여섯이나 잡아 버린 북한산 살인마들을 우리 법이 보호할 이유는 없고, 역으로 만약 남한 사람이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 휴전선을 넘어갔으면 송환하라고 요구하는 편이 지당할 것이다.

 

휴전선의 맨 동쪽 끝, 금강산이 바라보이는 해안지대와 그로부터 솟아오른 산악 지역 일부를 지키는 22사단은 기이하게도 이런저런 사고가 많았던 부대다. 일반인의 뇌리에도 깊숙이 박힌 사건만 해도 2014년의 임병장 총기 난사 사건, 2012년의 노크 귀순 사건에다가 200년의 민간인 총기 탈취 사건 등등 여러 가지다. ‘장군들의 무덤’이라는 으스스한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니 그 위용(?)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이 사단 최대의 악몽은 1984년에 있었다.

 

1984년 6월 26일 22사단 56연대 4대대 상황실에 비상이 걸렸다. 인근 GP에서 총성과 폭음, 비명과 함께 북한군의 기습이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온 것이다. 누가 봐도 북한군의 기습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곧 밝혀졌다.

 

이 무시무시한 참사를 일으킨 건 인민군이 아니라 한국군 일병이었다. 이름은 조준희. 그는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지고 비명을 지르며 내무반을 벗어나려 하거나 소초 등에서 튀어나오는 병사들에게 조준 사격을 가했다. 전해 들은 얘기로는 마치 사냥을 하듯 침착하게 쏘았다고 한다. 현장에서만 12명의 병사들이 죽었고 그만큼의 병사들이 부상당했다.

 

조준희 일병은 그 길로 북으로 방향을 잡았고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중대원들이 이를 갈며 뒤를 쫓다가 지뢰를 밟아 또 4명이 죽었다. 조준희 하나 때문에 무려 16명의 병사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16명의 목숨을 거둔 이 살인자는 월북에 성공했고 ‘의거월북자’로 훈장을 받는다.

 

“충북대학교 2학년 재학중 입대했기 때문에 데모를 했지 않았나 하면서 모진 학대와 구타를 당해서 남조선 괴뢰군을 까부시고 의거월북하기로 마음 먹었다.”는 인터뷰를 했고 대남방송에 등장하여 자신의 건재를 과시했다. 철책 근무를 서면서 그 방송을 들었던 조준희의 동료들은 특공대라도 조직해서 철책 넘어가서 조준희의 목을 베어 오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조준희는 대남방송에서 자기가 22명을 쏘아 죽였다며 자랑질을 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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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월 남과 북의 대치는 결코 평화롭지 않았다. 서로 병력을 침투시켜서 죽고 죽이기도 했고 상대방 군인들을 납치해 오기도 했으며 아예 포탄을 주고 받는 국지전에 가까운 일도 종종 벌어졌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의 군인이나 민간인을 떼로 죽이고 넘어온 사람에게도 “의거월북”과 “자유대한으로의 귀순” 칭호가 붙기 일쑤였다. 글자 그대로 야만의 세월이었다고 할 밖에.

 

박찬주 따위 양아치가 군인이 “대한민국 군대가 강군이었을 때”를 들먹이는 것을 보고, 또 오늘 북한으로 돌려보낸 살인자들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그나마 오늘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길을 통과해야 했고, 그 와중에 숨져간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돌이켜 보게 됐다.

 

휴전 이후 각종 사고나 인민군의 기습으로 숨져간 군인 수가 6만 명에 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 북한도 그 정도로 죽었을 것이다. 적어도 그런 시절로 돌아가서는 안된다는 강박이 뇌리를 싸맨다. 살인자들이 영웅이 되고, 동료들을 살육한 이가 상대방을 향한 선전도구가 되던 야만은 이제는 정말 역사의 어두운 페이지로만 존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