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역 근처에 살기 때문에 주말만 되면 성조기와 태극기의 물결을 어쩔 수 없이 보게 돼. 태극기를 든 어르신들이 늘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이거야.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살아남으려면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다져나가야 한다!”
맞는 말이긴 해. 한미동맹은 중요하니까.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체계는 미군이 상수로 존재하는 상태에서 짜여진 거야.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한다 하더라도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방위의 기본조건 중 하나야.
문제는 미국이란 존재가 특별히 더 ‘정의롭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챙겨주고, 도와주는 게 아니란 걸 이분들이 모르는 것 같아서 한마디 하려는 거야.
북한은 핵협박을 일삼는 존재이며, 북한이 핵으로 우리를 압살하려 한다는 논리의 근저에는,
“북한은 악마 같은 존재.”
라는 단정적인 판단이 깔려있어. 정의로운 미국과 대비되는 존재. 그게 북한인 거지. 까놓고 말해서 국제정치의 작동원리는 ‘이익’이야. 한미동맹을 부정하거나,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재정립을 말하고 싶지는 않아. 다만 무조건적인 호의, 막연한 선의를 기대하는 것처럼 위험한 건 없다는 걸 말하고 싶어. 동맹 유지의 핵심은,
“서로간의 이익이 합치할 때”
거든. 이 이익이 합치하지 않거나 틀어질 때 동맹은 깨져. 즉, 한국이 계속 미국과 같이 가려면 서로간의 이익을 맞춰가야 한다는 거지. 이게 핵심이야.
그런 의미로 미국의 악마성(?)과 깡패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 자락 풀려고 해. 바로 미국의 ‘핵협박’ 역사를 잠깐 애기해 보려고(북한 핵이 대한민국을 위협한다고 말하며, 정의로운 미국을 찾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2.
1945년 8월.
17킬로톤 짜리 핵폭탄 하나가 히로시마에 떨어져. 24만 5천명의 인구를 자랑하던 히로시마 인구 중 11만 명이 사라졌고, 7만 6천 개의 건물 중 90%가 파괴됐어. 이후 미국의 독주가 이어져.
1949년 9월 24일 소련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전까지 미국은 공공연하게 핵협박을 했어.
1946년 봄, 미국은 소련에 대해 핵위협을 해(무려 소련에게 말이지!).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도 소련은 이란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었어. 원래 이란 남부 지역의 석유는 영국의 ‘몫’이었는데 소련이 군침을 흘리고 있었거든. 트루먼은 당시 주미 소련대사인 그로미코를 백악관으로 초대해 정중히 경고해.
"48시간 안에 이란으로부터 소련군이 완전히 철수하지 않으면, 난 소련에 대해 핵공격을 명령 하겠소."
소련군은 24시간 만에 이란에서 완전 철수해.
49년 소련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나서도 미국의 ‘핵협박’은 계속 되었어. 물론 소련에 대한 핵협박은 없었지(같이 죽을 일이니까).
1954년 베트남 정글에서 허우적거리던 프랑스군은 드디어 디엔 비엔 푸에서 박살이 났어. 프랑스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미국은 아주 적은 비용으로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 방법을 프랑스에 제안했어.
“전술핵 3발을 프랑스에게 지원하겠다.”
당시 미국 국무장관 덜레스와 미군 합참의장 렛포드는 이 방안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지.
“싸고, 깔끔하고, 전 세계에 서방세계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 방안을 프랑스 외무장관 조르주 비도(Georges-Augustin Bidault)에게 정식으로 제안했어. 오히려 놀란 건 프랑스였지.
“아무리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베트남에 핵을 떨어뜨린다는 건... 제정신을 가진 자라면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프랑스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어. 프랑스에 이어 베트남 전에 뛰어든 미국은 어김없이 핵협박을 이어나갔어. 1968년 테트 대공세로 위기에 몰렸을 때, 그리고 1969년에서 72년 북베트남과의 종전협상을 할 때 미국은 핵협박을 날렸어.
3.
핵 협박은 한반도에서도 있었어.
1958년 1월 28일 미군은 280미리 핵대포(정말 대포야. 핵포탄을 날리는)와 어네스트 존을 한국에 배치해. 아울러 주한미군 제7보병사단을 핵전쟁에 대비한 팬토믹(Pentomic)사단으로 개편했어(팬토믹 사단은 핵전쟁을 대비한 체제로 총 18개의 핵무기 체제를 갖춘 편제야. 한 마디로 전술핵을 운용하는 사단이야).
AFAP(artillery-fired atomic projectiles:포발사 핵병기)
핵무기들은 휴전선 바로 밑, 북한군 야포의 사정거리 안에 배치되었는데, 이건 북한과 미군에 엄청난 압박이 됐어.
“전쟁을 일으키면 모두 죽거나 이 핵무기를 잃는 것, 둘 중 하나밖에 없다.”
만약 이 때 핵을 쏘면? 북한도 타격을 받았겠지만, 한국의 수도 서울과 경기도 일대가 방사능에 의해 오염됐을 거야. 북한은 이때부터 줄기차게 한반도 비핵화를 말했지만, 미국은 귀를 닫고, 핵무기의 인계철선화를 계속 유지했지.
4.
이 글은 북한 핵보유의 정당성을 말하는 게 아니야.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정의로운 미국은 없어. 아니, 국제정치학에서 ‘정의’는 없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야. 미국이 ‘핵’이란 절대카드를 쥐었을 때 이를 가지고 ‘협박’을 했던 시절이 있었어. 미국 뿐만이 아니라 소련도 핵무기를 손에 쥐었을 때 이걸 들고 핵협박을 했지(2차 중동전 당시 소련이 영국과 프랑스에 핵협박을 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핵무기 개발에 뛰어들어).
보면 알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핵보유국들의 1차 목적은
“핵위협을 받지 않기 위해서.”
인도가 그랬고, 파키스탄이 그랬으며, 중국이 그랬고, 소련이 그랬으며, 영국과 프랑스도 그랬지.
핵개발에 나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첫 번째는 언제나 상대방의 위협을 받아치기 위해서야. 그리고 이런 위협의 시작은 미국이었다는 사실. 그 점을 잊지 말길 바래.
(그렇다고 미국을 너무 욕하지 말자. 그런 강대한 힘이 있다면, 이를 활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어? 다시 말하지만 국제정치를 움직이는 건 '힘의 논리'야. 미국을 욕할 필요도, 추앙할 필요도 없어. 그저 미국이 ‘정의로운’ 국가가 아니라 극히 평범한 보통 국가이며, 남들 하는 것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구를 도와주기도, 누구를 위협하고 때리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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