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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1909년 10월 26일, 항일의병장이자 사상가인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하얼빈 의거를 성공시킵니다.  

 

사용된 권총은 벨기에 FN사가 제작한 "브라우닝 M1900"으로 이 총은 일본으로 넘겨져 법정에 증거로 제출되었으나, 이후 그 행방을 알 수 없어 실물이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본 시리즈는 안중근 의사 서거 110주년을 맞아, 그 총의 행방 및 복원을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담은 프로젝트로 매주 연재 예정입니다.       

 

 

 

 

 

행정기관 협조, 최종 결정, 복각 업체 선정, 배송 단계 시작, 모처의 다큐멘터리 지원사업 지원 서류 발송, 소셜 펀딩 상품 디자인 완성, 소셜 펀딩 등록 등등, 모든 서류 작업과 행정절차가 끝났다.

 

태풍의 눈으로 들어 건가? 방금 전까지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이제 겨우 한숨 돌릴 틈이 생겼다. 멍해있는 상황에서 문득 떠오른  가지,

 

서른

 

안중근 의사는 1879 9 2 태어났다. 다들 알다시피 안중근 의사의 사형 집행일은 1910 3 26일이다. 한국 나이로는 서른 ,  나이로 계산하면 서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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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잃어버린 총을 찾아서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감독의 출사표(?!) 간단명료했다.

 

“사회가 40대 남자에게 요구하는 ‘것들 괴리된 이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다.”

 

1974년생, 1975년생, 1978년생. 회사를 만든 3명의 나이를 더하면 100세를 훌쩍 뛰어넘었다. 평균 나이는 어느새 42 가까이 됐다. 감독이 보기에 우리는 평균적인 40대와 괴리된, 아니 유리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대표는 이를 부정했다. 대표는 평균적인 40대의 삶에 가장 근접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감독에게 반문했다.

 

평균이란  없어.”

 

평균은 없지만, 대다수가 살아가는 삶이  사회에서 가장 평균적인 삶이라고   있잖아요.

 

평균적인 삶이  옳은 삶은 아니잖아?”

 

옳은 삶의 정의는 뭔가요?”

 

옳은 삶이 뭐라고 정의내릴  없어. 내가 그럴 깜냥이 되는  아니니까. 다만, 그게  행복하고, 개인의 인생에서 옳다고 말할  없을 거야.”

 

그래서 행복하세요?”

 

“......”

 

숨이 턱하니 막혔다. 주류에서 비껴난 , 남들  가는 삶의 경로에서 이탈한 .  삶에 어떤 행복이 있는 걸까?  개인에게 한정하자면30대는 삼성 과장급 연봉에 기준을 맞췄던 삶이었다. 성과급까지는 어렵겠지만 삼성 과장급의 기본 연봉 기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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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의 삶을 선택했던 이유는  글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10여 년이 흘렀지만 쓰고 싶은 글을  적은 없다. 그저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나고 메워 나갔을 뿐이다. 열심히는 했는데 방향이 잘못된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었다.

 

감독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압박면접 같았다).

 

안중근 총을  찾았어요?”

 

아무도 안하니까, '그럼 해야지' 싶었지.”

 

그걸 찾으면 행복할  같아요?”

 

행복까지는 아니지만 재미있을  같았지.”

 

재미? 어떤 의미에서의 재미인가요? 안중근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무게감이 전혀 달라지잖아요? 어디서 재미를 찾을 수 있죠? 민족의식, 애국심 같은 거면 모를까.”

 

그렇게 중요한데 아무도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잖아. 그러면 누군가는 해야지. 그게 나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일 수도 있겠지만... 기왕 말을 꺼냈으니 끝까지 해보는 거지. 아무도    해본다는   기준으론 재미있어.”

 

민족의식, 애국심 같은  부차적인 존재인가요?”

 

거창하고,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는 우리 아니어도  사람들 많고, 이미 충분히 나왔다고 . 애초에  하나만 바라보고 시작한 프로젝트이니, 총에 집중하고, M1900 대해 궁금했던 것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끌고 가고 싶어. 총과  주변부를 말하는  의미를 두려고. 까놓고 말해서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몰랐던 사실,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됐지. 그게 재미 아닐까?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중요한  그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주체들에게 어떤 의미냐는 거죠. 돈을 벌겠다는 거도 아니고, 오히려 돈을 쏟아 붓고 있죠. 프로젝트를 딱히 사업화를 하겠다는 거도 아니고, 단발성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고... 개인에게는 재미라고 말할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재미라는 차원으로 덤벼들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지 않을까요?”

 

회사를 만든 목적이 그거니까  정도는 각오하고 있어. 나쁘게 보자면 선비 기질이라고   있고,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자면 ‘이지. 우리들끼리의 미학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는데, 그게 멋있다고 판단한 거지. 여기까지 하고 빠지자. 우리들의 그런 철학을 관철해 나가는 게 재미 아닐까?”

 

솔직히 말하자면, 힘들었다. 회사는 회사의 사정이 있다. 개인의 선의(善意) 기댄 회사는 오래 가지 못한다는  지론이었는데, 어느새 개인의 선의에 기대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 모습을 목도하게 됐다. 물론 직원의 신분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루하루 일은 쌓여가고, 몸은 지쳐갔다. 기계처럼 반복적으로 안중근 관련 글을 쏟아내던 그때 문득 그의 나이에 시선이 향했다.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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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이와 사람의 크기는 꼭 정비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이는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유추하게 만든다. 안중근은? 규격 외의 존재였다. 난 서른   했을까? 막연하게 ‘ 쫓았던  같다. 아니,  역시도 확실하게 말할  없다. 나이 서른에도, 그리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원하는지 자신있게 대답할  없기 때문이다.

 

궁금했다. 안중근은 나이 서른에 자신이 가야  길을 정하고,  길에 자신의 모든  던졌다. 가족도, 재산도, 심지어 생명까지 걸어서 말이다. 하얼빈 의거의 정치적 성격이나 이후의 역사까지 살펴 필요도 없다. 안중근이 의거 직후 보여준 모습, 공판기록만 봐도 이미 안중근은 자신의 생명을 내던졌다는  알  있다.

 

되묻고 싶다. 무엇이 그에게 이런 확고한 결심을 건넸는지 말이다.

 

인간은 모두 다르다. 다르다는  사람마다 고유성과 개성이 있다는  의미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아니 인류는 대부분 ‘비슷한길을 걷는다. 모두가 같은 길을 걷는다. 고유성이 다르고, 개성이  다른데 살아가는 방식은 똑같다.

 

 그럴까? 수많은 석학들이 말해왔고, 우리 스스로도 너무나  알고 있다.

 

'두려움'

 

이다. 다른 길이 있다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없는  선택에 따르는 ‘책임’이 두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익숙한, 남들이  같이 걸어가는  길을 걸어간다. 두려움이 삶의 행로를 고착화시킨 거다.

 

인생은 B(brith)  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

 

사르트르가 했던 유명한 말이다. 방점은 C(choice).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그렇고 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C' 주저한다. 선택 이후의 책임이 두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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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선택  대부분은 타인에게 의지하거나 타인의 주장에 전염되어 이루어졌. 그렇다면 안중근은? 그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을 했다. 옥중에서 집필한 자사전인 <안응칠 역사> <동양평화론> 보면, 일찌감치 자신의 역사를 준비하고,  대가를 치를 준비를 마쳤다는  확인할  있다.

 

나는 결심하고 대사를 행한 것으로,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몸에 대하여는 원래 생각한 일이 없다. 이토의 생명을 빼앗으면 나는 법정에 끌려 나가서 이토의 죄악을 일일이 진술하고 자신은 일측에게 일임할 생각이었다.”

 

안중근 의사의 신문기록과 공판기록을 보면, 안중근 의사의 각오를 확인할  있다. 어찌보면 단순하다.

 

'선택'을 했고,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르겠다는 확고한 의지. 그게 다였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일이다. 그러나  평범한  하지 못했기에 많은 이들은 평범하게 혹은 삶에 치여 산.

 

혹자들은 인생을  만 한 ‘무언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럴  있다. 그러나 답답한 일상 앞에서 탈출구를 찾을  우리가 바라본 선택지가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머릿속을 스쳐지나 수많은 선택지 중에 우리가 애써 지워버린 ‘뭔가 있었을 것이다 ‘뭔가 선택했을  따라올 ‘대가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기에 이를 제외한 거다. 인생은 어쩌면 간단한 거다.

 

인생을 걸어볼 ‘뭔가 찾아가는 과정 ‘뭔가 찾은   길을 갈지 말지 선택하는 그리고  선택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그게 인생이다.

 

안중근 의사는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살았다. 그의 짧은 인생을 안타까워하지만, 어쩌면 그는 80, 90살을 사는 현대의 우리보다 훨씬  농밀한 인생을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