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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을 보러간다

2009-10-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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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09.02.수요일

 

불기둥

 

 

  

 

 

발단

 

 

 

 

 

여름의 막바지를 뭘 하며 보낼까 고민했다.
어디 좀 가보고 끝내야 할 것 같은데.

산은 귀찮고 바다도 귀찮고 해외는 돈이 없다.
그럼 남자의 음식, 개고기 한사발로나 여름에 작별을 고할까.
고심하며 서핑하던 와중에 이 기사를 발견했다.

 

 

 

 

 

 

 

 

 

 

 

 

[특집]한국 대표 흉가는 ‘제천 늘봄갈비’

 

(2009.08.11 경향신문)


늘봄갈비. 한국도로공사 본사 관계자도 그곳의 소문은 익히 들은 모양이다.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나서 주인이 죽었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사실 아닌가요."

도로공사 쪽은 고속도로 육교에서 내려다보이는 지점이 어디라고 특정하길 꺼려했다. 괜히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구경하기 위해 주·정차라도 한다면 사고위험이 높다는 것이다.'늘봄갈비'는 매년 여름만 되면 TV납량 프로그램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유명 흉가다. 다음 흉가체험 동호회 이동욱 회장(32·스타앤에스엔터테인먼트 기획총괄이사)에 따르면 ‘늘봄갈비’가 방송에 등장한 것은 2002년 무렵부터 지금까지 60여 차례. 그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한국의 대표적 흉가로 이곳을 찍어갔다. 국제적 명성도 얻은 셈이다.

 

 

 

 

 

 

 

 

산처럼 뭐 들러메고 땀 찔찔거리며 오를필요도,
바다처럼 짠물과 햇살과 바가지와 인파에 시달릴 필요도 없지.
하루 잠깐 갔다오면 돈도 안든다.

예능프로에서 자막과 효과음에다 버라이어티 정신을 버무려
귀신의 집을 '연출' 해주는건 지겹게 봐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스스로 귀신의 집을 가 본 적은 없다.

그래, 이번 여름의 마무리는 귀신의 집으로 하자.
맘 먹고 한번 오리지날을 구경해보고 여름을 끝내야지.

 

 

 

 

 

 출발

 

 

 

 

 

한국 최고의 흉가로 알려진 '늘봄갈비'는 충북 제천에 있다.
먼저 강변역 동서울터미널로 갔다
.

 

 

 

 

 

 

 

 

 

 

제천 제천... 아무리 봐도 목록에 제천은 없어서 당황했다.
근데 앞에 아줌마가 제천 달라니까 끊어주더군. 허탈하게시리.

 

 

 

 

 

 

 

 

 

 

충북 제천행 표를 두장 끊어 들었다.
서울에서 대략 두시간 거리.
네시 반 차를 탔으니 여섯시 반이면 도착한다.

 

 

 

 

 

 

 

 

 

 

이번 흉가탐방에 동행한 체지방소녀.
"귀신의 집? 재밌겠다 재밌겠다." 를 외치며 끼어듬.

준비한 카메라 한번 제대론데.
난 호주머니에 똑딱이 하나 넣고 왔는데.
그래 니가 뭘 준비해왔나 한번 보자.

 

 

 

 

 

 

 

 

 

 

오오. 랜턴 물 등등, 준비가 철저하구나.

그리고 나는 흉가탐방의 준비물로

 

 

 

 

 

 

 

 

 

 

웬지 모르게 휴지, 그리고 웬지 모르게 우산.
달랑 이거 두개를 본 체지방소녀가 기가막혀 묻는다.


"휴지는 왜 갖고왔어요."

"웬지 흉가라면 휴지인거같아서."

...그래 사실 아침에 술이 덜깼어.
그냥 집히는대로 넣어가지고 와서보니 저거 두개드라.

그런데 이 아이템을 보니까 자연스레

 

 

 

 

 

 

 

 

 

 

나는 이러고 싶어졌어.

 

 

 

 

 

 

 

 

 

 

창밖의 한강을 구경하다 잠시 꾸벅꾸벅 졸고보니

 

 

 

 

 

 

 

 

 

 

어느새 여기가 제천임을 알게 해주는 배경을 스쳐간다.

 

 

 

 

 

 

 

 

 

 

제천의 중일건설을 보니
대륙과 열도를 동시제패하겠다는 제천의 포부가 느껴졌고

 

 

 

 

 

 

 

 

 

 

카페라떼는 아마 안팔것같은 백조다방과

 

 

 

 

 

 

 

 

 

 

무슨 서비스를 해줄지 모호한 꽃마차와

 

 

 

 

 

 

 

 

 

 

무슨 서비스를 해줄지 분명한 입술마크 + 애&무를 보니

 

 

 

 

 



철민아 시바.

 

 

 

 

 

아 시바 드디어 제천이구나. 하는 실감이 났어.

30분 뒤면 귀신의 집에 도착하는구나.
간다간다 말로 그러긴 했는데, 이렇게 금방 오다니.

 

 


 도착

 

 

 

 

 

 

 

 

 

 

터미널에서 15분 걸으면 된다는 얘길 읽었거든.
노점상 아줌마한테 '늘봄가든이 어디에요?' 하고 물어봤더니
걸어서는 못간다면서 옆에 택시아저씨들한테 말해보래.

 

 

 

 

 

 

 

 

 

 

"늘봄가든? 어허허허. 귀신? 허허허. 끝났어 그거."

"네? 귀신 이제 안나와요?"

"귀신 끝났어. 몇년전까지 사람 줄창 찾아오다가 이젠 끝났어."

옆의 다른 아저씨가 말을 거든다.


"아 그냥 사진이나 찍으러 온거지 귀신은 무슨~ 허허허."

"귀신 안나와" 가 아니라 "귀신 끝났어" 라고 대답한다...?

귀신은 애초에 없었고 그냥 떡밥이었다.
이젠 귀신 떡밥이 다 쉬어 사람들이 안온다는 얘기인가?

귀신도 익숙해지면 귀신이 아닌데
이젠 사람들도 귀신에 익숙해져서 안온다는 얘기인가?

아직까진 진짜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한번 끝까지 보고 가자.

 

 

 

 

 

 

 

 

 

 

남자는 의무적으로 흉가에서 소주를 마셔야 할것같아서

"그 근처에 마트는 있어요?"

"아니. 허허허 그 근처는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어? 그럼 여기서 소주 좀 사가야되겠네."

곁에 있던 체지방소녀가 노려본다. 

"아직까지 헛구역질하면서 소주? 미쳤삼?"

그래 안사면 되잖아 진짜. ...우엑.

"아, 그럼 거기서 택시는 잡을 수 있어요?"

"거기 택시 안다녀."

"앗 그럼 어떻게 오죠? 콜 전화번호 아세요?"

"여기에 콜택시 회사는 없고..."

 

 

 

 

 

 

 

 

 

 

그래서 기사아저씨 명함을 받아 챙기고.
아저씨도 오늘 수입 확실하게 챙기고.

 

 

 

 

 

 

 

 

택시 안에서 이미 해는 서녘으로 기울어간다.
노을과 함께, 귀신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15분가량 달려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귀신의 집

 

 

 

 

 

 

 

부근에는 논과 밭 외엔 아무것도 없는,
중앙고속도로 고가다리 밑에 덩그러니 세워진

 

 

 

 

 

 

 

 

 

 

본격 귀신의 집. '늘'자만 남아있는 늘봄갈비.

와꾸가 한눈에 딱 이거 귀신의 집이다.
당당하게 오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굉장히 을씨년스러웠다.

도로에서 집으로 가까와질수록 기온이 낮아졌다.
건물에서는 휘이이잉 하는 음산한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왔다.

들어갈까 말까 잠시 망설였는데

 

 

 

 

 

 

 

 

 

 

문앞에 널부러진 이딴걸 보니 피식.
진정한 남자들이 여기에 왔다갔나보다.
이제 편안한 기분이 되어 들어갔다.

 

 

 

 

 

 

 

 

 

 

잡초가 우거진 계단을 지나, 정문으로 들어서고 나니

 

 

 

 

 

 

 

 

 

 

귀신없어 집가!
그리고 똥마려.
바로 보이는게 이거라서 일단 좀 웃겼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둘러보니
집안 구석구석은 온통 낙서로 뒤덮여있었다.

 

 

 

 

 

 

 

 

 

 

동산 일진;; 꽁혜(?) 가 왔다가고
경북 영주시 최강, 영고 일동도 왔다가고
마지막 황풍욱군의 서명이 아주 남자답구먼.

이 흉가는 전국 중고 일진들의 담력테스트장으로 쓰였나보다.

 

 

 

 

 

 

 

 

 

 

그리고 김정헌군은 혹시 발기된때를 말씀하십니까.

이렇게 유쾌한 낙서들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으스스했으며

 

 

 

 

 

 

 

 

 

 

천장은 모조리 뚫려있어
언제 허연 귀신이 거꾸로 툭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 뚫어진 천장을 통해서 계속 스산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순간 발에

 

 

 

 

 

 

 

 

 

 

이 물컹! 한 것이 질근하게 밟히니 놀랄수밖에.
그러나 여전히 주변에 잔뜩 널부러진

 

 

 

 

 

 

 

 

 

 

소주병과

 

 

 

 

 

 

 

 

 

 

막걸리병과

 

 

 

 

 

 

 

 

 

 

맥주캔의 잔해를 보니

얼마나 많은 중고 일진들이 찾아왔을지 알만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와서 술먹다 갔는지 알만하다.
여기에 한국의 진정한 남자들이 많이도 모였었구나.

 

 

 

 

 

 

 

 

 

 

얼마나 많은 노숙자들이 여기를 터로 삼았는지도 알만하다.

그리고보니 저 맥주캔 앞의 큼직한 똥덩어리;는
아까 문 앞에 똥마렵다고 낙서하신 분의 것인가.

뭐 저 비도덕도 나름 이해가 가긴 해.

 

 

 

 

 

 

 

 

 

 

소변기는 망가져 있고

 

 

 

 

 

 

 

 

 

 

이 양변기 위에서 항문을 벌리는건 상당한 깡이 필요하며

 

 

 

 

 

 

 

 

 

 

여기에 싸면 제대로 용자니까.

그러고보니 저 양변기 옆의 목욕통; 에선
정말 허연 뭔가가 기어나올만한 포스가 풍겨나더군.

 

 

 

 

 

 

 

 

 

 

평안이 어디있노
평강이 어디있노.

이런 의미없는 낙서를 보니 좀 섬뜩해졌다.

 

 

 

 

 

 

 

 

 

 

이 편집증적인 달력도
내가 귀신의 집에 있다는걸 느끼게 해 주었다.

벽의 낙서에는, 온갖 종류의 종교가 다 있었다.

 

 

 

 

 

 

 

 

 

 

기분 전환을 위해 베란다로 나가 풍경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집안을 감도는 스산한 휘파람소리와 함께
뭔가가 확 튀어나와 날 밖으로 떠밀것같은 기분이 들어
금방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귀신의 집에서

 

 

 

 

 

 

 

 

 

 

영어;; 낙서는 심하게 개그죠. 
대체 'Force be with you' 가 뭡니까.
그리고 '아가페패' 는 또 뭐하자는 거지요.

이따부터는 낙서가 걍 게시판 리플로 보였다.

 

 

 

 

 

 

 

 

 

 

지지않는 태양, 1월단의 윤일불군과 이상협군도 왔다갔고

 

 

 

 

 

 

 

 

 

 

귀사모;;의 수연과 참배놈도 4년전에 왔다갔네.

 

 

 

 

 

 

 

 

 

 

경기도 일싼대표!! 방자와 자갈의 간지 초상화에다

 

 

 

 

 

 

 

 

 

 

우리 왔다감 ㅋㅋㅋ와

 

 

 

 

 

 

 

 

 

 

낙서계에서 빠질수 없는 셰셰...쎽쓰!
그리고 그 밑의 왜날뷁! 에다가

결정적으로 그 왼쪽의, 십수년전 홍금보가 영화에서 보여준
젖; 그리려다 사자얼굴 그리기! 까지 보고 나니

네, 여기는 그냥 전국 일진의 흉가 정ㅋ벅ㅋ 인증의 현장이군요.

충분히 재미는 있었지만 이대로는 밋밋합니다.
아마 아직까지 안어두워져서 그런가봅니다.
왔으니 귀신은 보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일단 계단으로 올라가서 옥상으로 향했다.옥상에서 주변 경치를 둘러보며 잠시 기다렸다.

 

 


 

 

 

 귀신의 밤

 

 

 

 

 

 

 

 

 

 

하늘은 금방 어두워졌고

 

 

 

 

 

 

 

 

 

 

폐가의 지붕으로는 달이 떠오른다.
자. 달이 떠오른 밤은 귀신의 시간이다.
귀신이여, 나와주소서.
이제 나는 귀신 소환의 의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체지방소녀가 잡은 두루마리 휴지의 구멍에
힘차게 나의 크고 아름다운 우산을 밀어넣었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체지방소녀는 두루마리휴지로 원을 그렸다.
나는 그에 맞춰 우산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이 의식을 끝내고 났더니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밝은 달이 높이 떠올랐다.
자. 이제 진짜 흉가가 되었으니 슬슬 아래층으로 내려가 볼까.

 

 

 

 

 

 

 

 

 

 

계단을 랜턴으로 더듬고 플래쉬로 밝히며 1층까지 내려왔다.
집이 완전히 칠흑이 되니 느껴지는 귀신포스가 장난아니다.
계단이 나무였으면 울려퍼지는 끼이익 소리에 훨씬 무서웠겠지.
콘크리트 계단인게 다행인건가. 아니면 아쉬운건가.

 

 

 

 

 

 

 

 

 

 

창으로 보이는 바깥은 새삼스레 으시시했고

 

 

 

 

 

 

 

 

 

 

어둠 속에서 보이는 뜯겨나간 천장도 아까의 몇배의 긴박감을 주었다.

랜턴 끄고 있는게 오히려 덜 무서웠다.
아예 안보이면 무섭지 않다.
그래도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아야 한다.

 

 

 

 

 

 

 


기둥의 '관세음보살'

 

 


여기저기 랜턴을 돌리니 기둥과 천정 구멍의 그림자가 어지럽다.
뭔가 희끄무레한것이 옆을 휙 하고 스쳐가는 느낌이 들었다.
음산한 휘파람소리와 함께, 당장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불쌍하게 훌쩍훌쩍 울고 있는 소녀 유령따위도

 

 

 

 

 

 

 

 

 

 

비참하게 맞아죽은 남자 시체 유령따위도 나타나지 않았고

 

 

 

 

 

 

 

 

 

 

오직 보이는건 알맹이를 처참히 발린채로
너절하게 버려진 신짱의 잔해 뿐.

내 귀신 소환술이 실패한건지
이 어둠속에서도 귀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부근에는 아무리 가도 마트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모기에 쥐어뜯기며 여기서 밤을 샐 가치는 없다.

우리는 이쯤에서 흉가에 작별인사를 하고

 

 

 

 

 

 

 

 

 

 

아까 받은 명함으로 전화를 걸어 택시를 불렀다.
전화를 걸고 15분이 한참 넘어 도착을 했다.
아까 명함을 안받아놨으면 어쩔뻔했나 싶었다.


 

 

 

귀신은 없다?

 

 

 

 

 

귀신은 적어도 오늘, 여기에서는 없었다.
오늘은 참 뻘짓으로 가득한 하루였구나.
생각하며아까 그 기사의 내용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지난 2004년 봄,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한 지역방송의 여성 작가가 ‘늘봄갈비’에서 자신과 방송팀이 겪은 체험기라며 올린 글이 화제를 모았다.

이 여성 작가의 증언에 따르면 촬영을 시작하자 자꾸 캠코더의 포커스가 안 맞고 배터리가 방전되는 등의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우리도 거기에서 디카 두개가 다 포커스가 안맞아서 셔터가 안눌러지더라구
근데 어두우면 원래 그렇대.
그리고 우리는 짜증내느라고 무서운줄 몰랐어.

캠코더 배터리는 내가 잘 모르겠는데
핸드폰 배터리랑 수신상태는 멀쩡해서 통화는 잘 되더라고.
아마 통화 안됐어도 우리는 그냥 짜증만 났을꺼야.

인터넷에서는 이곳을 방문해 찍은 사진도 많다. 사진에는 정체불명의 하얀 원이 많이 등장한다. 사진들 속에서 원령(怨靈)의 모습을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있다.

 

 

 

 

 

 

 



아 그거 반딧불 입니다.

나 반딧불 본적은 한번도 없어서 좀 놀랬어요.
그러고보니 제천에서도 한참 들어간 이곳은 참 깨끗하군요.
그리고 달리는 자동차 불빛이 건물의 기둥을 따라 스쳐가니
기둥의 그림자가 아른아른거리는게 도깨비불같긴 하드라구요.

그리고 말입니다,

김씨는 "새벽 늘봄갈비 안에서 도깨비불이 보였다" 는 소문과 관련해 이렇게 풀이한다. "귀신 봤다는 사람들이 본 건 고등학생들이 촛불 켜놓고 춤추고 논 것을 본 것입니다. 시내의 불량학생들이 그곳이 폐가가 된 뒤 자주 갔는데 아, 전기가 끊겼으니까 당연 촛불을 켜고 논 것 아니겠습니까."

 

 

 

 

 

 

 

 

 

 

보셨잖아요.
이건 딱 불피워놓고 소주 마신거잖아요.

이 집의 기원에 대해, 죽은 사람이 있다는 소문도 당연 있지.
그 죽음은 아마 자살 일것이고.

종업원 한 명과 주방장을 맡은 사장, 그리고 그의 아내가 식물인간인 딸과 함께 살았다. 딸이 죽고 얼마 뒤 종업원과 주인도 교통사고로 즉사한다. 이어 남편은 그곳 주방에서 가스를 틀어 자살했다.

주변 주민들과 택시기사한테 물어보았다.

"혹시 누구 자살했었나요?"

"자살한 적은 없고... 전에 교통사고로 누구 죽었어. 그거밖에 없어."

자살은 없고 교통사고라.


늘봄갈비와 관련된 이야기로 꼭 거론되는 것이 교통사고다.
늘봄갈비의 원령들 때문에 교통사고가 자주난다는 것이다.
한 케이블프로그램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 극화해 방송했다.
늘봄갈비 앞 논에 덤프트럭을 처박고 죽은 운전기사의 망령이 사고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한 동네 주민은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지난해 한 아기엄마가 늘봄갈비 위쪽 방앗간 건너는 길목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귀띔했다. 가장 많은 이야기는 늘봄갈비 앞마당 연못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다. ‘건물 안에 시신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이 사고로부터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확인 결과 사고는 첫 주인 최씨가 장사를 할 당시에 벌어졌다.


근데 말야.

 

 

 

 

 

 

 

 

 

 

길은 좁고, 하늘은 어둡고, 불빛도 없는데서 차들은 폭주한다.
이런데서 밤에 교통사고 안나면 이상한거다.

이전이 지금보다 도로 폭이 넓었을리도 없고,
늘봄갈비와 도로를 막아주는 가드레일 같은것도
무슨 횡단보도 같은것도 있었을리가 없다.

지나가는 차들은 속력을 늦췄다. 어떤 ‘사연’을 알고 있는 듯한 운전자는 동승객에게 건물을 가리키며 뭔가 설명했다.

이런거 절대 없어. 그냥 쌩하니 스쳐가기만 하던걸.
야밤에 여기서 차 잡겠다고 쇼하다간 그냥 골로 간다.

여기 전에 살던 주인들은 왜 망한걸까?
과연 귀신의 저주가 있었을까?


그 땅을 사들여 늘봄갈비 건물을 지은 사람은 이웃마을 최한규씨(53·건설업)다. 최씨가 몇 개월 장사하다 김씨에게 넘겼고, 김씨는 전세로 들어가 그곳에서 장사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장사가 잘 됐다" 고 회고했다.

"특히 제천시에서 손님들이 많이 왔고, 세명대 교수들이 단골로 다녔는데…." 

장사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시기적으로 중앙고속도로 개통과 비슷하다.
늘봄갈비 앞길은 제천에서 원주를 갈 때 가로질러가는 지방도로다.
그래도 김씨는 이곳에서 돈을 벌고 나왔다.
그러나 김씨 다음으로 이곳에 들어간 박씨네는 완전히 망했다.


"거기 주인이 세명 바꼈는데 세명 다 망해나갔어."

"왜요?"

"터가 너무 쎄서, 사람이 안와서 장사가 안됀대. 그리고 터가 너무 쎄서 밤에 잠도 안오더래."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완벽한 오지에
굳이 평범한 갈비따위를 먹으러 올 사람들이 많았을까.

술 먹고나면 여기는 대리도 없고, 콜도 없는데.
거기다가 교통사고도 한번 나니 위험하다는게 알려지고.
이러다보니 당연히 사람들이 줄어 장사가 안됐겠지.

터가 너무 쎄서 장사가 안돼고.
터가 너무 쎄서 잠이 안온다고?

나는, 그냥 장사가 안돼서 잠이 안온거라고 본다.
고깃집 주인이 장사가 안돼는데 잠이 오면 이상한거다.

이 집은, 그렇게 자연스레 버려진 집이다.
자연스럽게 버려진 이 집 바로 옆의

 

 

 

 

 

 

 



숲길에서는 계속 윙윙, 산바람이 불어온다.
이것은 지형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고속도로에선 차들이 쉬임없이 휭휭 지나가지.
이것도 고속도로가 있으니 당연한거야.

 

 

 

 

 

 

 

 

 

 

버려진 집의 문짝과 창문은 고물상들이 뜯어가버렸지요.

산바람과, 자동차 소리가, 이 집의 수많은 구멍들을 통과하여
이 집에서는 음산한 휘파람소리가 끊임없이 새어나온다.

자연스럽게 버려진 이 집이 자연스럽게 폐허가 되었다.
그 건물이 주변의 자연환경과 어울어져
자연스럽게, 완벽한 귀신의 집이 완성된 것이다.

 

 


 

 

 

 귀신은 있다?

 

 

 

 

 

그래도, 혹시 옛날엔 여기 귀신이 있었을지 몰라.
이렇게 귀신이 살기 좋은 데잖아.


서울 마포에서 퇴마사 김영기 법사를 만났다. ‘빙의는 없다’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 그는 그동안 각종 퇴마프로그램 TV 출연으로 이름을 날린 이다. 그는 늘봄갈비도 여러 번 방문했다. 기자를 만나 하는 첫 마디. “아무 일도 없었죠? 그렇게 다 뚫리면 귀신도 떠나는 법입니다.” 그는 늘봄갈비엔 더 이상 원귀가 없다고 말했다. 이전에 그곳에 머물던 귀신도 다 흘러들어온 귀신이지, 원래부터 머물던 귀신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아까 택시기사 아저씨가 말씀하신
"이제 귀신은 끝났다" 라는게 이 말인듯 싶었다.

귀신은 사람을 못이긴다. 귀신은 사람을 겁내.
사람이 정신이 흐릿해질때나 슬쩍 스며드는거지.
매일 매일 사람이 떠들썩하니 몰려드는 이 집에서 어찌 머물겠나.

이렇게 생각하니 이 집에 살던 귀신은 불쌍하다.
딱 살기 좋은 터가 생겨서 좀 쉴라고 왔더니
전국 일진들이 모여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술자리를 벌여.

멀쩡한 사람도 일진을 못이기거늘, 어찌 귀신이 일진을 이길소냐.

이 집은 귀신마저 버린 집이다.
이 집은, 안에도 밖에도 주변에도.
사람도 귀신도 아무것도 없는. 그냥 쓸쓸한 빈 집일 뿐.

 

 

 

 

 

귀환

 

 

 

 

 

 

 

 

 

 

서울행 막차는 아홉시에 있었다.

 

 

 

 

 

 

 

 

 

 

간신히 막차를 잡아타고 올라올 수 있었어.

아까 그 집에 혹시

 

 

 

 

 

 

 

 

 

 

저 미묘하게 기분나쁜 눈빛과

 

 

 

 

 

 

 

 

 

 

소년을 뒤에서 낫으로 죽여 파묻으려는 아저씨와

 

 

 

 

 

 

 

 

 

 

몽둥이 한방에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쥐어 짜 내는.
저런 그림들이 걸려 있었으면 더 무서웠을것 같아.

귀신을 보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그 '분위기'는 무서웠다.
불길한 소리와 써늘한 바람.
그리고 딱 '귀신의 집' 의 '분위기' '만'.

결과적으로 시시했지만, 한번 가 볼 만은 하다.
그 독특한 분위기가 흥미로왔고
귀신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긴박감이 좋았다.

 

 


 

 

 

에필로그

 

 

 

 

 

"참 재미없었어요." "시시해요." "이게 뭐에요."

 

 

라고 차에서 태연히 말하던 체지방소녀는
서울에 도착하기 한시간전부터 몸을 비비꼰다.

 

 

"화장실가고싶어요."

"터미널에서 안갔음?"

"갔다왔는데 또 가야겠어요..."

 

 

아아 니가 그래도 무서웠나보구나.

한시간 내내 커텐을 움켜쥐며 이를 악물던 체지방소녀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옆 건물 화장실로 직행했다.

 

 

그리고는

 

 

 

 

 

 

 



"앗. 화장실 갔다오니까 바지가 커졌어요."

 

 

밝은 웃음을 지으며 어둠속으로 발길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