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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은 무고하다!

2009-11-07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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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7.15.수요일


 


비가 온다.


 



바람이 분다.



폭풍우가 거셀수록 그걸 바라보는 창안의 아늑함은 배가되기 마련이다. 따뜻한 커피 한잔과 마른 담배 한대가 제법 잘 어울리는 오전의 사무실 풍경이었다.


 


순간 정적을 깨는 야생동물의 발자욱 소리.


 


그렇다. 태어나 풀로만 이루어진 식사를 한 적이 50번 이내가 될 것임을 장담하던 사내 아니 수컷. 총수다. 현재 시각 오전 열시, 평소처럼 가볍게 아점으로 삼겹살이나 먹으러 가자고 온 것일까.


 


예상과 달리 총수는 편집회의를 소집했다. 본 기자의 하루동안의 평화는 그것이 전부였다.


 







총수 : 야, 천성관 취재 함 하자.


딴지스 일동 : 머, 하면야 좋죠.


신짱 : 근데 취재 기사 쓰기엔 우리의 취재환경이 너무 최첨단이어서...(이하 49재 D-1 봉하풍경 기사 첫단락 본지의 최첨단 취재환경 참조)


총수 : 누가 갈래?


딴지스 일동 : ...


너부리 : 저는 마우스 컨트롤질 하느라 손가락 부상이...


신짱 : 파토님도 봉하취재 이후 저질체력 땜시 현재 가사상태에...


총수 : 신짱 니가 가라, 경기도 광주.


신짱 : ...


 


 


 


비가 좀 많이 온다


 



바람이 좀 많이 분다



총수 : 니가 경기도 광주에서 신사동 하이츠파크까지 출근해서 천성관의 무고를 대신 입증해줘라.


 


신짱 : ...


 


뭐 가는 거야 그렇다 치고... 우리 취재환경 좀 어케 안될까요. 하다못해 야구단도 옛날 유니폼 입고 하는 날이 있는데, 우리도 가끔은 재래식 취재수단을 이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여. 가령 취재지원 차량이라던가 인원도 좀 충분히 가고 장비도 그렇고... 거왜 맨날 탕수육 먹다 보면 가끔 짜장면 먹고싶을 때 있자나여? 어쩌고 저쩌고 궁시렁 궁시렁...


 


총수 : (한동안 침묵) 신짱아, 닥치거라.


(대화 끝) 


 


예의 천성관 취재 건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각종 장르와 종의 경계를 넘나드는 오만가지 비리의혹으로 자칫 임면권자인 가카의 추정전과 14범 기록을 넘길 가능성이 있는 자.


 


본지의 엑스파일에 적혀있는 그의 프로필이다. 본지, 한때 심각한 우려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하극상 아닌가. 아니 어느 누가 감히 이 분야의 태산북두 가카의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단 말인가. 본지는 그의 혐의를 풀어줘야만 했다. 가카의 기록 보존을 위해.


 


모든 재래언론들이 천 내정자의 해명에 의혹의 눈초리를 던지고 있을 때(심지어 조선일보조차도), 다음의 기사가 본지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C사 대표 D씨는 천 후보자와 30년 이상 친분을 맺어온 사이로, 천 후보자의 동생이 1994∼1997년, 1998∼2000년 두차례 C사의 이사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 준비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기 광주시에 살면서 강남 쪽으로 출근하는 D씨의 아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로 이동한 뒤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고, 주차 문제를 해결하려고 천 후보자의 아파트에 차를 세워두게 되면서 주차증을 발급해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뉴시스 2009년7월8일)


 


고급승용차 리스 의혹 초기에 나온 해명이다.


 


그렇다. 좌빨들이 득달같이 공격하기 전인, 초기의 해명이 가장 순수한 해명일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 이에 천내정자의 첫번째 해명을 본지가 직접 검증하여 천내정자의 무고를 변호하고자 하는 게 이번 취재의 목적 되겠다. 하여 본지는 "경기 광주시에 살면서 강남 쪽으로 출근하는 D씨의 아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로 이동"했다는 천 내정자 측의 해명을 토대로 그 D씨 아들의 출근을 그대로 재연하기로 했다.


 


이른바 '대중교통을 이용한 인간 네비게이션 프로젝트'


 


직접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경기도 광주 지인 모씨의 집에서 천 내정자의 자택이 있는 신사동 하이츠파크까지 출근을 하고, 그 경로와 시간을 직접 체크하여 해명의 타당성을 검증해 천성관의 무고를 입증해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짓을...


 


본 기자가 한다... 


 


일단 경기도 광주까지 가는 것이 우선. 사무실이 있는 명동에서 경기도 광주까지의 경로다.




 


사진상으론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본 경로는 재래식 언론의 재래식 이동수단(취재차량)으로 갔을 때의 얘기다. 본지의 최첨단 이동수단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고 강변역까지 가서 좌석버스를 이용해 경기도 광주시까지 간 다음, 본지의 특수공작원이 제공한 천 내정자의 지인 모씨의 주소를 택시 네비에 찍어서 간다.


 


등에는 배낭을 메고 목에는 카메라를 걸고 한 손엔 우산을 들고 사무실을 나서는 길. 에어컨과 제습장치로 쾌적한 사무실 안에서 딴지스들이 매우 슬픈 표정으로 먼길 떠나는 본 기자를 배웅하고 있다.



 



 


왠지 기나긴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


 



 


첫 출발지 명동역에서 흔치 않은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복날을 맞이하여 보신탕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동물애호단체 회원들이 피케팅을 하고 있다.



 




 


'전쟁 대신 사랑(섹스)을'이란 구호는 들어봤어도 '보신탕 대신 복숭아를'이란 구호는 처음 들어본다. 신선하다. 순간 본 기자가 천성관 관련 취재를 때려치고 보신탕과 복숭아의 상관관계에 대한 취재로 전환하고 싶었던 것이, 단지 아리따운 그녀들과 비바람이 불고 춥고 배고픈 상황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독자 열분덜은 믿어 주시리라.


 


이 얼마나 취재를 부르는 풍경이란 말이냐.


 




강변역 테크노마트 앞. 날씨가 점점 심상치 않다.



 




뭐 그래도 아직까진 양호. 여차저차 경기도 광주행 좌석버스에 탑승.




 



 


그런데 점점 갈수록 느낌이 이상하다. 거의 보이지 않는 차창밖은 온통 황토색뿐이고...


 




 




나는 수해 현장 긴급취재 차 이곳에 온게 아닌데, 뭔가 좀 이상하다. 다행히 아직 큰 비는 내리지 않는다. 일단 택시를 잡고 모씨 주소지로 고고. 처음 택시를 탔을 때의 차창밖 풍경은 이랬다.


 




멀리 보이는 노란 표지판 앞에 도착했을 때의 풍경.


 




쏟아지는 폭우와 함께 점점 한적한 길로 빠져드는 택시. 아울러 슬슬 피치를 올리기 시작하는 미터기의 요금이, 번지수로 된 주소 밖에 모르기에 본지의 독보적인 이동수단인 도보를 배제한 채 네비를 찍을 수 있는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던 본 기자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마침내 택시가 당도한 곳. 택시의 네비가 정확히 지정한 장소다.




진입로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달리, 고급전원주택들이 들어 서 있다. 우리가 확보한 것은 번지수 뿐으로 이중 어떤 집이 모씨의 자택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이중 한 집이겠지만.  


 




 




 




 





비바람은 이미 한계를 넘어서 우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렌즈고 뷰파인더고 온통 물바다라 카메라의 AF 기능도 무용지물.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다니는 낯선 동네에서 온몸이 흠뻑 젖은 채 담배 한 개비로 얼은 몸을 녹이고 있자니 여러가지 상념들이 떠오른다.




난 누구인가 또 여긴 어딘가.


 




 


하지만 견디기로 했다. 나야 그저 한 번 왔다 가면 끝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차를 가지고도 뭔가 특별한 이유로(아마도 에너지 절약이나 서민생활 체험 같은), 일부러 서울에다 차를 주차시켜 놓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서울까지 간 다음 그 차로 다시 출근을 하는 수고를 마다않는 분도 있었잖은가 말이다.


 


30분동안 이곳저곳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이제 내려갈 시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경로와 시간을 체크해야 한다. 아까 택시기사님께 여쭤보니 대로변에 성남을 거쳐 양재역, 강남역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일단 대로변 나가기 전까지는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다. 모씨의 아들도 출근 때 도보를 이용했을 것이다. 그 길을 따라가 본다. (현재 시각 세시)


 




 


한동안 빗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덜덜덜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알고보니 내 이빨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히말라야 트레킹 때도 이렇게 춥진 않았던 것 같다. 고난이 왔을 때 사람은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된다.


 


과거 내가 썼던 기사 중에 '이달의 삽질인물'이란 코너가 있었다. 그때 삽질의 어원과 기원을 설명하면서 군바리들의 삽질자의식이란 표현을 쓴 기억이 난다. 자신이 하는 짓이 삽질인줄을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해야 되는 상황에서 빚어지는 자아의 갈등, 이게 삽질자의식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웬지 그 표현이 자꾸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난 누구인가 또 여긴 어딘가




드디어 대로변 입구에 도착했다. 대략 2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비도 와 조금 시간이 더 걸린 것 같긴 하지만, 비가 와도 출근은 해야 하니 이정도 시간으로 잡아도 무리는 없을 듯 하다.


 




 


한동안 빗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덜덜덜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알고보니 내 이빨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히말라야 트레킹 때도 이렇게 춥진 않았던 것 같다. 고난이 왔을 때 사람은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된다.


 


과거 내가 썼던 기사 중에 '이달의 삽질인물'이란 코너가 있었다. 그때 삽질의 어원과 기원을 설명하면서 군바리들의 삽질자의식이란 표현을 쓴 기억이 난다. 자신이 하는 짓이 삽질인줄을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해야 되는 상황에서 빚어지는 자아의 갈등, 이게 삽질자의식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웬지 그 표현이 자꾸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난 누구인가 또 여긴 어딘가


 




드디어 대로변 입구에 도착했다. 대략 2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비도 와 조금 시간이 더 걸린 것 같긴 하지만, 비가 와도 출근은 해야 하니 이정도 시간으로 잡아도 무리는 없을 듯 하다.


 




 



 

그리고 드디어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모씨의 아들도 출근때마다 나만큼이나 저 버스정류장이 반가웠겠지? (현재 시각 세시 30분)


 




노란 우산을 쓴 아줌마에게 500-5번이 자주 오냐고 여쭸더니 자주 온댄다.



 




 몸은 이미 빈사 상태였지만 불타는 취재의식으로 아줌마께 인증샷을 부탁드렸다. 물론 아줌마가 사진을 찍으려면 적어도 몇초간 우산과는 작별을 고해야 한다. 얼굴 표정에 대뜸 "머 이런 미친 색히가"라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아줌마는 고맙게도 "이런 날에 어떻게 사진을 찍어요?" 정도 선에서 마무리짓고 사진을 찍어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노란우산 아줌마께 감사 드린다.


 




아줌마는 떠나 버리고
 




내 버스는 오지 않는다.


 



 


도로는 더욱 범람한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심정으로 혹은 성냥팔이 소녀가 마지막 성냥을 켜는 심정으로 주머니 속의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보지만 이미 젖어 못 쓰게 된지 오래다. 다시 한번 옛생각이 난다.


 


한때 딴지수뇌부에게 투고되는 독자 기사의 90프로가 욕으로 도배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정중히 답메일을 보내드렸다. " 무조건 욕이 들어가야 딴지기사가 되는 건 아닙니다. 실제 저희 기사도 유심히 보시면 욕 별루 안씁니다. 바르고 고은 말로도 얼마든 좋은 기사가 가능합니다. 무조건 씨발 씨발 거린다고 좋은 기사가 되는 건 아닙니다"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웬일인지 그때 썼던 그 단어가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사람은 바르고 고운 말을 써야 하는데 말이다.


 


빈사 상태에서 버스정류장 기둥을 부여안고 빗속의 봉춤을 추길 30분여, 드디어 버스가 왔다. 버스에 오르고 잠시 후, 한동안 귓전을 때리던 빗소리가 잦아들고 서늘한 에어컨 바람의 냉기가 온몸을 훑고 지나가자, 오늘 머리 속에 가장 많이 떠올랐던 문장이 다시 살아났다.


 


난 누구인가 또 여긴 어딘가. (현재 시각 네시)


 




 

이런 날은 버스 타는 사람도 없다.

 




버스는 성남을 지나 양재역까지 도착.


 




이제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압구정역에 내리면 된다.(현재 시각 다섯 시)

 



 


이 여행의 끝이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도보로 천 내정자의 자택이자 지인 모씨의 아들 차가 주차되어 있는 하이츠파크로 출발.


 


거기서부턴 차량을 몰고 회사로 출근만 하면 되는 거다. 퇴근길 꽉막힌 차량들의 행렬에 눈쌀이 찌푸려진다. 모씨 아들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될 것을. 아니지. 모씨 아들도 여기까지 대중교통으로 왔으면서도 이제부터 다시 또 자가용를 몰고 저 강남의 혼잡을 뚫고 매일 아침마다 출근했을 걸 생각하자 숙연해졌다.


 


그는 왜 대중교통을 이용한 김에 회사까지 바로 가지 않고 굳이 중간에 내려 다시 하이츠파크까지 걸어 가야만 했던 것일까. 그리고 왜 거기서 또 다시 이 강남 도심의 번잡한 도로를 차를 몰고 나와야만 했을까. 그의 고뇌가 궁금하다.  



 




드뎌 눈앞에 보이는 하이츠파크의 웅장한 모습


 




 


마침내 도착한 하이츠파크.


천 내정자의 자택은 82평으로 하이츠파크 A동이다. (현재 시각 다섯 시 40분)



 



 


그러나 본 기자 같은 민간인의 출입은 결코 허락되지 않았다.


 



 


최대한 근접한 게 이 정도다


 




만약 들어가는 데 성공했었더라면, 주차장에서 발견했을 모씨의 아들의 차, GENESIS BH380 VIP PACK. 판매가 6천만원짜리.


 



 


여기까지만 장장 2시간 반 소요.


자, 여기서부터 저 자가용을 몰고 혼잡한 출근시간의 강남거리로 다시 나서서 그의 직장까지 가야 한다. 그리고 퇴근 시간 다시 한 번 교통혼잡을 헤치고 돌아와 하이츠파크에 차를 주차한 다음, 걸어서 지하철 역에 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경기도 광주시로 되돌아가 다시 25분을 걸어서 집에 도착해야 하루의 출퇴근 임무가 비로소 완수된다. 추정 출퇴근시간만 6시간을 훌쩍 넘어간다. 아니지 출퇴근시간의 혼잡을 고려할 때 회사가 강남에 위치해 있다 하더라도 7시간은 족히 넘겠다. 그러나 짐작만으로는 안 된다. 정확한 소요시간 측정을 위해 택시를 잡아타려는 순간.


바로 그 순간, 울리는 본 기자의 핸드폰.


이럴 수가.


천 내정자의 해명을 변호하려던 본지의 계획에 크나큰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본지가 긴급 입수한 첩보에 의하면 모씨의 아들은 유학가기 전, 별다른 직업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역시 대규모 청년실업의 희생자였던 것이다. 아, 그는 자신에게 주차장을 내어줬을 뿐 아니라 때론 숙식까지 해결해준 아버지의 친구에게마저 그 사실을 고백하지 못했던 것이다. 가슴이 아파 온다.


여기서 취재는 끝이 났다.


출근해야 할 직장이 갑자기, 홀연히 사라졌으므로.


따라서 본지는 애초 해명을 다음과 같이 최종 수정할 것을 천 내정자에게 권고하는 바이다. 수정이 포함된 완전판 해명은 다음과 같다.


천 내정자의 지인 모씨의 아들은 청년실업자로서 차마 부모에게 자신이 백수라는 것을 밝히기 어려웠다. 이에 비록 배기량이 3800CC 밖에 안 나가는 소박한 차량일지언정, 매일 차를 끌고 나가 출근하는 행세를 하자니 녹색뉴딜, 녹색성장을 표방하는 현정권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모씨의 아들의 선택은 장장 왕복 6시간에 이르는 이동시간을 감수하고 매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늉을) 것이었다. 참으로 기백이 대단한 젊은이라 아니할 수 없다. 본 기자가 해보니, 진심으로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다. 가끔 천성관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밖에 없었던 건 그래서였던 것이다. 눈물겹다.


다만 유일한 의문은 그가 서울에 와서 제네시스를 몰고 과연 어디를 갔었느냐 하는 점이다. 첫 번째 가능성은 제네시스를 몰고 경기도 광주의 집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왜냐. 갈 데가 없어서. 대낮부터 매일 친구집에 놀러갈 수도 없고. 업소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고. 그렇게 집에 갔다가 다시 하이츠파크로 돌아와서 차를 주차하고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걸어서 퇴근하면 정확하게 하루가 다 지나간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10년 전 IMF 때 명퇴자들의 길을 따르는 것이다. 가까이는 도산공원, 혹은 탑골공원이나 북한산 자락에 새겨진 제네시스 타이어 자국이 있다면 아마도 그의 것일터. 이 땅의 혈기 왕성한 젊은이가 3800CC짜리 승용차를 몰고 하릴없이 공원과 야산을 배회하는 풍경. 이 또한 시대의 비극이 아닌가. 친구 아들을 향한 이 속 깊은 배려, 그 인본주의는 이 시대 검찰총장의 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해명 끝.


본 기자는 이제 자신있게 외칠 수 있다.  


 


 


천성관은 무고하다! 


 


 


P.S. 원래는 이게 기사의 끝이었다. 쓰러지기 직전의 몸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컴퓨터를 켰다.


 



 


역시 딴지 기사에는 욕이 들어가야 제격이란 생각이 든다. 씨발.


 


신짱(woolala74@gmail.com)





운영수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