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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지방소녀 추천0 비추천0

2005.1.6.목요일
딴지메뉴얼 편찬우원회


 




1.본 기사의 취지 


 


조또 먹고 살기 힘든 요즘이다. 좋았던 시절의 아랫도리 발기 각도 만큼이나 엥겔지수만이 연일 상한가를 치는 와중에 각종 문화생활을 영위하기는 커녕 출근길에 신문찌라시 한 장 사보기도 아까운 판이다. 이렇듯 벌어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얼라들 방학하고 새해가 되곤 하면 꼭 각종 군소 매체에서 다루는 이구동성의 야그가 있다. 대한민국 성인남녀의 월 평균 독서량이 짐승만도 못하다느니 공공 도서관의 이용도가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느니 따위의 염장 사시미 뜨는 소리 말이다.


 


게다가 이러한 정신적 테러질은 비단 거대 매체와 개인간에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는 걸로 조지기 좋아하는 직장 상사에게 이런 책도 안 읽어 봤냐며 까이고, 간만의 소개팅으로 만난 상대에게 최근 뜨고 있는 베스트셀러도 모른다며 채이고, 가끔은 이제 갓 중학교에 들어가 머리 굵어진 조카가 가물가물한 고전 명작에 대해 물어와 본의 아니게 구라를 치게 함으로써 딱 배고파서 밥퍼먹기 전까지만 죄의식에 몸부림 치게 만드는 등 독서량 뽀록으로 인한 개인의 소외 현상은 오히려 가까운 지인들 사이에서 더욱 심각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생업에 지친 나머지 읽고 싶어도 책 읽을 기력과 의욕을 상실한 독자들과 읽을 시간과 책 살 돈이 있다손 치더라도 직장내 오랜 눈치밥 습관으로 한 곳에 1분 이상 눈동자를 모으기 힘든 산업재해를 앓고 있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본 메뉴얼을 연재하고자 하는 바이다.


 


본 메뉴얼은 그동안 각종 매체에서 이루어졌던 광고 아닌척 광고하기식의 사기성 책 소개도 아니고 필자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그 평가가 천차만별인 지조때로 서적 리뷰도 아니라 하겠으며 이는 오직 어디가서 잘 알지 못하는 얘기만 나오면 자아에 가공할 치명상을 입는 가녀린 영혼의 독자제위를 위해 결코 읽어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읽은 것 처럼 위장토록 함으로써 작게는 빠듯한 가계 살림에 책 값을 굳게 하고, 크게는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회복시켜 결국에는 매사에 긍정적, 적극적 생활습관이 자연스레 형성되는 바람에 급기야는 불황탈출과 실업극복에 이바지 하고자 하는 대승적 취지에서 비롯된 홍익인간적 기획 꼭지라 하겠다.


 


2.당 도서의 선정 이유


 


본 읽은척 메뉴얼의 첫 빠따로 선정된 도서는 지난 2004년도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꼽히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되겠다.


 




당 도서의 선정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 번재, 거의 1년 동안 전국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10위권내의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는만큼 읽은척 하지 않을 경우 주위의 지인들에게 집단 따돌림이나 비아냥의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농후하다는 점.


 


두 번째, 제목에서 특정 동물을 언급함으로써 자칫 동물행동분석학 서적쯤으로 오인했다가 남들 앞에서 전대미문의 개쪽을 팔 위험성이 노출되어 있다는 점.


 


그 밖에.. 본 필자가 매뉴얼을 작성하고자 했던 많은 후보군들 중 서적의 두께는 가장 얇았던 반면 활자 크기는 제일 컸다는 점..


 


 3.읽은척 메뉴얼


 


1.내용 요약


 


대기업의 중역인 웨스 킹슬리(굳이 등장인물의 이름까지 외우는 촌스러움을 발휘하지는 말자. 당 도서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절로 외울 수 있을 만한 감동서적도 아니고 외웠다가 어따 써먹을 만한 학습서적도 아니라 하겠다. 행여 혹자가 주인공의 이름을 물어보며 자신의 읽은척을 의심한다 하더라도 과감히 '그런 걸 뭣하러 외우냐' 한마디로 되려 성을 내자.)가 어느날 범고래쇼를 보고 어떻게 바다의 포식자인 범고래가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뛸 수 있을까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었고 담당 조련사로부터 고래의 긍정적 행동에 주목해야 한다, 즉 잘했을 때는 과도하게 칭찬을 해줌으로써 고래로부터 칭찬받을 수 있는 행위를 반복할 수 있도록 하고 부정적 행동은 외면한다, 즉 못했을 때는 그 행동에 주목하지 말고 재빨리 다른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는 내용의 얘기를 듣는다.


 


그 후 웨스 킹슬리는 조련사로부터 명망 높은 컨설턴트인 앤 마리 버틀러라는 여성을 소개받아 범고래의 조련 방법을 직장과 가정내 인간관계에 적용시키는 법을 심층적으로 학습을 받고난 후 그 이론을 현실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결국 기업의 간부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훌륭히 맡은 바 임무를 다 하게 된다.


 







세줄 요약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은 말 안들어 쳐먹는 얼라들도 말 잘듣게 만들 수 있다.


칭찬은 일하기 싫어하는 부하직원들도 모범사원으로 만들 수 있다.



 


2.읽은척 토론하기


 


무슨 숙제 검사하듯 자신에게 읽어본 내용을 요약정리해서 발표해보라고 할 인간은 드물다. 대개의 경우 특정 책에서 감동 먹은 점, 혹은 문제점에 대해 수다 내지는 토론이 이루어지면서 자신이 읽은척 얼버무렸던 것이 뽀록날 수 있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봉착하는 법이다.


 


고로 당 도서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이해 이외에 어떤 형식으로든 책과 관련된 설전이 벌어졌을 경우를 대비해 마치 자신이 진짜로 이 책을 읽고 비분강개하는 듯한 환각현상을 경험할 수 있을 정도로 주요 쟁점들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특히 본 읽은척 토론하기 스킬을 시전하는데 있어서는 무조건 선수를 치는 것이 여러모로 이익이라는 점을 유의하자. 자칫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다가는 99가지를 완벽히 아는척 했더라도 1가지 때문에 대사를 그르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쟁점 가능 사안


 


범고래의 훈련법에서 만들어진 '칭찬하기'가 과연 인간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가?


 


: 당 서적에서 근원적 문제제기가 가능한 사안이라 하겠다. 조련사와 범고래 사이의 교류방식 보다는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가 훨씬 복잡미묘할 것이라 짐작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 서적은 '칭찬하기를 통한 고래 반응은 당신이 성실하고 정직할 때만 가능하다.'라는 조금은 애매한 대답을 내놓고 있다. 본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좀 더 구체화 해본다면 '타인에게 거짓말은 할 수 있어도 자신의 에너지를 감추지는 못한다.'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즉 억지 칭찬으로 거짓된 표현을 할 수는 있지만 타인을 미워하거나 좋아하는 감정의 에너지까지 거짓되게 표출하기는 불가능 하다는 것.


 


고로 당 서적에서 얘기하는 칭찬은 형식적이고 기술적인 칭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타인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애정을 갖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음이다.


 


당 서적은 소설인가 교양서적인가.


 


: 너무도 당연하게 신인류창조를 위한 교양서적 내지는 예비역 선배의 훈화말씀 스러운 처세술 가이드 정도일 것이라 생각해서 다 된 밥에 사정을 해 버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다.


 


당 서적은 소설의 형식으로 엮인 교양서적이라 하겠다. 읽어 가는 재미를 주기 위해 가공의 인물이 등장하여 나름의 사건이 전개되는데 워낙에 교훈적인 얘기를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잘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바람에 일종의 바른생활 만담스러운 닭살리즘이 만연해 있음이다.


 


책의 구체적 내용을 읽은척 하기에 앞서 글의 전체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마치 나무를 보기 전에 이미 숲을 보아 버린 듯한 강력한 읽은척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모든 인간관계의 갈등은 칭찬으로 해결될 수 있음인가?


: 상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라고 하는 자신의 진정성이 전달되었을 때 많은 사람이 감화를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상대가 의심을 하고 그로 인해 초기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할지라도 참고 계속해서 진실되게 남을 칭찬하다보면 언젠가는 긍정적인 무언가가 돌아올 수도 있다 할 것이다.


곧 칭찬이라는 형식으로 내가 상대를 좋아하고 관심있다는 걸 끈질기게 어필하다 보면 상대방도 언젠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행동으로 보답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것인데 이는 마치 남녀간의 애정관계에 있어서 거부하는 상대라 하더라도 끈질기게 구애를 하고 선심을 피다보면 언젠가는 사랑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방적 애정관과 닮은 부분이 있다. 모든 일방적인 것은 폭력적이기 마련이다.


 


게다가 구애를 펼치는 일방이 돈 많고 잘 생기고 키 크고 인간성 좋고 머리 좋은 남자라 했을 때 상대의 호응도 이끌어 내기 쉽고 다른 사람의 비웃음도 사지 않을 수 있듯, 칭찬을 통해 직장내 혹은 가정내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기에 유리한 사람은 이미 뭔가 강력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하거나(범고래와 조련사의 관계가 결코 수평적인 것이 아니듯) 적어도 칭찬을 통해 자신의 치부를 가리려 하는 것은 아니게끔 보일 수 있는 기본바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즉 당서적에서의 칭찬은 기득권에 의한 하향적 선심공세의 꼭두각시 만들기식 정치적 처세술로의 오용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며 엄숙한 표정과 비분강개한 목소리로 일갈해보는 것도 읽은척의 완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겠다.


 


칭찬은 그녀도 벗게 한다?


: 필자 개인적으로는 당 서적이 주는 교훈의 일순위로 꼽았던 명제라 하겠다.


당 사안을 쟁점화 하는 것은 때로는 '너가 정말 책을 제대로 읽었구나'라는 찬사를 받을 수도 있고, '너는 그런 책 읽을 자격도 없는 놈이야'식의 극단적 결과를 양산할 수 있으므로 토론상대의 개인적 성향과 토론장의 폐쇄성 정도를 감안하여 그때 그때 융통성을 발휘하자.



 


3.기타 유의사항


당 서적의 시발점은 고래쇼에서 시작된다. 보통 고래쇼에서 쇼를 하는 고래는 '돌고래'일 것이라는 습관적 사고가 강하다. 돌고래가 아니라 범고래다. 작은 실수가 애써 읽은척했던 대장정의 길을 한방에 무산시킬 수 있음을 유의하자.


 



 


특정 용어들이 있음에 주의 하시라.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고래반응'과 '뒤통수치기' 반응 두가지. '고래반응'은 타인이 잘 하는 것을 알아내서 칭찬하는 것, '뒤통수치기 반응'은 사람들이 잘못하는 것을 잡아내는 행위를 말함이다. 그밖에도 '전환반응'이니 '칭찬10계명'이니 하는 것들이 있으나 위 두가지면 충분하다. 다른 것들은 걍 읽은지 좀 돼서 잊어먹었다고 해버려도 충분한 공감을 살 수 있음이다. 가끔씩 '아 씨바 그게 뭐였더라.' 하면서 마치 읽어 봤던 건데 기억이 안나는 것인냥 안타까운 신음소리를 내주는 것은 권장사항이다.


 


주인공인 웨스 킹슬러와 책의 후반부 매력적인 여성 컨설턴트로 등장하여 주인공과 잦은 만남을 갖는 앤 마리 버틀러와는 결국 아무런 섬씽도 발생하지 않는다. 남녀 주인공끼리 잦은 만남과 더욱 잦은 전화질을 주고 받는 가운데 현실적 인간관계에서는 자연스레 발생할 수도 있는 일들이 이 둘 사이에서는 끝내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에 함 안타까워해주는 것도 읽은척 권장사항 되겠다.
 


평소 타인의 잘못은 눈부릅뜨고 뒤지면서 잘한 일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무반응으로 일색했던 개인들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하고 '칭찬'이라고 하는 자본금 땡전 한 푼 안드는 아이템으로 인간관계발전사업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당 서적은 읽은척 해볼만 하다.


 


하지만 칭찬이라고 하는 기능적 처세가 가져다 주는 해피한 결과가 있기 전에 타인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만큼의 제대로 된 칭찬을 하기 위해서는 그 타인에 대한 진실한 믿음과 애정의 에너지가 충만해야 가능하다는 대전제에 대해서 당 서적이 사리사리 살짝 넘어간 부분은 자칫 실제로 읽은 독자들에게마저 칭찬만능주의적 사고관을 심을 우려가 있어 차라리 읽지 아니함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음이다.


 


이상이다. 부디 아직 당 도서를 읽어 보지 못한 독자들은 본지를 통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갑빠를 잡을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 '읽은척 매뉴얼'의 추천도서 있으면 게시판이나 본 기자의 메일로 쌔려주시라. 졸라 바쁜 독자제위를 위해 본지가 대신 읽어 줄게!


 


피에쑤 : 무슨 '육법전서'나 '실력 수학의 정석' 따위의 수험교재 같은 거 추천 금물. 불경이나 성서류의 종교서적도 추천 참아주시라.


 


딴지 매뉴얼 편찬우원회
너부리(newtoilet@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