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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돈만 생각했다면  유명한 갭투자를 했겠지. 돈에 관심 없다는  새빨간 거짓말이겠지만, 그보다 도전과 성취가 중요했다.

 

생애 처음  건물을 지어 파는 경험. 문고리 하나, 타일  장에도 내 손길이 닿았다. 어느 식당, 어느 카페를 가든 바닥은 무슨 재질인지, 창틀은 어떤  썼는지만 보인다. 2 동안 매달린 나름 거대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결실을 맺었을 때의 짜릿함. 누군가는 까이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누군가는 결국 부동산 투기질 아니냐며 손가락질 하겠지만, 10 가까이  업계에서 발로 뛰고 구르며 공부하고 체득한 경험과 땀으로 이뤄낸 성취였다.

 

 글은 부동산 입문서용으로 쓰는  아니기에 내가 하는 말이나 용어가 무슨 뜻인지 몰라도 괜찮다. 만약  글을 읽고 부동산 관련 분야에 뛰어들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대끼며 배우시길 권한다. 나는 그저 100미터를 죽어라고 힘껏 뛰어 1등을  꼬마아이처럼 뿌듯함에 취해 잘난 척을 하고 싶을 뿐이다.  ‘잘난 이야말로 인생 이모작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세상 어딘가엔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도 있구나라고 읽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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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도둑질이라고, 어쩌다 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갖고 분양이나 부동산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시행사에도 몸을 담게 되었다. '시행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토지나 건물을 매입해 건물을 짓거나 리모델링을 해서 가치를 올려파는 회사.

 

조그마한 시행사에서 7년을 넘게 일하다 2017년, 오너와의 불미스러운 일로 갑자기 퇴사를 했다. 회식 자리가 끝나고 오너가 한잔  하자며 추근대다가 선을 넘었다. 성추행과 폭행 사건이었다. 지금도  일을 생각할 때마다 열불이 솟구친다미투를 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용기 있는 분들인지 나는 안다.

 

사건이 있던  , 지나가던 행인의 도움으로 들어간 동네지구대에서 들은  질문은 “아줌마도  마셨지요?”였다.  순간 맥이  풀리며 전의를 상실했다. 타인에게는, 심지어 경찰에게조차  사건은 그저 내가 만든 상황이고  일 뿐이었다. 결국 절이 싫은  아니라 스님(이라고 쓰고 개새끼라고 읽는다) 싫어서 절을 떠나야 했다.

 

계획하지 않은 퇴사는 생활 자체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아침에 눈떠서 잠들기 전까지 거의 대부분을 오롯이 회사 전념하던 몸과 머리가 일순간 비어버리니 심란함만이  자리를 채웠다.  달을  먹고  자면서 앞으로의 생활을 고민했다. 주변에서는 상가나 오피스텔을 매입해서 임대하면 넉넉하지 않더라도  편히 먹고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물론 나쁘지 지만 건물주가 되어 임대료를 받아 생활하는 모습은 매력이 없다. 어렵겠지만 집을 짓고 싶었다.

 

모든 장사가 그러하지만 집을 짓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를 알고 있거나 믿을만한 파트너가 있거나 돈이 많아야 한다. 파트너도 돈도 없다. 전부 혼자 해야 했. 직장에서 도맡다시피 했던 임대관리, 건물관리, 재무관리, 시장분석, 수지분석  내부적인 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땅을 찾는 일과 현장공사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휴일도 없이 7년을 달려왔던 나는 뭐라도 해야 했다. 저지르기로 결심했다.

 

집을 짓는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있는 부지 찾는 작업을 혼자 해야 했다. 다세대를 지어 분양하는 사업을 염두하고 여러 지역의 부동산 사무실을 방문하며 땅을 찾았다

 

매물로 나온 땅이 저렴하다고 덜컥 매입을 결정하면  된다. 시행사 대표로     안다는 사람이 겪은 일을 예로 들어보자.

 

주변  시세가 평당 3 정도인데 1 5 짜리 유치원 부지가 매물로 나왔다며 중개사무소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매입하라 부추겼다. 시행사 대표는  9시에 이미 퇴근한 직원을 시켜 계약금을 입금하도록 지시했다. 직원은 특수부지이니 하루 정도 검토하라고 했지만 대표는 이미 머릿속에 유치원을 세운 다음 운영을 하든가 매도할 것이 그려졌기에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겪어 보니 유치원 부지는 원래 저렴하고, 유치원 운영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서 금전적 손해는 물론 번거로움까지 겪으며 다시 유치원을 운영할 사람에게 매입가로 매도했다. 유치원 부지만 따로 컨설팅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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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링크

 

어떤 분은 자그마한 사옥을 짓고 싶어서 지인으로부터 땅을 싸게 매입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맹지(도로에 접한 부분이 없는 )였다. 도저히 신축을   없는 곳이었. 임장(해당 현장에 직접 나가는 ) 했을 땐 도로가 접해있었다고 했다. 그렇다. 배신은 원래 가까운 사람에게 당하는 ! 특히 골목 안쪽의 토지는 주차가 어려워서 설계가 그려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분은 지금도 도로가 나거나 개발이 되길 정안수 떠놓고 오매불망 빌고만 있다. 나중에 자녀들이 횡재 수도 있으니 기다려 보시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드릴 .

 

멀쩡하게 보이는 땅도 설계가   나오거나 필지의 면적이 공부(등기부)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싸고 좋아 보이는 땅이라도 신축을 계획한다면 먼저 설계를 의뢰해야 한다. “시간 끌다간 놓칩니다.”라고 해도 “그럼  물건이 아닌가 보죠.”라고 쿨하게 넘기며 설계 확인을 해야 한다. 설계 사무실에 요청할 때는 땅의 용도와 모양, 위치를 보고 어느 정도 가능성을 짐작한 뒤 부탁해야 한다(아무 땅이나 의뢰하기엔 너무 아마추어 같으니까). 중개 사무소는 도저히 신축이   땅도 마구잡이로 소개하곤 하니까 신중해야 한다.

 

땅마다 어떤 용도의 건물을 지을  있는지, 어느 정도의 높이와 면적을 건축  있는 지는 제각각이다. 주택이 주로 신축되는 토지는 방향에 따라 건축의 제한이 무척 다르기도 하니 기초적인 지식은 갖고 토지를 찾아야 한다. 아주 기초적인  하나를 발설하자면, 용적률을 최대한 찾아먹을  있는 주거지 용도지역 토지로는 북서방향이 제격이다. 신축의 경우 도로와 접한 땅은 내줘야 하는 경우(건축선이 물러나야 하는) 대부분이다. 코너 땅을 선호하지만 도로에 뺏기는 부분이 많은 것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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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는 다니던 직장의 상가 신축 사업에서 설계를 맡았던  건축사무소 최 소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동안 소장님을 얼마나 괴롭혔는지 생각하면 무척 미안하고도 고맙다

 

당연한 말이지만 땅을 찾을  우선 값이 조금이라도 저렴하고 입지가 엄청 좋은 것을 찾는다. 역시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땅은 없다.

 

적당한 땅을 물색하며 부동산 사무실을 기웃거렸다. “혹시  6억짜리  있나요? 10억까지 가능해요."라고 하면 반기는 부동산 사무실은 거의 없다. “그런 물건은 없어요.”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전세 가격이나 분양 물건 얘기를 하며 말을 붙여본다. 말이라도 섞어야 나중에 괜찮은 물건이 나오면 연락달라고 전화번호라도 남길  있다.  그러면 연락처도 묻지 않는다. 세상 이치가 그렇듯 가격이 싸면 설계가  나오고 맘에 드는 땅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 신촌, 돈암동, 화곡동 등등등등... 닥치는대로 싸돌아다니며 머릿속으로 설계를 30개는  그려본 듯하다.

 

처음 매입 가능성을 열어둔 곳은 9호선 선유도역 주변의 42 토지로, 역에서 무척 가까운 준공업지역이었다. 설계를 받아보니 9 오피스텔 12채가 나온다고 했다. 대박이었다. 취득세와 공사비, 분양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다가 문득 ‘주차장을 어떻게 빼지?’ 생각이 들었다. 상식으로 주차장이 6개는 나와야하는데..다시 한번 설계사무실에 확인을 해봤다. 이틀  실수가 있었으며 사무실 용도일  12채이고 주택이나 오피스텔은 7채가 그려진다고 전해왔다. 그럼 그렇지.

 

준공업지역에 사무실(근린생활시설) 신축 경우 용적률이 400%이다. 하지만 주택이나 오피스텔을 신축할 경우에는 용적률이 250%이다.

용적율: 토지 크기에 대한 건물의 면적비율로. 40 토지의 용적률이 400%이면 160평까지 지을  있다. 건물의 높이가 높아지는 것이다. 4 면적으로 건축할  있는 토지는 비싸지만 가성비가 좋다고나 할까

 

주택 7채를 지어 분양하면 수익이 나지 않는 본전장사고, 사무실용도로 지어서 임대하면 선유도  사무실 임대료가 낮은 편이라서 타산이 맞지 않았다. 꿈꾸던 대박이 부서졌다. 서운함보다 혹시 계약했으면 어쩔  했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돌다리도 두드려보자고 다짐했다. 대박을 조심하자. 대박이 나한테   없다.

 

선유도 땅을 버리고 마포 쪽을 배회했다. 레이더에 서강대 건너 안쪽 신수동에 67평짜리 땅이 걸렸다. 3 일반주거지로 다양한 평수의 주택 7채, 임대사업용으로는 원룸 9채와 사무실용도 4채가 그려졌다. 임대사업용으로 나쁘지 지만 수익성이 매우 좋지도 않았다. 또한 서강대와 거리가 있어서 원룸 임대가   것인가, 골목 안쪽인데 사무실 임대가  될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땅도 크다 보니 토지대금에 대한 부담도 컸다. 소장님은 재미있는 건물을 만들  있을  같다고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지금도 그때 그렸던 설계를 가지고 있다

 

다음은 영등포 시장 쪽에서 발견한 준공업지역 땅이었다. 여기 저기 신축이 지어지 땅값은 마구 오르고 었다. 30평짜리 토지 2필지가 생각보다 저렴한 값에 나와 있길래 초스피드로 매입하기로 마음먹고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연락했다.

 

계약합시다.”

 

, .”

 

(잠시 )

 

“땅 주인이 지방에 출장을 가셨다네요. 월요일에 오신대요.”

 

월요일이 되니 물건이 사라졌다. 지주가 토지의 시세를  파악하지 않고 소신껏 가격을 정했다가 생기는 경우였다. 대부분 매입하겠다는 연락이 여기저기서 오니 매도 의사를 잠시 접었다가 가격을 올려 다시 매물로 내놓는다. 괜찮은 땅의 지주들은 출장을 자주 가거나 무슨 급한 일이 갑자기 많이 생긴다. 매입 의사를 갖고 문의하면 가족이 멀리 있어서 일주일 정도 후에 만나니 그때 결정해서 알려준다고도 한다. (이런 경우 말고도 자신의 부동산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간 보려고 땅을 내놓는 일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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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항공뷰

 

비슷한 일을 화곡동에서도 한번  겪었다. 까치산 역에서 멀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깔끔한 동네였다. 73평의 큰 토지. 가격도 착하고 설계도  그려졌다. 12평짜리 12세대와 20평짜리 근생 하나. 주변의 12 투룸 분양가를 조사하고 근생의 가치를 고려해 수익을 계산하고 토지가격과 공사비 등을 제하니 수익이    했다계약하자고 연락하니 현재 임차인  학원으로 사용하는 곳의 명도가 어려울  같으니  부분을 자세히 알아보고 연락 준다고 한다. 며칠을 기다리다가 명도는 나중에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는데  후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외에도 정릉의 개울  다세대부지,  모양은 예쁜데 설계가  그려지지 않던 성북동 언덕  토지, 만약 그때 매입했다면 지금 대박 나고 있을 노고산동 비탈길  토지  아쉽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던 토지들이  많다.  말인즉슨  도가니가 그만큼 고생을 많이 했다는 얘기다.

 

  동안 마땅한 땅을 찾지 못해 조바심이 났다.  결단력이 부족한 걸까, 아님 집을 짓는 게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걸까. 하지만 달리  일도 없으니 수익은 나중이고 손해만 보지 않으면 집을 지어보자고 결심했다. 

 

지역 폭을 넓혀 도가니를 혹사시키기로 했다. 그동안은 서울의 북서 지역 위주로 물건을 찾으러 다녔다. 강남은 토지 가격 부담으로 엄두를 내지 못했고, 동쪽은 거주를  적이 없어서인지 레이더를 켜지 않고 있었다.   남짓 짧은 기간이었지만 구의동에서 중개사무실도 운영했고 모진동 다세대를 매입해서 소소한 수익을 얻은 적도 있는 역사가 있지 않은가. 어쩌면 동쪽이 나와 맞을지도 몰랐다. 조바심을 내려놓고  찾아보기로 했다.

 

도가니를 갈아 넣으며 돌아다닌  달을  채운  생긴 일이었다. 보기 드물게 외근의 의지가 승리한 날, 노구(?) 일으켜 꾸역꾸역 성수동으로 향했다부동산 사무실에 들어섰다아침에 나온 땅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내 첫 사업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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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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