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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야지가 오야지

 

지금부터 내가 직영 잡부로 일했던 현장의 목수팀을 각각  반장팀,  반장팀,  반장팀이라고 칭하겠다.  팀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데, 오야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분위기가 결정되는  같았다. 목수 개개인의 특성이 살아있는  아니라, 오야지 중심으로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 거다. 해서,  오야지의 성향을 먼저 설명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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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반장 능구렁이였다. 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굴이 벌개서 돌아다녔다. 그게 전날 마신  때문인지, 점심  몰래 마신  때문인지는   없었으나, 어쨌든 언제나  냄새가 폴폴 났다. 그런데도  하나는 확실하게 했다. 몸이 아닌 말로.

 

  반장이 목장갑 끼는    번도  봤다. 장갑을 뒷주머니에 꽂고, 팔짱  자세로  산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언제나, 한결같이,  자세를 유지했다. 가끔 소장과 얘기하고,  때때로 새끼 반장들과 무언가 열심히 대화하는 모습을 보긴 했는데, 그게 전부였다.

 

능구렁이  반장은 자재 욕심이 엄청났다. 남기면 남겼지, 모자라지 않게 준비하자는   반장의 기본 원칙인  같았다. 작업장에 유로폼이 10 필요하다 치면, 보통 15장씩은 챙겨다 놓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니  반장팀 새끼 반장  사람은 부지런히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반장팀 새끼 반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반장님 자재  적당히 챙겨가세요.(웃음) 남겨놓으면 직영팀이 정리하느라 얼마나 고생한다고요.”

 

에이~ 우리가  자재를 집에 가져가나? ~ 열심히  하자고 챙기는 건데. 얼마 남지도 않더만  그래~”

 

 반장은  욕심 많은 아저씨였다. 그걸 어떻게   있느냐면,   외국인 비율을 보면   있다.  반장팀엔 한국 목수가 겨우 두어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외국인이었다.  반장팀처럼 외국인 비율이 높은 팀은, 보통 ‘ 떼기팀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떼기란, 예를 들어 한국 목수에게 20   , 외국 목수(주로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에서  청년들이다)에겐 18 원만 주는 거다. 반장 입장에서 외국인이 팀에 20 있으면 하루에 40 원씩,  달에  1,000  정도를 아낄  있다. 아파트 현장 기준으로, 형틀 목수들이 공사하는 기간은 보통 5~10개월 정도다. 전체 공사비로 봤을  5,000 원에서 많게는 1 원까지 아낄  있는 거다.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반장팀엔 새끼 반장도 없었다. 적어도 팀에 한두 명은 두는  통상적인데,  반장은 새끼 반장이 해야  자재 단도리까지 본인이 직접 했다. 그러니 능구렁이  반장처럼 한가롭게   바라볼 시간은커녕,  맞게 자재 챙겨오기도 벅차 보였다.

 

 반장은 언제나 바빴다. 자재 챙기러 현장 뒤지고 다니랴, 말도   통하는 외국 목수들에게 작업지시 내리랴, 정말 눈썹 휘날리게 뛰어다녔다.  급해 보였고,  소리를 질렀다. 크게 말한다고,  알아듣던 말을 갑자기 알아듣게 되는  아닐 텐데도,  반장은 외국 목수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이거!!! 이거!!! 저쪽으로 가져가라고!!!! 아니 아니!!!! 이거 이거!!! 에휴, X.  이렇게 말을  알아 처먹어!!!”

 

그렇게 바쁜 목수 오야지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다.  번은 정말 궁금해서  반장에게 물었다.

 

반장님은  새끼 반장  쓰세요?  바빠 보이시는  같아서.(웃음) 새끼 반장  사람만 둬도  수월하실 텐데.”

 

에이~ 일머리 없는 오야지들이나 새끼 반장 쓰는 거여. 새끼 반장  사람이면 인건비가 얼만데. 원래 목수 20명까지는 오야지  사람이 커버할  있어야 ~ ?  밑에서 새끼 반장 하고 싶어?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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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장팀은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노조)팀이었다. 지난 편에서 이렇게 얘기했던 쉐프가 말하자면  반장이다.

 

우리 이렇게 싸우지 말고  팀당 333그릇씩 만드는 걸로 합의하자. 대신 내가 사장한테 1그릇당 1,000원씩  달라고 얘기해볼게. 어때?”

 

내가 생각하는 노조는 이타적(利他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집합체다.  혼자    아니라, 내가 일하는 산업 생태계 전반을 개선해  같이  살자고 외치는 사람들이니까. 물론, 어딜 가나 미꾸라지 있듯 노조에도 계산기 두드리는 사람이 있을 테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래서 그런가  반장을 포함해 노조팀은 나름 젠틀했다.  반장 개인으로 보자면, 한마디로 진짜 목수였다. 다리 만들고, 터널 뚫는 토목 목수 출신이었는데,  반장은  점을 엄청난 자부심으로 생각했다.

 

토목 목수가 진짜 목수야. 건축이랑은 공사 사이즈부터가 다르거든~ 그리고 토목은 공구리 부으면 그걸로 끝이야. 별도의 마감이 없거든. 왜냐고? 다리에 매달려서 마감할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애초에  정교하고 세밀하게 작업한단 말이지. 이런 건물 짓는  얘들 장난이야.”

 

능구렁이  반장은 말할 것도 없고, 욕심 많은  반장도 목수의 상징과 같은 못주머니( 담을  있는 주머니와 망치 꽂을  있는 고리가 달린 X 안전벨트를 통칭해 못주머니라 부른다)  차고 다니는데,  반장은  못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그것으로 자신이 목수라는  증명이라도 하려는 .

 

그러면서 때때로 자기 팀의 일반 목수들과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다. 보통, 오야지들은 망치질  한다. 스포츠로 따지면 감독이 오야지인 셈인데, 그렇게 비유하자면  반장은 플레잉 코치를 자처하는 사람이었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현장엔 ‘신호수 따로 있다. 타워 크레인 기사와 무전기로 소통하면서 자재 떠주고 내려주는 사람이다. 별도의 신호수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교육 이수한 신호수는 타워 크레인 기사가  높은 곳에서 쉽게 알아볼  있도록 빨간 안전모를 쓰고, 빨간 조끼를 입고 다닌다.

 

 팀에서는 두어 명을 차출해 신호수 교육을 받게 한다. 보통은 새끼 반장들이 신호수 역할까지 한다. 신호수 역할 특성상 수동적으로 자재 운반만 하는  아니다. 오야지와 인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어떤 자재가 언제, 어느 작업장에 필요한지,  자재가 현장 어디에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하고,  일정에 따라 주도적으로 자재를 운반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새끼 반장=신호수라고 단정할  없지만, 현장에서 산타할아버지 같은 빨간 사람이 보이면, 보통은 새끼 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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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반장들은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현장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닌다. 현장에서 흔하게 쓰는 600(가로 600mmX 세로 1,200mm 유로폼)이야 주변에도 널렸고, 현장 전체의 자재를 책임지는 직영 반장에게만 확인해도 쉽게 찾을  있지만, 예를 들어 쪽폼(200[200mmX 세로 600mm 유로폼], 250[250mmX 세로 600mm 유로폼]처럼 가로, 세로 폭이 좁은 폼을 쪽폼이라 부른다)이라든가, 1m짜리 각파이프처럼   쓰는 자재는 직영 반장도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모른다.  드넓은 현장 어딘가에 분명 있긴 있을 테니 그걸 찾아 구석구석 헤매고 다니는 거다. 그러다 보면 다른 목수팀 작업장까지 헤매게 되고, 그러면  사달이 난다.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시작되는 거다.

 

 그래도 눈에  띄는 새끼 반장이 남의 작업장을 어슬렁거리고 있으면, 해당 작업장 새끼 반장이 득달같이 달려온다.

 

어이어이어이!!! 뭐여?  왔어?”

 

아니 ~ 그냥~ 쪽폼  남나 해서~”

 

 없어! 저것도 겨우 구해서 갖다 놓은 거여. 우리  것도 부족하고만  남의 작업장 와서 어슬렁거려~ 빨리 ~”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 누가 가져가겠대? 그냥 남는  있나  보러  거지.”

 

내가 직영 잡부로 일했던 현장에서는 능구렁이  반장팀과 진짜 목수  반장팀(노조팀) 자주 부딪혔다.  욕심 많은 아저씨  반장은 새끼 반장도 따로 없는 데다가   통하는 외국 목수들과 씨름하느라 바빴다. 다른 팀과 한가롭게 싸울 시간도 없어 보였다.

 

참고로 말하자면, 노가다판에서 노조팀은 공공의 적이다. 기본적으로 노가다판 자체가 보수적이다 보니 노조에 대한 반감이 있다. 고용주가 노조팀을 아니꼽게 생각하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적인 노가다꾼들도 노조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 시선으로 보자면 노조팀은 잘난 척이나 하고, 맨날 ‘데모 하러 다니는, 한마디로 빨갱이 집단이다(실제로 노조팀이 그렇진 않다. 언젠가 노가다판의 노조에 관해서도 얘기하겠다).

 

반대로, 불법 다단계 하청 구조와 불법 외국인 노동자 고용 문제의 주체 격인 도급팀(능구렁이  반장팀이나  욕심 많은  반장팀처럼 하청 건설사로부터 하도급 받아 공사 진행하는 팀을 현장에서는 도급팀이라고 부른다) 노조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존재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별거 아닌 일에도 도급팀과 노조팀이 엮이면 싸움이 나곤 한다.

 

 

자재 부족해서 공사 일정 늦어졌다고?

 

 반장팀과  반장팀이 본격적으로 드잡이를 시작한 ,  반장팀이 201 주차장,  반장팀이 202 주차장 공사를 맡으면서다. 공교롭게도 일정이  맞아떨어져 거의 동시에  팀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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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체의 자재를 단도리하는 직영 반장 입장에서는 201동과 202 사이 공터에 자재를 갖다 놓으면 알아서 사이좋게 나눠   알았겠지만, 그럴  있겠는가. 얘기한 것처럼  반장팀은 자재 욕심이 엄청났다. 유로폼 10장이면 충분할  15장씩 갖다 놓고 쓰는 식이었다. 그렇다 보니  반장팀 자재가 번번이 부족했다. 언젠가  반장이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소장한테 자재 부족해서 공사 늦어졌다고 말할  있겠어? 현장에서 그런   통해. 변명밖에  되는 거야. 동시에 시작했는데, 저쪽은 벌써 이만큼 진행했고, 이쪽은 요만큼밖에 진행  했으면, 자재가 부족했건 어쨌건 그냥 실력이 없는 거야. 그러니까 그때부턴 진짜 전쟁인 거지. 내가 새끼 반장들한테 이렇게 말했어. 나한테 와서  반장팀 때문에 자재 부족하다고 투정 부리지마. 자재 단도리하라고 니들 앉혀 놓은 건데  그걸 나한테 와서 징징거려. 지금부터  반장팀 애들한테 자재 뺏겨서 목수들  놓는 상황 생기면 니들도 죽는 거야. 알아들어? 그렇게 얘기하고 나니까  달라지드만. 하하.”

 

우물쭈물 자재  뺏기던  반장팀 새끼 반장들이, 정말 그때부터 달라졌다.  젠틀하던 노조팀 사람들이 드잡이를 시작한 거다. 201동과 202 사이에서 하루가 멀다고 쌍욕이 울려 퍼졌다.

 

그러던 어느 , 직영 반장한테 전화가 왔다. 201, 202 사이로 빨리 오라는 거였다. 가보니  반장팀 새끼 반장과  반장팀 새끼 반장이 씩씩거리며  있고,  사이에서 직영 반장이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다.  앞에는 600  묶음이 놓여 있었다. 참고로, 600  묶음은 3장씩 15,  45장이다.  반장팀 새끼 반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니, 직영 반장님은  매번 노조팀 편만 들어요. 진짜 이러면 섭섭해서   합니다.”

 

내가 언제 노조팀 편을 들었어~ 나는  중립이여~ 내가 누구 들고 말고   어딨어. 자재 필요하다고 하면 갖다 주고, 필요 없다고 하면 가져가고 그러는 거지. 그럼 이렇게 . 이거  반으로 나눠서 가져가. 그러면 되지? 송군. 이거 600,  다이로 나눠줘.”

 

 웃음이 났다. 사과   가지고 서로 먹겠다고 싸우는 애들도 아니고, 폼을 반으로 나눠 가져가겠다니. 결국, 600  묶음을 털어 20 개씩  묶음으로 나눠줬다. 그제야 새끼 반장들은 600  묶음씩을 실어갔다. ‘룰루랄라♪하면서.

 

 

 

필요한 사람이 먼저 가져가면 임자인 거지

 

이런 일도 있었다.  반장팀에서 합판이 부족해 급히  묶음 보내 달라고 했고,  연락을 받은 직영 반장은  그렇듯, 201동과 202 사이 공터에 합판  묶음을 갖다 놨다. 갖다 놨으니 알아서 쓰겠거니 하고,  반장한테 따로 연락은  했던 거다.

 

마침,  반장팀에서도 합판  묶음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공터를 보니  마침 합판  묶음이 있길래 홀딱 가져가 버린 거다. 뒤늦게 공터로 나온  반장팀 새끼 반장은 합판이 없길래 다시 직영 반장에게 전화를 했고,  반장팀에서 이미 가져가 버렸다는  알게  거다.

 

결과는 예상하는 대로다. 자신들이 쓰려고 부탁한 합판을  반장팀에서 홀딱 스틸해갔으니, 그냥 넘어갈  없는 문제였다. 언젠가 다른 글에서 얘기하지 않았던가. 노가다판에서는 호구 잡히면 끝이라고. 호구  잡히려면 호구가 아니라는  증명해야 하는  노가다판이다.  젠틀하던  반장까지 나섰다.

 

아무리 노가다판이라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가면서 일해야지. 우리가 쓰려고 주문한 합판을 홀딱 가져가 버리는 경우가 어딨어.”

 

능구렁이  반장이 가만있을  없었다.

 

아니, X. 자재에  발라놨어? 이름 써놨냐고. 노가다판에서    꺼를  따져. 필요한 사람이 먼저 가져가면 임자인 거지.”

 

 양반이  이상하게 하네. 내가 그동안  반장 애들이 자재  가져가도 그냥  본척했어. !  반장 말대로 노가다판에서 니꺼 내꺼 따지기 싫어서. 그런 걸로 싸우고 싶지도 않았고. 근데! 이건 경우가 다르지. 침은  발랐어도, 분명 우리 쓸라고 주문한 합판인데, 그렇게  가져가면 되나.”

 

결국, 직영 반장이 합판  묶음을  가져다주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201동과 202 주차장 공사가 끝날 때까지   싸움은 계속됐다. 능구렁이  반장은 201 주차장을 마무리하던 ,  급히 불렀다. 그러고는 속닥거리듯 이렇게 말했다.

 

거봐~ 노조팀이 우리보다 이틀 먼저 시작했다고. 쟤네는  일요일에도 나와서 미친 듯이 했어. 그래도 우리가 하루 먼저 끝냈잖아. 이게 실력 차이인 거여~ 알겄어?”

 

노가다판에서 30~40 굴러먹은 진짜 꾼이, 다른 팀보다 3 먼저 끝냈다며 직영 잡부 붙들고 자랑을 했더랬다. 숙제 검사받는 유치원생처럼 ~ 웃어 보이던  반장 미소를, 나는 평생 잊을  없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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