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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역사-상편

2009-11-1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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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8.수요일


안분


 


들어가는 말.


 


여자랑 같이 있을 때 도대체 뭔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린 경험들 없으신지?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이야기에는 여자가 관심이 없고, 여자가 하는 이야기는 내가 도통 모르는 이야기들이고. 부부사이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맨날 드라마의 꼬이고 꼬인 가족관계를 설명하고, 남편은 정치하는 놈들 욕만 하다가 "아! 우리는 말이 안 통하는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고는, "밥 도","아는?", "자자". 요렇게 남편이 세 마디만 하면 끝이 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확립하게 되는 현실. 아 슬프다.


 자 여기 몰라도 사는 데 별 지장 없지만, "오빠가 책에서 읽었는데 말이야..." 이러면서 이야기 하면, 책 좀 많이 읽는 남자처럼 보이면서 대화도 원만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사소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우리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 중에서, 여자들이 좀 좋아라 하는 것들의 역사를 중심으로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들을 모아보았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고, 실전에서 꼭 써먹어 보시길 바란다.


 "그 오빠, 참 아는 것도 많고, 말도 재미있게 잘 하더라" 이런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히히 좋지?


자 그럼 시작해보자.


 


첫번째 연구 대상. 커피.


 


우리가 함께 이야기 해 볼 첫번째 대상은 커피 되시겠다. 커피의 역사 중에서 조금 오래 된 부분은 사실 정확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거의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많다. 이런 이런 설이 있다. 이 정도의 정확성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니가 조금 구라를 보탠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잘 기억 안 나더라도 대충 재미있게만 이야기 하면 된다는 말이다. 어때? 신나지?


 


에디오피아의 칼디라는 목동


 


커피의 첫 발견지는 에티오피아라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에티오피아가 어디에 있냐하면, 아프리카에 있다.


 



 


지도를 보면 아프리카 윗쪽 오른편에 이집트랑 중동이 붙어있다. 중동에 보면 사우디 아라비아가 크게 있고 그 밑에 예멘이랑 암만이 있다. 예멘에서 바다 건너에 보면 아프리카 대륙에 에티오피아가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야기하자면 이집트 밑에 수단. 수단 밑에 에티오피아 정도 되겠다. 에티오피아는 3,000년이나 되는 역사를 가진 나라로 알려져 있다. 커피가 발견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의 일인데, 칼디라고 하는 목동이 염소들이 밤에 잠을 안자고 뛰어노는 것을 보고 '이것들이 미쳤나?' 싶어서 자세히 보니, 빨간 열매를 먹고 나면 잠을 잘 안 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자기도 먹어보니 힘이 펄펄 나고 잠도 안 오고 그래서 춤을 췄다나 어쨌다나. 커피 가게 중에 칼디라는 이름을 쓰는 곳이 있는데, 바로 이 칼디다.


 



요놈이 커피 체리다. 요걸 먹으면 힘이 펄펄!!


 


 당시 에티오피아는 이슬람교 국가였다. 이 목동은 이 열매에 대해서 수도원장에게 이야기를 했고, 수도원장이 끓여서 마시니 힘이 나고 밤을 새워 기도를 할 수 있었다는 은혜로운 이야기다. 이슬람은 교리상 음주를 금하고 있는데, 커피를 마셨을 때 생기는 약간의 흥분된 기분, 그리고 정신이 맑아지는 각성 효과 때문에 이슬람 문화권에서 사랑을 받은 것 같다.


 


황제의 명령 "볶아라. 볶아"


 


이 이야기 역시 정확성은 믿거나 말거나 수준이지만 재미있으니까 쓰도록 하겠다. 에티오피아에 여행을 왔던 사람들이 커피 맛을 보고 반하여, 그 씨앗이나 묘목을 가지고 갈려고 했단다. 근데 그러면 독점이 안 되니까 에티오피아 왕이 금지를 했단다. 어쨌거나 팔기는 팔아야 하니까 묘안을 낸 것이 콩을 볶아서 해외에 수출하라고 했단다. 그래서 콩을 볶았는데, 볶으니까 더 맛이 좋아서 그 후로 커피콩을 로스팅 해서 마시게 되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어쨌거나 초기에는 커피콩을 볶지 않고 열매 자체를 끓여서 마셨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열매를 으깨서 설탕등과 섞어 비상식량으로 사용했다는 설도 있다.)  커피 씨앗과 묘목의 반출을 막으려는 나라들과 그걸 훔치려는 나라들의 이야기는 이후의 커피 역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슬람의 음료 커피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커피는 이후 이슬람 문화 전체로 퍼져 나가게 된다. 커피가 이슬람 전체에 퍼져 나가게 된 사연도 사실 정확한 자료는 없다. 그 중 조금 유력한 설들을 살펴보자.


에티오피아의 커피가 점점 퍼져나가 현재의 사우디 아라비아에 있는 메카에도 소개가 된다. 이슬람 교도들은 평생에 한번 메카를 방문해야 한다는 종교적 교리가 있다. 그래서 각지의 이슬람 교도들이 메카를 방문했고, 그 때 커피를 맛보게 된다. 그 이후로 커피는 이슬람의 음료로써 사랑받게 된다. 뭐 요런 설이 있고.



메카의 모스크.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를 처음으로 발견한 이슬람 종파가 시아파였다. 시아파는 마호메트의 사촌이며 사위인 알리와 그의 직계 후손만이 마호메트의 후계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이슬람에서는 세력이 약한, 그래서 상대적으로 박해 받는 종파이다. 원래 박해받는 사람들끼리는 끈끈한 어떤 동지애가 있는 법. 이 사람들이 각 나라의 시아파 교도들을 만나고 우애를 나눌 때 커피를 전파했다는 설도 있다.


 


독재자가 싫어하는 커피


 


이슬람권에서는 대체적으로 사랑 받았던 커피지만,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서 커피의 음용이 금지 되었던 때도 있었다. 주로 지도자들이 정치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멀쩡한 남자들이 카페에 모여서 안 그래도 멀쩡한 정신에 커피 마시고 더 멀쩡해진 정신으로 토론을 하니까 그게 보기 싫었던 거다. 인터넷을 미워하는 누군가와 비슷 하달까?


 


너희가 모카를 아느냐?


 


커피를 마시다보면 모카라는 이름을 많이 듣게 된다. 남미의 페루에서도 구입이 가능한 '맥심모카골드'부터해서, 별다방 가면 여자들이 많이 마시는 '카페 모카'도 있고. 근데 도대체 모카가 뭐냐?


자 다시 지도로 돌아가자.


 



 


에티오피아에서 바다 건너면 있는 나라 보이냐? 그래 예멘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 농사를 짓지는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자라는 커피의 열매를 채취했다.(지금도 에티오피아는 유기농 커피로 유명하다.) 최초로 커피를 경작한 나라는 예멘이었다. 커피가 이슬람권 전역에서 음용이 되고, 이후에는 서구에도 소개되어 사랑을 받았지만 커피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곳은 오랜 세월동안 예맨 뿐이었다. 자 그러면 예멘에서 키운 커피를 수출을 해야 할 텐데, 그 때 수출항으로써 번성했던 곳이 바로 모카항이다. 후에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에서 커피를 대량으로 재배하기 전까지는 커피 하면 예멘이고, 커피 하면 모카항이었다. (지금도 예멘에서는 모카라는 이름의 원두가 생산된다.)


그러면 별다방에서 파는 '카페 모카'는 예멘의 원두로 만든 것일까? 그건 아니고 당시 초콜릿도 모카항에서 많이 거래가 되어서 모카라는 단어에는 초콜릿이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요건 다음번 초콜릿의 역사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자.



모카 보이냐? 예멘지도에서 제일 뾰족한 부분에 있다. 왼쪽 위에.


밑에 아덴도 엄청 중요한 항이었다.


 


오스만 투르크


 


커피가 이슬람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슬람과 유럽은 무역항으로 통해서 활발한 문물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이 때 커피도 자연스럽게 소개가 되었다. 그리고 육로를 통해서도 유럽으로 전파가 된다.


커피가 육로를 통해 이슬람에서 유럽으로 건너가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이슬람 제국 오스만 투르크이다. 잘 나갈때의 오스만 투르크는 아프리카, 중동 그리고 유럽에 걸쳐 거대한 제국을 이룩했다. 한창때는 오스트리아 바로 코 앞에까지 뻗어나갔으니 유럽에서는 다리가 후덜덜 할 일이었겠다.


 



완전 잘 나가실때의 오스만 투르크 제국. 아프리카, 중동, 유럽에 걸쳐 방대한 제국을 건설하셨다. 동쪽의 페르시아랑 싸우느라 바쁘지만 않았어도 유럽을 죄다 박살내셨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전 유럽이 힘을 합쳐 십자군 원정을 몇 백년간 하기도 했는데,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뭐 십자군 원정에 대해서는 이러저러한 설들이 많지만 여기서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오스만 투르크가 유럽의 한 귀퉁이를 지배한 상태로 나머지 부분의 유럽국가들과 일정 기간 평화적으로 지내면서 문물 교류가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교도의 음료라 하여 살짝 배척을 받기도 했지만 당시의 교황이었던 클레멘트 8세가 커피에 세례를 주면서 종교적인 문제는 해결이 되고 커피는 유럽 전역이 널리 퍼지게 된다.


 


흥미진진. 네덜란드의 문익점들.


 


자 그래서 유럽에서도 커피가 널리 사랑을 받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 커피를 사와야만 한다는 거였다. 아까 이야기 했던 그 예멘의 모카항에서. 당시 이슬람이 완전 강하니까 싸워서 빼앗아 오지는 못하고 어떻게 하면 훔칠 수 있을까 그 고민만 하고 있었던거다. 이 일에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성공적이었던 나라는 네덜란드였다.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 역시 농사에는 강하다.


 


합법적으로 예멘과 계약을 맺어 대량으로 커피를 최초 수입한 것도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였고, 최초로 커피를 훔친 나라도 네덜란드였다. 당시 이슬람은 커피의 씨앗과 묘목의 반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다. 근데 이슬람이 가져가지 말라고 한다고 못 가져가는 걸 보면 이 당시 이슬람이 세긴 셌던 모양이다. 아시아, 아메리카에서는 완전 깡패 저리 가라인 유럽인데 말이다.


"수입 안 하고 우리가 키우면 얼마나 좋을까!" 커피 묘목을 훔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던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는 믿지 못한 소식을 듣게 된다.  인도에서 커피가 자란다는 것이다. 동인도회사는 상인을 가장한 스파이를 인도로 밀파한다.


 


인도에서 커피가 자라게 된 경위는 이러하다. 1600년경 인도의 이슬람 승려였던 바바부단이 메카로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길에 커피종자를 숨겨온 것이다. 승려가 성지 순례 가서 훔쳐온 것이다. 좀 웃긴다. 여튼 그는 인도 남부의 칙마갈거 지방의 카나타카주에 커피를 심게 되고 이것이 인도 커피 역사의 시작이다.



네덜란드는 바로 이 인도의 커피를 훔치게 되는 것이다. 네덜란드로 들어간 커피 묘목은 네덜란드 식물원에서 증식됐다. 커피는 아무 나라에서나 막 자라는 게 아니다. 고온이어야 하고, 온도 변화가 적고, 비가 많이 오고, 지대가 높은 곳에서 잘 자란다. 즉 네덜란드에서는 식물원에서나 키우지 대량 생산은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유럽의 나라들은 묘목을 구하면 자기네 나라의 식민지에서 대량 생산을 하게 된다. 네덜란드는  실론 (지금의 스리랑카) 에서 커피 재배를 시도했는데 실패한다. 이 때 성공했으면 커피가 실론티가 되었을텐데.



스리랑카. 비록 커피 재배에는 실패했지만 홍차는 잘 키워서 홍차가 실론티로 불리우게 된다.


 


나중에 네덜란드는 좀 더 튼튼한 커피 종자로 커피의 품종을 개량하고, 이 귀하디 귀한 녀석을 역시나 네덜란드 식민지인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에서 재배하게 된다. 결과는? 성공! 네덜란드는 자바 섬에서 커피의 대량 생산에 성공하게 되고 유럽에 수출도 한다. 유럽의 식민지에서 커피 플랜테이션이 시작되는 순간이다.(커피 농장에서 숨져간 각 국의 토착민들에게 묵념.)


 


암스테르담 시장님의 통 큰 선물.


 


 1713년에 유트레히트 조약을 기념하여 암스테르담의 시장님이 루이 14세에게 식물원에 있던 커피 나무 중 한 그루를 선물하신다. 조사하다가 이 글을 읽고 나는 "믿을 수 없어!!" 를 외쳤다. 네덜란드가 그토록 어렵게 훔치고 키운 커피를 선물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당시의 상황을 잠시 살펴보자.


 루이 14세는 "짐이 곧 국가다." 라고 말씀하시던 완전 절대권력의 상징이었던 분이다. (영화 그 때 그 사람들에 비슷한 대사가 나오던데.)


 



태양왕 루이 14세 형님.


 


이분이 유럽에서 대장질 하시면서 주위의 나라들을 엄청 줘 팬다. 위기감을 느낀 네덜란드, 영국, 독일은 동맹을 하게 되고, 프랑스는 이 동맹국들과 다투게 된다. 오랜 싸움에 지쳐서 인제 고마 평화롭게 지내자 하면서 맺은 조약이 유트레히트 조약이다. 네덜란드는 거의 죽다가 살아나서 이 조약이 참으로 기뻤던 모양이다. 커피 나무를 주다니 말이다. 완전 통 크지 않은가? 중국의 팬더 외교 저리가라다. 커피 외교.


 


흥분한 루이 14세는 파리의 왕실 정원인 자르댕 데 플랑트에 있는 온실에 그 나무를 심게 한다. 내가 만일 이 나무를 관리하는 사람이었다면 아마도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노이로제에 걸려 사망했을 것 같다. 그 나무 죽으면 나도 죽을꺼 아닌가? 마지막 잎새 저리가라다. 다행이 이 나무는 안 죽고 잘 자라고, 증식된 커피 나무들은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 섬 근처에 있는 레위니옹 섬에서 재배되게 된다. 이것이 프랑스의 첫 커피 대량 생산이다.


 



마다가스카르 섬 옆에 쬐끄만 섬이 바로 레위니옹 섬.


 


*연도나 내용이 출처에 따라 다른 경우가 많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독자님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랑 다른 경우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당히 소화하시길. 어차피 작업에 쓰는 게 목적이니깐. 이걸로 논문 낼 일은 아니잔나. 카더라 통신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


 


안분

운영수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