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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0.금요일


파토
 




얼마 전 방영된 추적 60분을 통해 이 사건과 관련된 영상과 증언을 보셨을 거다. 본 우원의 기사를 보면서 지수의 유무죄 여부를 의심했던 분들도, 이제 지수가 범인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느꼈으리라고 생각한다.


 


우원은 재판 기록, 부검서 등 모든 자료를 다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처음이나 지금이나 지수의 무죄를 확신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방대한 내용을 지면을 통해 공개하고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편 방송은 그런 면에서 유리하다. 주변인들이나 전문가의 증언을 영상을 통해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설득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간에, 온두라스 검찰과 네덜란드 쪽 사람들을 제외하고 현재 지수씨가 이 사건의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온두라스 현지인 포함해서 아무도 없다. 주한 온두라스 대사마저도 무죄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본 우원의 기사와 이어진 방송, 정치권 등 각계의 관심으로 현재 지수사건의 해결을 위한 많은 힘이 모아지고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참고 삼아 아래 현재까지의 움직임을 좀 열거해 드린다. 가족과 우원은 빼고, 언론의 경우 소식보도 수준의 단발성 기사는 제외한다.



●추적 60분 취재 및 보도
●조선일보 기사
●한겨레 21 기사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국감 질의 (본지 기사를 바탕으로)
●무소속 정동영 의원 정부 한지수 신원보증 촉구 및 주한 온두라스 대사관 방문


나름 언론과 정치권, 전문가들이 관심을 갖고 해결을 위해 뛰고 있다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며 지면을 통해 감사의 뜻을 전한다. 그것이 조선일보나 한나라당이라 한들 이런 일에서는 마찬가지다.


 


특히 친칠라 온두라스 대사의 경우는 18일에 지수씨 가족과 하상욱 변호사, 그리고 정동영 의원 두 팀을 따로 만났는데 한국에 7년이나 체류하여 한국에 대한 애정이 많고, 또 적극적인 도움을 약속했다. 조만간 크리스마스 휴가를 위해 본국에 돌아가게 되어 그 김에 온두라스 검찰총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하니 한번 기대해 봄 직 하다.


 


...이런 소식과 함께, 오늘은 필자가 직접 조사한 중요한 내용을 한 가지 전하고자 한다.


 


네덜란드의 압박의 실체와 관련된 것이니 주목해 보시라.


 



 


처음 이 사건과 관련된 전반적인 상황을 보며 내심 의아했던 것은, 네덜란드와 온두라스가 도대체 무슨 관계이기에 네덜란드 외교관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었다.


 


암스테르담에서 만난 대사 대리 - 온두라스에는 네덜란드 대사관이 없고 코스타리카의 산 호세 소재 대사관 산하의 영사관이 존재한다. 따라서 지수씨가 암스테르담에서 만난 사람의 공식 신분은 영사(Consul)이며 온두라스에서는 대사의 대리 역할을 하게 된다 - 부터 시작해서, 비행기에 지수씨와 동행하고 1차 히어링에까지 같이 들어왔던 피터, 그리고 현지에서 지수씨를 돕고 있는 스티브에게 찾아와 글을 내리라고 주장했던 네덜란드 공관원 등에 이르기까지, 이거 아무래도 너무 맘대로 휘젓고 다니는 느낌이 없잖은 거다.


 


남의 나라에서 이런 정도로 움직이는 것은 아무리 선진국 외교관이라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저런 활동들 외에, 사건을 살인으로 규정하고 부검보고서 고치고 지수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이집트에서 체포해 압송하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생각해 보면 막후에서의 움직임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온두라스는 다른 수많은 중남미 국가와 마찬가지로 과거 스페인의 식민지였을 뿐, 네덜란드와는 아무런 역사적, 정치적 관계가 없다. 따라서 네덜란드 외교관들이 온두라스 내에서 이만큼 힘을 쓰고 활개치고 다닐 수 있는 아무런 개연성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 점이 본 우원을 궁금하게 했고, 도대체 뭐가 이 속에 숨겨져 있는 건지 뒤져 보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결국 한 네덜란드 언론에서 아래의 기사를 발견했다.


 




위 내용을 설명하기 전에 일단 온두라스라는 나라의 현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지난 6월 28일 새벽, 온두라스에서는 군사 쿠데타가 발발하여 직선 대통령 마누엘 셀라야가 코스타리카로 추방되었다. 이 사건을 둘러싼 정치적인 의미들은 상당히 미묘하고 흥미로운 면이 있지만 우리의 논제가 아니니 자세히 다룰 필요는 없겠다.


 


여하튼 그래서 온두라스에는 갑자기 쿠데타 정권이 들어서게 되었다. 이에 대해 미국과 EU및 주변 중미 국가들은 쿠데타 세력을 비난하고 정권 교체를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하게 된다. 물론 그 중에는 네덜란드도 포함된다.


 


그런데 이후 불과 한달 남짓이 지난 7월 말, 위 기사의 상황이 벌어진다. 즉, 온두라스에 주재하는 네덜란드 부영사와 가족, 그리고 현지의 네덜란드 교민들로 구성된 명예영사들이 한데 모여 본국의 외교부 장관에게 항의 서한을 보낸 거다. 그 내용은 네덜란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정면 반박하고 강력히 비판하는 것이었다.


 


위의 기사에 anger(분노)라는 표현이 나와 있지만, 상당히 강한 어조로 실각한 셀라야 대통령이야말로 실은 헌법 파괴자였다고 주장하며 쿠데타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 네덜란드 본국의 태도에 대해 심각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이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생각해보라. 어떤 나라에 쿠데타가 일어나고, 우리나라 외교부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현지의 우리 대사, 혹은 영사가 이를 대놓고 비난하며 쿠데타 정권을 두둔하는 편지를 우리 외교부 장관에게 보내고 언론에 알리기까지 한다?


 


원래 어느 나라던 현지 공관은 쿠데타를 포함해 현지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일체 개별적인 코멘트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모든 것은 본국의 정부가, 그리고 외교부가 판단하고 결정하고 훈령을 내리는 것이다. 따라서 주온두라스 네덜란드 외교관들의 이런 행보는 국제 외교사에 전례가 없다시피 한 돌출 행동이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지난 10월 초, 편지에 서명한 온두라스 부영사는 아래와 같이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견책을 받게 된다.


 




이 일련의 상황들은 분명 상식의 궤를 벗어난 것이다. 쿠데타가 벌어진 후 한달 밖에 안된 상황에서, 또 본국의 징계가 당연히 예상되는 와중에 쿠데타 정부를 지지하는 항명성 서한을 본국에 보낸 이유...


 


대체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논리적인 답은 하나 밖에 없다. 온두라스의 네덜란드 (부)영사와 명예 영사들이 쿠데타 정부 쪽 인사들과 개인적 친분 관계나 중요한 이해 관계를 갖고 있는 거다. 물론 실제로 쿠데타의 명분을 심정적으로 지지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이런 일을 벌일 외교관은 아무도 없다.


 


이런 의혹 속에서 우원은 그 관계들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랬더니 온두라스의 네덜란드 외교관들은 일반적인 외교관들과는 상당히 다른 특성의 사람들이라는 정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래는 온두라스 수도 테굴시갈파의 네덜란드 영사관 정보다. 맨 아래에서 두 번째 ‘Consul’의 이름과 그 아래 ‘Vice-Consul’의 이름을 눈 여겨 보시라.


 



 


두 사람의 정확한 관계는 알 수 없지만 여기서 Consul, 즉 영사의 성은 Kluck, 그리고 Vice Consul, 부영사의 성은 Kluck-Baas 로, 영사의 성에 하이픈으로 다른 성을 연결해 놓은 것이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홍원길동’ 같은 이름인데 대개 앞에는 부계 성씨, 뒤는 모계 성씨다.


 


알다시피 서양인들은 결혼하면 남편 성을 따라가는 게 전통인데 이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몇 십 년 전부터 이렇게 하이픈을 사용해서 결혼 전 성, 즉 maiden name 을 함께 붙이기도 한다(위의 기사에 Ms.로 표현된 것으로 보아 부영사는 여성이다).


 


이렇게 보면 이 두 사람, 즉 영사와 부영사는 실은 가족이나 친족 관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증명하듯 위 첫 기사에 보면 편지를 보낸 사람들이 ‘영사의 가족’ 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둘째 기사에는 실제로 견책을 받은 사람이 부영사이며 이 사람은 명예영사의 가족이라고도 되어 있다.


 


그렇다면 온두라스의 네덜란드 영사관은 영사, 부영사, 명예영사 등이 사실상 가족과 친척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일반적인 외교관들과는 여러 가지로 분위기나 성격이 다를 것이다.


 


특히 여기 등장하는 명예 영사(Honorary Consul)는 주로 현지에서 사업 등을 하고 있는 네덜란드 교민들로 월급을 받지 않는 민간인 신분이다. 이미 여러 번 이야기한 네덜란드 경찰 피터 외에, 로아탄에서 지수를 감시했던, 스스로를 ‘공무원이 아닌 네덜란드인’이라고 소개했던 Marco De Moor 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소개는 명예영사의 정의와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이 사람은 필자의 조사 결과 온두라스에서 해외로 목재를 수출하는 한 회사에 소속되어 있었다. 이 회사는 스스로를 ‘가족 기업’이라고 칭하고 있고 회사 이름에는 ‘Murillo Y De Moor’라는 창립자인지 대표인지의 이름도 들어가는데 Marco De Moor 와 가족친지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 이들이 운영하는 회사의 소개를 보면 오랜 세월 동안 현지와의 관계를 키워 왔다는 점, 그리하여 온두라스 전역의 숲과 초원에 직접적인 접근(direct access)이 가능하며 조업에 대해 정부의 허가를 받았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붉은 색은 필자 강조)


 


적도 근처에 위치한 온두라스는 임업 강국으로 목재의 수출액이 총 수출액 중 바나나와 커피 다음으로 높다. 따라서 이 나라의 삼림벌목권은 굉장히 크고 중요한 사업권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쿠데타 정권의 명분에 대한 순수한 지지나 개인적 친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한편 쿠데타로 인해 급변하는 국내 정세 속에서 이 권한이 혹여 다른 곳으로 넘어가지 않게 유지하는 것은 이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들이 본국과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속하고 과감하게 행동한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을 지키기 위해 쿠데타 정부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다. 적어도 이것이 동기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결국 다방면에서의 이익과 영향력이라는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예컨대 1년 가까이 아무 일도 없다가 이 편지가 보내진 직후부터 갑자기 지수씨의 체포와 압송, 구금 등이 모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게 단지 우연일까.


 


이렇게 보면 온두라스에서 네덜란드의 영향력은 단순히 적극적인 외교 활동과 로비 수준의 것이 아니다. 철저히 현지화 되어 있고 정부와 인간적, 외교적, 사업적으로도 연계되어 있는 영사와 명예 영사들, 그리고 쿠데타 정부에 대한 신속한 지지 표명을 통해 얻어낸 정권의 신뢰.


 


온두라스의 네덜란드인 들은 이 모든 것을 등에 업고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위의 관계들에 기초하여 상황을 정리해 보자.



●온두라스의 네덜란드 외교관들은 가족이나 친족 등 서로 가까운 관계에 있고 명예 영사들은 현지에 뿌리를 박고 생활과 사업을 하는 온두라스인화 된 네덜란드 인들이다. 그들은 아마도 현지 정부나 관리들과 깊은 관계 속에서 온두라스 전역의 삼림채굴권 등 여러 가지 사업권을 갖고 있을 것이다.


 


●쿠데타 이후, 원래 쿠데타 세력과 친분이 있었거나 사업과 관련하여 바뀐 정부와의 관계를 급히 재정립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그들은 상당한 부담을 무릅쓰고 본국의 장관에게 쿠데타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외교부의 조치를 비난하는 편지를 보내기에 이른다.


 


●이 행위는, 국제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는 온두라스 쿠데타 정부에게 용기 있고 의리 있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 국제 외교가에 뉴스가 됨으로써 쿠데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실제적인 도움도 된다. 온두라스 측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에 보답하려 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보답 속에는 네덜란드 본국에서 언론 등을 통해 문제가 되었던 마리스카의 죽음에 대한 해결이 포함되어 있다. 네덜란드 외교관들의 입장에서는 온두라스 내 자국민의 ‘의문사’를 해결해 내고 ‘범인’을 잡아들여 벌을 받게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경력상 중요한 성과가 되기 때문이다.


 


●본국에 항의 서한까지 보내며 드러낸 쿠데타 정부에 대한 지지는 이런 정도의 일을 원하는 방향으로 풀려 나가게 하는데 아무런 어려움도 없었을 것이다.


이 복잡미묘한 상황의 틈바구니 속에 현재 지수씨가 놓여 있다. 물론 지수씨 사건이 이 모든 일을 촉발하고 끌어낼 정도의 큰 일이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네덜란드 외교관들과 온두라스 정부/관리들 간의 다양한 이해 관계 속에 놓여 있는 하나의 작은 사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네덜란드 외교관들이 온두라스에서 이런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 그 작은 상황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과적으로 막강해진다. 네덜란드나 온두라스 관련자들이 부패했다는 말이 아니다. 그저 이런 상황에서 네덜란드가 자기네들에게 유리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어떤 사건이 있고 그 처리를 부탁해 온다면, 온두라스 정부로서는 편의를 봐 줄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중미의 소국 온두라스에서 네덜란드 외교관들이 보이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은 이 해석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지난 기사에서 천칭 저울의 추 이야기를 했었지만, 저쪽의 추는 결국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외교, 정치, 여론, 사법에 걸쳐 전방위적 접근과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설렁설렁 공문이나 보내고 해서 해결 될 일이 아니다.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추적 60분의 경우는 아예 네덜란드의 압력과 관련된 내용 자체를 전혀 다루지 않고 넘어갔다. 하긴 공중파로서 다른 나라의 외교 활동에 대해 논평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예민한 소재일 망정, 본 우원은 조사해서 나온 내용들을 까발리고 그 해석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네덜란드나 온두라스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압력의 실체를 이해하고 우리의 대응책에 그만큼의 무게를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훌륭한 선진국인) 네덜란드의 압력 같은 것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아냥거리고 있을지도 모를 외교부와 현지 공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


 


국감 등에서 계속적인 문제 제기가 나오는 와중에도 이 양반들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것 같다. 며칠 전에 온두라스의 지수 아버님이 스페인어를 못하는 관계로 재판 때문에 필요한 연락을 대사관에 부탁했는데, 영사가 자기가 통역자냐고 반문하더란다.


 


이러니 수요일에 주한 온두라스 대사를 만나고 온 지수씨 가족들이 우리나라 대사관이나 외교부 사람들보다 온두라스인 대사가 더 친절하고 성의 있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다. 물론 입장이 다른 것도 있겠지만, 국민에게 이런 느낌을 줘서는 심히 곤란한 일 아니냐?


 


그리고 현재 지수씨 건 외에 다른 사건들도 벌어지고 있다. 아래 링크는 호주 멜버른의 최진호씨 사건이다. 피해자 본인이 의식이 아직 좀 분명하지 않아 정확한 사건 개요를 알기 어렵지만, 여하튼 7일간이나 혼수 상태로 있다가 깨어났고 다친 건 자기 혼자인데 지금 살인미수범의 덤터기를 쓴 상황이다.


 


집도 어렵다는데 홀어미니가 가게 문 닫고 호주까지 가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변호사 건이나 병원비 등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대사관이 제대로 도와주는 것 같지 않다. 이거 어떻게 할 거냐.


 


http://poisontongue.sisain.co.kr/1251


 


그보다 더한 것은 아래 경우다. 필리핀에서 11살 난 한인 어린이가 가정교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성병까지 걸렸다. 그런데 부모가 이 내용을 대사관에 연락하자 ‘우리가 여기 강간범 잡으러 온 거냐. 주말에 전화해서 어쩌라는 거냐’는 핀잔을 들었다는 거다.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59&articleid=20091118033030894h2&newssetid=1270


 


이 두 사건 모두 현재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한지수 사건으로 온통 외교부에 사람들의 눈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조차 이렇다. 말들을 안 해서 그렇지 해외에서 곤란한 일 겪고 대사관에 연락했다가 면박이나 냉대를 당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루 셀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대부분은 귀찮아서라도 참고 넘어간다. 하지만 정말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때는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11살 먹은 딸 아이가 강간을 당했는데 그 부모한테 저따우 소리나 하는 공관원이라면 외무고시를 패스했건 노벨상을 받았건 국민 세금으로 월급 주며 일하게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어차피 해결 못하는 건 마찬가지니 차라리 홈쇼핑 상담원들이나 우체국 직원들 데려다 놓은 게 그나마 친절하고 낫다.


 


이런 전근대적인 권위주의나 거드름은 이제 반드시 뿌리가 뽑혀야 한다. 단지 기분상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할 곳 없는 해외 교포나 유학생들이 겪는 사건의 실제적 해결과 더불어 재외 국민의 권익 보호에 너무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현재 재외국민보호법안이 발의되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다음달 경 국회 공청회가 준비되고 있는데 여기에 우원도 패널로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과거, 그리고 현재도 문제가 되고 있는 공관원들의 업무 자세나 대민 활동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안과 지침(매뉴얼)의 필요성을 주장하려고 한다.


 


물론 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위난상황시 공관원들의 언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함으로써 최소한 위와 같은 택도 없는 짓거리나 폭언, 직무유기를 다소나마 방지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아래 홈 페이지에 한번 들러 보시라. 온두라스에서 지수씨와 같이 일했던, 블로그에 지수씨 관련 글을 쓴 이유로 네덜란드 영사에게서 협박까지 당한 스티브가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웹 사이트다. 격려의 글 한마디 남겨 주셔도 좋겠다.


 


http://www.freejisoo.org/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현지의 외국인조차 이렇게 나서서 어떻게든 도움이 되려 하고 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막상 우리의 노력은 현재 충분한 걸까. 그리고 그 충분의 기준조차 혹시 피해와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외교부의 선례나 영사의 체면 같은 허상들에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닌가.


 


이것을 끝없이 고민하고 극복해 나가지 않는다면, 지수씨는 결국 언제까지나 저기 저렇게 있을 거고 우리는 이 꼴로 계속 살게 될 거다. 그래서야 되겠냐.



 


To be continued


 



딴지 논설위원 파토(patoworl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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