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3. 월요일
문화불패 littlektk
60년대 남아공에 ‘District 6’라는 곳이 있었다...이 곳이 어떤 곳인고 하면 백인 전용 주거지로 공식 인정된 곳이고, 따라서 여기 살던 수만 명의 흑인들은 강제로 이주당했다. 대표적인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 정책)'이다. 졸라 후진 60년대식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왜 이 이바구를 꺼내냐 하면 본 영화 ‘District 9’이 보다시피 ‘District 6’를 강하게 은유한 영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숫자마저 6을 거꾸로 세운 9로 해 주는 센스..
남아공의 상황들을 SF적으로 잘 풀어냈다는 이 영화를 보며 본 필자 또한 강한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물론 남아공의 상황들을 잘 알아서는 아니다...(사실 District 6도 검색결과로 알았다...이런 된장할 지식수준...) 왜냐하면 영화의 상황이 지금의 한국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 이런 거?? 포토샵 끊은 지 오래됐으니 이해하시라...
뭐가 한국이랑 비슷했는지 디벼보기 위해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가보자.
1980년대에 UFO가 요하네스버그 상공 위에 도착하고, 그 곳에서 영양실조 상태의 외계인들이 발견된다. 남아공 정부는 외계인 수용소인 ‘District 9’을 구성해 외계인들을 28년 동안 통제한다. 그러나 무법지대로 변한 ‘District 9’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District 10’이라는 새로운 거주지를 만들고 외계인들을 옮길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MNU(다국가연합)는 책임관 비커스에게 철거 동의서를 받아 오는 프로젝트를 맡긴다.
이게 영화의 도입부분 모큐멘터리에 펼쳐지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비커스라는 아저씨가 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스타일이다.
이 아저씨가 비커스다...
그는 무능력하다..그의 무능력함은 모큐멘터리에서 사람들이 인터뷰를 하면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의 일처리 방식이나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180만의 외계인들을 이주시키는 대프로젝트의 책임자로는 어느 면모로 보나 부족한 인물이다. 근데 어떻게 비커스가 그러한 중차대한 일의 책임자가 되었는가? 그것은 그가 MNU 고위인사의 사위이기 때문이다.
능력이나 정당한 노력보다는 인맥이나 로비로 부적합한 인물이 막중한 직책을 맡는 거, 이거 왠지 익숙하다. 멀리 볼 것도 없이 KBS 김인규 사장 선임 및 양윤재 前 교수의 서울대 복귀에서 드러나지 않나. 실력이 아니라 줄서기로 출세하려는 생각, 너무 후진 생각이지만 아직도 너무 잘 통한다는 점이 슬프다.
싸인하시고...
어쨌든, 일을 시작한 비커스는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섞어가며 외계인들에게 사인을 받기 시작한다. 외계인들은 총을 들이미는 군인들이나 고양이 사료(외계인들은 이것에 집착하는 증세를 보인다)에 어쩔 수 없이 사인을 한다. 그러다가 비커스는 지배자 계급의 외계인(요 놈이 크리스토퍼다)을 만나게 되는데 얘는 똑똑하기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려고 한다. 그러자 비커스는 크리스토퍼에게 아이와 함께 살고 싶으면 당장 사인하라고 협박한다.
난 이 장면을 보며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가 떠올랐다. <비열한 거리>의 주인공 병두(조인성 분)는 조폭의 두목으로써 건축회사의 졸개 역할을 맡아 저런 일을 한다. 그런데 또한 철거지역에 살던 그의 집 역시 조폭을 위시한 건축기업의 횡포에 헐값으로 집을 넘긴다.
혹은 윤제균 감독의 <1번가의 기적>에는 주인공 필제(임창정 분)가 저런 일을 한다. 그러다가 여자복서인 명란(하지원 분)과 주민들에게 교화되지만, 필제의 조직은 냉정하게 철거작업을 마무리하고, 반항하던 필제는 졸라 처맞고 한 대 더 맞는다.
또는 김수현 감독의 데뷔작 <귀여워>는 아예 배경이 철거 중인 청계천 지역이며 그 곳에서 순이(예지원 분)라는 한 여자를 둘러싼 아버지와 세 형제, 그리고 철거작업 중인 깡패 뭐시기(정재영 분) 간의 욕망의 대립을 그린다.
<District 9>과 이 일련의 영화들 간의 교집합은 무엇을 뜻하는가. 평론가 정성일은 <귀여워>에 대한 평론에서 ‘청계천 복개 공사를 결정한 자리의 사람들에게는 정치적 계산과 (혹은 있을지도 모르는) 수도 서울에 대한 비전으로 만들어낸 의지이다. 하지만 그 결정에 따라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야 하는 자리의 사람들에게 그 공사는 운명이다. 의사결정의 자리에 있을 때, 종종 자신의 의지가 다른 사람의 운명이 된다는 사실을 잊는다.’ 고 지적한 바 있다.
비커스나 병구, 필제, 뭐시기가 하는 일들은 지금도 ‘용역’이라는 이름 밑에서 용산철거민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다시 말하자면 국민을 패는 정부.
조세희 작가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교과서에 실리면 뭐하나. 그 책에 쓰인 일들은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
외계인 알들을 태워버리는 MNU와 비커스
그러다가 비커스는 크리스토퍼의 집에서 이상한 액체통을 발견하게 되고, 평소 어리바리한 성격대로 만지다가 액체에 닿고 만다. 당시엔 괜찮았지만 점점 어지러워지며 바지에 똥까지 싸고(...) 쓰러지고 만다. 그리고 병원에서 아까 외계인에게 맞아서 다친 팔의 붕대를 풀어보니, 그 팔은 외계인의 그것이었고, 비커스는 MNU로 끌려가게 된다. MNU의 비밀 외계생체실험실에서 비커스는 각종 실험을 당하고, 비커스가 외계인들의 고성능 무기를 쓸 수 있다는 것(무기는 외계인의 DNA에만 반응하도록 되어 있다)을 알게 된 MNU는 그의 신체를 완전 분해하여 연구하려고 한다.
MNU의 모습에 개인의 인권보다 앞서는 조직의 이해, 혹은 생명의 존엄성 위에 군림하는 자본의 논리, 사실상 법과 윤리의 법칙보다 대형화된 자본의 법칙에 의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비친다.
지금 세종시와 4대강 정비 사업(인지 운하인지)은 자본의 뜻대로 되어가고 있다. 정운찬 총리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들이 세종시 입주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헐값의 토지 매각, 세금 면제 등의 대폭적인 지원이 힘을 얻고 있나보다. 4대강 정비 사업은 다른 예산을 줄이면서까지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다. 대형 건축 자본의 ‘큰 시장’이 될 것이다.
그런 가운데 국민의 의사는 무시되고 있다. MNU의 과학자들이 살려달라고 외치는 비커스의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를 죽이려 하듯, 지금의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는 애시당초 들을 생각이 없는 것이다.
이건 너무 대놓고 돈이잖나. 마치 똥을 싸고 안 닦은 한 정말 불쾌하고 찝찝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돌아와서 쥐 좀 잡아가..
이후 영화는 비커스가 ‘District 9’으로 도망쳐서 크리스토퍼와 힘을 합쳐 MNU와 불법무장단체 등의 인간에 대항하여 크리스토퍼가 3년 뒤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UFO를 이끌고 지구를 빠져나가고, 비커스는 완전히 외계인이 되어 ‘District 10’에서 아내를 위한 쓰레기꽃을 만드는 결말로 이어진다.
그 와중에 비커스가 바뀌어서 희생하는 모습은 비록 히어로무비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따르지만 감동스럽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크리스토퍼의 UFO 같은 희망이 있을까? 크리스토퍼는 돌아올까?
<District 9>은 2009년 전세계적 영화계에서 호평과 찬사를 받았다. 영화적 구성과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풍자까지 놓치지 않았다. 본 필자 역시 영화가 거의 영화관에서 내릴 때 영화를 보았지만 참 인상깊게 보았다. 하지만 즐겁지는 않았다. 너무 한국적인 모습들이 영화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은 돈으로 살고, 돈으로 따지고, 돈으로 말하는 사회다. 사랑으로 살고, 사랑으로 감사안고, 사랑을 얘기하는 명랑사회 구축이 필요하다. 시급한 당면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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