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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23. 월요일




죽지않는돌고래




 




1. 손석희 그 자체






TV가 없는 관계로 뒤늦게 손석희의 마지막 100분 토론을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철저한 자기관리와 믿음 때문인지 무조건적인 호감이 가는 몇 안되는 사람 입니다. 제가 좀 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인터뷰를 해 보고 싶은 사람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의 100분 토론을 한번 떠올려 보았습니다. 냉철한 진행은 놔 두고서라도 저토록 공격적인 인터뷰로 패널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데도 이 정도로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게다가 그가 활동한 무대가 어딥니까. 고등학교 때 무식하게 암기해서 딴 학벌을 평생 우려먹는게 가능한 나라(웃음), 특히나 그 끈이 굉장하게 작용한다는 방송가입니다. 상대적으로 학연과 지연의 힘을 기대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손석희는 국민대학교 국문학과를 나와 방송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후, 1999년에 미네소타 대학교 대학원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미네소타 대학교는 세계적인 명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잘 알려진 신뢰도 뿐만 아니라 2005년부터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대한민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였습니다.<시사저널 조사>에 따르면 조선일보 사장(3위), 중앙일보 회장(8위), 동아일보 회장(9위), 오마이뉴스 대표(10위), 심지어 KBS사장(5위), MBC사장(2위)도 그의 영향력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공식적인 모든 조사에서 영향력 1위와 신뢰도 1위를 겸하는 언론인이 진행하는 토론을 본다는 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일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한국에서는 적어도 50년간은 이런 진행자를 보기 힘들 듯합니다.




그런 그가 진행하는 토론 그 자체, 첫번째 명장면으로 뽑고 본론 들어 갑니다.




 






2. 노회찬과 모나미 볼펜




 









보자마자 눈이 갔던 건 노회찬의 모나미 볼펜입니다. 한국의 정치계에서, 그것도 진보신당같이 작은 당에서 토론에 대비해서 스타일리스트를 따로 두고 그를 코디해줬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이번 토론에서 나온 나경원의 발언으로 유추해 볼 때(준비한 펜이 나오지 않아 손석희의 펜을 빌린 적이 있다), 모든 패널들은 평소에 쓰고 있는 펜을 자연스레 들고 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덕분에 노회찬의 모나미 볼펜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 왔습니다. 국회의원과 모나미 볼펜은 어울리지 않지만 노회찬과 모나미 볼펜의 궁합은 아주 좋았습니다. 그가 속한 정당이 주장하는 것과 그가 평소에 밝힌 소신에 신뢰를 주는 느낌이랄까요. 뭐, 저 밖에 안 봤겠습니다만.(웃음)




 







 




참고로 저는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의 얼굴보다 펜이 대비되더군요.






 




3. 유시민과 싸구려 네임팬




 









오랜만에 유시민을 보면서 느낀 점은 그는 확실히 진화하는 패널이라는 점입니다. 일전에 100분 토론을 보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죠. '아니, 유시민이 이렇게 무거워졌어? 이렇게 부드러워 졌어?'하고 말이지요.




 




그의 천적들이 종종 지적하는 '말투에서 느껴지는 가벼움'이나 '싸가지 없음(?)'은 더 이상 유시민의 단점이 되지 못하는 듯합니다. 착실히 자신의 단점을 지워 나가면서 정치인으로서의 관록을 더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또 한번 펜에 주목하면서 재밌는 점을 발견합니다. 아무리 봐도 어디서 많이 본 펜 아닙니까. 바로 제 옆의 필통에도 꽂혀있는 싸구려 네임펜입니다. 뭐, 싸구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만 아무리 봐도 고급은 아니군요.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뚜껑있는 장면을 찾아 보았습니다.




 







 




싸구려 네임펜 맞군요.(웃음)




 






3. 정상적인 국회의원이 가져야 하는 펜




 







 




박형준 정무수석(장관급)과 송영길 최고의원입니다. 각각 여당과 야당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정치인들이죠. 두 사람이 든 펜이 정치인들이 들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이미지의 펜이지요.






재밌게도 이번 토론에서 각각 반대 패널로 나와 자리도 정확히 마주보고 앉아 있었는데요. 펜의 모양이 거의 일치합니다. 언뜻 보기엔 두분 다 몽블랑 펜인 듯한데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싸구려라는 느낌은 확실히 들지 않습니다.






중견 정치인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할려면 이 정도 펜은 들어야 한다, 딱 그 정도 느낌입니다.     






참고로 송영길 의원은 현직 국회의원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용접공 택시기사를 전전하다가 사법고시를 보았는데 그 사법고시를 치게 된 계기도 참 재미있죠. 궁금하신 분은 한번 찾아 보시길.




 






4. 나경원 의원




 









그날 토론에서 '유효'발언으로 고생하고 있는 나경원 의원입니다. 이번 토론에서는 모든 패널들이 전반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깔끔하게 끝냈고 상대편의 반론도 부드럽게 넘긴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 복병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뭐, 그녀의 발언은 여기 저기서 워낙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 해당 기사를 참고하시구요.






정치적인 입장을 배제하고 봤을 때, 나경원의원은 의상이나 소품에 굉장히 센스가 있다는 평을 듣습니다. 펜은 약간 의외이긴 합니다만 그냥 학교에서 학생들이 주로 쓰는 잘 나오는 펜(?)같은 분위기입니다. 정말 평범한 펜이지요. 이렇다 할 특이사항은 없었습니다.






 

5. 좀 처럼 볼 수 없는 웃음




 









이번 장면은 마지막 100분 토론(손석희의)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닌가 합니다. 박원순이 녹화된 영상으로 손석희에게 동안비결을 묻는 장면인데요.(두 사람이 동갑인게 조금 충격입니다.-웃음)






손석희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한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노회찬대표도 저랑 동갑이십니다.'라고 말하자 방청석이 그냥 빵하고 터집니다. 노회찬이나 손석희가 토론 방송에서 그렇게 아이처럼 웃는 장면은 아마 다시 보기 힘들 듯합니다. 패널이 카메라를 향해 V자를 하는 장면도요.

   












 




6. 파릇파릇한 손석희




 















이번 방송은 손석희가 주인공인 만큼 손석희로 끝내야 할 듯합니다. 배우 박중훈이 손석희가 예전에 비해 감정표현이나 표정이 줄었다고 하자 자료화면으로 그의 옛날 모습이 나갔는데요. 참 해맑고 순수한 느낌입니다.






저렇게 다양한 표정으로 잘 웃던 사람이 지난 8년 동안 얼마나 감정을 억제하고 스스로를 다 잡으려고 노력했을까를 생각하면 역시나 탁월한 언론인이 아닌가 합니다.






미디어 몽구님의 자료를 보니 김제동씨가 손석희에게 책을 선물하러 왔더군요. 손석희가 적극적으로 패널로 추천했던 사람이 김제동이었던 만큼 분명 서로가 서로에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그 둘이 함께 진행하는 방송을 꼭 보고 싶군요.






이상, 펜을 중심으로 본 100분 토론이었습니다.




 




정치불패 죽지않는돌고래


 


Profile
딴지일보 편집장. 홍석동 납치사건, 김규열 선장사건, 도박 묵시록 등을 취재했습니다. 밤낮없이 시달린 필진들에게 밤길 조심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가족과 함께 북극(혹은 남극)에 사는 것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