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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계획과 달 정복은 수많은 글과 드라마, 영화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글에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보다는 주로 달 탐사의 기술적 측면을 다뤄보려 한다. 아폴로 계획 전반에 대해서는 1998년 미국 HBO에서 방송된 드라마 'From the Earth to the Moon'에 아주 잘 묘사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꼭 한번 시청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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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llo Program


흔히 국내에는 아폴로 계획(Project Apollo)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론 아폴로 프로그램(Apollo Program)이다. 이전의 머큐리, 제미니 계획은 Project 머큐리/제미니 였던 것에 비해 정식 명칭에 차이가 있고 규모에서도 훨씬 커졌다.




1. 달궤도랑데뷰


머큐리, 제미니 우주선은 고작 1~4톤 남짓의 소형 우주선을 지구저궤도(LEO)까지 운반하기 위해 발사 중량이 100~200톤가량의 로켓을 사용하였다. 소련은 거의 300톤에 육박하는 R-7 로켓 개량형으로 5~6톤의 보스토크, 보스호드 우주선을 지구저궤도에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을 달에 보내서 달 표면에 착륙하고, 다시 이륙하여 지구로 돌아오려면 적어도 100톤이 넘는 달탐사선이 필요했다. 100톤의 달탐사선을 달 중력권까지 보내려면 최소 200톤 이상의 우주선을 지구저궤도(LEO)에 올려야만 했다. 이는 당시 미국-소련이 보유한 로켓의 운반하중을 크게 초월하는 것이었으며, 200톤 이상의 우주선과 연료를 일단 위성궤도까지 올리는 데 필요한 로켓의 발사중량은 수천톤이 넘어가는것이 당연하였고 거대한 구조로 인한 여러 문제가 있음은 자명했다.

 

아폴로 계획에 참여한 미국의 로켓공학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로켓과 엔진의 개발(새턴-V 로켓, F-1 엔진, J-2 엔진)을 시작하였고, 달탐사선-착륙선-귀환선을 어떤 형식으로 설계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였으나 전통적인 다단로켓 방식으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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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상도는 아폴로 계획 초기에 구상된 달탐사선이다. 일반적인 다단로켓형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우주비행사들이 탑승한 유인모듈(지구로 돌아와 대기권 재진입까지 하는 귀환모듈), 달착륙 후 단 분리 이륙하여 다시 지구로 추진하는 모듈, 달에 도착해서 달 궤도 감속(역추진)과 달 표면 착륙을 수행하는 모듈로 이뤄져 있다. 외형에서 추정하건대 적어도 100톤이 넘는 중량이며 100톤의 달탐사선을 달 궤도까지 보내려면 지구저궤도(LEO)에 적어도 250톤의 우주선과 연료를 올려야 한다.

 

한마디로 200톤이 넘는 로켓을 고스란히 지구저궤도에 올려야 하므로 지구상에서 적어도 6,000~7,000톤짜리 초거대 로켓으로 발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시 기술로는 로켓 전체 발사 중량의 약 2% 선까지만 지구저궤도에 올릴 수 있었다. 게다가 로켓이 초 거대화되면서 필연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도 발생하게 되고, 엄청나게 강력한 로켓엔진이 필요하게 되므로 당시로써는 단일 로켓으로 저런 달탐사선을 한 번에 띄울 수가 없었다. (현재도 물론 마찬가지다)

 

그래서 NASA의 기술자들은 저런 대형 달탐사선을 여러 로켓으로 나눠서 쏘아 올린 후 지구저궤도에서 도킹으로 조립한 뒤 달로 보내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것을 지구궤도랑데뷰(Earth Orbit Rendezvous : EOR)라고 한다.

 

하지만 케네디 대통령은 아폴로 계획을 처음 발표할 때 이미 시한을 명시했다. 1969년까지 인류를 달에 보낸다고 장담했기에 NASA의 기술자들은 무조건 그 기한에 맞춰서 아폴로 계획을 성공해야만 했다. 지구궤도랑데뷰 방식은 당시까지 인류가 알던 전통적인 다단로켓 방식에 부합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너무나 큰 달탐사선 때문에 실현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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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궤도랑데뷰 방식을 설명하는 존 후볼트

 


아폴로 계획 초기 설계자들이 이러한 문제로 난항에 빠져있을 때, 존 후볼트(John Houbolt)라는 기술자가 해결책을 제시한다. 위 그림처럼 달탐사선을 지구저궤도에서 조립하는 게 아니라, 지구상에서 한 번에 발사한 뒤에 달에 가서 모선-착륙선으로 분리하여 착륙선만 달에 착륙한다. 그리고 착륙선이 다시 이륙하여 모선에 재도킹을 한 뒤에 착륙선은 버리고 모선만 지구로 돌아오는 달궤도랑데뷰(Lunar Orbit Rendezvous : LOR)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기존에 연구되던 지구궤도랑데뷰에 비해 달궤도랑데뷰 방식은 달탐사선의 크기를 절반가량 줄일 수 있었다. 대신에 미지의 달 궤도에서 모선과 착륙선이 분리 후 다시 재도킹해야 하는 난점은 있지만, 우주로켓의 가장 큰 과제인 발사 중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묘안이었다. 존 후볼트 덕분에 인류는 1960년대가 끝나기 전에 달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달궤도랑데뷰 방식이 드디어 채택되고, 달탐사선은 모선(사령선과 기계선) - 달착륙선으로 나뉘어 설계되었다. 아폴로 달탐사선의 전체 중량은 50톤 미만으로도 3명의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켰다가 지구까지 귀환시킬 수 있게 되었으며, 50톤의 아폴로 우주선을 달까지 보내기 위해 3천 톤 정도의 발사 중량을 지닌 새턴-V 로켓으로 한 번에 달까지 갈 수 있도록 개발이 진행되었다.




2. 새턴-V 로켓의 개발


V-2 로켓을 만들었던 폰 브라운이 이끄는 로켓 개발팀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로켓의 개발에 착수한다. 50톤이 채 안 되는 아폴로 우주선(모선과 착륙선)을 달까지 보내기 위해서는 당시 가지고 있던 전통적인 로켓엔진으로는 4,000톤이 넘는 발사 중량을 가져야 했다. 로켓의 무게가 증가하면 구조역학적인 문제가 점점 더 커지게 되므로 발사 중량을 줄이는 것은 가장 큰 난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처음 개발된 액체수소(LH2)를 사용하는 새로운 로켓엔진기술을 적극 도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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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10 액체수소 로켓엔진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사용하면 로켓엔진의 효율이 기존 케로신 로켓엔진에 비해 30~40%가량 더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액체수소는 저장온도가 초 극저온이며 비중이 0.07에 불과해서 연료통의 부피가 커지고 취급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미국은 1962년에 최초의 액체수소 로켓엔진인 RL10을 실용화하는 데 성공한다. RL10은 비록 추력이 11톤급이라서 매우 작지만, 연소효율은 비추력이 450sec(진공기준)를 넘어서서 당시 어떠한 로켓엔진보다도 효율이 높았다. RL10은 추력이 약했기에 로켓의 1, 2단 엔진으로는 사용하지 못했고, 일단 로켓이 어느 정도 고도로 상승한 뒤에 위성속도 가속 시 최종가속단에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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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엔진

 


새턴-V 로켓은 1단 엔진으로 인류 역사상 단일노즐 엔진으로는 가장 추력이 강력한 F-1엔진을 사용한다. F-1 엔진은 기존의 케로신 로켓엔진 기술을 극대화하여 대형엔진으로 추력을 크게 만든 엔진이다. F-1 엔진 한 개는 이륙 시 690톤의 추력을 낸다. 새턴-V로켓은 발사 중량이 3,000톤이며 F-1엔진 5개를 사용하여 이륙할 수 있었다.

 

F-1 엔진은 비추력이 263sec(이륙 시) 수준으로 그다지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강력한 추력으로 거대한 로켓을 초기에 이륙시키고 고도를 높이는 데 충분하다. 그러나 달로켓의 전체 중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더 효율이 높은 엔진이 필요했고, RL10 액체수소엔진의 개발에서 얻은 기술로 더 강력한 추력의 대형 액체수소엔진을 개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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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2엔진 


 

J-2 엔진은 새턴-V 로켓의 2, 3단 엔진으로 사용된다. J-2 엔진 한 개의 추력은 약 105톤(진공 기준)으로 RL10 엔진보다 열 배 가량 높다. 새턴-V 로켓의 2단에 J-2 엔진 5개, 3단에 J-2 엔진 한 개를 사용한다. J-2 엔진은 거의 진공상태인 60km 이상의 고도에서 점화되므로 엔진의 비추력은 421sec(진공 기준)이며 일반적인 케로신 엔진들의 진공 효율에 비해서 35%가량 더 높다.

 

새턴-V 로켓은 2, 3단에 액체수소엔진을 사용하여 2, 3단의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최초 이륙 시 사용되는 1단은 추력 문제로 케로신엔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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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새턴-V 로켓의 구성이다. 1단(S-IC)은 F-1 엔진 5개와 케로신/액체산소 연료통을 탑재하고 있다. 그림에서 보면 전체 부피의 절반가량 되어 보이지만 실제로 1단의 무게는 약 2,300톤이다. 연료인 케로신은 비중이 0.8 정도로 액체수소보다 10배 이상 무거워서 같은 부피의 연료통이지만 연료의 무게는 훨씬 더 나가기 때문이다.

 

*2단(S-II)은 J-2 엔진 5개와 액체수소/액체산소 연료통을 탑재하고 있다. 무게는 약 480톤이다.

**3단(S-IVB)은 J-2 엔진 한 개와 액체수소/액체산소 연료통을 탑재하고 있다. 무게는 약 121톤이다.


새턴-V의 1단은 이륙 후 고작 150초간 연소하게 된다. 하지만 전체 무게가 3천 톤에 육박하는 초거대로켓을 지구 중력을 이겨내고 이륙시킬 수 있으며 69km 고도까지 상승하면서 수평 속도를 무려 2.75km/sec까지 가속할 수 있다.

 

2단은 로켓의 무게에 비해 추력은 다소 약하지만, 연소효율이 뛰어나서 약 6분간 연소하여 로켓을 176km 고도까지 상승시켜 수평 속도 7km/sec까지 가속할 수 있다. 인공위성의 고도와 속도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일 뿐이다.

 

3단은 약간의 연소로 로켓을 마저 190km 고도에서 위성속도인 7.8km/sec까지 가속한다. 위성궤도에 진입하고도 3단에는 아직 연료가 꽤 남아있는 상태이며 지구를 두어 바퀴 선회한 뒤에 달궤도로 보내기 위한 달천이가속(Trans Lunar Injection : TLI)을 수행할 능력도 있다.

 

새턴-V 로켓의 1, 2, 3단 총무게는 2,900톤 정도이다. 그 윗단에는 약 46톤 중량의 아폴로 우주선과 달착륙선, 그리고 페어링과 비상탈출로켓 등의 구조물이 있어서 대략 3,000톤에 육박하는 발사 중량이다.

 

새턴-V 3단은 아폴로 우주선과 달착륙선을 달 중력권까지 보내는 달천이가속을 수행한 뒤에 분리되어 버려진다. 단 46톤의 우주선을 달까지 보내기 위해 무려 2,900톤의 로켓이 소모되는 셈이다. 그나마 액체수소엔진이 적극 채용되어서 그렇지만 케로신엔진으로만 구성한다면 발사 중량은 4,000톤에 육박했을 것이다.




3. 아폴로 우주선과 달착륙선의 개발

 

달궤도랑데뷰(LOR) 방식에 의거, 아폴로 우주선은 사령선(Command Module : CM), 기계선(Service Module : SM), 달착륙선(Lunar Module : LM)으로 나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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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사령선은 5.8톤 중량으로 3명의 우주비행사가 약 10일간 생존할 수 있는 물자를 탑재하게 된다. 지구로 돌아와서 대기권 재진입 시 일반적인 지구저궤도에서의 귀환속도인 7.8km/sec보다 재진입속도가 훨씬 빠른 11.2km/sec에 이르기 때문에 마찰열은 우주왕복선의 재진입 마찰열인 1,650도보다 훨씬 높은 2,750도에 이른다.

 

사령선(CM)은 이러한 고속/고온 재진입을 견디기 위해 일반적인 우주선보다 더 튼튼하게 설계되었다. 소유즈 우주선과 같은 지구저궤도용 우주선으로 달에 갔다가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면 아마 불타서 없어질 것이다.

 

아폴로 기계선(SM)은 24.5톤 무게이며 연료 무게만 18.4톤에 이른다. 새턴-V 로켓 3단으로 달까지 가속하여 보내진 뒤, 달 궤도에 도착하면 감속추진을 하여 아폴로 우주선과 착륙선이 달 위성궤도에 안착하도록 한다. 만약 감속추진을 안 하면 자동으로 다시 지구의 중력에 끌려서 지구 가까이 되돌아오게 된다. 이것을 자유귀환궤도(Free Return Trajectory)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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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3호는 사고로 기계선의 추력을 모두 잃어서 달에 도착 후 달 위성궤도를 만들기 위한 감속추진을 하지 못했다. 달착륙선의 약한 추력을 이용해서 궤도를 수정하고 그대로 다시 지구로 귀환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자유귀환궤도 덕분이었다.

 

아폴로 기계선은 달에 도착 후 감속 역추진으로 우주선과 착륙선이 모두 달위성궤도에 머물도록 해준다. 그리고 달착륙선이 달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우주비행사들이 귀환한 다음에 달착륙선을 버리고 지구로 되돌아가도록 추진가속하는 역할까지 도맡게 된다.

 

달착륙선(LM)은 2단 로켓 구조이며, 전체 중량은 15.2톤이다. 10톤이 넘는 연료를 탑재하고 있다. 달에 착륙 후 귀환 시 상단의 귀환모듈만 따로 떨어져나와 사령선에 재도킹을 하게 되는데 귀환모듈은 고작 4.8톤 무게의 소형우주선이다.

 

지구로 접근하면서 아폴로 우주선은 기계선을 버리고 사령선만 대기권 재진입을 하게 된다.




4. 예산

 

아폴로 계획 전체 비용은 약 254억 달러가 소요되었으며, 2005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700억 달러라고 한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거의 200조 원 이상이 소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각 분야의 예산중에서 아폴로 우주선과 착륙선 분야에 투입된 예산은 전체의 34%가 소요되었다. 새턴-V 로켓 분야에는 전체의 37%에 이르는 예산이 소요되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References]

 

1. 영문위키 - https://en.wikipedia.org/wiki/Apollo_program

2.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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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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