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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가 완료되어도 적잖은 도면 작업 시간이 필요하다. 허가에 들어가기 위해 세부 설계도면 작업과 경계측량을 하기 때문이다. 기본도면 뿐 아니라 전기, 설비, 소방 등의 도면이 준비되어야 한다땅의 정확한 테두리를 알아보는 '경계측량'을 할 땐 인접한 토지소유주에게 통보해주는 게 좋다. 측량에 들어가면 토지  귀퉁이에 빨간 동그라미로 경계를 표시하고, 철거한 도시가스 자리에도 빨간 페인트로 표시한다.

 

건축허가도 접수  열흘 정도 시간을 잡아먹는. 연면적(건물의 모든 층을 합한 면적) 150평 짜리의 건축심의와 건축허가까지   반이 소요되었다. 허가가 결정되면 구청의 건축과에서 발급받은 등록면허세와 세무과에서 등록면허세 고지서를 받아 납부한 뒤 채권을 매입한다. 그러면 허가서를 발급 받을  있다(구청이나 설계사무실에서 발급 가능). 설계사무실에서 받아다주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직접 받아왔다. 혼자 으쓱해서 말이다.

 

세부도면이 나왔으니 시공사를 정해야 한다지금 생각해도 웃기지만 도면을 들고 시공사를 찾아 공사비 견적을 달라고 했다당연히 시공사는 '전기랑 설비도면이 있어야 견적을 내지, 이거 가지고 어떻게 내'냐고 했다. 몰라도 너무 몰랐다. (공사전문가가 아니라 참견자였으므로 여기에 쓰는 용어가 틀릴 수도 있다.   양해 바란다.)

 

하지만 씩씩하게 세부도면들을 다시 챙겨서 시공사  곳에 견적을 요청했다. 공사가격은 거의 비슷했고 모두 열심히 해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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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얼마가 적당하고 얼마면 비싸다는 것을   있지만, 공사비용의 적정선은  턱이 없었다시공사별로 전체 금액은 비슷하나 분야별 금액은 매우 각양각색이라는 정도만 알 수 있었A사는 전기공사가 2천만 원인데 B사는 4천만 원이고, 설계에 조경이 없는데 조경비용이 들어가있는 경우도 있고, 도면에는 외벽이 조적으로 쌓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벽돌타일이나 돌로 견적되어 있기도 했다

 

조언을 줄만 한 분을 찾았다. 마침 새로 시공사를 개업하셨단다. 나는 말도  된다고 욕먹을 각오를 하고  분께 제안했다. 현장에 믿을만 한 소장님을 보내주는 것은 물론 내가 공사 진행을 지켜보면서 배울 (참견을  ) 있고,  공사별 견적에 참여한다는 조건으로 계약하자고 말이다. 아마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시공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고맙게도 그 분은 제안을 받아주셨고, 나는 시공사의  도급계약자가 되었다. 다만 소장님이 다른 현장을 마무리 하고 계셔서 1월부터 공사가 가능하다고 했. 한 달이나 남아있었다. 

 

소장님이 오기까지 마냥 기다릴  없었다철거작업은 소장님이 없더라도 가능할  같았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철거  굴착공사'를 접수하고 한국전력공사에는 공사에 필요한 계량기 하나만 남기고 폐전 신청한다. 수도계량기도 하나만 남기고 반납했다. 설비나 전기업체가 정해졌다면 업체에서 알아서 처리해 주지 이번에도 직접했다.

 

공사와 의논해서 철거와 전기, 형틀 업체를 했다. 직장에서 인연이 있던  업체가 기로 했다. 토목도 몇몇 업체를 만나보고 견적을 받아 한 군데를 정했다.

 

철거 날짜를 잡고 기다리던 중이었다. 철거 업체 사장님과 통화가 되지 않았다. 뭔가 쎄했. 형틀 업체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현장을 맡아 수가 없다고 하셨다. 이유인 , 자신이 지금 A시공사와 일을 하는데  현장은 다른 시공사가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말도  되는 소리였다. 처음 부탁드릴 때부터 내 쪽에서 불편하지 않겠냐고 여쭤봤고, 그쪽에선 '하루 이틀 일하는 것도 아니고 괜찮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어서 철거업체 사장님도 못하겠다 연락이 왔다.

 

알고보니 내가 다녔던 직장 오너 쪽에서 말을 했던 모양이다. 연말 성추행 건으로 퇴사한  직장 오너가, “(내 현장에 들어가는 것을) 먹고 사는 문제이니 하지마라고는  하겠지만…”이라고 말이다. 오너가 핸들링하는 신축 현장은 3백여  대지의  동짜리  공사였다. 오너를 우선시하는 철거나 형틀업체 사장님들을 원망할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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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분에게 도면을 보내고 현장에서 만나보고 난 뒤, 구수한 사투리의 김사장님과 형틀 계약을 했다. 현장이 작아서 꺼려하는 업체도 있고 금액이 너무 비싼 업체도 있었는데, 김사장님이 가장 적당한 금액을 제시했다(견적이 1억 2천에서 1억 6천까지 나왔고 하면 비싼 곳과  곳의 중간 어디쯤그러니까 대략 1억 3~4천을 적정선으로 짐작하는 게 내 방식이었다). 후에 나는 도무지 사람 보는 안목이 없다는     깨달았지만 처음에는 무척 만족했다.

 

공사가 들어간 후에는 현장 소장님과 견적가를 의논할  있어 좋았다. 철거업체는 토목 윤사장님께 소개받은 박사장과 계약했다.

 

철거   전에 석면조사를 하고 3 전에 정화조 청소를 신청한다. 석면조사는 비용만 지불하면 철거업체에서 조사업체를 데려와서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준다. 정화조 청소는 철거보다 너무 일찍하면  된다. 청소  화장실을 사용하면   뿐더러 청소  비가 오면 청소를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

 

철거 바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이웃에게 인사를 가기로 했다. 뭐라도 들고 가야 하니 6개 짜리 곽티슈와 상품권을 샀.현장과 인접한 집은 상품권을 주고 거리가  있는 집은 티슈를 줄 생각이었다.

 

20 집을 들렀으나 사람이 없는 데가 많아 곽티슈와 상품권은  개만 소진되었다. 바로 앞집의 경우 상품권과 티슈를 건네며 “공사로 인해 불편을 드리게 되어 죄송하다.” 했다. 그녀ㄴ(오타 아님) 걱정스런 표정으로 알겠다고 들어갔지만    다시 나와서 상품권을 돌려주었다. 후에 알았지만 징글징글한 민원의 전주곡이었다.

 

이 때 구입한 곽티슈는 아직도   남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모두 소진했어야 했다. 당시엔 낯선 대면이 부담스러워 대답이 없으면 소나기를 피한 심정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소나기를 잠시 피해서  일이 아니었다. 작은 편지로라도 공사의 소음과 불편에 대해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사람이 없다고 티슈를 터덜터덜 들고 나온 난 어지간히 어리석었다.

 

공사  길에서 만난 어떤 분은 티슈와 메모를 보았다며 시끄럽지만 어쩌겠냐 했다. 자신의 앞집은 카페인데 리모델링하면서도 커피 한 잔 안 준다 했다.  것을 원하는 사람이 많지만 작은 것에 마음이 누그러지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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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업체는 공사 시작 이틀 전부터 골목에 철거 안내문을 게시했다. 인접한  건물의 크랙을 촬영하였다. 건축주는 현장에 와서 도움 것이 없으니 오지 마시라고 했다. 믿음직한 박사장의 말에 안심이 되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준공 때까지 민원으로 처참하게 너덜너덜해질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으니까.

 

2017 12월은 무척 추웠다. 철거  경계에 비계(아시바) 설치하고 비닐로 커튼을 쳐주어야 하는데 눈이 와서 자꾸 연기 되었다. 다행히 추위가 잠시 주춤한 21일에 철거를 시작했다. 오후 4시 쯤 박사장은 '주민들이 모여서 보고 가긴 했지만 작업은  마쳤다'며 현장의 사진을 보내주었다.

 

저녁에 가보니 2층과 1층의 반쪽이 부서져 있었다좁은 골목에  들어찬 포크레인이 철거 잔해물 위에 서있었다. 평지도 아닌 곳에 불안하게 있는 장비의 모습이 작업의 소음과 진동이 엄청났을 것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오후 구청에서 '소음과 먼지, 진동으로 민원이 들어왔'다고 했다. 처리 방법과 통학로 확보 등을 요청했고 해결이  되면 착공계를 내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통보해왔다부리나케 현장으로 갔다철거된 지상 건물의 폐기물을 상차하고 있었다. 폐기물을 싣기 위한 트럭과 포크레인으로 골목은 복잡하고 시끄러웠다. 민원이 들어온 집을 방문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부인은 무척 힘들어 하셨다. 앉아서 얘기하는 동안 들리는 소음과 동은 내가 느끼기에도 불편했다. 아니, 불안했다.

 

철거업체에 소음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을 물어봤지만 어쩔  없다 답이 돌아왔. 하지만 뭐라도 해야 했기에 장비를 작은 크기로 교체하기로 했다. 철거작업은 느려질 것이고 비용 또한 늘어날 테지만 어쩔 수 없었다.

 

23일은 토요일이라 오전부터 현장으로 출근했다이 때부터 통행 안내와 인사  신호수 역할이 시작되었다. 화가  얼굴로 전화기를 들고(아마도 민원을 넣으려는 것이겠지) 달려오는 청년에게 미안하지만  시간만 작업하고 마치겠다고 고, 시끄럽다고 소리치는 주민과  나한테 그러냐며 언쟁하는 작업자를 말렸다. 발도 시리고 얼굴도 시렸다.

 

겨우 지상 층의 철거와 폐기물 상차를 완료하였다구청에 장비를 작은 것으로 교체하겠다고 보고하고화요일에 교체된 장비로 지하 철거를 진행했다. 지하의 콘크리트를 부수는 작업에 지진이 난 것 같았다. 상차하기 위해 작게 쪼개는 작업에는 여전한 소음과 진동이 발생했다. 땅을 딛고 있는  발로 전해졌.

 

포크레인이 자기 집을 덮칠  같다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며 구청 담당 주무관이 현장으로 달려왔다소음을 최대한 적게 하라 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 철거 작업 기술이 구린 건지 어쩔  없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철거를 씹어야지, 당기니까 이렇게 시끄럽고 울리는 거야.”라는 주민의 말을 박사장에게 전했더니, 씹고 있는 거란다.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

 

여하튼 내일이면 철거 끝이었다. 철거 시작 닷새 날에 폐기물 4대를 마저 상차하고 철거된 지하를 흙으로 덮어 오전에 마무리했다흙으로 덮인 땅이 이렇게 반듯하고 컸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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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를 마치고 여러가지 생각을 했. 업체를  선정한 것인가. 모르는  너무 많은데 어디서 배우지?  기다렸다 소장이  다음 진행했으면 나았을까. 다음에  철거를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등

 

얼마  신사동 철거 현장에서 건물이 도로로 넘어져 차량을 덮쳐서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집을 짓는 일은 철거부터 사고를 곁에 두고 일을 한다. 사고가 나기 좋은 환경이기에 사전에 막으려면 무척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 공사하는 동안 무엇보다 사고가 없길 바라며, 며칠 있으면 소장님이 오시니 든든하겠지 마음을 다독였다.

 

2017 연말을 그렇게 퍽이나 새로운 경험으로 마무리했다. 새해부터 민원 지옥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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