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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7.6.월

딴지일보 논설 고문 석진욱



급박한 위기를 넘기며 썰물처럼 빠져 나갔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돌아오면서 한국경제의 1/4분기는 지난 97년 말의 외환위기에서 상당부분 안정성을 회복한 상태로 마감되었습니다. 그 덕택에 한국은 지난 1/4분기동안 100억달러가 넘는 경상흑자를 기록하며 위기상황을 넘기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4월부터 대규모 기업집단(재벌의 법률용어)의 대량감원이 본격화 되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실업대란이 이제 겨우 시작되었다. (아직까지 이들 대규모 기업집단의 대량감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 노동부의 강력한 행정지침에 의함 - 현재까지는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


이 실업대란의 위험성은 최소한 7월까지는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에따라 이른바 전세값 대란으로 대표되는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이 2/4분기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실업과 자산 디플레이션을 잡는 유일한 방법은 물론 금리인하이다.

금리가 인하되어 기업들이 급한 운영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고 이른바 금융권 고금리 상품에 잠겨있는 전세금들이 실망매물의 형태로 금융권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다면 (실제로 이른바 금융권 고금리 상품들의 많은 부분이 이들 전세금으로 파악됨)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은 어느정도 잠재워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현재 콜 18~19%, 당좌대출 24%의 금리가 정부 목표치인 15%까지 내려갈수 있을까? 그 정도로 한국의 금융권이 안정성을 회복하였을까? 그 정도로 한국의 산업전반이 안정성을 회복하였을까...?

지금, 금리를 정부-재경원의 복안대로 낮춘다면 이것은 사실상 한국경제 전반에 "협조융자"를 하는 격이 된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회복과 이후의 고도성장을 보장하려는 한국경제에 대한 일반적인 계획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게다가 과연 시중에 정부목표치인 15%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자금원천이 지금 존재하는지도 불투명하다.

IMF와의 협의에 의해 한국은행은 시중에 불과 13%의 총통화증가율에 해당하는 자금을 공급할 수 밖에 없으며 이것은 지난 97년의 경우보다 거의 50%나 줄어든 규모가 된다.

게다가 원화가치 안정을 위해서는 지난 하반기에 공급된 20조원에 이르는 자금공급분 중 최소한 한국은행 특별융자분 8조원 상당은 회수해야 할 입장이다.

정부가 발행하는 각종채권의 판매량도 미비한 현재상태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외국자본의 유치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지난 4월초 뉴욕에서 발행된 외평채 40억달러 상당의 판매는 결국 한국경제 불안의 유일한 타개책은 외국자본밖에 없다는 시각을 고정화 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이 당시 국제금융가에서 금리 8%대의 고리채 판매는 거의 10여년만의 일이기도했으니까...)

따라서, 현재상태에서 고금리는 정부의 복안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RP금리를 통해 정부는 금리인하를 유도할 계획이지만 단 0.5% 인하에도 RP경매를 통해 금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상황이다. 게다가 다시 한계에 놓인 일부기업들의 자금요구로 기업대출금리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

사실, 사채 시장에서마저도 5대 대기업 사채중 하나만 제대로 판매되고 있고 일부 유명 공기업 사채도 이 기업을 통해서만 조달받고 있을정도로 아직, 한국경제 일반의 신용회복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반면 태국의 경우는 97년 하반기 이후 금리가 15%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태국정부가 신속히 54개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 폐쇄한 후 최소한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이 회복되어 산업부분의 부실채권을 금융권이 떠 받힐 수 있다는 믿음을 시장 참가자들에게 심어준 결과이다.)

한국이 최소한 98년 6월 이후 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낮출 수 있기 위해서는 이와같은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현재 정부도 이를 위한 실사를 거의 완료하고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부실 시중은행을 비롯한 많은 금융기관들이 정리-폐쇄-인수,합병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금자들의 예금 중 일부는 보호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안정성이 떨어지는 금융기관의 고금리 상품 예금들이 주로 해당될 것이다..(이미 여기에 대한 정부당국의 구체적 지침이 발표되기도 했다.)

따라서 금리인하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합니다. 이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의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두번째로 금리인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은행 여신의 70%에 해당하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부채비율 감소와 자금수요 감소가 필수적이다.

사실, 정부가 무리인줄 알면서 재벌들의 부채비율 200% 감축을 99년 말까지 이루라고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재벌들의 자금수요를 감축시켜 어떻하든 금리인하를 이루려는 정부의 거의 신파적인 몸부림이다.

일단 자금수요가 지금처럼 금리가 단 0.1% 떨어질때마다 폭팔적으로 증가하는 현재에서는 금리인하는 자칫 모든 금융기관의 총체적 부실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금리인하는 금융기관 구조조정과 기업 자산구조 조정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시도 했지만 일본엔화 약세에 한번은 실패했고 두번째는 외국자본의 이탈로 말미암은 주가하락과 이로인한 시장 분위기 불안으로 다시 금리가 상승하는 통에 실패했다.

게다가, 현재 미국 FRB의 금리인상이 초 읽기로 들어간 이상 섯부른 금리인하는 절대 바람직 하지 않다.

정부가 정말로 금리인하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미국 연준(FRB)의 금리인상 시기를 정확히 짚어내고 그때까지 기업 자산구조조정과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성실히 이행하고, FRB의 금리인상이 발표된 후 엔화와 위엔화의 동향을 살피면서 최소한 1달정도의 여유기간을 둔 후에 단행한다면 그 때는 성공할 것이다.

또 하나 다행스러운 것은 IMF가 한국정부의 재정적자 확대에 동의해 준 것이다. 게다가 한국정부의 오랜 숙원중 하나였던 동일인 여신한도 확대 강화가 IMF측으로부터 강력히 요구 되었다.

금융기관에 대한 동일인 여신한도 확대 강화는 정부의 기업 자산구조조정을 위해 필수적인 조치이자 부채비율 200% 달성, 그리고 금융기관 건정성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98년 6월 이후 9월까지 즉, 3/4 분기 중 금리인하를 위한 외부여건이 완전히 조성되고 FRB의 금리인상과 엔-위엔화의 동향이 안정을 되찾게 되고 그때까지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완료된다면 정부는 IMF의 허락에 의해 확대된 재정적자폭 만큼 대규모 SOC사업을 통해 경기를 부양시킬 절호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2/4분기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수 밖에 없다...





- 딴지일보 논설 고문 석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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