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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를 생각한다...

1998-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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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7.6.월

아이디 psysh 쓰며 하이텔 거주하는 한 엄마



나는 곧 입학할 아이를 둔 엄마인데 나의 여동생은 현재 초등학교 교사이다. 언젠가 내가 여동생과 얘기중에 나는 절대로 촌지를 주지 않을 거라고 말하니까 내 여동생은 그러면 내 아이의 학교생활이 꽤나 팍팍해 질거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내 여동생이 촌지나 밝히는 그런 교사는 절대로 아니다. 내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제발 저런 선생을 만났으면 할 정도로 열성적이고 양심적인 교사에 속한다.

내 여동생이 담임이 되면 일단 아이들이 벌벌 떤다고 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좋아라 한다고 한다. 내 여동생은 지금껏 담임을 맡은 아이들중에서 충치와 문맹 그리고 편식을 고치지 않고 진급시킨 아이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소한 학급임원도 투표로 결정한다고 한다. 방학만 되면 끝없이 이전에 맡았던 아이들에게서 전화와 편지가 오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집으로 학생들이 찾아오는 걸 보면 그리 나쁜 선생이 아닌 것은 사실인가 보다.

하지만 그런 내 동생도 촌지를 받는다.

아마도 내 동생의 양식, 그리고 교사로서의 얌심은 촌지를 주면 받되 강요는 하지 않고, 촌지 안한다고 차별은 안한다는 게 그 한계인듯 하다. 이만한 교사도 별로 없는지 과거의 학부모들(걔중에는 스승의 날 선물로 집에서 담은 장아찌를 보낸 이도 있다)이 계속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고 상담을 하는 걸로 봐서 촌지 문제가 심각하긴 심각한 모양이다.

교사들중에는 정말 좋은 사람도 있고 정말 인간이하도 있다. 나도 학교 다녀봐서 알고 내동생도 입만 열면 교사들중 절반은 모가지 시켜야 한다고 거품을 문다. 문제는 촌지를 교사의 양식에만 맡길 수 없다는 데 있다. 촌지는 구조적인 문제다. 담임만 돈을 먹는 게 아니다. 담임들은 교감과 교장에게 상납한다. 심지어 어떤 교장은 학교로 찾아오는 학부모를 직접 교장실로 데리고 가서 자신이 직접 받아 챙기기도 한다.

소풍, 스승의 날, 어린이 날 그리고 명절이 되면 얼마씩 거줘 교감과 교장에게 상납하고 그걸 거부하는 교사는 그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한다(마치 촌지 안주는 학부모를 교사가 가르치는 그 방식 그대로).

교사의 근무평가는 교사에게는 비밀로 교감 교장이 작성하는데 따라서 죽으라 일하고 돈봉투 안준 죄로 나쁜 근무평가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 교장과 교감은 가만히 있느냐?

천만에, 촌지의 고리는 끝이 없다.

교장 교감은 교육감 내지는 장학사들에게 봉투를 돌린다. 교감은 교장이 되기 위해, 교장은 무슨 연구학교다 시범학교다를 따내기 위해, 그리고 교육부로 들어가기 위해 돈을 뿌린다.

내 동생왈, 젊은 나이에 교장이 된 사람을 보면 무섭다, 그 사람들은 손바닥에 지문이 없을 거라고 말한다.

왜냐? 죽으라 비비고 올라가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윗선으로 올라갈수록 그들은 붕투의 생리, 촌지의 고리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결코 이 촌지문제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은 학부모의 봉투에서 나온 그 돈
이 돌고 돌아 자신의 주머니까지 들어오기 때문이다.

내 동생이 어느 해인가, 교육부에서 보내주는 해외연수에 뽑혔는데 그로 인해 든 돈을 애기하겠다. 우선 뽑혔다는 인사, 교감 5만원 교장 5만원. 왜냐고 하기 인사하지 않으면 연수를 포기할 정도로 많은 일을 주기 때문에.

그리고 갈때 교감과 교장 역시 오만원, 장학사 10만원. 왜냐면 방학동안 일직 대신해 주는 교사들 밥사줘야 하기 때문에 교감이 당당히 요구해서 5만원 줬고, 그러자 교장이 어른부터 인사 안한다고 또 당당히 화를 내서 5만원 주고, 그리고 연수가는데 필요한 무슨 서류떼러 교욱청에 갔더니 장학사가 또 인사 좀 안하느냐고 해서 10만원.

그리고 다녀와서 선물...

이 정도는 약과인데 내 동생은 시험 쳐서 성적으로 뽑혀간 거여서 돈이 적게 든 거란다. 순전히 인사빨로 연수 한번 다녀오려면(해외연수 다녀오면 가산점이 있는 모양이다) 집에서 교욱청까지 돈을 깐다고 한다.

이런 저런 사정을 듣고 화가 내가 여동생에게 그런 짓하지 말라고 햇더니 내 동생 왈, 언니는 직장이 어떤 거란 걸 몰라. 나혼자 독야청청하려면 난 아이들 지도는 포기하고 학교 잡무에만 메달려야 해. 난 그정도로 힘있고 양심있는 교사는 못돼, 했다.

사정이 이러니 촌지교사 문제를 교육부에 아무리 진정해봐야 뭐가 되겠는가. 교욱부 장관이 아무리 촌지 근절하려고 해도, 한두명 뽑아내도 안되는 게 촌지다.

내 동생 말이 촌지 근절 방법은 단하나,

첫째,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만원 이상 선물 현금을 처벌한다는 법률 통과.

둘째, 학교에서 기타 잡부금을 일체 안걷는 것(학부모가 돈 들고 학교 올 일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학부모가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흔히 교사가 요구해서, 남들 다들 하니까 나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핑게다. 나도 엄마라서 알지만, 엄마는 내 자식 남의 애들보다 좀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좀 더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다.

촌지를 주는 마음에는, 소극적으로 그저 남들처럼... 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내 아이를 다른 애들보다 좀 더... 라는 마음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것은 타인의 관심과 애정을 돈으로 사는 행위가 아닐까?

광희 초등학교의 경우, 1학년 5반의 모든 학부코들,
촌지를 가져다 준 모든 학부모들이 또다른 가해자라 할 수도 있다. 아무도 안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테니까. 촌지는 내 아이에게 선생의 시선을 5만원어치, 또는 10만원어치 사겠다는 행위이며, 남의 애들은 그만큼 선생의 애정을 뺏겨도 된다는 뜻이다.

학부모들의 악착같은 마음, 특별히 내 아이를 좀 더 봐줬으면... 이라는 얄팍한 바램없이 촌지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제발, 내 아이 잘되기 바라는 그 마음이 재호같은 아이를 만들수도 있다는 걸 학부모들은 잊지말자. 학부모들이 이런 다짐을 않는다면 광희 사건의 주인공을 처벌해서 뭣하나. 제2의 전정인, 제3의 전정인이 또 나올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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