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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7.6.월

딴지 스포츠 전문기자



요술공주 쎄리가 찾아왔어요. 쎄에리~ 쎄에리~

그랬다. DuPont C.C.에서 벌어진 McDonals LPGA Championship에서의 박세리 우승은 요술공주 쎄리가 똥꼬치마 펄럭이며 찾아온 것처럼 환상적으로 다가온 사건이었다.

박세리가 우승사발을 보기좋게 딱 먹어버리자 테레비에선 암에푸고 정계개편이고 다 제쳐두고, 쎄리 팍이 공을 파팍 쎄리가꼬 구녁에 쏙쏙 넣는걸 재탕, 삼탕 보여주고, 신문들은 일면에 세리팍 웃다가 턱살 접히는 사진을 왕따시만하게 박어넣고..

예전에 좆선일보가 존두한각하 대통령취임할 때 실은 사진이랑 삐까삐까하게 큰거 보니 사건은 사건인가보다.

국내 언론들은 최연소, 최저타수 우승을 이루어낸 그녀가 풍전등화위기의 국가에 희망을 빛을 준 잔다르크마냥 올려세우기 바쁘고..

그런데 사실 그녀의 우승이 타이거 우즈를 앞서는 최연소라는 말은 틀린 것이다. 왜냐면 타이거 우즈는 PGA에서 활동하고 그녀는 여성으로 LPGA에서 활약하므로 타이거 우즈의 최연소 우승은 PGA에서이고 그녀의 우승은 LPAG에서 우승한 여성들 중에 비교 대상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따져보면 그녀는 LPGA 투어 역사상 3번째로 어린 나이에 LPGA 투어에서 우승한 여성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대 우승 상금의 메이저대회인 맥도날드에서는 최연소이다. 롯데리아도 아니고 맥도날드에서 말이다. 더우기 미 프로에 진출한지 6개월만에 세계 최고의 골퍼들을 제치고 최저타 대회 신기록을 세운 박세리의 우승은 된장의 우수성을 높이 알린 쾌거였다.

 그녀가 우승하는 날, 전세계 주요 스포츠 웹사이트는 전부 그녀의 우승 소식을 톱뉴스로 실었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웹사이트 ESPN뿐만 아니라, CBS, ABC, NBC, CNN, 워싱턴 포스트지 등 거의 모든 미국 유수 언론들도 일제히 그녀의 우승을 크게 취급했다. 88올림픽이후 최초로 우리나라가 세계의 뉴스거리가 된 것이다.

"여자 타이거 우즈"라는 표현은 결코 우리 언론이 만들어 낸 과장이 아니다. 미국 언론들이 직접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수천만달러의 광고계약을 맺으며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골퍼가 된 타이거우즈와 직접 비교하고 있는 미국언론의 반응을 보더라도 그녀가 얼마나 큰 일을 해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골프라면 배나온 사장님들이 어설픈 폼으로 삽질하고, 캐디가 코먹은 소리로 "사장니~이임~~나이스 사~얏~!"하는 배부른 놈들 잡기로 치부하는 우리나라이기에 오히려 우리는 세리팍의 쾌거를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테니스의 그랜드 슬램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윕블던에서 동양인 최초이자 윔블던 역사상 최연소로 그것도 한세트도 내주지 않고 우승한 정도의 쾌거라고 할까.

프랑스 오픈에서 최연소로 우승했던 마이클 창이 얼마나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로 컸으며 그의 상품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생각해보라. 마이클 창은 비록 중국계이지만 철저히 미국에서 미국시민으로 자란 미국인이었다. 그러나 박세리 선수는 그야말로 토종 한국인.

더구나 우승 소감을 영어가 아닌 자기 나라말로 한 것은 미국LPGA투어 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그녀는 당당했다.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상당히 발음이 훌륭했다. 문법에는 안 맞는 말이 좀 많더만... 뭐 어때... 영어배우러 간것도 아니고, 시간나면 성문기본영어 보라구 하지..모..

독자의 흥미를 제대로 긁어주는 본지는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우승 직후 기자들에게 둘러쌓여 한 즉석 영어 인터뷰 전문을, 인테넷 골프 전문 웹사이트 골프웹에서 단독 입수 중계한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전화했다는 부분을 눈여기 보기 바란다. 전두환이란 이름을 말하면서 골때리는 표현이 나온다. Interview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녀의 온 몸에 이따시만한게 박혀 있던 삼송 로고.. 모자 앞뒤, 웃도리,바지 가릴것없이 박아넣은 걸 보니 골프선수가 아니라 인간광고판같은 느낌이다. 박세리 키우고 돈 쌔려 부은건 칭찬할 만하다만, 본전 뽑을라고 벌이는 짓꺼리가 영 눈에 거슬린다.. 

 졸라 촌스럽다는 것이 패션계의 중론. 나이키가 그렇게 크게 로고를 박았디.. 아디다스가 그렇게 크게 박았디... 박세리 온 몸에 삼송 로고가 9군데나 박혀 있었다... 빤스에다는 안 박았는지 모르겠다. 많이 한다고 좋은거 아니다. 삼성이 박세리 물주노릇하고, 미리 찜해 논거 아니까 점잖게 놀아라..

하여간 이번 우승으로 삼송 이건히 회장은 너무 좋아 웃다가 입이 찢어지는 전치 2주 부상을 입고 가료중이라고 한다.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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