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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5.9.월요일
딴지총수

 

 

 

 

편집부 주

 

본 기사는 16년 전, 총수 이너뷰입니다.

 

한 대체불가능한 배우의 삶에 대한

해상도를 높이고

그 매력의 심도를 정밀히 알리고자

리바이벌 합니다.

 

16년 전 기사이기에

사진 및 영상을 죄다 복구하지 못한 점

(실시간 복구 중)

양해바라며,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수상을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

 

만세!

 

 

 

 

 

여배우 시리즈를 시작한다.

 

그 첫 번째로 윤여정을 만났다. 왜 윤여정인가. 그녀가 흔히 말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인지 아닌지, 본지 모른다. 사실 그건 관심도 없다. 본지 관심은 그녀가 대체가 불가능한 배우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녀는 그녀만 할 수 있는 걸 한다. 그리고 그걸 아주 잘 한다. 게다가 그녀가 잘하는 건, 흔히 사람들이 여배우에게서 보길 원하는 것과 다르다. 전혀.

 

어떻게 다른가. 만나보자.  

 
 

인터뷰는 지난 3월 26일 오후 두시, 평창동 가나아트 센터의 한 카페에서 이뤄졌다. 본지에선 총수와 시포, 곰돌이 피디가 출동했고 그녀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혼자 나왔다.




 
 
 

해가 제법 그럴 듯해 보여 북적대는 손님 없는 야외로 나갔으나 날은, 도로 일어서거나 아예 장소를 옮길 만큼은 아닌 정도로, 애매하게 서늘했다. 일단 담요를 가져다 주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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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추우실 거 같은데.. 전 별로 추위를 안타지만..
윤: 늙은 여자는 좀 추위를 타죠. 근데 나는 워낙 두껍게 껴 입구 다니니까, 내복도 입고 그래서 괜찮아요.

 

총: 추우시면 이거 덮으세요.
윤: 네. 근데 나는 녹음하는 거에 대해서 별로 신뢰를 갖고 있지는 않아(녹음기 꺼내는 걸 보며) 왜냐면, 언젠가 내가.. 내가 별로 인터뷰를 할 일이 없지, 그런데. 뭐지? 그.. 신동아야 분명히. 여성동아는 아냐. 신동아 그런 거 있죠?

 

총: 예, 있죠.
윤: 월간지.
총: 예, 월간지.

 

윤: 난 그게 교양지인 줄 알았어요.
총: 하하. 교양지죠. 자기 주장으로는.

 

윤: 아니에요. 아니에요, 내가 해보니까.
총: 하하하하, 해보니까..

 

윤: 내가.. 영화를 오랜만에 했더니.. 인터뷰가 시작이 됐는데.. 난 뭐 인기스타도 아닌 사람인데..
총: <바람난 가족> 하셨을 때요?

 

윤: 예. 근데 어떤 기자가 전화를 해 갖구 자기네가 뭐, 한국영화사를 빛낸 여배우 시리즈를 하는데.. 그래서 내가,

 
 

" 어후.. 나는 한국영화사를 빛내기까지는 않았다(웃음).. 내가 영화 편 수가 서너 개밖에 안되기 때문에.. 나는 또 영화인이 아니기 때문에.. 어머 아니다.. "

 

내가 그랬어요. 그랬더니.. 다시 또 전화가 오더니, 남잔데 어눌하게 말하는 게 내 맘에 들었어요. 늙으면 판단력이 흐려져.(웃음) 기자 같이 말하지 않고, 선생님이 안 하겠다는 이유가 단지 편 수 때문에 그러신다면 제임스 딘은 영화를 단 세 편하고 지금...

 

총: 으하하하
윤: 거기에 내가 갔어(웃음).
총: 제임스 딘에. 으하하하

 

윤: 어, 제임스 딘에(웃음) 그래 그럴 수도 있어.. 이래갖구 그래 그럼 합시다. 그래서 큭큭... 했더니 영화 평론하는 분이래나, 누구였지? EBS 나와서 말 잘하시던 여자평론가.. 심영섭씨?
총: 아, 예.

 

윤: 인터뷰할 땐 좋았어요. 아 근데 내가 그 기사 타이틀을 보고 기절을 했어. 내가 너무 기절을 해갖구..
총: 타이틀이 뭐였는데요?

 

윤: 내가 최인호한테 그랬어. 야 이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그랬더니, 최인호가 그러잖아. 야 너는 참 안됐다, 그거 월간 '잡지'가 된 지 오래 됐어.. 그래 내가 얘네들 혼내야 되지 않냐고 그랬더니, 혼낼 것도 없대. 최인호가 당한 건 더 끔찍하게 당했더라구. 자기는 황석영, 이문열에 대해서는 말한 적도 없대. 그런데 최인호가 본 황석영은 너무 큰 척 한다.. 내지는.. 그 문구가 지금 정확하지는 않은데..  

 

총: 그런 식의..

 

윤: 그런 식의 타이틀을 뽑았다는 거에요. 전화 안 한 이문열과 황석영한테 자기는 너무 감사했대. 자기 같으믄 전화 했을 거래. 너 셰키야 뭐야, 너 인터뷰 이따위로(웃음) ..

 

총: 하하하
윤: 그럴 정도로 뽑았다 이거야. 그러니까 니 타이틀은 아무 것도 아니니까, 흥분하지 말라고..
총: 그때 타이틀이 뭐였는데요?

 

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이것만은 하지 말자구. 뭐.. 조영남 만나 인생 끝내고.. 여배우로 다시 부활하다 인가? 아니 내가 이게.. 이혼한 지가 20년 된 여자를.. 내가 그런 얘길 한 것(도 아니고).. 영화사를 빛낸 여배우로 나를 추앙하신다는 분들이 어떻게 주간지 타이틀도 그렇게 뽑은 적이 없는데 그렇게 뽑아?

 

내가 너무 귀퉁이 막혀갖구 그랬더니, 괜찮대. 그거 전화 걸구 그러지 말래, 걔네들하구. 타이틀은 다시 데스크가 뽑는 거래메요? 그 기자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대. 걔네들이 또 부수 올릴라구 그런 거니까 어엿비 보아서 그만 두라고, 흥분하지 말라고 그러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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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딴지일보는 들어보셨죠?
윤: 그쵸. 한 번 들어봤어요, 난 진짜.
총: 임상수 감독한테?
윤: 네

 

총: 인터넷은 안 들어가 보셨겠고..
윤: 안 들어간 게 아니라 못 들어간다니까요, 신발 벗고..
총: 하하 신발..

 

윤: 우리 큰 아들이 서른 한 살 됐는데 걔가 고등학교 때니까, 한 십 오 년, 육 년 전 얘기인데.. 걔가 컴퓨터에 무슨 바이러스가 생겼나 보다고 그러길래.. 내가.. 어머, 엄마가 굉장히 깨끗이.. 윈덱스로 닦는데(웃음)..

 

총: (폭소) 으하하 윈덱스로 닦는데 하하하.. 저희가 여배우는 처음 인터뷰 하는 거에요.
윤: 진짜?
총: 네, 진짜로.

 

윤: 어머 그럼 영광이에요. 저번엔 나 제임스 딘에 녹았잖아. (웃음)
총: (웃음)첫 번째 인터뷰 하는 건데..

 

윤: 왜 여배우는 안 해요? 여배우들이 많이 하지들 않나? 왜 날 하려고 했어? 노배우를?
총: 이유는...

 

윤: 나에서부터 내려가 볼려구? 하하하
총: 예, 그렇죠. 정말. 그런데 왜 하필 윤여정부터 시작하느냐. 설명을 드리면, 그래야 지금 얘들이 무슨 생각으로 만나자고 했는지 아실 테니까.

 

윤: 나는 진짜 편견도 없고, 아무 것도 없어요. 모르니까.
총: 딴지일보가 비주류적인 매체에요.

 

윤: 아... 내가 비주류 같죠? 나는 알았어, 내가 비주류란 걸. 임상수 영화 망하는 걸 보고 내가, 그래 나는 확실한 비주류다.. 알았어.(웃음)

 

총: (웃음)윤여정은, 일류 마이너다..
윤: 아.. 또 그렇게까지 할 r 건 없구. 대체로 비주류들이 그런 위안을 갖고 살지요.(웃음)

 
 

여기까지 대화는 일사천리. 머뭇거림이 없다. 게다가 그 즉각적인 답변들엔 그 시점에서 딱 적절한 수위의 통찰까지 담겨 되돌아 왔다. 비주류들이 그런 위안을 갖고 산단다..

 

똑똑한 여자다.

 

총: 으하하.. 사실 자기는 메이저가 되고 싶은 데 그게 못 되어서, 짜투리로 남아 마이너가 된 사람, 하고 싶지 않은데 선택한 게 아니라 남은 게 그거 밖에 없어서.. 그렇게 마이너가 된 사람들이 있죠.

 

윤: 예, 그렇죠.
총: 마이너도 그렇게 여러 종류가 있는 건데..
윤: 난 어떤 종류인 거 같아요? 댁이 보기에는?

 

총: 패배주의적 마이너도 있고, 그냥 실력이 2류, 3류라 마이너가 된 사람도 있고, 메이저가 못 된 짝퉁이거나, 메이저의 여집합으로서의 마이너.. 뭐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런데 자발적으로 혹은 태생적으로 그런 정서를 타고 난..

 

윤: 나는 내가 보건대, 내가 선택한 거까지는 아니고.. 선천적인 데가 있는 거 같애.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치? 내가 또 안돼 갖고 그러는 거는 너무 비참하잖아?

 

총: 우하하
윤: 될라고 해봤는데 안돼 갖고 내가 비주류로 남아 있다..고 그러는 건 좀 비참해.. (웃음)

 

총: 여배우라는 게,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일정 정도 자기도취도 있고..
윤: 그럼요.

 

총: 자아도취가 있다 보니 현실감각을 상실하고.. 그래서 자신의 도취로 구축된 세계 속에서 살고, 공주처럼 살기도 하고, 공주는 아니어도 현실하고 먼 세계에서 사는데, 그.. 자아도취 없는 여배우 계보의 효시다.. 좋아하실지 안 좋아하실지 모르겠지만. 자아도취가 없으니 현실감각이 항상 있고.. 그러다 보니 당대의 시대감각과 함께 간다.. 그래서 젊은 감독들이 좋아한다..

 

윤: 현실감각이 있는 사람이 컴퓨터 바이러스 갖고... 하하하

 

총: 근데, 많은 여배우들이 자아도취가 있는데.. 그래야 연기가 되나 봐요?
윤: 그렇죠.

 

총: 그러다 보니 점점 현실하고 상관없는 세계에 가 있죠. 그런데 윤여정이란 배우는 현실감각을 유지하다 보니 당대의 시대성하고 공조된다.. 공시성을 유지한다. 그러니까 언제나, 요즘 사람 같은 건데.. 그래서 리얼하기도 하고, 도회적이기도 하고, 일상의 느낌도 들고..

 

그러니까 최근까지 대부분의 여배우는, 퉁쳐서 말하면, 식모 아니면 공주였단 말이죠. 식모조차도 자기는 공주가 되고 싶었는데 공주 외모가 아니었기에, 혹은 방송에서 자기를 공주로 안 써주기 때문에 식모가 된 건데.. 그런 게 2류 3류인 거죠. 그런데 윤여정은 애초부터 공주가 되고자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 붙이길 1류 마이너다...

 

윤: 땡큐. (웃음)
총: 그런 여배우로 우리나라에서 효시다. 인터뷰 하는 이유죠.

 

윤: 아..
총: 그래서 저희가 윤여정을 효시로 하는 일류 마이너 배우 시리즈를 하려고 하는데.. 윤여정 이후에 누가 있는 지는 아직 못 찾았어요, 사실은. 하하

 

윤: 나도 그래서 그거 물어 볼려구 그랬는데.. 그 담에 뽑힌 사람 봐 갖구 내가 당신네 평가를 좀...

 

총: 으허허. 찾아봤는데 사실 거의 없더군요. 저 친구가 어려서 그렇지 조금 성장하면, 생활하고 부대끼기도 하고, 자기 객관화도 되고 그러다 보면 그렇게 되겠지 싶은 사람이 전혀 없는 건 아니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우선 효시 하나 해놓고 나중에 보자 이렇게 된 겁니다. 취지는 그러하고..(웃음)

 

윤: 예. 좀 장황했지만 알아들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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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인터넷을 전혀 안 하시니 소개 드리자면 저흰 사건 가지고 인터뷰 하지는 않고, 사람 가지고만 인터뷰를 해요. 그래서 옛날 얘기도 하고. 도대체 이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이런 얘기들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조영남씨와의 이혼과 같은 '사건'엔 관심이 없어요. 단, 그것이 삶에 영향을 미치기는 했겠죠..

 

윤: 나 사는데 영향은 미쳤지. 그런데 타이틀로 뽑을 정도로는...

 

총: 그런 영향엔 관심 있구요. 그 결혼과 이혼이 나중에 배우 윤여정에 영향을 미친 부분들.. 예를 들어서 결혼해 미국 가느라 한 13년 동안 연기를 안 하셨잖아요..

 

윤: 예, 그렇죠. 밥하고 빨래하고.
총: 그때의 '생활인' 윤여정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배우 윤여정이 있다 싶은데..

 

윤: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주위 사람들은 너는 여기 있었으면.. 니가 뭐가 아쉬워서.. 있었으면 뭘 했을 텐데.. 가장 인기 있을 때 가 갖고 넌 뭐냐.. 막 이러는데.. 글쎄.. 긴 내 배우 여정에서 볼 적에, 거기 살았던 게 내가 자아도취를 안 하는 거에 도움이 많이 된 거 같았어요.

 

총: 그러니까 배우라는 직업하고 자기하고 거리가 만들어져 멀리서 자기를 볼 수 있는 그런 기간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에는 없는 배우 유형이 태어났다.. 라고 보는데.. 그럼 이제부터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훌륭한 분들은 얘기 한참 듣다 보면 대부분 우연히 그 일을 시작했더라구요? 배우가 되기 전에 배우가 된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어요?

 

윤: 난 우연히는 아니고 딴에 머리를 쓴 거였어요. (웃음) 왜냐면 내가 이화여고를 다녔는데, 우리 엄마는 내가 의사가 되기를 원했는데..

 

총: 공부를 잘 하셨군요.

 

윤: 아니, 공부를 점점 못하게 됐어. 첨에는 잘했는데요, 중학교 때까지는 잘했는데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내가 지금 생각해 보건대, 그때가 틴에이저 때라서 인생의 고민이 시작된 거 같애. 근데 그땐 우리나라 의학이 그렇게 발달이 안 됐어. 내가 미국 가서 보고 알았는데, 하여간 내가 위궤양이 시작이 된 거에요.

 

총: 예민해서?

 

윤: 그랬을 거야, 아마. 지금도 나는 일을 하려고 하거나 그러면은 위염이 생기거든요? 물도 못 삼키고 토할 거 같이 돼 가지구, 병원에 실려가고 그러는데. 그런 거를, 그때 우리나라에서는 위궤양은 술 먹는 늙은 남자한테만 생기는 병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제가 고 1 때부터 그 병이 생겼어. 밥을 못 먹구 위경련이 일어나고 그러는데,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내시경도 없었어요. 내가 고3때 내시경이 처음 들어와 했어요.

 

그게 몇 십 년 전이죠? 내가 지금 쉰 아홉 살이니까 한 40년도 더 전이다, 그쵸? 그러니까 그때는 우리나라가 그랬어. 지금 우리나라 무지 발전한 나라에요, 정말.. 하여간 그래서 우리 엄마가 뭐까지 했냐면, 양약방 다 다니다 안 되면, 왜 이상한 이름 모를 산에서 하는 무슨.. (웃음)

 

총: 민간요법.

 

윤: 예, 민간요법을 하고 그렇게.. 그러면서 성적은 점점 떨어지죠. 학교를 못 가니까. 내가 굉장히 모범적인, 이름 없는 그냥.. 그때 이화여고에서는 이름 나려면, 대단했어야 이름 나지. 무슨.. 정경화, 김남현 이런 애들은 나보다 한 학년 아래지만 그런 애들이 판치는 덴데 내가 뭐 유명했겠어, 부잣집 딸도 아니구.

 

총: 그때 이화여고는 시험 봐서 들어가던 시절이었으니까..

 

윤: 그렇죠. 대단한 명문 시절이죠. 이화여고를 들어가면, 어느 학교를 가느냐에 따라서 쟤가 이화여고에서 몇 등 한다는 레테르가 붙을 정도로. 내가 고민이 어디서부터 시작 됐냐면, 성적은 막 떨어지는 데 내가 갈 수 있는 과가, 이화대학교 자수과.

 

총: 자수과, 으하하

 

윤: 아니면 정외과. 그때 정외과가 아주 바닥이었을 때에요. 아니면 기독교학과에요. 그런데 내가 그렇게 되면.. 그땐 그게 왜 그렇게 목숨보다 중요했는지.. 애들이 다 내가 학교에서 몇 등 했는지 알 거 같은 거야..

 

총: 으하하하

 

윤: 윤여정이가 몇 등 했는지 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쟤네들이 내가 사백 몇 등 이렇게 하는 거를...

 

총: 우하하하

 

윤: 근데 그땐 그게 나한테 목숨 걸고 중요한 일였어요, 성적이.
총: 자존심과 이꼬르.

 

윤: 예. 그래도 그때 이화여고가 참 좋은 학교였어요. 정말 인본주의적인 학교였었어. 지금 생각하니까 아이들의 인권을 참 중시하는.. 학교를 안 갔다구 해서 먼저 번 시험의 70% 씩을 줘요. 그러니까 생각을 해봐요, 성적이 어떻게 되나. 70%의 70%.. 점점 떨어져 갖구 내가 낙제를 하게 됐어요. 그랬는데 우리 선명학 교장 선생님이, 여자애를 낙제 시키면 나중에 시집 가는데 지장이 있다고. (웃음) 그래서 그냥 올려주는..

 

그래갖구 학교도 너 가고 싶은 데 가라.. 학교도 우리는 가고 싶은 데 못 가. 왜냐면 서울대학 몇 명, 이화대학 몇 명, 연대 몇 명.. 학교 명예와 상관 있는 건데.. 그때서부터 내가 알았지, 학교를, 내가 가고 싶은 학교를 못 간다는 거. 그래서 그때 막 연구했어요, 내가. 우리 엄마한테는 내가 스타에요.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 하는. 국민학교 때 공부 잘 못하는 애가 어디 있겠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

 

총: 으흐흐

 

윤: 하하 그래갖구 우리 엄마가.. 아부지가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내가 큰 희망이었던 거야. 자기가 못한 의대공부를 나한테 시켜야 된다.. 그래 우리 엄마에게는 스타인 내가 그 기대를 충족 시켜줘야겠고, 그러니까 내 딴에는 머리를 막 쓴 거죠. 그때 신종 직업이 TV 탤런트였어요. 나 고등학교 3학년 때 즈음인가 TBC가 오픈을 했나 그럴 거에요. 그때 이순재 선생님, 김동건씨, 오현경씨 그런 사람들이 대학을 나오고..

 

총: 그때 탤런트가 엘리트들이 하는 거였죠.

 

윤: 네.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저걸 하면 좀..(웃음) 돈도 벌고, 원하는 학교 못 갈 바에는 우리 엄마한테 실망 주면 안될 거 같더라구. 제가 아이디어를 짜낸 거였죠. 저걸 해보리라.. 그리고 한양대학교 국문과를 가게 됐는데.. 근데 도저히 못 다니겠는 거야. 왜냐면 그 시절 이화여고를 나와서 한양대학을 간 사람은 없었어요. 딱 한 명 있었어.

 

총: 하하, 그 시절에는?

 

윤: 그 시절에는. 나와 XX이라고. 난 XX이라는 애를 잊어버리지를 않아. XX이는 진짜 내가 이 말을 하면 나를 죽이겠지만, 걘 이화여고가 낳은 깡패야. 아하하..

 

총: (박장대소) 으하하하

 

윤: 나는 깡패도 아닌 애가, 걔와 같이 한양대학을 다니니까 거기를 올라갈 적마다 내가 미치겠는거야. 근데 또, 나 어렸을 때 알던 경기고등학교 다니던 애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걔네들 또 다 서울공대 쳐서 떨어진 애들, 한양공대 와 있는 거야.

 

총: 그걸 보기 괴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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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아니, 입구에서 극장 가자 그래 갖구 하하(웃음) 학교는 안 가. 올라갈 수가 없어. (웃음) 그랬는데, 박목월 선생님이 우리 주임 선생님이셨어요. 난 지금도 가끔 박목월 선생님 생각하면.. 아, 배우 되고 나서 만나긴 만났어. 괜찮다구, 그거 열심히 해라.. 나를 보고 수필을 매일 하나씩 써오라구 그랬어요. 내가 뭘 써서 냈는데 나를 부르더니. 글을 쓰자고.. 매일 써서 내면 선생님이 봐 주시겠다고..

 

그런데 마침 방송국 구경 갔다가 홍두표씨가, 나중에 사장님이 되신 분이, 나를 예쁘게 봐 가지구 쟤를 불러다가 김동건씨가 - 김동건씨는 기억도 안 난대, 김동건씨가 잘 나갈 때죠 - "자 선물 갖고 오세요" 그러면 선물 갖다 주는 사람이었요 제가. (웃음)

 

총: 진행 도우미?

 

윤: 어, 그거 했어(웃음). 근데 뭐 돈도 주고 괜찮더라구. 그런데 거기서 탤런트 시험을 보라고 그러더라구요,

 

총: 누가요?

 

윤: 아니 시험을 봐야지 된다고 그러더라구, 탤런트가 되려면. 그런데 시험을 보면 안될 거 같더라구. 챙피한 거 같더라구. 그런데 시험을 봐야 탤런트가 된대. 그래서 봤어요. 봤는데, 너무 재밌는 거는, 그때 한양대학에 연극영화과가 있었으니까 그 애들이 시험을 보러 왔단 말이에요.

 

그런데 걔네들이 다 떨어지고 내가 붙었으니까, 한양대학에서는 내가 연극영화과 학생인 줄 알았다잖아. 그래서 막 연극영화과에서 찾았다잖아. 하하.. 그렇게 배우 한 거에요. 우리 아들들이 물어봐, 왜 배우 했느냐고. 내가 그래, 벤쳐야 어드벤쳐. (웃음) 엄마가 일찍 밴쳐를 시작한 거야.. 하하

 

총: 으하하

 

윤: 아니, 정말 내 딴에는 그랬던 거에요.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되려고 하는, 그런 거는 없었어요.

 

총: 냉정하게 말하자면 일종의 열등감을 해결할 통로를 찾았는데..
윤: 그런 건가? 그런 거일 수도 있고, 그렇죠, 나는 우리 엄마를 만족시키려는 방편이다 그랬는데..

 

총: 또 한편으로는 어머님 눈에 보이기에 그럴 듯한 모습으로..
윤: 어어. 근데 나는 그게 제일 컸던 거 같아요.

 

총: 그래서.. 배우를.. 67년도던가요?
윤: 66년도인가? 아무튼 대학교 1학년 때인가 시험을 봤던 거 같아요. 66인지 67인지는 잘 모르겠어.

 

총: TBC 탤런트 3기?
윤: 예, 3기에요.

 

총: 그러다 71년도에 MBC로 가셨다면서요?
윤: 예, 김지영하고 싸워 갖구. (웃음)

 

총: 왜?

 

윤: 최상현 선생님이라고 날 이뻐하는 피디가 있었어요. 나를 탤런트 시험을 보라고 권유했던. 지금 은퇴하셨어요. 아주 멋있는 젠틀맨이 있었는데, 배우 출신의. 고려대학교 연극부 출신이야. 그런데 저한테 주인공을 주시려고 이제, 임희재 선생님하고 얘기를 다 해놔서 니가 주인공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바뀐 거에요. 김지영이란 사람이 틀어 갖구. 그래서 내가 김지영한테 막 덤볐어요. 어린 애가 덤비니까, 그 사람이 부장이었는데, 거기서 살아남을 수가 없게 되어서.. 최상현 선생님이, 그러면 MBC로 가라 그래갖구 MBC에 가게 됐었죠.

 

총: 그러고 나서 많이 거론되는 게 <화녀>더라구요.
윤: 네, MBC로 가게 되어서.. 아, <화녀>를 먼저 했죠.

 

총: <화녀>에 대해서는 제가 보지를 못했으니까. 아마 TV로 봤겠지만 기억이 안나니까..

 

윤: TV로도 그게 안 했을 거에요.
총: 안 했나요?

 

윤: 왜냐하면, 김기영 감독이야말로 비주류 감독이잖아요. 그 필름이, 아.. 자기가 제작을 했지만 어떤 영화사가 있었어야 했어요. 우진필름이라고 정진우 감독의 영화사를 빌려서 했는데, 그 우진필름이 불이 났대요. 그래서 그 필름이 탔대요. 나도 가지고 있는 거는 영화제에 나간 거를, 저쪽 스페인, 불란서 쪽 나간 거를 어떤 팬이 비디오로 만들어서 나를 줬어요. 그래서 아마 이거는 (티비 방영을) 하지를 못했을 거에요.

 

총: 제가 시놉을 보니까, 시골 처녀가 어느 작곡가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서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하면서 점점 미쳐서 집안을 파국으로 이끌어 간다.. (웃음) 이런 내용인데 이게 70년대에 나올 내용이 아니잖습니까?

 

윤: 음.. 그게 김기영 감독이 먼저 했던 거에요. <하녀>라고 해서 사실은 그 전에.

 

총: <하녀>요?

 

윤: 네, <하녀>에는 이윤심씨라고, 그 여자도 참 마이너 배우죠. 그런데 내 생각엔 정말 매력 있는 배우였어요. 이성구 감독 부인. 아마 지금은 이민을 가셔서 살 거에요. 그런데 <하녀>를 해갖구 그 담에.. 그거는 흥행을 별로 못하신 모양이에요. 그런데 <화녀>는 흥행이 됐어요. 김기영 감독이 이걸로 다시 살아나셨어요. 그 때 왜 그게 유명했냐면, 그 분의 작품 세계가 굉장히 독특해요. 70년대의 신분 상승. 시골에서 올라와서 신분 상승.. 그런데 그런 영화가 흥행이 되기는 좀 그때 힘들었는데 어떻게 굉장히 흥행이 됐어요.

 

김기영 감독이 - 임상수는 싫어하는 거 같더라구요, 그렇게 말하면 - 임상수하고 비슷한 데가 많아요. 왜 어떤 감독들은, 인생을 보는 거가 사람들마다 (손짓과 함께)이렇게 보는 사람이 있고.. 그런데 그 사람은 인생을 이렇게 봐. (손을 벌려) 이렇게 된 데 요기를 봐, 김기영 감독은. 그러니까 굉장히 익스트림 하죠. 모든 상황이 쎄고, 그.. 막.. 뭐라고 그러나..

 

총: 감정의 극단적인 부분..

 

윤: 네, 극단적인.. 난 또 그게 왜 생각이 안 나는 거야. 늙으면 다 나 같이 생각이 잘 안 나더라구. 나의 무식함과는 상관이 없수. 하하..

 

총: 으허허
윤: 하하하. 빡빡 생각이 안나요, 단어가. 하여간 극단적이에요.

 

총: 그리고 또 거론되는 것이 <장희빈>인데요. 그때 장희빈에, 시청자에 의해 선발됐다고 하던데.. 그게 무슨 의미에요?

 

윤: 그때 텔레비전이라는 게 참 우스워. 장희빈을 한다, 그런데 여러분 생각에는 누가 하는 게 좋겠느냐 해서 시청자들한테 엽서 같은 걸 받아요. 그래서 엽서를 뽑아서 제일 많이 나온 사람 해갖구 그 엽서 당첨된 사람한테 텔레비전 한 대를 줬던가 해서 말하자면 이벤트를 한 거죠.

 

총: 그때 사람들이 왜 윤여정을 장희빈으로 뽑은 겁니까?
윤: 그건 나도 모르죠.
총: 66년에 데뷔를 하시고 나서 <장희빈>까지 작품이 많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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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없었어요. 많이 없었어요. 66년에 데뷔해서 67년에 또 그만 뒀었어요. 왜냐하면, 아휴 여배우의 길은 험난해요 아무튼. 그때는 어떻게 했냐면 10명을 뽑아요. TBC에는 전속이라는 게 있었는데 뽑은 10명에서 3명을 다시 뽑아요. 10명을 석 달 훈련을 시켜 가지구 3명을 간추려. 그래서 전속을 해. 전속이라는 건 뭐냐면 자기네가 월급을 주고 자기네 소속이 되는 거죠.

 

총: 딴 데 가지 말라고.

 

윤: 갈 데도 없어요. 아, KBS가 있었구나. 근데 거기서 떨어졌었어요, 내가. 근데 또 떨어지는 이유를 발표를 해요. 얼마나 무지몽매한 지 몰라. 윤여정 - 내가 잊어버리지도 않아 - 인사를 너무 안하고 아직 인격수양이 덜 되어 있다..

 

총: 으하하하하(일동 뒤집어짐)
윤: 그걸 발표를 해요, 또. 재미있는 세상에 살았었다우, 우리는.

 

총: 인사를 안 한다, 으하하하
윤: 인사를 잘 안 해서 인격수양이 아직 덜 되어 있다, 배우로서.. 인격수양 더 해 가지구 와라. 그래서 떨어져서 학교로 도로 갔어요.

 

총: 그러니까 10명에는 뽑혔는데 3명 전속에는 안 됐고..
윤: 예, 안됐죠.

 

총: 그럼 나머지 7명은 어떻게 되는 거에요?

 

윤: 다 고만뒀나 봐. 근데 오히려 그때 세 명 뽑혔던 애들은 지금 없어, 하나도. 우리 기에서 살아남은 게 나 밖에 없나봐..

 

총: 아, TBC 3기 중에는?
윤: 어, TBC 3기 중에서.

 

총: 너는 전속이 아냐.. 그러고 나서 1년?

 

윤: 아, 그런데 최상현 선생님이라는 분이 전화가 왔어요, 뭐 하냐구. 그래서 학교 다닌다구 그랬더니.. 1년인지 6개월인지 모르겠어. 어렸을 때는 5개월, 6개월이 굉장히 길더라구. 지금 늙어서 생각해보니까 역사가 막 5개월, 6개월 사이에 일어난 거 였어요.

 

그게 몇 년이 아니야, 젊었을 때는. 지금은 별루 5개월 6개월에 일어나는 일이 없그덩?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고 그러는데..(웃음) 그때는 6개월 사이 역사가 일어났어. 어렸을 때 나한테는 굉장히 긴 시간이었던 거 같애..  

 

총: 아무 일 없이 학교 다니니까?

 

윤: 어. 전화가 와서 뭐 하냐길래 아무 것도 안 해요.. 그러니까 선생님 잠깐 보지 않겠느냐고 해서 만났어요. 만났는데, 오영진씨라고 소설가가 있으시죠, 오영진씨의 작품을.. 옛날의 텔레비전은 대단한 소설가들의 작품을 각색해서 많이 했죠. 그래서 815 특집을 하는데, 재일교포 2세가 거기서 잘 적응을 못하고 핍박 받고 그래서 애가 막 이상한 애.. 부모한테 반항하고 하는 반항아 역이었어요. 허장강 선생님이 아버지였고..

 

그래서 그걸 하라고 해서, 했어요. 그거 했는데 막 잘 했다고 하더라구요. 뭘 잘 했나 봐, 아무튼 간에. 그 담 날 갔는데 선배들이 막.. 나옥주씨라는 분이 우리 때 최고 선배셨어요. 결혼해 갖구 재벌집 사모님이 되셨죠. 그러구 뭐 다 막.. 이순재 선생님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잘했다고 그러더라 구요. 그때가 아마 텔레비전에서는 반항아 그런 건 안 할 때였던 거 같아요.

 

총: 처음부터 마이너 정서의 연기를..
윤: 그러게, 지금 말하다 보니 그렇네.

 

총: 장희빈도 사실 마이너 정서의 왕비죠. (웃음).
윤: 그쵸..

 

총: 성덕여왕은 아니죠.

 

윤: 아니지요. 그런데 이거는 동료배우들한테, 같은 작업하는 사람들한테 (어필)됐던 거구, 일반 시청자들한테 시선을 받았던 거는, 지금 생각하니까 진짜 마이너인데, <백바지 클럽>이라는 거를 했어요, 제가.

 

총: 백바지 클럽.. 백바지, 하얀 바지..?

 

윤: 예. <수사반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때 이슈가 됐던 사건을 다루는 걸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때 어린 아이들이, 말하자면 고등학생 여자애들이 백바지 클럽을 조직해가지구 깡패짓 하는 거였어요.

 

총: 칠공주 같은..
윤: 예, 그런 거였어요. 그래서 내가 백바지 클럽의 두목이었었나봐. 아하하하

 

총: (폭소) 으하하하 백바지 클럽 두목..

 

윤: 그래갖구 그게 굉장히.. 처음으로 시청자들한테 시선을 받은 거였어요.
총: 그러니까 처음부터 사실은 마이너한 정서를 연기할 때 가장 주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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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말하다 보니까 그렇네. 자기네가 제목을 아주 잘 뽑았다는 거를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하네?

 

총: 하하.. 처음부터 마이너 정서로 호응을 얻으셨군요.

 

윤: 글쎄 지금 말하다 보니 그런 거 같애. 근데.. 인생이란 게 그래요. 여기다가 맞추면 이거고, 저기다가 맞추면 저기일 거 같고..

 
 

분위기상 그냥 그렇다고 대충 맞장구 쳐 주고 넘어가기 십상인 대목인데, 굳이 인생은 어떻게 해석하느냐 나름이라고 짧게 토를 단다. 그녀는 모르면서 아는 척 하진 않는다. 하지만 나름의 생각이 있음, 상대 비위를 맞춰 뭉개기 보단, 자신 의사를 밝혀둔다. 

 

윤: 저 여자들 진짜 안 간다, 그지?(실내에 있던 사람들 보며. 추위에.)
총: 으허허.. <충녀>. <충녀>도 하셨는데 어떤 거죠? 자료가 별로 없더라구요.

 

윤: 아, 그거는요, 김기영 감독님의 다음 작품이었죠, <화녀> 다음의. 호스테스 여자아이인데, 집안을 먹여 살리는 호스테스 여자아이가 어떤 남자, 성불구인-부인하고 섹스가 안 되는 그런 남자한테 빠 마담이 나를 상납을 해요. 그러면 그 남자가 자기 부인하고는 안 되는데 이 여자 아이하고는 섹스가 되나봐. 근데 나는 그때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를 때였지..(웃음)

 

총: <충녀>, 이 '충'자는 무슨 뜻입니까?
윤: '벌레 충'자. 그 집을 벌레 먹는.. 하하하

 

총: (테이블까지 치며 박장대소) 우하하하.. 충녀여서 이게 무슨 자인가..
윤: 무슨 충자인가, 충동적인 여자인가 그랬어.. 하하

 

총: 그러니까요, 하하 충성 충인가 하하, 역사물인가 그랬더니, 흐허허
윤: 응,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김기영씨가. 굉장히 앞서가는 사람이었죠.

 

총: <바람난 가족>의 원형 같은 느낌이 있네요.

 

윤: 그러니까 임상수가.. 나는 임상수 처음 만나서 아, 걔가 연출하는 거랑 연기 지도할 때랑 보면 굉장히 비슷할 때가 많더라구. 그런데 본인은 싫어하더라고. 봉준호나 다른 감독들은 굉장히 좋아하더라구요, 김기영 감독을.

 

총: 당대의 마이너 감독이었고..

 

윤: 어, 굉장히 막.. 그리고 봉준호는 나 진짜 놀랬어. 내가 <화녀>에서 한 모든 연기를 흉내를 내요. 봉준호 감독이. 그렇게 많이 봤더라구.

 

총: 우리나라 감독들한테 지대한 영향을 준 사람이죠.

 

윤: 예예, 그렇죠.

 

총: 그리고 나서는 뚝 끊어진 거죠?
윤: 뚝 끊어진 게 아니고 그러고 나서 나는 미국에 갔어요.

 

총: 그러니까요, 연기가 뚝 끊어진 거죠.
윤: 예예.

 

총: 칠십 몇 년도에?
윤: 72년도에 미국 갔어요. 72년 12월 26일날인가 25일날 갔어요.
 




 
 


총: 그러면 두 가지만 여쭤보자면, 어떻게 만나신 거에요? (조영남을)

 

윤: 내가 놀 적에, 말하자면. 학교로 돌아갔을 적에 그래도 방송국에서 석 달을 다녔기 때문에 만났던 사람들이 있었잖아요. 옛날에는 쇼 파트, 교양부 이런 게 한 사무실에 있어요. 좁고, 다 알아요. 드라마 피디랑 쇼 피디랑. 거기 쇼 피디 중에 이백천씨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아주 유니크한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이 늘 이벤트가 많은 사람이에요.

 

그 당시에 '쎄시봉'이라는 음악감상실에서 대학생의 밤인가 뭐 이런 걸 하는데 나 보고 한 번 구경 가자고 했었어요. 그래서 거기 구경간 적이 있었는데.. 근데 거기에서 윤형주, 송창식, 걔.. C모 가수, 홍대 다니던 이상벽이가 엠씨를 하고 그러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 토요일마다 하던가? 거기서 봤어요.

 

총: 김민기씨는..

 

윤: 민기는 나중에 봤죠. 민기는 나중에 합류를 했죠. 이백천씨가 가수를 발굴하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으셨죠.

 

총: 제가 그, 조영남씨한테 들은 이야기로는 군대를 갔다고, 만나다가..

 

윤: 아, 군대 가기 전에는 만나지 않았구요, 걔(조영남)는 딴 애하고 애인이었어요. 가수 XXX라고 내 이화여고 한 학년 후배. 그 시절 걔네가 엘리트 가수들이었지. C모 가수(조영남), 윤형주 이런 애들이 다 대학생 출신의.. 연대 출신의 어떤 여가수가 있었어요. 연대 재학 중에, 이화여고 나왔고. 근데 걔는 노래는 못하고 - 그러니까 고만뒀지 - 연대 다닌다.. 이화여고 나왔다.. 예쁘장하게 생겼다.. 노래 쫌 한다 해 갖고 한 시절 그랬던...

 

XXX하구 걔하구 아마 데이트를 했어요. 그러구 군대를 갔죠. 걔가 무슨 사건을 저질러 갖구. 늘 사건을 저지르시는 분이니까. 와우아파트인가 뭔가 그래서 군대를 끌려갔을 거야. 다음 날로 바로 끌려갔을 거야. 그러는 바람에.. 그러더니 XXX가 나보고 위문 가자고 그러고.. 그래서 너나 가라고 그러고 나는 안 가고 그랬는데.. 그니까 걔가 나쁜 놈인 게 (휴가) 나와 갖구, 돈이 없잖아, 군대 있으니까. 그리고 가수하던 애가 군대 갔으니 깝깝했겠죠. 지가 돈 벌던 애가. 돈 주는 여자애가 나밖에 없었대요.

 

총: 군대 면회 와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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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아니 면회가 아니라 시내에 나오면 용돈이라도 해라 하고 주는 애가. 아, 걔랑 나랑 사건이 또 있었어, 가까워지게 된 데는. XXX가 그때 미국을 갔나 그랬을 거에요. 집이 다 이민을 가게 됐기 때문에. 그랬는데, 걔가  휴가를 나왔을 땐 가 봐. 내가 언제든지 문명의 이기를 잘못 이용해 갖구 망신을 당해. 걔가 우리 집에 왔어. 그때 우리 집에 잘들 왔었어요. 윤형주, 송창식, 나, 이장희, 걔 C모 가수. 뭐 맨날 얽혀 다녔으니까.

 

그래서 걔가 우리 집에 왔었는데 이종환이라는 사람이 하는 '한 밤의 음악편지'에 그 날이 윤형주인가 송창식이 나가는 날이었나 봐요. 그런데 나한테 전화를 건다고 그랬대.. 나는 그 날 밤을 새고 촬영을 하고 와서 비몽사몽간이라 그런 말 들은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한데.. 하여간 전화가 왔어요. 내가 받았어.

 

그때만 해도 전화하면 라디오로 들어야지 직접 전화로는 안 들려요. 그런데 그때 내 포터블 라디오가 잘 안 들렸어. 사람들이 그 담 날 내가 가니까 나더러 너 술 먹었지 그러는데, 그거가 아니구 그때 라디오가 잘 안 들렸던 거야. 라디오가 들렸으면 그게 생방송 중에 나한테 전화한 건 줄 알았을텐데.. 그런데 저쪽에서는 생방송 중이니까 점잖게 윤여정씨 뭐 어쩌구 댁에 전화를 겁니다 그랬을 거 아니에요. 형주가 전화를 걸었는데 내가, "어 그래 나야, 왜? 여기 조영남 나와 있다 바꿔줄게.."

 

총: 으하하하하

 

윤: 바꿔줬어. 그런데 걔가 술을 먹구 있다가 거기다 대고, 형주야 형주야! 나는 너.. (웃음)

 

총: 생방송 라디오에다 대고..
윤: 거기에 대구요.. 우리는 모른 거지.

 

총: 생방송 라디오인 줄 모르고..
윤: 네. 한밤의 음악 편지가 발카닥 뒤집어졌지요.

 

총: 으허허허

 

윤: 그 담 날 사건이 일어났죠. 이종환이 밤새껏 사과했대나 봐요. 조영남씨가 특별휴가를 나와서 우리가 다 같이 윤여정씨 집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다 이러면서 사과방송을 한 시까지 했대요. 난 아무 것도 모르고. 다음 날인가 즈음, 문화방송 딱 들어가는데 수위서부터 나를 보는 눈이 이상해. 그 시절에 남자가 남의 집에 그렇게 밤 12시 넘어서 있으면 그건 동거야. 그러니까 그 사건으로, 내 생각에는 XXX라는 아이가 오해를 하게 됐나봐.

 

총: 그래서 저쪽이 깨졌고..

 

윤: 깨졌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XXX는 미국 가 있으니까.. 걔가 군대에서 나오면은 나를 만나러 왔을 거 아냐. 돈도 주고 그러니까. 나는 그 때 돈을 잘 벌 때니까. 그래서 오해를 해서 깨졌는지.. 하여간 그렇게 돼서 나랑 가까워졌나 그랬을 거에요.

 

총: 그리고 그 사건 이후로 사람들이 기정사실화 하고..
윤: 예, 막 그렇게 되갖구..

 
 

이 즈음 이르러선 그녀 얼굴이 파랬다. 추워서. 자리가 나면 들어가려 계속 기다렸으나 이 대목에서 포기하고 아예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옆 건물의 카페로 갔다.

 

윤: 거기가 얼마나 추웠는지 내가 담배도 피우고 싶지 않더라. 빨리 시켜, 뭣들. 시켜요. 시켜줘야 여기서 좋아해.. (자리를 옮기가 화색이 돌았다.)

 

윤: 인터넷이라면 도대체.. 들어가면서 누가 돈을 내고 보는 거유, 그 신문을? 그것도 보려면 돈 내고 보는 거 아니에요? 인터넷도?
총: 아니요.

 

윤: 아니에요? 그냥 보는 거야?
총: 예.

 

윤: 그럼 돈을 어디서 버냐구. 나는 그게 걱정이야.
총: 광고도 하고..

 

윤: 으응.. 이 사람들도 마이너구만. 내가 사줄게요, 그러면은.
총: 으하하하

 

윤: 나는 굉장히 생활력이 강한 여자기 때문에.. 하하(웨이터 들어오고 피디가 헤이즐넛 주문하자..)

 

윤: 아니 헤이즐넛, 지금 촌스럽게 헤이즐넛을 먹는대.. (일동 폭소)

 

윤: 지방 가면 많어, 그거. 지방 가서 커피 좀 달라고 하면 헤이즐넛 나오는데 미치겠어.. (일동 웃음) 콧물이 다 나네. 아우 아주 콧물 나서 담배도 못 피웠어. 추워서.

 

총: 말씀 하시지.
윤: 아니, 나는 계속 봤지, 안을. 저 아줌마들이 빨리 가면.. 그런데 아줌마들이 안 가지. 그 사람들 안가.

 

총: 하하
윤: 우리 동창 애들도 만나면 안가.

 

총: (웃음) 미국 어디로 가셨지요?

 

윤: 첨에는요, 많이 돌아다녔죠. 첨에는 제가 무슨 종교영화사.. 나는 영화를 찍으러 간 거였어요. 그런데 얼마나 재밌어, 영화를 찍으러 갔는데 영화를 못 찍었잖아, 영어를 못해 갖구. (웃음)

 

총: 으하하 영어를 못해 가지구..

 

윤: 걔는, C모 가수는 그때 빌리 그레이엄 크루세이드를 여기서 했는데 빌리 그레이엄 부흥대회라고 그래, 뭐라고 그래? 전도대회라고 그래? 그런 걸 했는데..

 

총: C모 가수, 계속. 하하하

 
 

그녀는 단 한 번도 조영남이라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C모 가수 혹은 걔.

 

윤: 어. 근데 거기서 초청가수였는데, 그쪽에서 (미국으로) 초청을 했어요. 빌리 그레이엄이라는 사람은, 미국은 기독교 국가니까 굉장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에요, 기독교인들한테는.

 

총: 알죠. 빌리 그레이엄.

 

윤: 그래서 그 오가니제이션이 무지 커요. 초청을 했고, 거기하고는 연관은 없지만, 조그마한 종교영화사에서 나한테 종교 영화를 찍자고 해서.. 그 사람 생각에는, 여기 와서 몇 번 만났는데 내가 예스 노 정도는 하니까, 홍콩이나 인도 아이들 데려가서 몇 달만 시키면 영어 다 하잖아요. 걔네 나름의 엑센트 빼서. 이 사람이 날 그렇게 생각한 거야. 8개월을 그 집에 날 데리고 있었는데, 결국 영어를 못하는 거야(웃음).

 

총: 으하하

 

윤: 제일 슬픈 거. 니가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냐 하고 켄 엔더슨이라는 사람이 물었어. 내가 그때 또 잘난 척하고.. 그냥 아무나 쉬운 이름을 댈 걸. 몽고메리 크리프트라고 했어요. 근데 못 알아듣는 거야, 이 사람이.

 

총: 으하하

 

윤: 그래서 내가 속으로, 종교영화 찍는 사람이라 몽고메리 크리프트도 모르는 구나 그러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도 누구인지도 모른 채 8개월 후에 헤어졌는데, 알았어, 8개월 후에. 멍고메뤼 크뤼프트 그래야지 알아듣는 거를.. (웃음)

 

총: 으허허허

 

윤: 영화를 못 찍었지요. 그리고 거기서 결혼을 했지요.
총: 14,5년 동안은 그러면.. 미국에서 있을 동안에는 전혀 다른 활동을 안 하신 거죠?

 

윤: 미국에서 누가 시켜줘요, 나를? (웃음) 제일 오래 산 데는 플로리다에서 오래 살았구요, 제가 돌아다니다가 (한국에)올까 그랬는데, 왜 종교 공부가 하고 싶었는지 신학대학을 갔잖아요. 신학대학을 가는 바람에 더 오래 있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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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13년.. 13년이면 꽤 긴 세월이죠?

윤: 굉장히 오래 있었어요. 12년, 13년 그 쯤 되나 보다.

 

총: 그러고 나서..

 

윤: 안 오는 줄 알았어요, 나도. 그리고 올 때도 잠시 온 거였어요. 그때 내가 영주권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해외에 가서 오래 있으려면, 퍼미션 같은 거를 받아 와야지 돼, 6개월 안에 안 들어가면. 2년 퍼미션을 받아 갖고 온 거였어요. 그러다가 가정 파탄이 나면서 제가 여배우의 길을 다시 걷게 됐죠.

 

총: 바로 다시 시작하셨나요?

 

윤: 아, 오자 마자는 나한테 MBC에서 예우해주는 것처럼 해 가지구 그때 <베스트셀러극장>이라고 있었어요. 거기에 나오라고 해서..

 

총: 그게 호평 받지 않았었나요?
윤: 예, 그때 그랬어요.
총: 그때 <베스트셀러극장> 제목이 뭐였죠?

 

윤: <고깔>.
총: 그때는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려고 했던 거는 아니구..

 

윤: 했던 거는 아니었어요. 하라구 해서 했구. 어우 못 하겠더라구요. 진짜 못 하겠어. 내가 오죽하면, 그 <장희빈> 연출자가 부장이 됐을 때라 내가 그랬던 거 같애, 전화 걸어서. "나 이거 얼마 물어줘야 돼?" 하루 찍고 그랬잖아요. (웃음)

 

총: 왜?

 

윤: 못 하겠더라구요, 막. 길에서 찍는데 창피하고 무안하고 막. 그렇잖아요? 내가 십 몇 년을 애 기르고 빨래하고 애 둘 낳고 시골에서 살던 여자가 갑자기 나와 갖구.. 너무 많이 달라졌고.. 시스템도 너무 달라졌고.

 

총: 그 사이 가장 많이 바뀐 게 뭐였어요?
윤: 커졌더군요.
총: 규모가..

 

윤: 규모가, 빌딩이 커졌고.. 문화방송을 딱 들어가는데 막더라구요. 못 들어 간다구. 내가 박철수라는 감독을 만나러 들어가는 건데, 대본을 받으러.

 

총: 못 알아본 거죠?

 

윤: 그쵸. 아무도 못 알아보죠. 안 된대. 그래서 박철수라는 연출가를 만나러 왔다니까 자리에 전화를 걸더라구. 박철수가 없대요. 그래서 그럼 유흥렬을 찾으라고 했는데 유흥렬도 없더라구. 난감한 거야, 못 들어가는 거에요. 그런데 마침 저쪽에서 오래 된 경비 아저씨가, 어우 웬일이시냐구, 얼마만이냐구 하면서 알아봤어요. 그래서 들어갔어요.

 

총: 젊은 경비는 못 알아보구.. 허허허

 

윤: 그렇죠. 모르죠. 그래서 들어가 대본을 받아서.. 그때는 2년 있는 동안이니까 잠깐 해 본다, 큰 의미를 두고 한 거는 아니었어요.  

 

총: 그리고, 그 일이 있구 나서는..
윤: 그땐 내가 다시 돌아가려고 그랬어요. 왜냐하면, 여기서 배우로 아무 비젼이 정말 없고..

 

총: 해보니까 어색하고.

 

윤: 예. 그리고 알아 주지도 않고.. 옛날엔 그래도 좀 날렸었는데, 아무도.. 그리고 너무 말라서, 너무 숭하다구, 사람들이.. 그리고 그런 상황에 더군다나 그때만 해도 이혼한 여자가 TV에 나오는 거 아니었어요. 요새는 이혼하고 더 잘나오더라. 나 억울해 죽겠어(웃음).

 

총: 하하 이혼하고 뜬 여자들 많죠, 오히려.

 

윤: 응. 이혼하고 나오는 거 아니라고 그러고.. 김수현씨가 아무리 빽으로 써준다고 그래도 안 된다고 방송국에서 그러고.. 뭐 굉장치도 않았어요. 그래서 아, 이거는.. 내가 미국에 가서 할 수 있는 거를 생각해 봤어. 영어를 미국 사람보다 잘하겠어요, 뭘 하겠어.

 

캐쉬 레지스터 밖에 할 게 없을 거 같애. 그 돈 찍는 거. 근데 그거 알아보니까 한 시간에 삼 불인가 사 불이더라구. 그걸 벌어갖구 애들 둘을 공립학교로 고등학교까지 보내면 공짜구..(웃음) 그리고 집은 있으니까.. 거기 가서 사는 거를 다 연구 했죠.

 

총: 그 2년 사이에?

 

윤: 아니, 이제 이혼하구 나서는.. 그 전에는, 이혼하기 전에는 한 편 연속극을 또 했나 그랬을 거에요.

 

총: 그러면 김수현씨하고 시작하신 게 그..
윤: <사랑과 야망>이라는 거.

 

총: 그때는 돌아오시고 난 다음에..
윤: 그쵸그쵸. 이혼하고 나자마자.

 

총: 그 첫 번째가 김수현씨의 <사랑과 야망>. 거기 돌아가신 분 성함이 어떻게 되더라..

 

윤: 남성훈.
총: 아, 예.

 

윤: 글쎄 말야, 그 양반 죽었잖아. 세월이 그렇게 무상해.
총: 한국에 완전히 돌아오신 다음에 처음으로 하신 드라마인가요?

 

윤: 내가.. 그때만 해도 반반이었어요. 내가 이걸 해봐갖구 정 안되면 다시 가야지 그러고 있었어요.

 

총: 애들은 미국에 있었고..
윤: 아니 여기 나와 같이 있었구요. 여기서 미국학교를 보내고 있었어요. 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니. 그래서 가야지 가야지.. 그러는 상황이었던 거 같아요.

 

총: 근데 안 가시고 눌러 앉게 된 계기는?

 

윤: 그러더라구, 김수현씨가 날더러. 니가 잘못했니? 니가 왜 가니, 거기를? 니가 거길 왜 가? 거기 가서 너 혼자 살면 너 돌아, 정신병 걸리니까. 왜 옛날에도 했던 배우, 너 혼자 했던 배우를 니가 왜 못해? 그러더라구. 그런데 내가 아무리 해보겠다고 해도.. 배우라는 직업이 좀 슬픈 직업이야, 내가 보기에는.

 

총: 어떤 의미에서요?

 

 

 

윤: 배우는 뽑히는 건데 말이에요. 누군가에게 뽑히는 것까지는 좋은데.. 배우의 역량이라는 게 다른 누군가의 기호에 의해서 결정이 나는 거잖아요. 그 연기라는 거가.. 최고의 배우다.. 최고의 배우란 게 사실 없다구. 어떨 때는 윤여정이가 이 역할을 굉장히 잘 할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아주 못할 수도 있고..

 

그런데 우리나라는 최고의 배우, 최고의 탤런트 그런 게 있죠.. 그게 1,2,3 등을 매길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사람들의 기호에 의해서 제일 잘하는 배우가 되는 거잖아요. 근데 그런다고 제일 잘 하는 배우에요? 그래서.. 나는 웃겼어요. 그런데 그 시절 내가 1위에 뽑힌 게 뭐냐면, 비선호도 1위야.. 하하하

 

총: 우하하하
윤: 목소리가 너무 이상하다..

 

총: 비선호..
윤: 어. 그때도 주간지. 힐끗 보면은 뽑히고 그러더라구.

 

총: 비선호도 1위, 으하하하
윤: 목소리가 이상하다, 어쩌구 저쩌구. 너무 말랐다.. 뭐.. 아휴 그래서 내가 드러워서 못 해먹겠다..

 

총: (일동 폭소)우하하하하

 

윤: 내가 정말 가서 이거, 캐쉬 레지스터 찍는 게 낫지..
총: 으하하.. 여기서 비선호도 1위를 당하면서..

 

윤: 응, 그 일을 당하면서.. 한 번은 백화점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나는 내려가고 맞은 편에서 올라오는 여자하고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데 이래요. "어후 말라도 너무 말랐다" 이래, 대 놓구. 그러니까 뒤에 있는 지 친구가 그래, "어우 왜 대놓구 그런 얘기를 하니?" 그러니까 "연예인이잖아" 그러는데 내가.. 너어무 우스웠어. 그때 내가 이 나라에서 계속 살면 내가 개딸년이다 그랬어. 아니 연예인은 뭐 지가 맘대로 해도 되는 사람이야.. 아니 마른 게 그렇게 잘못된 거야, 뭐?

 

총: 으허허허

 

윤: 그래서 내가, 아으 진짜 그냥 다시 가는 게 낫겠다. 진짜, 먹구 살 거 있으면 텔레비전 나가는 거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어. 이게 영화나 연극이나 하고 좀 틀려요, 텔레비전이라는 매체가. 텔레비젼은 사람들이 이렇게 자빠져서 보잖아, 드러누워서. 근데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나온단 말이에요.

 

그럼 쟤는 왜 저렇게 나와.. 이렇게들 한 마디 하게 되어 있어요. 저기도 나오더니 또 나오더라, 뭘 잘한다고 두 번씩 나와? 뭐 이렇게.. 쉽게 쉽게 평가하고.. 또 보면 시청률이랄지 그런 거에 아무튼 묶이고. 어쨌든 그 시절, 먹고 살 수 있으면 텔레비전 나가는 거 아니구나.. 아하하

 

총: 돌아와서 초기에?

 

윤: 응.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어. 그런데 그때는 그런 게 상처가 되고 그랬는데.. 하물며는 그런 적도 있었어요. 내가 나가는 데 조연출하고 친해졌었어요. 방송국이라는 데도 희한한 인물들이 많이 몰린 데잖아요. <모래성>인가 뭔가를 할 땐데, 그 조연출이에요. 지금은 부장님까지 되신 분이지만, 그땐 어렸는데 오더니 나한테 그래. 저기요, 나오시면 전화가 방송국으로 많이 와요.. 그래서 "내가 왜요?" 그랬더니, 저 사람 나오게 하지 말라구..

 

총: 흐하하 그게 몇 년도입니까?

 

윤: 그게 87, 88 그랬을 거에요. 이혼하고 나서니까..

 

총: 초기에?

 

윤: 그랬을 거에요. 근데 내가 이렇게 보면서, 사람들은 지금도 그걸 명답이라고 하는데, 내가 걔를 이렇게 보면서, 조XX씨 그러면 그러세요, 그 사람들더러.. 저 아줌마가 먹고 살려고 나와야 되니까.. 오래 안 나오니까 잠깐만 딴 데 틀었다가 트세요.. 그러라구.

 

총: 흐허허허

 

윤: 그러구 생각하길, 너도 참 신기한 아이다.. 그걸 나한테 말을 하니.. 그러다가 다시 생각해봤어. 아.. 이런 말을 내가 아는 게 좋겠다.. 나 없는 데서 다 이런 말을 하는 건데, 우리는 모른단 말이에요. 배우가 자아도취에 빠지는 게 늘.. 자 내가 지금 텔레비전에 나오고 있어요, 그러면 지나가는 사람이 "어우.. 잘 보고 있어요, 너무 잘하세요" 그러지, "어머 너무 싫어해요" 이런 사람들은 정말 몇 안되거든?

 

총: 하하하하

 

윤: 그러니까 우리가.. 늘 나는 잘하는 줄 알고, 늘 나만 보는 줄 알고, 내가 젤 인기 있는 줄 아는 게, 그런 거에요. 그런데 내가 확실히 경험했어. 얘가 정말 진실을 얘기하는 아이야. 그러겠죠 나 없는 데서, 저 여자 목소리도 이상하고 생긴 것도 예쁘지도 않은데 왜 나오냐고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겠지 뭐.

 

아 내가 이런 소리를 많이 들어서, 살아 남으면 살아 남는 거고, 아니면 이게 내가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가야지 되겠구나.. 텔레비전이란 매체는 평범해져서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모르면 그게 참 좋은 배우가 되는 거구나, 선호도가 높은 배우가 되는구나, 그래서 늘 쓰여지는 배우가 되는구나..를 내가 그때 알았어요. 그래서 그렇게 되려고 내가 많이 노력했어요, 먹구 살라구.

 

총: 화면에 묻어가는 거..
윤: 묻어 가는 거, 눈에 안 띄는 거.
총: 그런데 안 띄는 게 힘드시잖아요? 으허허

 

윤: 그래서 내가 염원했던 게 엄마 역할, 그냥 평범한 가정주부, 앞치마 두른 그런 엄마. 막 시골에서 고생하는 여자 이런 거를 하면 내 이미지하고 상쇄가 되어서, 내 도회적인 이미지를 벗어날까 하고 노력을 무척 했었어요, 그때. 근데 얼마나 우스워, 인생 오래 살면. 요즘엔 너무 그런 것만 또 들어오잖아요?

 

총: 그러니까요, 허허허

 

윤: 그래서 내가, 재밌는 세상이야, 아무튼.. 그렇게 생각하고 있죠. 그리고 요즘에는 내가 늙었으니까.. 사람들이 나보고 예민하다.. 고 하면, 옛날에는 속으로 그래 나 실제론 예민하다.. 그런데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예민한 척을 하면 안 되는 거야.. 그래서 아닌 척 했는데.. 그런데 요즘 난 안 그래. 그래 나 예민해. 그래서 나 배우 해.. 배우가 예민 안 하면 어떻게 배우를 해.. 그렇게 말해.

 

총: 그죠. 그럴 수 없죠.
윤: 예민 안 하면 배우 못해요.

 

그녀에게 연기는 그렇게 생업이 되었다.
 

총: 그럼 미국서 돌아와서는, 직업으로서 배우가 선택된 거네요?

 

윤: 그럼요. 정말 나는 목숨 걸고, 직업으로 했어. 그런데 그 이상의 좋은 레슨은 없는 거 같애. 배우로 살아남는데..

 

총: 그게 그 이전에 연기하던 거하고 어떤 차이를 불러왔어요?

 

윤: 그 이전에는요, 연기가 뭔지도 몰랐고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잘하는가 보다 그랬어요. 그런데 다시 와서 내가 못하는 걸 알았어. 내가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표현이 안돼요. '내가 이렇게 해야지..'까지는 알겠는데 그렇게 안 되는 거야. 내 몸과 얼굴과 소리로 안돼.

 

총: 이 배역의 이 역할은 이렇게 해줘야 하는데..

 

윤: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해야 하는데 내가 그 상황에서 그렇게 안돼요. 그리고 주위를 많이 타. 그래갖구 몰입을 못하겠어.

 

총: 카메라도 의식되고..
윤: 어. 그리고, 주위에서 뭐라고 그러는 거, 저기 지나가는 사람 그런 거에..

 

총: 어릴 때는 그게 의식이 안 됐는데?
윤: 네, 몰랐어요. 그때는. 겁 없을 때라.

 

총: 일반적으로 여배우들은 그럼 그런 상태가 평생 가나 보죠, 그 상태로 그냥?

 

윤: 아뇨, 그게 꼭 와요, 그게. 자기는 모르는데 - 똑똑한 사람은 알 수 있고, 남들이 이제 쟤 매너리즘에 빠졌다.. 그럴 때가 그게 온 건데, 식상할 때가 온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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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잘 나가는 어린 여배우들이 어느 순간에 사라지고 없어지는 시점?

 

윤: 예, 예. 본인도 느끼긴 느낄 거에요. 아마 다 느낄 거에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상황이 있어요. 쭉 하던 대로 했는데, 가만 있어봐.. 어떻게 해야 하지.. 이렇게 될 때가 있어요. 막막해 지는 거야.

 

총: 20대 초반에는 그냥 해도..
윤: 응, 예쁘고 젊음도 있고 패기도 있고.. 다 묻어갈 수 있어요.

 

총: 30대 중반 쯤 됐는데 하던 대로 고대로 해서는, 도저히 아니라는 거 자기도 알게 되는 어떤 시점이 있다는 거죠?

 

윤: 예. 그런데 자기가 제일 늦게 알아요.
총: 보통, 배우들은 자기가 제일 늦게 알아요?

 

윤: 모든 일이 그런 거 같지 않아요, 인생이..?

 
 

배우를 만나 뭔가를 물으면 대부분 배우로서 답한다. 그러나 그녀는 사람으로 답한다.

 

총: 그렇죠.
윤: 내가 젤 늦게 알죠.

 

총: 자기가 먼저 알려면 상당히 지적인 인간이어야죠.
윤: 그렇죠. 빨리 자기가 추스릴 수 있겠지, 떨어지지 않고.

 

총: 그러니까 13년 동안 미국에서 생활하다 돌아오시니까, 생활이 그런 자각을 가능하게 했군요.

 

윤: 그럴까? 그럴 수도 있었구. 그런데다 나는 너무 큰 일을.. 나의 인생에 그니까.. 이거 괜히 제목으로 쓰지 말어. 거의 BC와 AD 로 나눠지는 거야, 내가 그러니까 이혼 전과 이혼 후.

 

총: 그 이전에는 배우였고 나이브한 여성, 이 정도였나요? 지금 생각해 보면?

 

윤: 그랬겠죠. 나이브 했었겠지. 그냥 뭐, 배우에 대해서 절실하게 생각 안 했었죠. 그리고 미국서 살 동안에는 그.. 미국에서 살면서 아마 내가 많이 공부한 거 같애. 공부라기 보다는, 내 미국친구 아이들을 보면서, 걔네들이 나보다 다 잘났더라구요. 우리 동네에 사는 내 이웃들인데 나보다 다 나아요.

 

총: 어떤 면에서요?

 

윤: 나는 그때 배우로 잘나가던 때였기 때문에 내가 굉장히 잘난 앤줄 알았어요. 그런데 걔네들은 참 나보다 나은 점이 많았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늘 이렇게 말해, "내가 똑똑하지만.." 그런데 미국서 내 이웃들은 "난 잘 모르지만.." 그렇게 말 해. 그리고 시골에서 태어났으면 거기서 결혼해서 거기서 살잖아요. 미국 사람들이 대체로 그래요.

 

그리고 참 자기가 쪼끔이라도 나으면, 봉사해요. 그게 습관화가 돼 있어요. 우리는 봉사하는 걸 꼭 신문에 내고, 한다고 하고 그러잖아. 근데 그 이웃들은 그게 일상적으로 산보하듯 생활화되어 있더라구. 나누고 하는 정신이. 그래서 아, 얘네들이 훨씬 나보다 낫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모든 면에서. 살림하고 그러는 것도 더 열심히 하고.

 

부잣집이 아니라구 내 친구들 남편들이.. 하나는 플로리다 파워 직원이었어요. 말하자면 한전 직원이네? 하나는 세무사, 저 국세청 직원 부인 하나, 또 하나는 한전에서 왜 그 전봇대 올라가는 그 뭐라 하지? 테크니션, 기술자.. 대학들 나오고 하나는 고등학교 나오고.. 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인데, 모든 게 다 나보다 낫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때 혼자 생각했어. 아, 그래도 우리나라가 참 좋았었구나. 나를 보고 주간지에 나오라고 그러고..(웃음) 거기서 굉장히 겸손한 거를 배운 거 같애. 겸손할 수밖에 없었어..

 

총: 그러구 나서 돌아와서 먹고 살기 위한 직업으로 연기를 다시 했는데.. 그 경험이 연기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겠습니다?

 

윤: 연기하는 데는 내가 살아 온 모든 게 영향을 미치기는 미쳐요. 어딘가에 꼭 나와요, 내가. 연기할 때. 그러니까 물론 그것도 나왔을 거구. 여배우가, 방송국에서 하는 얘기들을 들어보면은, 특히 여배우가 13년 공백 뒤에 다시 나오는 건 진짜 없는 일이래요. 우리나라에서는 여배우가 꽃이기 때문에, 아름다웠던 시절 예뻤던 시절에 내가 그만 두고 다시 갔다가 와갖구..

 

그 비선호도 1위 하면서.. 내가 여기서 텔레비전을 쭉 하고 있었더라면 13년이란 공백이 없었을 거고 같이 늙었으니까 놀라지 않았을 텐데, 13년 만에.. 사람들은 나를 기억하는 게 스물 몇 살 때로 기억하는데.. 30대 말에 다시 본 거 아니에요. 사람들은 그게 충격적이었던 거고...

 

총: 사람들이 보기 싫었을 수도 있겠군요. 마치 자기가 늙은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윤: 이혼 직전이니까.. 그 사느냐 안 사느냐 때문에 사는 게 끔찍했을 때니까 얼굴에 다 나타났겠죠. 그러니까 비선호도 1,2위를 다투는 것도 당연했겠죠.

 

총: 근데 어떻게 해서 방송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비결이, 지금 생각해보면?

 

윤: 그러니까 이게 인터뷰를 싫어하는 이유가 꼭 이런 거야. 내가 그 비결이 이렇다고 하면 그게 문자로 나. 그렇다고 내가 뭐 큰 대단한.. 역경을 딛고 일어난 인물인 양 나는 거야.. (웃음)

 
 

스스로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충분히 이뤄져, 자신을 대단한 사람인양 언론들 특유의 호들갑을 떠는 게, 쑥스러운 게다.

 

총: 으하하
윤: 챙피스러워, 우스워.

 

윤 : 나는 지금 생각하는 게 절실한 거. 절실한 것 중에서 제일 끔찍한 건 배고픈 거에요.

 

총: 배고프다는 건..
윤: 살아야 되는 거에요. 먹고 살아야 되는 거에요.

 

총: 애들도 키워야 하고.
윤: 예, 애들도 키워야 하고. 밥 먹구 살아야 되는 거, 그게 제일 절실한 거였겠죠.

 

총: 음.. 그래서 그 이전에는 안 하던 뭘 하셨나요?

 

윤: 음.. 지나가는 단역도 다 했어요. 그랬대요 방송 만드는 사람들이.. 에이 이거 윤여정 안 나와.. 그랬대요, 지네들끼리. 조연출 애들은 나를 모르니까 이거 윤여정씨 오라고 그러면은.. 연출이, 그 여자 안 나와 이거, 그래도 왕년의 윤여정인데 안 나와 야.. 그랬대요. 그런데 다 나오더래.

 

총: 아, 이 정도 작은 배역에 나오겠어 하는 것도 다 나오셨다구요?
윤: 예, 그럼요. 다 나왔죠.

 

총: 그게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기도 하잖아요. 급이 점점 낮아져서.. 그런 길이 될 수도 있잖아요, 여차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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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그러니까 인생이라는 건 정답이 없더라구요. 모든 게 It's up to you. 나한테 달린 거 같아요. 물론 그럴 수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그걸.. 나는 생각하기에, 그걸 안 했으면 지금 이렇게.. 뭐 지금 이렇게까지가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때 나락에 떨어졌을 때보다 지금 더 낫거든요?

 
 

그녀의 자기객관화 보정장치는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작동한다.

 

'지금 이렇게..(까지 될 수 없었을 거야)'라고 말하려다가도 그 말이 잘난 척으로 혹은 자신이 스스로를 대단한 지경에 도달했다고 착각하는 것으로 비칠까 싶어.. '지금도 대단한 건 아니지만..'라고 토를 굳이 단다.

 

내가 그때 소원이, 여기까지만 하리라 그랬어.. 배역이 왔을 때 내가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거. 이건 하고 이건 안 하고 이걸 내가 결정할 수 있게 되게까지만 하리라. 나는 뭐 인기배우, 최고배우가 되는 게 아니고 내가 (배역이) 왔을 적에 이건 내가 할 능력이 없으니까 안 하겠다, 하기 싫다 라든지 그런 거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하자.. 그랬어요.

 

총: 그 전까지는 다 받아들이고..
윤: 네,네.
총: 오는 모든 걸..

 

윤: 예. 그리고 내가 연기를 못 했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 그때 내가 생각해 보니까, 내가 연기를 너무 못 하는데 왜 이렇게 못 하나 생각해보니까 젊었을 때 얻은 이름이 사실은 허명이야..

 

총: 옛날에..

 

윤: 어어. 내가 연기를 잘 해서 얻은 게 아니고, 그냥 그때 그 시절에 젊고 발랄하고 그러니까 얻은 이름이었지, 내가 연기를 잘 했던 거는 아니더라구요. 그런데 내가 연기자로 살아남으려는 데 연기를 못하니까.. 나는 쪼그만한 것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쪼그만한 거서부터 시작해야지 큰 게 되지, 어떻게 쪼끄만 거 없이 큰 거만 오기를 기다리면, 나한테는 기회가 주어질 거 같지 않더라구.

 

총: 진짜 신인이 그 때 처음 된 거네요?
윤: 네,네. 진짜. 신인으로 했어요.

 

총: 김수현씨는 왜 계속 쓰셨데요?
윤: 아무도 안 써주니까 날 쓴 거죠.

 

총: 안 써주는 사람 많은데 하필 윤여정씨를...
윤: 나하고는 친했었어요.
총: 그 이전부터요?

 

윤: 네. 김수현씨 데뷔작을 내가 하고 갔어요. 데뷔작하고 그 다음 작품 두 개를 하고 갔어요. 미국에 있는 동안에 편지로 가까워졌었죠.

 

총: 그럼 돌아와서 김수현씨 작품에 계속 나왔던 건 그런 인연으로 해서..

 

윤: 예, 예.
총: 그리고 한동안은 왜 김수현씨 작품에만 나오는 것처럼 이미지가 굳어진 적도 있잖아요?  

 

윤: 아무도 안 써주고 김수현씨만 써 줬으니까요.
총: 그게 얼마나 긴 세월이었나요?

 

윤: 한... 5, 6년 됐을걸요.
총: 5, 6년은 오로지 김수현씨만...  

 

윤: 아뇨. 딴 것도 했어요. 물론 딴 거도 했는데 그건 안보여요. 김수현씨 작품이 제일 인기가 있으니까 그것만 한 것처럼...

 

총: 나왔는데 배역이 작게 나왔거나 해서 사람들이 기억을 못 하는 거군요?
윤: 그럼요. 인기 있는 거만 기억하잖아요.

 

총: 그러다가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이 나를 배우로서 보는 게 변하거나 혹은 인정을 받고 있다 이런 느낌은 언제 받았나요?

 

윤: 언제쯤인 거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총: 즈음.. 같은 게 있잖아요? 예를 들어 임상수감독이 영화를 하자 이런 제안을 받는다거나..

 

윤: 그 전에도 영화제안은 몇 번 왔었어요. 근데 내가 안 했어요. 너무 무식하니까 몰라갖고 그런 이상한 대본을 본 적이 없었거든. 그래서 아니 왜 이거를 영화를 만들라고 그러나? 그랬는데..

 

총: (웃음) <바람난 가족>?

 

윤: 아니, 그 전 것도. <바람난 가족>도 그랬고. <바람난 가족>도 읽긴 읽었죠. 이런 또라이를 한 번 만나서 정중하게 사과를 하리라.(웃음) 또 그 전에 내가 실수를 했었어요. 김지운이라는 남자가 <조용한 가족>을 갖고 왔을 적에 참 정중하게 내게 어프로치를 했는데 운동모자를 써 가지고 와서 서른 한 두 살쯤 되었을 것 같애. 이 걸로 영화를 만들라구 그러우? 내가 그랬어.(웃음)

 

총: 으하하하하..(폭소)

 

윤: 그 다음에 부산영화제인가 어딘가 김지운 감독 보고 피해 다녔잖아. 그 해의 스타가 되어 오신 감독을 보고. 그 때 무식해서 몰라서.. 이게 블랙 코메디입니다 그러더라고. 블랙코메디가 뭔지.. 두 장을 못 넘기겠어. 무슨 뜻인지 몰라가지고.

 

총: 하하..(웃음)

 

윤: 늙으면 몰라요. 감각이 떨어져. 실수를 안 하려고 만난 게 임상수야. 임상수 건 다 읽었어. 김지운 같은 실수는 안 하리라. 끝까지 다 읽고 내가 만났어. 그래서 임상수 감독, 꽃무늬 블라우스에 귀걸이를 찰랑찰랑.. 미쳐 내가.. 그래서, 몇 살이우?(웃음)..

 

총: 푸하하..(폭소)  

 

윤: 만나 가지고 내가 그랬지. 질문해야 될 것 같아서. 거기서 애를 느닷없이 죽이잖아요. 아니, 애를 왜 느닷없이 죽이유? 그랬더니 "우리 다 느닷없이 죽잖아요" 그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속으로, 바보는 아닌가 봐.. 생각했어.(웃음) 그래서 이렇게 쳐다봤어.(고개를 쳐들며) 그 다음에 또 그랬어.

 
 

배우와 감독의 상호 저울질이 이렇게 진행된단다. 재밌다.

 

내가 첫 번째유? 내가 몇 번째 선택이유? 내가 그랬더니 나중에 그러는데 자기도 한참 생각했데. 어떤 게 유리한 지. 자기가 솔직하게 얘기하는데, 나 두 번째라고 그러더라구. 첫 번째는 정혜선씨였는데, 정혜선씨가 벗는 것 때문에 안 한다 그랬대요. 자기 아들이 뭐라 그런다구. 그래서 내가 자기 아들은 미국서 안 보지.. 그랬더니 아 그건 참 좋은 선택이었다구.. 근데 임상수씨 생각에 그 여자는 바람이 날 여자로 보인다.. 굉장히 여성스럽고.. 그런데 나는 죽어도 바람이 안 날 여자로 보이는 게 문제다..

 

그래서 당신이 정혜선씨를 첫 안으로 생각했는데 내가 이걸 할 경우에, '아.. 정혜선씨가 했으면..' 이러는 거가 나한테 그런 느낌이 전달되면, 배우는 하기가 힘들어진다, 난 그게 걱정인데 그랬더니.. 임상수가 그 때 대답을 잘 했어요. 뭐라 그러더라. 선생님.. 영어단어로 인터프리테이션이라는 단어가 있잖습니까. 선생님 식으로 이 인물을 해석을 해주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더라고.

 

대체로 감독들이 그렇잖아요. 이 배역은 윤여정이를 쓴다 그러면 꼭 윤여정이가 해야지 되는.. 독하게 매달린다고. 근데 사실은 임상수 말이 맞는 거거든. 배우마다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빨리 그 전 생각을 버려야지 돼. 이 여자를 통해서 나온 새로운 인물로.. 그것들을 잘 못해. 그런데 해석을 달리 해주시면 어떻겠느냐고 하더라고..

 

그래서 벗는 부분에 대해서 나는 <거짓말>.. 못 봤다, 노인네들 그런 영화 있었잖아.. 그렇게 나를 벗겨봤자, 당신도 영화가 손님이 들어야 하는 데 나를 벗겨서 아휴, 흉해.. 그랬더니 그렇게 안 하겠습니다.. 그러더라고. 내가 그래서 좀 봅시다, 생각해 봅시다.. 그랬어요. 질문에 다 통과되었지.

 

총: 시험에 통과가 된 거군요?  

 

윤: 네. 내 나름대로. 생각해볼까 했는데 그런데... 돈도 쪼금 준대. 보니까, 아, 난 안 한다고. (웃음) 아 됐다고, 내가 미쳤다고 하겠냐고. 그런데 어찌어찌 그거 우여곡절 끝에 하게 됐어요. 임상수하고는 그거 하면서 아주 친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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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그 영화 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윤: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거보다.. 임상수도 굉장히 미안해 해. 이 나이에 - 의사가 그러는데, 남자하고 어떻게 바람이 나느냐. 내가 보건대, 여자가 나이가 들면 중성이 되는 게, 여성 호르몬이 다 없어져서 호르몬 발란스의 문제라는데, 남자하고 어떻게 가능하느냐. 근데 지가 선생님 연애를 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런데 데리고 온 배우가.. 기가 막혀.. 그러면 저 남자랑 내가 연애를 해야 된다? (웃음)

 

총: (웃음) 상대 남자 배우가.
윤: 응, 꿈에도 바람 안 나겠다. 내가 미쳤냐구? 저 남자랑 내가 미쳤다고 미국 가냐구?
총: (박장대소)

 

윤: 아 신경질 나서...(웃음)
총: 영화는 재미있었죠.?

 

윤: 임상수가 그걸 잘 만들었죠. 잘 만들더라. 첫 시사회 때 보니까 굉장히 솜씨 있게 잘 만들었다구 생각했어요. 찍을 때 많은 연출을 하는데 사람 연구를 많이 하게 되거든요. 감독은요. 디렉팅 할 때 보면 나와요. 많이 연구하는 게 임상수더라구.

 

그런데 김인문씨 하고 그렇게 싸우더라구. 김인문씨가 그렇게 말을 안 듣는 거야. 임상수 말을.(폭소) 김인문은 임상수더러 저 새끼가 변태라 이거야.(폭소) 내가 영화가 몇 십 년인데 저 새끼가 나한테 이런 걸 하라는 거야. 근데 임상수가 이걸 다 들었나 봐. 그래서 내가 "그냥 해, 쟤 말이 맞어, 쟤 말을 한 번 들어봐 한 번.." 그랬는데.. 하여간 그렇게 싸우더라구.(폭소)

 

총: 그렇게 아무 배역이나 다 받아서 하시고 직업으로 연기하시고 그래서 신인처럼 마음을 가지고.. 실제 두 번째로 신인이 되신 건데.. 그러다가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게 조금씩 달라지는구나.. 이걸 느낀 건 언제냐..

 

윤: 언제인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언젠가서부터 내가 선택을 할 수가 있게 되었어요. 내가 정말 얼마나 행복하게 된 거야.. 그래서 요즘은 내가 배역 들어온 거 보고 그거 못하겠다.. 그러면 (상대방이) 내가 아니면 안 된다 그러지..

 

배우들이 그 대목에서 착각을 하게 되는 거야.. 감독이 매달리면 이 세상에 배우는 나 하나 밖에 없는 것 같거든. 그런 착각에 빠지면 안돼. 그 사람은 1안으로 이 배우 해야만 되는 자기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너 밖에 없다 그러는 건데.. 이 세상 배우가 나 하나 밖에 없는 게 아냐. 얼마나 많아?

 

그럴 때마다 내가 묻는 게, 처음 보는 감독이거나 그럴 때, 글쎄.. 내가 꼭 안 해도 되잖아요.. 그럼 우리 부인이 동네에서 다 조사했데. 그런 조사를 지네 부인을 통해서 하나 봐. 누가 제일 어울리나. 그러면 지네 아파트 여자들이 윤여정씨가 제일 좋다 그랬대. 아파트 여자들이 나를 하라 그런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그냥 생각을 해요..

 
 

언제부터 사람들이 자신의 연기를 인정해주더냐.. 하는 질문에 그녀는 자기 자랑을 이런 식으로밖에 못했다. 감독 와이프가 아파트 동네 아줌마들에게 물었더니 어울린다고 했다고..

 

귀엽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제 흘끔흘끔 바라보던 여자들이, 조금 시골이나 이런 데 갔을 때 편안하게 달겨와갖고.. 옛날에는 시골에 가면 편안하게 달겨오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이제 편안하게 달겨와갖고, 아유 잘해.. 그러는 거 보고, 아.. 내가 조금 선호도 쪽으로 갔구나. 선호도라는 게 사실 엄격하게 보면 그런 거 같애. 자기네들이 함부로 해도 좋을 것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된 거죠..

 

총: 만만해지기도 하고.. 근데 그건 연기가 된 거에요,시대가 변한 거에요?

 

윤: (한참 생각 후) 모르겠어요. 연기가 늘은 건지 세월이 흘러서인 건지는 모르겠네..

 

총: 본인이 보기에 초기의 연기와 지금의 연기의 차이가 있어요? 그러니까, 80년 이후에 돌아와서 한 연기하고 요즘 연기하고 큰 차이를 느끼시나요?

 

윤: 처음에는 좀 경직되었어요. 경직되었고 요즘에는 많이 편안해졌어요. 많이 부드러워지고 연기가 생활하듯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사실 또 위험한 거에요. 내가 생활이 돼 가지고 하나도 어렵지도 않고 편안하게 되면 배우는 또 안돼요.

 

총: 긴장감이 없어서..
윤: 어. 또 빠져요.

 

총: 자기 스타일이 생긴 것도 분명하긴 한데, 시대가 변하긴 변한 거 같죠?
윤: 그런 거 같아요.

 

총: 언제 시대가 변한 걸 느끼세요?

 

윤: 아, 젊은 감독 중에 나보러 영화하자고 그러는 게 참.. 어제도 통화를, 임상수랑 통화했지, 나한테는 진짜 안 올 배역 그런 것도 와요. 진짜 전라도 사투리 쓰고 김수미한테 가야 할 배역 그런 게 나한테 오는 것 보구 참 많이 변했다.. 내가 참 많이 우스워졌는지..

 

총: 다른 배우들하고 자기하고 틀리다고 느끼신 점 있으세요? 텔레비전 나갈 때나 혹시?
윤: 목소리가 틀리잖아요. 하하.. 다른 배우들처럼 예쁘지가 않잖아요

 

총: 그런거 말고 연기를 할 때 쟤들은 저렇게 하는구나.. 뭐 이렇게 차이가 느낄 때가 있으세요?

 

윤: 음.. 예쁘게 하죠. 그 사람들은 연기를 많이 예쁘게 하죠.
총: 원래 자기하고는 다르게...

 

윤: 예쁘게 라는 표현은.. 조금은 뭐 포장하고.. 내가 평상시에 자옥아.. 하면 어.. 그러다가도 카메라 있을 때는 어(조금 과장된 목소리로) 그러고.. 그런데 나는 아마 똑같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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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연기에 들어가더라도..

윤: 네.

 

총: 다른 배우들 볼 때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끼신다구요?
윤: 느낄 때 있어요.

 

총: 그건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그러니까 요즘 젊은 감독들이 윤여정을 찾는 이유가 제가 이해하기로는, 그러니까 전통적 명배우도 있잖아요.. 좀 과장되고 격정적이고 연극적이고..

 

윤: 응 신들린 연기, 내가 제일 싫은 게 신들린  연기야..
총: 더군다나 예전에는 그런 연기밖에 없었기 때문에..

 

윤: 신이 왜 들려, 글쎄.(웃음)

 

총: 하하하.. 그러니까 예전엔 그렇게 연기하는 게 훌륭한 것이었는데.. 현대적 연기를 하는 그 연령대의 유일한 사람이라서 감독들이 찾는 게 아닌가.. 현대적.. 과장하지 않고 그게 연기하는 건지 아닌 건지 잘 모르는...

 

윤: 내가 과장하지 않죠. 유일한 배우라고 하면, 사람들이 전화하면 어떡해. 지랄한다고.(웃음) 유일한 건 아니고 아무튼 과장은 제가 잘 못해요. 내 품성이 그래. 그러니까 바람이 분다.. 이렇게 말해도 전달이 되거든. 그런데 연기를 할 때 보면 (과장된 톤으로) 아.. 바람이 불어.. 이런 사람이 있는데.. 난 보통 때도 그걸 잘 못해요..

 

총: 쑥스럽고 남사스럽고 뭐 대단할 일이라고..

 

윤: 예, 남사스럽고 아마.. 근데 어떨 때는 그렇게 할 필요도 있어요. 그렇게, 과장되게.. 바람이 분다~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어요.  

 

총: 역에 따라..
윤: 그걸 너무 안 하는 것도 혹자는 너무 건조하다, 드라이하다.. 그러니까 성향 문제인 거 같아요. 그런데 아직도 텔레비전에서는 바람이 분다~ 쪽을 좋아해요.

 

총: 그러니까 연기가 촌스럽지 않은 건데.. 젊은 감독들은 촌스럽지 않으니까 찾는 게 아니냐..

 

윤: 임상수 감독한테 한번 물어보께..
 




 
 


시포: 인정옥 작가의 스타일이 많이 절제되어 있고 젊은 층들이 굉장히 좋아했는데, 특히 고복수 어머니 역으로 나오셔서 젊은 층한테는 반향이 대단했었던 것 같거든요..

 

윤: 글쎄, 그때 내가 인정옥한테 그랬어. 난 촬영하기가 싫다. 쟤네들이 나보다 몇 배를 더 받고 나오는데 쟤네들은 열 번을 엔지를 내고.. 난 아주 혼났다.. 아주 찌는 여름에 열 두 번을 찍는데 말이야.. 가갸거겨도 모르는 애들 나오잖아..

 

걔들 맞춰서 열 번 스무 번을 찍는 거야, 내가. 우린 돌아요. 돈은 알고 보면 개네들이 더 많이 받는데.. 나 그럼 미치겠어. 나 진짜 가기가 싫어지거든. 이러지 말자 이러지 말자 스스로 추슬러요. 난 아직도 일해야 된다..(일동폭소)

 

윤: 그런데 인정옥이 하는 말이, 선생님은 앞으로 쭉 그러실 수밖에 없어요, 그래요. 그래서 내가 "넌 그렇게 악담만 하니" 그랬더니, 젊은 작가들이 선생님을 좋아하기 때문에 젊은 작가들하고 일하려면 그렇게 다 신인 애들이 나오니까 앞으로도 난 험난한 길을 걸어야 된다는 구만.(웃음)

 

시포: 노희경 작가하고는 어떻게 작업을 하셨나요?

 

윤: 노희경요? 처음에 뭘 했더라?

 

시포: <거짓말>..

 

윤: <거짓말> 전에 뭘 했지 않았나? <거짓말>을 먼저 했나? <내가 사는 이유>를 먼저 했구나. 걔하고 인정옥하고는 아주 틀려요.

 

시포: 노희경 작품에서는 김수현 선생님의 느낌이 좀 나더라구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윤: 인정옥 같은 작가는 전무후무하니까. 근데 <네 멋대로 해라>는 세 박자가 다 맞았어요. 양동근이가 진짜 인정옥이를 아주 잘 표현해줬고 박성수(감독)도 그랬고.. 근데 지난 번 거는 그 감독애가, 서울대학교 나온 애들은 참..

 

총: <아일랜드>요?

 

윤: 내가, 그 감독이 니 감성을 이해하는냐.. 그랬더니 착해서 좋대. 감독이 그 작가하고 같이 타야 되거든. 감성이라는 거는 같이 타야 되지 이해하는 것 갖고는 안돼. 그 작가의 감성을 같이 타줘야 하는데, 서울대 나온 머리로 이해 안 될 건 뭐 있었겠어..

 

총: 젊은 배우들 보면 무슨 생각 드세요?

 

윤: 좋겠다 그러죠. 우리끼린 그러지, 길 닦아 놓으니까 뭐 지나간다고. 정말 우린 고생은 더럽게 하고 돈은 더럽게 못 벌었는데, 쟤네는 돈도 많이 번다, 쟤네는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구나. 아 진짜 길 닦아 놓으니까, 진짜..(웃음)

 

총: 젊은 배우들의 연기를 볼 땐 무슨 생각이 드세요?

 

윤: 재밌어요. 걔네들은 그거 잘 되요. 우리 때는 신인이면 떨어요. 근데 개네들은 생활적인 것도 다 되요. 평소 말투로 밥 먹었냐? 이런 거.

 

총: 그럼 뭘 못해요?

 

윤: 그 어떤 인물을 묘사할 때, 이게 극이기 때문에 드라마기 때문에 다큐멘타리 하고 틀리단 말이에요. 어떤 결정적인 부분에선 연기를 해야 될 때가 있어요.

 

총: 평상시 말투가 아니라..

 

윤: 연기. 그걸 못하는 것 같애. 그거가 안 되는 것 같애. 이순재선생님이 잘 표현하더라. 그 애새끼들 나와 가지고 배내짓 하는 것 정말.. 배냇짓이 배 안의 짓 아니야.. 그러니까 자기 생긴 대루 하는 건데.. 그런데 감독들이 또 자연스럽다고.. 그래서 더 그렇게 하게 하잖아요.. 그러니까 정말 연기를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거가 안 되는 거야..

 

총: 그런 관점에서 보시기에 젊은 배우들 중에 야, 쟤는 좀 되겠다 싶은 사람은 누가 있어요?

 

윤: 양동근이 잘한다고 생각했었어요. <내 멋대로 해라> 하는데 내가 그랬어. 내가 연기가 딸려 죽겠어. 내가 연기가 딸려.. 인정옥이 대본이 나중에 늦게 쪽지로 나왔을 적에, 내가 아주 결정적인 씬에서 딱 내가 얘보다 연기를 못하는구나 알았어..

 

쪽지로 나왔을 때.. 어, '처연하게 앉아있다' 던가 그랬던 거 같애. 복수 엄마가 알았어. 얘가 소매치기해 갖다 준 돈으로 치킨집을 차렸다는 걸 알아 가지고 문을 닫고 그랬는데.. 복수가 나를 찾다가 만나는 씬이었어요.. 나는 처연하게 앉았고 복수도 처연하게 앉았다.. 그렇게 되어 있었어요. 디렉션에서.

 

우리 늙은 배우는 작가 대본에 '처연하게' 되어 있음 그거를 맹종하는 경향이 있거든. 처연하게 앉아 있어 그냥. 그런데 걔가 이러다라고. "이 씨, 어디 있었어.." 그러더라고. 내가 방향을 잃었잖아. 나는 걔가 "엄마, 어디 있었어" 이렇게 나올 줄 알았는데 이 씨이, 어디 있었어.. 막 이러는데 내가 막...  

 

총: 전혀 예상치 않았는데..
윤: 걔는 그 인물이 된 거에요. 배우가 인물이 돼야지. 걔는 그때 그 인물이 되었던 거야. 그래서 자기는 작가의 그 디렉션을 무시하고 나를 진짜 찾아다닌 마음이 된 거지. 나는 걔한테 정말 많은 박수를 보냈지. 속으로 정말 딸려서 못하겠는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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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여배우는, 그렇게 보실 때 누가 있어요?
 

윤: 잘하는 배우요? 하희라 하고 할 때 하희라가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고현정이하고 할 때 고현정이가 감정이 아주 빼어나다고 생각했어요.

 

총: 잘하는 배우는 공통점이 있어요?

 

윤: 어, 있어요. 처음 봤을 때부터 달라요. 양동근이도 달랐잖아요. 배우가 한 시대를 만나려면 달라야 돼. 일단. 표현이라는 게, 정서라는 게 영원하지는 않잖아. 만약에 우리 시대에 '이 씨이, 어디 갔어' 그런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텔레비전에서. 근데 시대를 만나면 일단 그게 눈이 띄기 시작해...

 

총: 그런 식으로는 안 하던 걸 하는 거죠?
윤: 예, 예 그렇죠.

 

총: 그것 말고 공통된 자질 같은 건 뭐가 있어요?

 

윤: 배두나.. 아 얘가 되겠구나 생각했던 게, 나랑 어떤 연기를 해야 되는데 못하겠다.. 그러더라고, 그 어린 아이가.. 그런 상황에 안 처해 봤기 때문에 지가 못하겠다는 거야.. 대체로 많은 배우들은..

 

총: 대충 뭉개고 하는데...

 

윤: 적당히 뭉개고 하는데.. 그래서 신파가 되는 거야.. 안 슬픈 데도 슬픈 척하면서.. 근데 도저히 안 슬퍼진다는데 걔가 뭘 어떻게 하겠어. 근데 도와줄 길이 없더라구. 그래서 그냥 해.. 니가 니 맘대로 해.. 니가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서 니 맘대로 해.. 그랬어요. 그럴 때 걔가 표현을 하는데.. 이게 맞나 틀리나 싶어 갖고 이상하게 무안해 하더라고.. 그러니까 생각을 하면서 하는 거고.. 그건 굉장히 정직한 거든요..

 

총: 그런 차이점이 있는 거군요. 좋은 배우는 일단 머리가 있어야 되는군요, 기본적으로.
윤: 어, 살아 남으려면 머리가 있어야 돼. 무슨 일이든지 살아남으려면 머리가 있어야 돼..

 

총: 배우들에게 유별난 감수성들이 있나요?

 

윤: 아니요. 그렇진 않아요. 오히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신들린 연기, 그런 연기가 많이 박수 받고 잘 한다 소리 듣고 그러죠. 이건 오프 더 레코드지만, XXX라는 아이가 참 안된 거가.. 걔도 참 빼어난 감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온 몸에서 나오는 반항 같은 거, 걔 아니면 어떻게 나오겠어요? 그거가 나오는데, 유지를 걔가 못하잖아. 걔가 지금. 본능만 있으면 안되잖아요. 걔가 본능만 있어.

 

총: 본능만 있다. 머리가 없군요. (웃음)
윤: 그런 것 같애. 내 생각에는.

 

총: 하하하. 작가들도 많이 겪어 보셨는데..
윤: 작가들도 달라야지 되요.

 

총: 김수현, 노희경, 인정옥..

 

윤: 첫째, 달라야 되요. 김수현씨도 나올 때 우리 시대 비교해보자면 인정옥 같은 사람이에요. 굉장히 달랐고 굉장히 획기적인 인물이었어요. 드라마에서 어떻게 이런 애기를.. 그럴 정도로 그 시대에 그러니까 다 좀 앞서 갔던 거죠.

 

총: 차이는 어떻게 있어요? 방금 말한 세 명의 작가들 같은 경우는...

 

윤: 점점 심해지죠. 세월이 그런 거 같애. 김수현씨가 이만큼 갈 때, 노희경이 이 만큼 갔으면 임정옥이는 이만큼 가고 있잖아. 지금. 내가 늙음도 있고요.

 

총: 작가와 일해 보면서 스타일의 차이라든가 그런 건 있어요?
윤: 있죠.
총: 예를 들면?

 

총: 김수현씨는 굉장히 자기작품에 대해 신념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게 길이다..라고 이게 딱 되어 있죠. 여기에 맞춰서 해라.. 이거다..

 

총: 딱 틀을 짜서 모두가 거기에 맞춰라..

 

윤: 근데 그게 나쁘다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아니에요. 배우가 트레이닝 되고 배우가 절제하고 그러는 데에는 굉장히 필요로 하는 거 같애요.

 

총: 자기가 정답을 딱 마련해놓고 이 틀 안에서 못 움직이게 하는 거군요?

 

윤: 그 사람이 봐 가지고 이 선을 넘어선다.. 배우가 놀 때 있어, 그 사람이 제일 싫어하는 거.. 그건 나도 동의해요. 노는 거 있잖아요?

 

총: 그건 어떤 건가요?

 

윤: 연극공연은 첫 회를 가는데 왜 첫 회를 가냐 하면, 그 때는 배우가 성심 성의껏 경직된 마음으로 충심으로 해요. 근데 마지막 공연은 다 놀아요. 찧고 까불고 다 논다구요. 여기서 이렇게 하면 웃더라 하면, 더 해 막. 한 번 넘어지면 웃더라 그러면 마지막 공연 때 세 번, 네 번 넘어져. 이렇게 심해진다 말이에요.

 

그 절제를 굉장히 해주죠. 김수현씨가. 그걸 절대로 못하게. 그리고 노희경.. 그런데 노희경은 그런 면에서 좀 덜한 것 같애. 그.. 애들이 요즘 보면 포용력이 넓은 것 같애. 노희경도 지난 번에 뭐 할 적에 내가, 얘.. 너 그거 20회까지 참 좋았는데.. 그 다음부터 배우들이 전부 노희경 작가님 작품을 따르느라고, 맹종하시느라고 노희경이라는 작가 때문에 온 배우가 오버를 하는데.. 성심 성의껏 오버를 하는 데, 내가 아주 죽을 뻔 했다.(폭소)

 

총: 성심 성의껏 오바 하하하..

 

윤: 20회까지는 참 좋았어요. 20회 넘어서는 온 배우가 총력을 다해 오버를 하는데, 온 식구가 울고 불고 난리가 나는데 나는 정말 죽겠어. 힘들어서. 근데 내가 그 말을 해가지고, 어쩜 그렇게 못 쓰니.. 그래 가지고 날 안 봤잖아.(폭소) 잘못했다고 반성했어. 남 열심히 쓴 거를..

 

총: 인정옥은?

 

윤: 인정옥은 걔는 참 재밌더구만. 굉장히 너그러운 데가 있더구만. 굉장히 자유롭지. 그러니까 플락서빌러티, 유동성이 참 많은 것 같애요. 지난 번에 무슨 얘기를 하다가 그랬어. 조인성이 같은 애는 왜 그렇게 못하냐?(웃음) 침은 왜 그렇게 튀기냐?(웃음) 도올 김용옥이보다 더 튀냐?(폭소)

 

총: (박장대소)

 

윤: 인정옥이가 그래. 열심히 하잖아. 그래서 아, 얘가 훨씬 나보다 여유롭구나. 늙으면 편견이 많이 생겨요. 늙으면 자유롭지 못하지. 내가 고집이 생기는 거야. 쭉 살아왔던 거, 내가 봤던 거, 거기서 벗어나면 불편해.

 

인정옥이 그러더라고 걔 열심히 하니까 이쁘지 않냐.. 그럼 됐지 뭘.. 그 정도로 했으면 잘하는 거지.. 자기는 그러더라고. 어떤 의미로 자유로운 거고, 어떻게 보면 더 나쁜 년들이지.(일동 폭소) 우린 애정이 있으니까 쟤가 좀 더 잘해야지 그런 거고.. 이 기집애들은 조인성이 너 그 정도 됐어 그런 거잖아. 늙은이들은 그 보다 낫게 왜 못하는 거니, 그러는 거고. (폭소)

 

총: 작가로서 차이점은 뭐가 있나요?

 

윤: 서로 달라요. 다르지 뭘. 어떻게 달라 그러지마 또. 서로 기분 나쁘면 어떻게 해. 김수현 선생께서 아니 내가 얘들이랑, 나를 뭘로 보고.. 뭐 이러면 어떡할라구 그래. (폭소) 

 

총: 하하.. 친한 감독은 임상수감독 말고 또 누가 있어요?
윤: 아는 영화감독이 임상수 감독밖에 없잖아. 영화가 그거 하나 밖에 없으니까.

 

총: 영화는 보세요?
윤: 봐요.

 

총: 영화를 보면 와 저 영화는 잘했네 그런 영화 있으세요? 요즘 한국 영화들 중에.

 

윤: 어, 인제 솜씨가 보여요. 좋더라. 한국 감독들 잘하니까 좋더라. 봉준호도 잘 만들고 박찬욱 감독, 세계가 분명하고 그렇잖아. 근데 우리나라 감독들은 왜 그렇게 극단적인지 모르겠어. 난 아직도 <초원의 빛>이나 <닥터 지바고>나 이런 게 좋거든. 그런 영화를 울며 불며 보고.. <테스> 보고 로만 폴란스키도 진짜 너무 느리게 잡는구만.. 너무 템포가 없구만 그랬는데...

 

왜 우리가 억제되어 있다가 풀어져서 그렇게 극단적이.. 많이 극단적이잖아요. 박찬욱이도 극단적이고, 임상수도 극단적이고 많이 극단적이지. 봉준호도 극단적인 편이지. 그래도 대체로 괜찮아. 하지만 우리 늙은 사람들은 편안한 영화를 보고 싶거든. 근데 우리 때는 헐리웃 영화는 별로 안 좋아했었거든요. 헐리웃 영화 너무 웃기잖아? 꿈은 이뤄진다느니.. 그건 너무..(폭소)

 

총: 하하하 유치하죠.
윤: 권선징악이 확실하니까 유치하고.

 

총: 또래의 배우 중에 야, 저 친구 연기를 잘 한다 그런 분 있으세요?
윤: 하는 거마다 달라요. 김혜자씨 하는 거 보고 옛날에 김혜자씨가 참 잘했었는데..

 

총: 시대가 변한 것 같아요. 실력이야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데..

 

윤: 어떨 때는 박원숙이 하는 거 보고.. 아, 나 할 수 없는 거 참 잘한다. 고두심이 하는 거 보고도 그렇죠. 우리 또래를 보면, 개네들은 우리 또래는 아니에요. 내 또래는요. 내 또래가 누구야. 정영숙이가 내 또래고 고두심이 김자옥이 그런 애들은 나보다 한 5년 아래에요.

 

총: 아래 후배들 중에, 10년 이내 정도 되는, 중견 탤런트라고 하는 사람 중에 인정하시는 배우는?

 

윤: 고두심은 대한민국의 어머니상으로 부각이 되고 있는데, 내가 인정을 안 한다 그럼 저 여자는 저러니까 비주류라니까.. 그런 걸 내가 확인시켜 줄 필요는 없잖아.(웃음) 근데 연기라는 게 그렇다니까요, 어우 저거는 진짜 잘 한다.. 고두심이가 잘했어.. 그러고 어떤 걸 할 때는.. 박원숙이가 잘했어 그러는 거지. 누가 언제나 최고로 잘 한다 이런 게 없어요..

 

총: 배역하고 맞아떨어지는 거지..

 

윤: 예, 그런 거지. 쟤가 지금 최고의 배우야..는 없다니까. 나는 그렇다고 봐. 뭐, 최불암씨가 대한민국의 아버지상.. 그러는데.. 나 좀 대한민국의 아버지상 어머니상, 그만 좀 뽑았으면 좋겠어.(폭소) 다 엄마고 아버지고 그렇잖아. 다 스타일이 다른 거지. 무슨 소용이 있어. 우린 정답을 만들어 놓고 일등 이등을 매기는 걸 너무 좋아해..(웃음)  

 

총: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 절박한 이유로 연기를 하신 거잖아요, 먹고 살라고.
윤: 그럼요. 먹고 살라고 그랬다니까. 왜 자꾸 되묻고 그래?(웃음)

 

총: 그게 좀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거는 최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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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그렇죠. 말할 수 있는 거 보니까. 정말 절박하고 그럴 땐 말도 못 해요. 말 못하잖아요. 난 배고픕니다 라고 말 못해. 나 배고플 적에는 나는 사실은 아무도 안 만났었고, 내 주위의 친구들도 안 만났었고, 그냥 방송국에서 대본 받아오면 연습하는 거하고, 내 아이들 보고 한 십 몇 년 동안. 그랬던 것 같애. 그게 좀 나아진 게 최근 한 1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총: 최근 10년 정도.. 그렇게 열심히 일하신 거네요?
윤: 딱 벽을 쌓고 살았어요.

 

총: 그리고 나서 최근 10년에 이르러서야 사람들을 만나고...

 

윤: 만나기도 하고 ,누가 인터뷰하자 그러면 하고. 나 그 전에는 누구하고 만나서 밥 먹고 그런 것도 안 한 거 같애..

 

총: 자기객관화라는 말이 좀 관념적인 말이긴 한데, 남의 위치에서 나를 볼 수 있는 게 자기 객관화인데.. 완벽하게 그럴 순 없지만 그런 사람과 아닌 사람 차이가 뭐냐면.. 자기 객관화가 되어 있으면 사람이 사는 데 시큰둥해지잖아요?  

 

윤: 좀 시큰둥해. 사는 거가.

 

총: 시니컬 하고는 다른 게. 시니컬한 건 부정적인데, 시큰둥한 거는 그런 게 아니라, 뭐 세상 대단한 거 있어.. 여유하고도 통하고..

 

윤: 그렇더라고. '나'라는 것도 그래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보는 나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보는 나와, 나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보는 나가 있는데.. 사실 내겐 그런 성향이 다 있어. 나라는 게. 단정적으로 이 사람은 예쁜 애야, 싫은 애야.. 라고 할 수 없어. 그러니까 내가 점점 늙으면서, 자신이 없다기보다, 시큰둥 해지는 게.. 이거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총: 좋은 배우는 어떤 배우에요?

 

윤: 좋은 배우는 글쎄, 뭐 난 그 기준이 싫지만.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특히 자본주의에 사니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배우가 좋은 배우겠죠.

 

총: 일반인들 관점에서는 그런 것 같고, 평생 배우하며 생각한 좋은 배우는..

 

윤: 지금 물어보니까 생각나는 거는, 같은 배우들끼리 쟤 잘하는 배우라고 하는 게 아마 진짜 잘하는 배우일 거에요.

 

총: 배우들끼린 어떤 배우를 잘 하는 배우라고 하나요?

 

윤: 우리는 같이, 둘이 시합을 하는 거잖아요? 둘이 같이 공연을 한다.. 그러면 내가 보건대, 같이 탁구게임이라든지..

 

총: 주고 받는...

 

윤: 네, 주고 받는 서브부터가 인제 시작이 되죠. 그런데 여러 가지가 작용을 한단 말이에요. 딱 현장에 있을 적에 사람 대 사람 아닌, 배우 대 배우라면... 예를 들어 나하구 배우 김혜자씨가 있을 때.. 착찹해지는 거에요. 김혜자라는 배우가 나보다 선배고 나보다 많이 누린 배우고 기득권이라고 그럴까 그런 거는 김혜자 쪽에 있는 거죠..

 

총: 심리적으로 약간...

 

윤: 심리적으로 약간.. 박근형씨가 어저께, 선배 눈 똑바로 보고 할 수 있으면 배우가 된 거지 그러더라고.. 나는 왜 얘네들이 이상하게 눈을 안 보고 하나 그랬어.. 그게 현장에서 그 자신감이...

 

총: 기가 죽는 거네요?

 

윤: 기가 일단 죽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일 잘 알잖아요. 고 상황에서요. 벌써 NG를 누가 먼저 냈느냐.. 내고 나면 서브가 1대0으로 넘어가고 그런 거지. 인제. 만약 둘이서 하다가 1대 빵이 되는 거겠지. 다시 또 만회할 수 있어요. 만회가 되는 배우는 그나마 배우가 된 걸 거에요. 그런데 만회가 안 되고 그거 한 방에 조지는 배우가 있잖아.  

 

총: 계속 기 죽어서 그 상태를 유지해서, 끝까지 하수로 그냥 끝나버리는 배우들이 있고, 그러니까 배우들이 인정하는 좋은 배우라는 거는..

 

윤: 모든 것들이 합친 걸 거에요. 현장성이라든지.. 잘 알죠. 둘이 딱 같이 하는 거기 때문에 얘가 가짜로 하는지 안 하는지, 얼렁뚱땅하는 하는 건지.. 모두 빨가벗고 링에 오른 거니까. 실력을 제일 알 수 있을 거에요.

 

총: 좋은 배우는 그러면 열등감이 없어야겠네요, 자기 존중감도 있어야겠고.

 

윤: 그러니까 배우라는 직업이요, 제가 보건대 굉장히 어려운 직업이에요. 잘된 배우는 아마 철학자 정도 되었을 거 같애. 배우의 인생을 잘 마감하려면. 배우라는 직업이 넘쳐도 안 되고 모자라도 안 되고 훌륭한 배우가 되려면.. 좋은 배우 그게 글쎄.. 정의를 내려야 되는데.. 내가 제일 딸린 게 내가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니에요.. (폭소)

 

총 : 하하하..

 

윤: 내가 연기론도 없어요, 내가. 그런 날 보고 그 정의 내리라는 거야.(웃음)

 

총: 자아도취 없는 배우라고 처음에 말씀 드렸는데 여배우 중에 그런 배우가 있어요? 보시기에?

 

윤: 대체로 늙으면 지 단점은 잘 알게 되는 거 같애요. 무슨 생각이 났냐 하면 김자옥이가 나랑 요새 많이 하는데.. 지 목소리가 나올 때 있잖아요. 모니터 다시 돌리면.. 걔, 예쁜 아이잖아요. 그런데.. 자기도 자기 소리를 들으면서 지 소리 싫어해요..

 

총: 젊은 애들 중에 그런 게 느껴지는 배우가 있어요? 저희가 후계자를 찾아야 하는데 다음 인터뷰를 하려면...

 

윤: 글쎄 말이야. 자기네가 찾아봐요. 왜 나보고 찾으라 그래?(웃음)

 

시포: 고현정씨 같은 경우 친하시죠?

 

윤: 걔는 너무 이제 움직이는 중소기업이 되었기 때문에 난 친하다고 안 그럴거야.(폭소) 돈도 너무 많이 벌고, 난 열등의식이 생기잖아. 이게 왠 일이야, 얘 너랑 이제 못 놀겠다 그래. 돈이 너무 차이가 나서. 그랬어요.(폭소)

 

총: 자아도취가 없어야 현실하고 소통을 하는데, 또 그래야 늙지 않고 현실감각을 유지하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윤여정씨는 끊임없이 도회적이에요.

 

윤: 내가요? 좋은 뜻으로 얘기하는 거죠?
총: 그렇죠. 할머니가 안 되는 거죠..

 

윤: 나 지금 할머니하고 있어요.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시포: (할머니 배역이)저는 너무 어색해서..

 

총: 찢어진 청바지 입은 할머니는 모르겠지만, 그냥 할머니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시포: 예전에 초로의 촌부 연기를 하셨던 것 같은데, 사실은 전 그게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배역 자체가.

 

윤: 초이스가 있었어요. 할머니를 하겠느냐, 엄마를 하겠느냐 그랬는데 내가 선택한 길이에요. 내가 몇 가지를 머리를 쓴 거지. 텔레비전에 일일 연속극 엄마라는 게 뻔해요. 밥 먹었느냐? 먹지 않았느냐? 결혼 반대하고...

 

총: 결혼 반대하고.. 우하하하

 

윤: 텔레비전이라는 게 즉시 제작되는 거에요. 영화도 아니고 연극도 아니고 그 인물을 만들어봤자 뭘 내가 더 할 수 있겠어요? 근데 전혀 다른 할머니라든지 하면 달라질 여지가 있고.. 할머니 하는 걸 보통 꺼려 하는데, 자기 나이가 읽히니까.. 근데 내가 좀 용감한 데가 있어. 좀 무모한 데가 있다고 그럴 수 있지. 배역을 택하는 거에서는. 어차피 내가 진짜 할머니가 되면 할머니 역할 못해요, 또. 대사를 못 외우니까. 하하하..

 

총: (박장대소)

 

윤: 내가 지금 70먹은 할머니 역을 하면, 그건 상상한 할머니일 거 아니에요.

 

총: 지금 2,3십대와 애기하셔도 전혀 안 떨어지거든요. 감각이..

 

윤: 딴지일보도 못 봤는데 어떻게 안 떨어져..

 

총: 하하.. 생활인으로 살아서 자아도취 없고 자기객관화 되었고.. 그래서 현재하고 끊임없이 대화하는 건데..

 

윤: 너무 바닥으로 떨어져 그럴 수도 있죠..

 

총: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도, 옛날 사람 같지가 않고.. 젊은 감독들이 좋아할 수밖에..

 

윤: 임상수만 좋아한다니까 뭘 그렇게 자꾸 젊은 감독은..(웃음) 임상수를 왜 좋아했냐 하면 걔가 나를 참 많이 객관화를 시켜줘. 내가 <바람난 가족> 그걸 해 가지고 조연여우상을 탔어. 내가 임상수를 밥을 사주는 자리야. 내가 그랬어. 내가 한 것도 없는데, 그 몇 씬 나갔다고 상 받은 게 좀 웃기더라.. 그랬더니 임상수가 그건 좀 웃기죠 그래. 김인문씨가 타야 되는데.. 그래..

 

나는 걔의 객관성이 좋아. 김인문하고 싸움 더럽게 했어. (웃음) 저도 맞짱 뜰려고 했대. 근데 내가 보건대 김인문씨가 약지를 못해. 감독을 따라줘야 하거든요. 안 따르려면 같이 일 안 하면 돼. 감독은 객관화가 되어있는 입장이에요. 그 인물에 대해서.

 

배우가 늘 편한 거만 하면 또 항상 같은 윤여정이밖에 안 돼요. 그 객관화된 감독 말을 들어주면은 저 사람 딴 걸 하네.. 하는 걸 보여줄 수 있다 이거야. 그런데 이 아저씨가 밤 새워 싸우고 있더라고, 미련하게. 빨리 촬영해야 하는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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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그거다, 아니다 가지고...

 

윤: 어, 그러면 우리 정서로는 촌스럽게, 걔랑 싸운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말 안 하쟎아.. 그런데 임감독은 상은 김인문씨가 타야 되는데 그러더라고.. 객관적이야.. 그래서 내가, 맞다 분량도 김인문씨가 더 많고.. 김인문씨가 타야 되는데.. 임상수한테 그랬어. 그런데 내가 왜 탔냐? 그러면 내가 빽을 쓴 것도 아닌데 왜 탔냐고 그랬더니..

 

임상수가 그러더라고. 윤여정이가 기가 셌던 거지.. 아 나는 무슨 말인지 알겠어. 상이라는 건 배우가 한 일에 대해서 정확한 점수가 나와서 주는 건 아니에요. 그 상을 줄 때 이 상을 줌으로써 지네가 노리는 효과가 또 많잖아요. 주면 부각되고.. 그런 사람을 주게 되는 거지. 그렇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운대가 맞아 떨어지고 좋으면 타는 거지.

 

총: 정치적으로, 야 이 사람을 줘야 우리 상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잘 드러나는구나.. 그렇기도 하겠지만 연기에 임펙트도 있어야 되기도 하겠죠.

 

윤: 임상수가 그렇게 말해주는 게 나를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거라서 고마웠다고. 그 순간에 대체로 감독들이 자기하고 같이 작업하고 내가 밥도 사주고 그러니까, 아니요 선생님이 잘하셨어요.. 그렇게 말하면 좀 좋아? (일동폭소) 그건 윤여정씨가 기가 세서 그런 거죠.. 김인문씨가 잘 하셨죠.. 그래서 꼭 물을 끼얹어요. (폭소)

 

윤: 그래서 야단 맞아요. 나는 심재명 그런 애들한테.. 선생님은 임상수를 너무 좋아한다 너무 예뻐한다고.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이 좋아요. 나는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 말이.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말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해도 옳은 말 하는 사람, 좋아한단다.

 

총: 사기 안치는 거죠.
윤: 그래 맞아요. 임상수는 사기 치는 걸 제일 싫어한대.

 

총: 저희 인터뷰는 된 거 같은데, 후계자를 못 뽑아서 지금. (웃음)
윤: 자기네들이 뽑으면 되잖아. (웃음)

 

총: 그러니까 이거 잘못하면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 버리는데. (웃음)

 

윤: 그러면 안되잖아. 다음에 해야.. 내가 그렇게 보여지는구나.. 걔를 통해서 나를 볼 수 있잖아..

 
 

영리하다.

 

총: 설문조사를 한 번 해봐야 되겠어요. 윤여정의 이런 계보를 잇는, 그 다음은 젊은 애들 중에 누가 될까. 죽 후보 늘어놓고 설문조사를 해서 뽑히면, 그 다음에 그 사람을 인터뷰를 해야겠어요.  

 

윤: 배두나를 나랑 많이 어떻다고들 그런 소리를 들었어요. 배두나도, 걔도 비주류지, 걔도 주류는 아니죠. 걔도 얼굴로 어떻게 하진 않잖아.

 

총: 배두나 싫어하겠어요. 예쁘지 않다 그러면은(웃음)

 

윤: 아니 보편타당성 있는 그런 걸 얘기하는 거잖아.
총: 인형같이..

 

윤: 어, 그걸 얘기하는 거잖아. 왜 매력있죠, 걔가..
총: 매력 있죠.

 

윤: 오늘 인터뷰 머리를 많이 쓰게 해요. 연구를 많이 하게 해.
총: 저희 인터뷰가 어렵습니다.

 

윤: 어렵네.

 

총: 그런데 사람들이 재미있어 해요. 저희 인터뷰는 가능하면 그대로 다 풀구요.

 

윤: 그대로 다 풀어가지고 고두심이 어쨌다 이렇게 나가고 김혜자씨가 어쨌다 그러면 어떻게 해.
총: 특별한 문제가 있을 땐, 빼구요.

 

윤: 안돼. 그러면 내가 죽어.(웃음) 큰일 나. 내가 몇 년 더 해야 돼. 큰일 나.

 

총: 알겠어요. 아, 오늘 감사합니다

 

윤: 재미있었어요.
총: 저희도 재미있었어요

 

윤: 재미있을 거라고 임상수가 그러더라고, 날 보러. 내가 무슨 영화가 들어왔어. 내가 이 영화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묻느라고 임상수한테 전화를 했어. 내가 그 영화를 속으로 안 하리라고 결심하고 통화가 되었어. 이제사 전화를 하면 어떻게 하냐 그랬더니 임상수의 말이 재미있어. 그 영화가 흥행은 된다.. 그러나 선생님이 흥행하고 무슨 상관이냐..(웃음) 그래 내가 맞다 그랬지. 내가 그 영화 몇 씬 나가가지고 흥행이 된다 그런다고, 윤여정이가 고현정이 되는 건 아니거든. (폭소)

 

총 : 푸하하..

 

윤: 흥행을 시켰다 해서 그 다음에 내 개런티가 올라가고 그런 것도 하나도 아니잖아요. 그래 임상수 말이 맞지. 나도 벌써 그렇게 생각했어. (웃음)

 

총: 알려 드릴게요. 후계자로 누가 나오는지.

 

윤: 그걸, 인터넷 그걸 어떻게 봐. 애들보고 보라 그래야 되는 거지? 아, 김호정보고 보라 그러면 되겠다. 김호정이라고 비주류가 하나 있죠. 연극하는 애가.

 

총: 아, 네. 압니다. 영화 뭐였더라.
윤: 영화 나랑 한 거 하나 있어요. 아, <나비>인가 하나 있어요.

 

총: <나비>, 상 받은 거.

 

윤: 걔가 나랑 연극할 때, 내가 엄마하고 걔가 딸을 한 번 한 적 있었어요. 테네시 윌리암스 거, <유리 동물원> 할 때. 그래서 내가 가까워졌는데, 걔가 뭐라 그럴까.. 지저분하게 안 하고 자존심 있게 하더라고. 그런데 걔가 너무 비주류로 남을 거 같아서..

 

호정아, 어떻게 좀 테레비도 좀 하고 다 하고 나서, 해 보고.. 아직 젊으니까.. 그리고 내가 그랬어요. 넌 연극하는 배우들의 이상한 열등의식 같은 거 가지고 있는 거 같은데.. 그런 거 갖지 마 그랬어. 연극하는 배우들 다 그런 거 아니지만, 일부는 이상한 열등의식을 우월감으로 커버하려는 게 있어. 아주. (웃음)  

 

윤: 그건 기분 나빠. 테레비에 나오는 배우들을 우습게 알아요.(폭소)
총: 여기는 기술, 거기는 예술. 하하하..

 

윤: 그건 웃기는 거야. 테레비도 잘하고 연극도 하고. 김갑수 좋아. 응. 김갑수 잘하는 배우야. 테레비도 잘하고 연극도 잘하고. 한 번도 못 봤지만 잘하는 배우야. 남자 배우 중에서. 괜히 테레비는 안 한다는 둥.. 안 하긴 뭘 안 해. 이것저것 다 해보고 애기하자 이거야.

 

총: 자기 위안도 필요한 거니까.
윤: 그 우월감도 열등의식을 카바하느라 그런 거 같애.

 

총: 동전의 양면처럼.
윤: 그래서 내가 호정이한테 너도 거의 그런 상태인 거 같애. (웃음)

 

총: 그랬더니?
윤: 눈 흘기지 뭐. 사람이 누구나 자기한테 바른 소리하면 다 듣기 싫어해요. 숨긴 게 들킬 까봐.

 

총: 혼자 사시죠?
윤: 애들은 다 거기 있고, 나는 우리 엄마랑 같이 살죠.
총: 아이들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커버렸고.  

 

윤: 컸죠. 하나는 취직을 했다니까 정규직은 아니고(웃음). 그것도 장해. 그 어렸던 게 돈을 번다니 그냥 신통하더라고. 돈을 번다니.

 

총: 그 사이에 연애는 못하셨어요? 이제 남은 건 연애인데.. 그 동안은 생활을 책임지시느라.. 하지만 이제 아이들 다 키우셨고..

 

윤: 아니 임상수가, 내가 그 영활 하면 연애를 하게 해준대. 연애는 무슨, 남자도 못 구해오는 애가 뭘... (폭소)

 

총: 이제 생활은 내려 놓으시고.. 연애만 남은 거죠.
윤: 쉰 아홉 살인데, 뭐.

 

총: 쉰 아홉 살, 예전에 쉰 아홉 살은 할머닌데 지금 쉰 아홉 살은 예전 감각으로는 사십 대에요.

 

윤: 그런 거 같아. 그런데 내가 보건대, 생리적으로 연애를 할 수 있는 나이가 있는 것 같애. 생리적으로 여성적인 거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사람이 그냥 순리적으로.. 내 인생관은 그런 거 같애. 어릴 적에 남자, 여자 구분 없잖아요. 조금 자라야지 남자하고 여자하고 무안해하고 그러지.

 

그 때서부터 호르몬이 나오는 거 같애.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우리가 갱년기가 되면서부터는 여성 호르몬이 안 나온다 말이야. 그러면서 중성이 되어 가잖아. 그러니까 뻔뻔스러워지잖아. 그건 순리적이라고 생각해. 내가 김어준 만났을 때, 아우 안녕하세요, 네 처음 뵙겠습니다, 쑥스러워하고 그러면 좀 이상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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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제가 보기엔 여성성이 넘치는데?
윤: 그런 여자들이 또 있어요. 이렇게 막 부끄러워하고..

 

총: 그건 여성성이 아닌 것 같고..
윤: 그게 여성성이지 뭐?
총: 아. 그건.. 그냥 아양이고..(웃음)

 

윤: 애교가 있고 그래야 되는데 그래서 내가 중성적이기 때문에 내가..
총: 전혀 아닌데. 중성적이지 않은데..

 

윤: 인정옥이 그래. 내가 여자라는 거야, 나한테. 그래서 내가 그랬어, 니가 여자로 봐서 뭐하니, 남자가 여자로 봐야지.. 그랬어. (웃음) 귀찮아서.. 바깥에 나가야지 되는데, 아휴, 연애라는 게 교통사고처럼 나야지, 연애를 해야지 결심을 한다고 되는 거에요, 그게? 그럼 해볼께, 그럼. 연예를 해볼께.(웃음)

 

총: 우하하하. 거기까지만 하죠. 결심하신 것까지만.  
윤: 하하하.
총: 연애를 하시면 굉장히 재미있을 거 같아요..

 

윤: 하하하.. 해볼께요.. 하하

 
 

여기서 인터뷰는 끝이 났다.




 
 

그녀는 도취와 과장 없는 객관화된 균형감각으로 시대와 공조해 왔다. 그래서 곧 환갑 되는 그녀는 여전히 '요즘 사람' 같다. 그 연배에, 요즘 사람 같은 배우는, 그녀 뿐이다. 그렇게 그녀는 이제 누구도 모사할 수 없는 그녀만의 고유한 지경에 가 있다.

 

TV가 아니라 삶을 통찰하는 배우, 윤여정

 

이젠 불타는 연애를 !

 


딴지 이너뷰 우원장
딴지총수(chongsu@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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