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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uel Seong 추천0 비추천0




[긴급포고] Rules of engagement.

2004.3.14.일요일
딴지편집부

지난 12일, 탄핵안이 가결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한동안 멍했다. 그날 밤 여의도에 도착했을 때, 날 가장 먼저 반긴 건 닭장차였다. 어짜피 예상했던 바, 별로 놀라울 것은 없었다. 집회는 처음 참석한다고 같이 가자고 하던, 어떤 아주머니 두 분이 전경에게 쪼르르 가시더니만 시위 장소가 어디에요?라고 묻는 것을 보기 전까진.


가만 생각해보니 대단히 낯선 장면이었다. 불법집회에 참석하러 간다는 걸 진압하러 나온 경찰에게 물어보다니. 그러나 집회가 열리는 국민은행 서여의도 지점으로 걸어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작, 오늘부터 진행될 그 수많은 집회에 가장 많이 참여해야 하게 될 사람들은 바로 저런 아주머님들이 아닐까.


한총련 소속 청년 하나, 민가협 어머님, 또 수도권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고 있다는 어떤 아저씨, 그리고 12일부로 고용보험 수급 대상자가 된 공무원 한 분이 상황보고를 한다고 연달아 단상 위에 올라갔다.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집회에 와 있다는 생각이 본격적으로 들기 시작했던 것은 바로 그 즈음부터였다.


정권에 의해 이적단체로 지목되어 대의원이 된다는 것이 곧 불법이 되는 단체의 장이, 그리고 지난 수 십 년 동안 정권에 의해 감옥에 갇힌 자식들 때문에 속이 새카맣게 타버렸을 부모님들이, 자신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던 바로 그 정권을 수호하겠다고 달려왔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던 것이다. 그 정권수호의 집회에서 부르는 반정부 집회의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란!


좃중동 찌라시들은 물론이고, 딴잔련들이야 12일에 모였던 3만 명을, 그리고 13일 광화문에 모였던 7만 명을 노사모의 준동이라고 몰아가고 싶어할 것이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줌도 안 되는 사조직이 불법집회한다고. 그렇게 보이게 만들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수 십 년간 써먹었던 바로 그 수법, 경상도와 전라도, 디제이와 반디제이의 대결구도처럼 친노와 반노의 대결구도로 보이게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과하면 탄핵 철회하께" 라는 애초 사과하면 봐줄 내용을 탄핵사유로 삼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작태를 목도한 국민들은 이 사태를 상식 vs 몰상식의 대결 구도로 받아들였다. 아. 현명한 국민들이여. 자, 이제 구도는 나왔다. 그들의 희망과는 전혀 다르게.


상식 vs 몰상식.


이에 본지 이 구도에 따른, 각 단체별 전투수칙 ROE(Rules of engagement)를 금일 부로 공포, 발동하는 바이다. 전투에서 아군의 총질에 의해 전사하는 것만큼 허망한 것은 없으니.


 


 노빠


DJ 광신도라 욕하던 것들은 80년 광주가 호남인들의 영혼에 어떤 상처로 남아 있었던가를 모르던 것들이었다. 노빠라 불리는 당신들의 아픔을 감히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 비아냥을 광신도라는 소리에 가장 상처를 입었을 민주당 지지자들에 의해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순수한 열정을 같이 나눴던 이들로부터 들어 제곱의 상처로 남았을 거라는 거 이해한다.


지난 2002년 12월 18일, 대선을 불과 2시간 앞두고 몽의 파토로 민주당 시스템이 올스톱 되었을 때 노무현 상병 구하기작전을 온 몸을 던져 수행하던 그 열정은, 평소에 닮고자 하는 바로 그 미덕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래의 글과 같은 비유를 공개된 곳에서 하는 건 지금의 전선에선 아군에게 총질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왜적의 침략을 받아 명나라군대의 힘을 빌리려면 지휘권을 넘기지 않으면 안됩니다.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을 끌어들이려면 지휘권을 넘겨주는 수모를 감수해야 합니다. 우리의 큰 고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시민단체와 한총련과 노조의 도움을 바란다면 그들에게 지휘권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제부터 투쟁의 주체는 노사모가 아니라 시민단체입니다. 시민단체와 한총련과 노조가 개입한다면 그들은 양비론으로 나올 것입니다. 당장에 한겨레의 손석춘부터 "노무현이 잘못했지만 그래도..." 하고 말을 꺼냅니다.


감수해야 합니다. 탄핵을 당한 것으로 우리는 이미 패배했기 때문입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이 고통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됩니다. 얄밉게 나오는 시민단체와 한총련과 노조에 고개숙이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게라도 싸워서 이겨야 합니다... (후략)


노무현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인해 노빠의 수모를 겪었던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달래며, 이해시키기 위해 쓴 글이라는 거 물론 이해한다.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자신들의 닫힌 공간에서만 유통시키는 게 적당하다.


지금 시민단체는 물론, 한총련 의장에, 노조까지 하나 둘씩 결합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노동귀족이라고 불렀던 이들이다. 한총련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들을 이렇게 모이게 하건 바로 상식의 힘이다. 지난 2002년 겨울 반전이냐 반미냐?가 절대기준이 되면서 사라져갔던 시위 대오를 기억하자.


대척점이 친노 vs 반노라 고정되는 순간 상식 vs 몰상식의 전선은 깨진다. 몰려 다니지 마라. 노란색 입지 마라. 울지 마라. 분신하지 마라.


티 내지 마라.


미안하다 이렇게 말해서. 정말이다. 하지만 상식 vs 몰상식의 전선은 결국 노무현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기억해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제발 분신하지 마라. 분신 몇 번만 더 하면 불타는 건 바로 노무현이 된다는 거 명심해라.


 


  열린우리당


일단, 늬덜은 헬쓰 클럽부터 끊어라. 씨바 체력은 국력이다. 단 몇 분 만에 경위들에게 몽땅 끌려나온 거, 이거 다 운동 안 해서 그런 거다. 본지 봄날 아줌마 칼럼, 숙독하고 운동 좀 해라.


그리고.


늬덜이 12일과 13일의 집회현장을 봤다면 대한민국 공화국의 시민들 앞에 일 만 번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라다. 수배 중 임에도 달려 나온 한총련 의장. 늬덜이 그노마한테 해준 게 뭐 있나. 전국공무원 노조도 나왔다. 그들에게 해준 건 뭔가. 각종 문화단체에게 당신들이 한 건. 탄핵안이 가결된 다음 날, 딴잔련의 지지도를 다 합친 것보다도 많이 나오는 지지율에 좋아라 입이 와이드 하게 찢어졌지 모르겠다. 아니, 찢어졌을 거라는 데 100원 건다.


입 닫아라. 총선은 앞으로 30일이 넘게 남았다. 지금까지 어떤 대중적인 항쟁도 한 달 이상 끌지 못했다. 지난 87년 6월 항쟁도, 91년 5월도 마찬가지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일로 인해 허탈하게 주저 앉을 수 있다. 당장의 지지율 상승을 어떻게 해서든 타보겠다는 당리당략에 따른 행동들은 한 순간에 이 열기를 죽일 수 있다. 벌써 조짐이 있다.







이날 출범한 시.도지부 비상대책위원장인 박명광 씨와 비대위 신윤표 고문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박 위원장도 인사말을 통해 "(비대위)위원장이기보다는 지원단이고 연락책으로 임명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묻지마 투표로 4·15총선에서 대전은 6대0, 충남은 10대0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충청도가 잘 뭉치면 전국 유일전국정당을 만들고 가장 큰 계보를 형성, 박병석 의원이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지도부 인사에 이어 행사 시간의 대부분을 대전충남 우리당 후보 10여명을 일일이 한 사람씩 소개하는데 할애했다. 1시간 남짓 진행된 행사 중 절반 이상이 총선 후보 소개와 인사말에 쓰여진 것.


한 예비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국민경선 실시를 반드시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며 선거와 관련된 당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행사를 지켜본 우리당의 한 당원은 "이름만 헌정수호를 위한 비대위로 바꿨을 뿐 전체적인 행사가 선거대책본부 발족식과 다를 바 없었다"며 "시·도지부 지도부들이 탄핵정국으로 인한 분통이 터지는 당원들이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고 있는 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원문보기


반복한다. 이거 친노 vs 반노 아니다. 이딴 식으로 하면 친노 vs 반노로 간다. 이 빙신들아. 몰상식을 규탄하자는 데, 왜 자기욕심과 당내문제를 가지고 지랄이냐. 이 돌대가리들아. 니들은 시민들의 집회에서 나서지 마라.


단상에 올라가지 마라.


늬덜은 이번에 공화국의 시민들한테 엄청난 빚을 졌다. 이걸 늬덜의 당리당략으로 날려 먹으면 87년 6월의 성과를 날려 먹은 이상의 배신을 때리는 거라는 거, 명심해라. 니들 이번 집회에 표 좀 잡아보겠다는 얄팍한 심사로 여기저기 집회 단상에 얼굴 드미는 거 절대로 하지 마라. 그 순간 친노 vs 반노 투전판 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니들이야말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거다. 그땐 용서는 애시당초 기대도 하지 마라. 니들부터 박살이다.


 


  한총련, 노조, 단체..


참 살다 보니 별일도 다 보겠다.


국민들이 데모해서 국회가 대통령 끌어 내리려고 하면 대통령이 국회 해산 하려고 하고... 그러다 쿠테타 나고 뭐 이 지랄하는 게, 이게 후진 나라에서 정권 뒤집히는 공식이다. 그런데, 그 반정부 데모의 선봉에 서 온 단체들이 지금은 정권수호의 최선봉에 서 있다. 별 일이다 정말.


한총련,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했다. 학창시절부터 애국과 민족 들어가면 하품이 자동이었다. 97년 연대사태던가, 그 이후 반국가단체가 된 걸 두고 대중으로부터 유리된 대중 조직의 필연이라고 했다. 그러나 12일과 13일 자봉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그들의 파릇파릇함을 보고.. 미안했다.


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단체들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그 아마추어리즘을 욕했다. 노조는 더 했다. 한국의 전투적 노조들에 대한 비판은 물론 최근 비정규직에 대한 애매한 태도에 열 받았고, 현대중공업의 경우엔 분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상식이 강간 당한 날, 이들은 득달같이 달려왔다. 당신들에 대한 고마움에도 불구하고, 딱 한가지만 부탁해야겠다.


깃발 내려라.


학교 댕길때 강의실보다는 길바닥에서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들고 뛰었던 시간이 더 길었던 바, 깃발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왜 필요한지 모르는 거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깃발은 일반시민을 고립시킨다. 위에서 봤던 그 아주머니들, 깃발 나부끼면 집에 간다. 아주머니들은 동네 부녀회 깃발 들고 나올까. 깃발 내려라.


 


나머지




나머지? 간단하다.


1. 논쟁하지 마라.
노무현에 대한 불만, 본지도 많다. 하지만 사태는 친노 vs 반노가 아니라 상식 vs 몰상식이다. 논쟁하지 말고 설명해라.


2. 광화문으로 퇴근하라.
개헌이나 총선 연기 소리 나오는 걸 막는 것은 광화문을 밝히는 촛불 한 자루다.


3. 돈!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담배 한 갑 살 돈이면 된다. 이 참에 하루만 참아라.


본지 ROE 수칙은 대략 이 정도다. 뭐 어려운 거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상식으로 하자는 거니까. 여기 덧붙이고 싶은 수칙, 언제든 날려주시라. 마지막으로 딴나라당 최연소 공천신청자였던 박정호 정치참여 청년연대의 박정호씨가 탈당하면서 냈던 성명서의 마지막 문장을 소개한다.



" 제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법입니다. "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것은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상식이다. 명심하자.


국민은 강팀이다, 아자! 아자!


 


- 그나저나 이 큰 빚을 노통은 국민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갚을지 딥따리 궁금한
딴지편집부
( editors@ddanzi.com )
( outerlimit@ddanzi.com )


 

















대통령 탄핵에 관련한 니덜의 의견, 기사, 사진 및 만화, 지역 집회 소식, 집회 스케치, 해외 언론 동향, 해외 교포들 반응, 기타 등등등 몽땅 다 투고받습니다. 후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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