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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집회 스케치] 여기는 천안이다. 오바!

2004.3.14.일요일
딴지 천안특파원

 




 
 

안녕들하신가. 딴지 비상대책위다. 대통령 탄핵안가결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전국을 펄펄 끓이고 있다. 근데... 언론매체에서 보는 건 늘상 광화문 뿐이다. 듣자하니 부산, 대전, 천안, 목포, 해남, 양양, 속초 기타 등등등 전국 각지에 촛불의 행렬이 가득하다던데 지역의 소식은 꽤나 접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리하여 본지 월드컵 때의 기억을 되살려, 전국에서 암약하는 딴지독자세포들에게 지령을 하달한다. 촛불집회가 벌어진 곳이라면 대한민국, 아니 지구촌 어디라도 좋으니 제까닥 현장스케치하여 투고해주시라. 그 열기를 온 국민이 좀 나눠갖고 참여를 유도하도록 하자. 지리산 기슭을 등반하다가 이 소식을 접한 후 달랑 혼자 촛불 켜놓고 집회를 가졌던 것도 좋다. 마구마구 투고해주시라. 얼마나 우리가 분노했는지 똑똑히 보여주자꾸나. 이상 지령하달을 마친다.

 

안녕하신가? 천안 특파원 코알라다.

 

지금부터 어제와 그제 천안 소식 전한다. 천안은 큰 도시가 아니다. 그리고 충남이면서도 기실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이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광주, 부산 등과는 달리 여차하면 기차 타고 서울로 뜰 수 있다는 이야기다. 코알라, 이 사실을 이번에 또한 새삼스레 깨달았다.

 

12일 점심 시간에 뉴스 듣고 충격 먹은 후, 오후 내내 업무 팽개친 채 웹 서핑에 몰두했다. 접속도 잘 안 되는 여러 사이트들을 디비던 중 드디어 노사모 홈피에서 "천안은 야우리 백화점 앞으로 모이시오"라는 공지를 보고, 옆의 동료 꼬시어 퇴근하자마자 야우리 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 생각했다. 구두 신었는데 잘 뛸 수 있을까? 회사 깃발이라도 만들어 챙겨왔어야 하나? 음, 이제 가정도 있는 몸인데 앞에서 한 대 얻어터지지는 말아야 할 텐데. 그렇다. 코알라, 거의 10년 만에 거리로 나선 거다.

 

근데 코알라의 예전 기억에 따르자면 집회 장소엔 으레 닭장차와 스타워즈 전사들이 마중 나와 있어야 한다. 이게 학창시절의 경험이 각인된 파블로프의 개라서 걔네를 좀 봐야 긴장도 되고, 몸도 풀리는 조건반사가 일어나는 거다. 어, 근데 이상타. 그 흔한 교통순경 하나 안 보이네. 여기가 맞는겨? 그리고 사람들은...아, 저기 있구나. 그러나 우띠, 집회는 없었다. 대신 몇 명(아마도 노사모 회원들?)이 탄핵 반대 서명만 받고 있었고 그마저도 곧 끝날 판이었다. 음, 일단 서명은 해야지. 그러면서 물었다. 오늘 일정은 어떻게? 오리 고기 집에서 오프가 있단다. 오, 쿼바디스. 다들 서울로 간겨? 다른 동료 두 사람에게 전화 걸었다. 오지 마소. 그리고는 잠시 배회하다 그냥 돌아왔다.

 

13일 퇴근 후. 광화문 가겠다고 아침부터 깝치던 마누라 겨우 붙잡아다 어제 그 동료랑 셋이 또다시 나갔다. 오늘은 설마 집회 있겠지. 도착해 보니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대략 100명은 넘는 것 같군. 초에 불 붙인 후 별로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구호 몇 개 따라한 다음이었다.

 

앗, 그런데, 저게 뭔 소리여? 마지막으로 국회 의사당 모형을 화형시킨다고라? 시방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벌써 마지막이여? 몇 시부터 시작했는지 모르겠으나 그 때 겨우 8시였다. 솔아 솔아 노래 부르며 화형식 끝내자 다들 흩어지기 시작했다. 불타는 모형 주위로 10명 남짓 둘러 모여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불렀다. 집회라기보다 꼭 어디 놀러가서 잠 안 자고 끝까지 남은 사람들끼리 캠프파이어 벌리는 기분이었다. 나이 들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처럼. 애기들 사탕 물려 무등 태운 채. CBN에서 그 모습 연신 카메라에 담는다. 목에 근조라 적힌 팻말 건 아저씨는 민족문제연구소 명함 건넸다. 그래, 이건 근본적으로 친일파 청산의 문제도 되는 것이다. 친일파의 후손들 및 그에 부화뇌동하는 수구 세력들의 반동적인 마지막 발악인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미쳐 다 부르기도 전에 녹음된 반주는 멈추었고, 우리도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여의도나 광화문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건 아니고 유명 인사들이 온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전국 방방 곳곳에서 우리의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 대전과 대구에서, 그리고 서천과 청주에서도. 마누라는 못내 섭섭해한다.

 

보소, 도대체 8시에 끝나는 촛불집회가 어딘노? 대답했다. 아, 시방 오늘만 날인겨? 일찍 들가 푹 잔 담에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나와야제.

 

 

 

 
천안의 소식은 내게 맡겨라.
딴지 천안 특파원
코알라 (winter1964@freechal.com)

 

 

 

 

 

 

 

 

 

 

 

 

 

 

 






 
대통령 탄핵에 관련한 니덜의 의견, 기사, 사진 및 만화, 지역 집회 소식, 집회 스케치, 해외 언론 동향, 해외 교포들 반응, 기타 등등등 몽땅 다 투고받습니다. 후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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