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스케치] 노무현이 아닌, 상식이 있었다 2004.3.13.토요일
기자단이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30분경... 예상대로, 기자단을 젤 먼저 맞아주는 것은 예의 닭장차의 행렬이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집회를 준비하는 시민들... 한데 연단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생각보다 그리 많은 시민들이 온 것 같지는 않았다. 다들 화이트데이 전날이랍시고 어디 좋은데 가서 놀고들 있나. 뭐 이래?
하긴, 명색이 촛불집횐데 아직 촛불을 켜기에는 너무 밝았다. 집회 흥이 통 안 나는 것도 당연한 노릇. 하지만 주섬주섬 모여드는 사람들의 모습은 분위기를 조금씩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취재진이 미처 예상치 못했던 점. 생각보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다는 거다. 본지, 그중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계신 한 노부부를 발견하고 슬그머니 말을 건네 봤다.
울분을 느끼는 뜨거운 가슴에 나이가 따로 있으랴. 날이 어두워지면서, 알게 모르게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만... 나중에는 끝간 데를 모르고 펼쳐진 인파. 그 안에서 잠깐 얼레벌레하고 있던 본지 기자단, 순식간에 불어난 인파에 잠시 옴짝달싹을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 와중에 정말이지 맘에 안 들었던 부분은, 그렇게들 얘기했건만 아직도 촌스럽게 깃발부터 나부끼고 보는 광경이 넘 많이 눈에 띄더란 말이지. 여기까지 나와서 학교 홍보할 일 있나? 아님 무슨 깃발 관광단이야?
어쨌거나간에 집회는 시작되고... 예의 <임을 위한 행진곡>과 <바위처럼>이 흥을 돋우는 익숙한 분위기가 전개되었다. 여기서 정말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지니, 조직위측에서 마련해 배포한 탄핵무효/민주수호 카드가 마치 마스게임같은 효과를 발휘하며 촛불이 켜지기 이전의 장관을 연출해주고 있었다는 거. 구호로 써먹기에도 괜찮고, 색깔도 선명해서 시각적으로도 좋고. 여기서 잠시, 교보앞 오뎅집 아주머니와의 인터뷰.
워미... 단 한마디만 여쭤봤을 뿐인데, 게다가 답변도 무지하게 편집한 건데, 뭐 저렇게 쌓이신 게 많았길래 속사포처럼 쏟아내시는 걸까. 그러고보니, 그 주변에 아주머니만큼 흥분한 사람들이 그러잖아도 꽤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날도 꽤 어둑어둑해졌고... 촛불도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신기한 기획상품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바로 노무현 배지... 탄핵안이 가결된 게 바로 어젠데, 그럼 이 물건들은 어제부터 열나게 제작생산된 결과물덜이란 말인가? 허거덕... 과연 한국인의 상술과 창의력이란 무궁무진하여라. 그 와중에 시위는 시위대로, 사진은 사진대로. 이번엔 친구끼리 집회 와서 사진찍고 수다떠는데 여념이 없던 어느 시민과의 잠깐 인터뷰.
처음엔 재미없는 구호(민주수호! 탄핵무효!)로 점철되는 것 같더니만, 다양한 연사들이 등장하고 참여인원도 점점 늘어나면서 집회의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갔다. 한편, 집회의 뒤켠에서는 또다른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동아일보사 뒤켠에서 있었던 16대 국회 장례식 퍼포먼스가 그것이었다. 누가 벌인 퍼포먼스인지는 확실치 않다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느덧 2부로 접어든 집회, 사회자도 교체되어 있었다. 핏발서린 구호를 주무기로 삼던 1부의 사회자들에 비해, 비교적 유연한 언변으로 청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톡톡히 발휘해주는 새 사회자들 덕에 집회의 열기는 한껏 고조되고 있었다.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가고... 사람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유쾌하게 집회를 즐기고 있었다. 여기까지, 한가지 의아했던 점은... 집회의 중심에서 노무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거다. 집회현장 어디를 둘러봐도, 사전정보가 없다면 노무현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구석은 아까 노무현 배지 말고는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딴나라, 민좃당 브라더스의 헛삽질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반작용으로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친노니 반노니, 그딴 구분은 의미가 없었다. 21세기에 접어든 지가 언젠데, 아직도 민주가 힘들여 쟁취해야 할 목표라니. 사실 얼마간 서글픈 노릇이긴 하다. 하지만 아직도 그걸 얻지 못했다면 받드시 얻어내야 하고 그게 또한 우리의 마땅한 도리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번 시위는 앞서 말했듯 친노와 반노로 구분되는 시위가 아니다. 구케우원들이라는 것들의 상식없음을, 그들의 비민주성을 항의하기 위한 시위이고, 그것에 항의하기 위한 시민의 힘은 거의 8만 인파를 이루었다. 또한 그 시위는 과거, 치열했던 시대의 모습과 다르기도 하다. 당시와 같은 치열함이 없는 것도 아니건만 가족이, 연인이, 친구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마치 축제의 마당에 오는 걸음으로들 찾아와 촛불을 밝힌다. 글타. 이건 시위이면서 곧 민주주의다. 우리의 의사가 국회를 통해 표현되지 못하고 구케우원 양반들에 의해 좌절되자, 그걸 대신하여 우리덜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즐겁고 기꺼운 직접 민주주의인 거다. 그 마당에 나서는 우리들의 발걸음이 무겁고 힘들 까닭이 전혀 없는 것이다. 촛불시위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우리가 우리의 의사를 표현할 창구를 저들이 꽉 틀어쥐고 있는 한, 우리는 이렇게 즐거이 우리의 뜻을 보여주리라. 글고 마지막으로... 국회에 틀어박혀 있는 양반들아 들으시라. 촛불은 우리의 뜻이다. 그리고 바로 니덜에게 돌아갈 우리의 표인 것이다. 꼭 명심해라. 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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