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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동화] 국회에서 생긴 일

2004.3.24.수요일
딴지 의학부





탄핵안이 가결되는 시각, 마태우스는 식당에 앉아 쫄면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얼린우리당 애들이 짐짝처럼 실려 나가는 걸 보면서 식욕이 없어졌고, 박깐용 의장이 가결을 선포했을 때는 아예 젓가락을 놓은 채 TV 화면을 바라봐야 했다. 분노가 치밀었다. "저런 개 상놈의 새끼들이 있나!" 다시금 쫄면 생각이 났을 때, 쫄면은 이미 불어서 먹지 못할 지경이었다. 개 상놈의 새끼들! 쫄면도 못 먹게 하네...


마태우스는 단무지를 먹으면서 노무횬의 집권 1년을 회고해 보았다. 잘한 일보다 잘못한 일이 더 생각이 난다. 명백한 침략전쟁인 이라크전에 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파병을 한 일, 미국에 가서 굴욕외교를 한 일 등. 특히나 FTA가 국회에서 비준된 것은 소외된 자의 편이라던 노무횬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쉽게 말해 FTA는 수출 조금 더 하기 위해 농민을 희생시키겠다는 것, FTA의 국회 통과는 안 그래도 수입 농산물의 공세에 신음하던 농민들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 뻔했다. 언론에 보도된 FTA의 과실이 10년 후 3억불의 수출증대라니, 매년 1천억불 이상의 수출을 하는 나라치고는 너무 약소한 게 아닐까? 더구나 FTA 없이도 수출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 신기록을 경신해 가는 등의 호조를 보이고 있는 터에, FTA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너흰 아니었다. 차떼기나 하고, 선거자금도 노무횬의 열 배를 쓴 놈들이 어떻게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는 걸까? 그것도 70%가 넘는 반대여론을 무시해 가면서 말이다. "이건 총만 안 들었지 쿠데타라고!" 말을 하는 중에 씹고 있던 단무지가 맞은편 손님의 이마에 튀었다. 험상궂은 표정의 그 남자는 마태우스를 째려보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이마에 붙은 단무지 조각을 입에 넣었다. 마태우스는 황급히 쫄면값을 계산한 후 식당에서 나왔다.







 
그나저나 이건 말도 안 돼!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고!"


집으로 간 마태우스는 가보로 내려오던 식칼을 꺼냈다. 내가 이놈들을 가만 두지 않겠어! 물론 사람을 해칠 의도는 없었다. 다수의 숫자를 빌미로 일년 내내 대통령을 협박해온 놈들이 칼 앞에서도 그리 당당한지 보고 싶었을 뿐이다. 누구를 고를까 정하는 데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국회 경호권을 발동해 의원들을 끌어내고, "자업자득"을 외치던 박깐용 국회의장. 기름기가 주르르 흐르던 그 얼굴이 칼 앞에서는 어떻게 변할까,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마태우스는 아는 사설탐정으로부터 박깐용 의장(이하 박씨)의 집 주소를 알아냈다. 마태우스가 약속된 돈을 건네자, 그가 생색을 냈다.


"내가 너니까 5만원에 주는 거야. 요즘 이 주소 알아달라고 어찌나 아우성인지"


그 말을 듣고 보니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한번 알아낸 주소를 또 알려주는 건데, 5만원이라니? 우여곡절 끝에 2만원을 깎은 마태우스는 복장을 갖춘 뒤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망원경으로 보니 수많은 전경들이 박씨 집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있었다. 집은 겉에서 봐도 겁나게 호화로웠고, 담도 예상보다 높았다.


이거, 쉽지 않겠는걸?


잠시 쪼그려 앉아 있으니 어디선가 함성 소리가 났다.


"박깐용을 잡아죽이자!"


수 백 명은 되어 보이는 청년들이 박씨의 집 앞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전경들이 방패와 곤봉을 들고 그쪽으로 몰렸다.


"이때다!"


마태우스는 잽싸게 담벼락 밑까지 접근한 뒤, 화살촉이 달린 밧줄을 던졌다. 줄을 타고 올라간 그는 싱싱한 잔디가 깔린 마당으로 몸을 던졌다.


휴!


한숨 돌리며 잠수복에 붙은 흙을 터는데, 엉덩이에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윽! 누, 누구냐!"


뒤를 보니 송아지만한 세퍼드 한 마리가 마태우스의 엉덩이를 물고 있다. 마태우스는 개의 면상에 강력한 펀치를 날렸다.


"퍽! 퍽! 퍽!"


세 차례 주먹을 맞은 뒤에야 세퍼드는 물었던 엉덩이를 놓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태우스는 개의 복부에 라이트훅을 꽂아 넣었다.


"꽥!"


세퍼드는 그대로 뻗어버렸다.


"까불고 있어!"


마태우스는 뒤쪽 창문을 절단하고 집 안으로 잠입했다. 집은 3층이었는데, 1층과 2층 사이에는 사람 하나가 들어갈 만한 공간이 있었다. 가지고 간 장비로 벽을 뚫은 마태우스는 대략 안방이 있는 쪽으로 기어갔다. 안방이라고 생각했는데, 구멍을 뚫어 아래를 보니 화장실이었다. 조금 더 기어가려고 했는데, 그때 누군가가 들어왔다.


"아, 오늘은 성공해야 할텐데"


외모로 보아 박씨의 부인인 듯했다.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태우스는 부인이 앉아서 일을 보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변비에 시달리는 듯, 부인은 일을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했다.


"얍!! 오잇!"


온갖 기합소리를 다 넣어봐도 대변은 나오지 않는 듯했다. 그걸 본 마태우스는 웃음이 터지는 걸 참느라 허벅지를 꼬집어야 했다. 그때 벨소리가 났다. 부인은 다시금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당신이에요?"


박씨가 집에 온 모양이었다. 집안에 불이 환히 켜지고, 시끌벅적해지는 게 느껴졌다. 마태우스는 마루 쪽으로 기어가 귀를 기울였다.


"축하해요, 여보!" 부인의 말에 박씨인 듯한 사내가 껄껄 웃었다.


"당연히 할 일을 한 것뿐인데 뭘. 하여튼 오늘 일은 의회 민주주의의 승리야!"


보좌관인 듯한 사내들이 박수를 쳐댔다. "의장님 만세!"라는 환호 소리도 들렸다. 마태우스는 혀를 끌끌 찼다.


민주주의의 승리? 숫자의 힘으로 밀어 부치는 너희들 때문에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고!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마태우스는 다시금 원래 있던 자리로 기어갔다. 화장실에 들어온 사람은 바로 박씨였다.


잘됐다! 지금 내려가 기습해 버려? 아니지, 그러다 보좌관들이 들이닥치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방귀 소리가 났다. "뽕--" 곧 지독한 냄새가 구멍을 타고 위로 올라왔다. 마태우스는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이, 이게, 인간의 방귀란 말인가? 도대체 속에 뭐가 들었기에?


순간, 박씨가 입을 열었다.


"아, 매일같이 갑갑해 죽겠어! 잠깐이라도 좀 벗고 있어야지..."


박씨는 손으로 얼굴을 뜯었다. 얼굴 가죽이 벗겨지자 엷은 주황색의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것은?"


마태우스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악!"


그 소리에 박씨가 놀라 위를 쳐다봤다. "저놈 잡아라!" 황급히 가죽을 뒤집어쓴 박씨가 소리를 질러댔다. 마태우스는 죽을힘을 다해 들어온 곳까지 기어간 뒤, 3층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아래에서 사람들이 쿵쾅쿵쾅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났다. 다른 수는 없었다.







 
"유---------------격!"


마태우스는 잔디밭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아이고 배야!" 배 뿐 아니라 온몸이 쑤셔왔다. 그래도 부러진 곳은 없는 게 다행이었다. 아까 그 세퍼드가 마태우스에게 다가왔다.


"너, 저리 안가?"


마태우스가 주먹을 드는 시늉을 하자 세퍼드는 꼬리를 내린 채 뒤로 물러났다. 이런 게 바로 학습의 효과, 마태우스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담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였다.


"으윽!"


엉덩이에 다시금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뒤를 보니 경호원 한 명이 작살총을 들고 서있다. 하필 개한테 물렸던 바로 그 부위라, 통증은 더 심했다. "쉭!" 또 한발의 작살이 발사되는 순간 마태우스는 담장 밖으로 몸을 날렸고, 상황을 파악 못한 전경들 사이를 뚫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전경들이 호각 소리와 함께 추격을 시작했을 때, 마태우스는 이미 추격권 밖으로 벗어난 뒤였다.







 
"어쩌다 이렇게 되셨어요?"


응급실에 근무하는 여자 의사는 마태우스의 엉덩이를 알콜로 소독했다.


"그, 그게... 개한테 물리고요, 작살에 맞았...아야!"


의사는 엉덩이에 거즈를 댄 뒤 반창고로 붙였다.


"당분간 앉거나 그러시면 안됩니다. 가도 좋아요"







 
"이런 바보같은 놈들! 그거 하나를 못 잡나?"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진 박씨에게 경호원이 다가갔다.


"저, 제가 쏜 작살에 엉덩이 쪽을 맞았으니, 병원 응급실 쪽을 뒤져보면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반드시 잡아야 해! 반드시!"


잠시 후, 경호 팀은 강남성모병원 응급실에서 30대 남자가 엉덩이 치료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마태우스라.... 이제 넌 끝이다!







 
병원서 나온 마태우스는 자신의 사무실로 갔다. 피로했다. 이렇게 한번 앉아볼까?


마태우스는 엉덩이 한쪽을 의자에 얹어봤다. 그런대로 견딜 만 했다. 아까의 기억이 떠올랐다. 가면을 벗은 박씨의 얼굴, 그것은 바로 회충의 모습이었다. 삼부요인인 국회의장이 사실은 회충이라는 사실이 마태우스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박씨만 그런 걸까, 아니면 다른 국회의원 중에도 회충이 있을까?


국회의원들이 그간 보여준 무뇌아적 행태를 보면, 후자일 확률이 더 높았다. 탄핵을 한 자체도 그렇지만, 탄핵을 하고 난 뒤 지지도가 떨어지자 여론조작을 들먹이고, 물이 셀프인 것도 모른 채 방송사를 항의 방문하는 행태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짓이었다. 마태우스는 갑자기 사명감에 휩싸였다.


"우리나라를 무너뜨리려는 회충의 음모를 분쇄해야 돼!"


그러자면 누가 회충이고 누가 아닌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마태우스는 냉동실에 얼려놓은 회충환자의 혈액을 꺼냈다. 그 혈액 속에는 회충에 대한 항체가 들어있을 테고, 여기에 색깔을 내는 염료를 첨가한다면, 이것으로 회충과 인간을 식별할 수 있을 터였다. 시료가 회충의 몸에 닿으면 시료 안의 항체가 회충과 반응하고, 염료에 의해 녹색으로 변하게 되니까. 마태우스는 시료를 제작하느라 밤을 하얗게 샜다. 다음날 새벽이 되었을 때, 그의 손에는 시료 1리터가 들려 있었다.







 
그 날 밤, 박씨의 경호원들은 마태우스의 집에 잠복한 채 그를 기다렸다.


"이 자식, 왜 안 오는 거야?"


"그래도 집인데 오기야 하겠죠. 참, 그거 아세요? 눈에 띄는 즉시 사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대요. 아주 위험인물인가 봐요"







 
마태우스는 선글라스를 낀 채 국회의사당으로 갔다.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위에게 탐정 등록증을 내민 후 이렇게 말했다. "국회 도서관에 논문 찾으러 왔어요"


경위가 의심의 눈빛으로 쳐다보건 말건, 마태우스는 도서관을 향해 걸어갔다. 뒤를 보니 경위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이때다 싶어 의사당 쪽으로 우다다 달려갔다. 의사당의 현관 옆에는 나무들이 울창하게 심어져 있어, 몸을 숨기기엔 그만이었다. 잠시 후 낯이 익은 사람이 보좌관을 여럿 거느리고 걸어온다. 어, 저 사람 정형끈 의원이네?


당장 달려가 멱살이라도 쥐고 싶었지만, 떡대가 좋은 보좌관을 보자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대신 마태우스는 만들어 온 시료를 특수 주사기에 담은 뒤, 정형끈의 얼굴을 향해 뿜었다.


"앗 차거! 이게 뭐야?"


정형끈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마태우스를 발견하진 못했다. 마태우스는 보았다. 정형끈의 얼굴 일부가 녹색으로 변해 가는 것을. 이죄오도, 홍싸덕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회충인 거야? 그것도 모른 채 회충을 국회의원으로 계속 뽑아준 국민들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젖여옥이 나타났다. 유쉬민의 말-미수가발언-을 비열하게 인용하고, 강굼실과 문째인이 불륜이냐고 따지던 천박한 인간. 국회의원은 아니었지만, 마태우스는 슬며시 궁금증이 일어 주사기를 발사했다.


"꺄악!"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뺨이 녹색으로 변해갔다.


그럼 그렇지. 니가 회충이 아니면 누가 회충이겠냐


의원들의 출근이 뜸해질 무렵, 정몽쭌의 모습이 보였다. 웬만해선 국회 출석을 잘 안 한다는 그가 어쩐 일로 나타났을까? 회충임을 확신한 채, 마태우스는 주사기의 피스톤을 눌렀다.


"어? 지금 비 오나?" 정몽쭌이 보좌관에게 묻자 보좌관들은 하늘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정몽쭌은 특유의 멍청한 표정을 짓더니 의사당 안으로 들어갔다. 마태우스는 놀랐다. 정몽쭌의 얼굴색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얼린우리당 신괴륜 의원이 보였다. 저 사람은 어떨까? 마태우스는 힘차게 주사기를 발사했다.


"어? 뭐야?"


신괴륜은 두리번거리며 액체가 발사된 곳으로 다가갔다. 이크! 마태우스는 몸을 최대한 낮추었다.


"거기 누구요?" 신괴륜이 소리치자, 보좌관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들켰다고 생각한 마태우스는 나무에서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잡아라!" 보좌관들이 뒤를 쫓았다. 달리기에는 자신이 있는 마태우스였지만, 신괴륜은 단거리 선수를 보좌관으로 채용한 듯했다. 거리가 좁혀지자 마태우스는 방향을 바꿔 의사당 안으로 내달렸다.







 
"쟨 뭐야?"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던 의원들은 마태우스의 출연에 당황했고, 의사당은 난장판이 되었다. 무료해하던 방송 기자들은 이때다 싶어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래, 카메라! 저걸 이용하자!


시료에 양성반응을 보였던 홍싸덕이 눈에 띄었다. 그의 뺨 일부는 아직도 녹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태우스는 그에게 달려가 목을 껴안은 뒤, 칼을 꺼냈다.


"아니 저놈이!" "저런 호로자식!"


비명소리가 난무했고, 홍싸덕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여러분, 이놈의 정체가 뭔지 한번 보세요!"


마태우스는 홍싸덕의 얼굴가죽을 잡아뜯었다.


"악!" "꽥!" "깨갱!"


<맨 인 블랙>이란 영화에서처럼, 양복 차림의 몸통 위로 솟아있는 것은 분명 회충이었다.


"지금까지 국회를 점령하고 있었던 놈들은 바로 이놈들이었습니다!"


마태우스의 포효에, 넋이 나가있던 방송사들은 생방송으로 이 기막힌 뉴스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어딜 가?" 마태우스는 현관으로 빠져나가려는 박휘태를 붙잡고 그의 얼굴을 벗겼다. 역시 쭈글쭈글한 피부의 회충이 모습을 드러냈다. 의사당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사람들은 두 세명씩 국회의원들에게 달려들어 얼굴 가죽을 벗겨냈다.


"아야! 아파! 아프단 말야!"


유쉬민 의원이 비명을 질렀다. "난 인간이야! 기생충이 아니라고!" 어찌나 잡아뜯었는지, 얼굴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탄핵안에 찬성했던 193명 중 정몽쭌을 제외한 모든 의원들이 회충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젖여옥도. "이거 놔! 난 보통 회충이 아니란 말야! 미모가 뛰어난 회충이라구!" 젖여옥이 계속 소리치자 누군가 그녀에게 방독면을 씌웠다. 때아닌 기립박수가 일었다.


마태우스가 보니 정몽쭌이 한쪽 구석에 서 있었다.


"당신, 난 당신이 회충이 아닌 게 정말 이상해. 정말 인간이 맞는 거야?"


정몽쭌의 이마에서 땀이 났다.


"그, 그럼! 가, 가까이 오지 마!"


마태우스는 그에게 달려들어 얼굴 가죽을 뜯었다.


"아니!"


채찍 모양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랬다. 그는 회충이 아니라 편충이었다.


"그래서 아까 테스트에서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군!"


정체가 탄로 난 정몽쭌은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택에 숨어있던 박깐용 의장을 끌고 와 가죽을 벗겼다. 노회한 회충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제... 끝인가?


갑자기 엉덩이가 쑤셔왔다. 전날 한숨도 자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마태우스는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 날 밤, 마태우스는 엎드린 채 뉴스를 보고 있었다.


"...탄핵안 가결에 찬성했던 의원들이 회충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나라를 정복하고자 국회에 침투, 각종 나쁜 짓을 일삼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개를 숙인 쪼순형 회충의 모습이 TV에 비쳤다.


"지구는 우리가 지배해온 곳이다. 너희 인간들은 침략자일 뿐이라고! 그리고 왜 잡아다놓고 물도 한잔 안 줘?"


"혹시 다른 나라도 회충들이 침투해 있나요?" 리포터가 묻자 쪼순형 회충이 씩 웃음을 지었다.


"그럼, 미국같은 나라에서는 대통령도 당선시켰는걸"


쪼순형 회충의 미소가 화면 가득히 클로즈업되었다.
 






오늘의 건강동화 : 회충 (Ascaris lumbricoides)


사람 몸에 빌붙는 기생충의 대명사로 사람한테만 감염되고, 감염자로 통밥재 지는 사람이 지구상에 약 10억 명 정도가 있다.


이 시키는 사람 작은 창자 즉, 소장에 빌붙어 산다. 글고 똥을 통해 이 시키 수정란이 배출되는데 적절한 온도, 습도에서 2주일 지나면 감염형 유충인 자충포장란(embryonated egg)으로 발육한다.


옛날에 농사 지으면서 똥을 거름으로 쓸 때 이 똥 묻은 야채 먹으면 그대로 감염되는 것이다. 요 시키들 야채에 묻어있다가 사람 몸 속에 드가면 십이지장에서 탈각하여 유충이 된다. 요 유충들 소장벽을 뚫고 몸 한 바꾸 돌아서 다시 소장으로 와서 성충이 또 된다. 이 시키들 요렇게 우리 몸 속에 집세도 안 주면서 빌붙고 있다. 이 시키들 수명이 1년 정도 되고, 암컷은 하루에 20만개씩 순풍순풍 알을 깐다. 졸라 무섭다...


요 시키들 주로 아시아에서 많이 산다. 감염자 대다수가 아시아에 거주한다. 자유당 시절에 울나라에서도 졸라 많았는데, 똥관리 철저히 하고 똥봉투에 똥담아다가 검사받고 해서리 거의 완벽히 회충들을 퇴출시켰다. 역시 똥관리... 중요하다.


이 시키들 다구리로 폐로 이사하면 페염 생긴다. 또 기타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복부팽만 등이 있을 수 있다. 임신증상하고도 비슷할까? 뱃 속에 생명을 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또 이 시키들 소장에만 살 것이지 자꾸 딴 데로 이사가면 문제 복잡해진다. 담도폐쇄, 천공 등도 생기고 저위산증 환자한테는 위로도 들어가 위경련도 일으킨다. 가끔은 기침하다가 회충이 입으로 튀나올 때도 있다. 끔찍한가? 이거 치료하는 사람은 더 끔찍하다.


치료방법은... 가까운 병원에 가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똥관리... 이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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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탐정 마태우스
(bbbenji@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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