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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딴지, 좃선의 국모를 만나다

2004.3.13. 토요일
딴지일보

3월 12일... 바로 어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검정 휘장이 드리워지던 날, 본 우원 졸라 바빴다. 탄핵 가결 떨어지자마자 전 국민 테프콘 쓰리 발동하며 전쟁 선포하고, 전세계 구석 구석 암약하고 있는 딴지 세포들에게 비상 대기 명령하고, 글 뽑아 올리고, 게시판 만들고, 속이 하두 타 소주 한잔씩 카악 해주고, 여의도 나가 현장 스케치 해주고 등등등 졸라 바쁘다가... 집에 들어가 티비를 켠 순간, 거기 한 중년의 아주머니 한분이 나와서 혈변을 싸대고 있었다.


하두 피곤해 화면 속 등장인물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한껏 품위를 유지하려는 앙드레틱 말투하며 간헐적으로 흘리는 단말마적인 "네, 네" 의 추임새, 매 순간마다 국민을 거론하는 우국충정 등을 종합해 볼 때, 아 저 여인이 바로 좃선의 국모라는 바로 그 아주머니구나 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려 버려따.


그리고 생각했다. 아줌마를 함 만나봐야게따고. 섹시해서? 오오.. 그럴리가. 그냥 만나서 혈변 억제 알약 하나 주고 싶었을 뿐이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정말 이루어졌다. 진짜 아줌마를 만나고 만난 것이다.
 






하필이면 이너뷰 장소가 광화문 좃선숙박업소에서 운영하는 2층 커피숍이었을까.그러나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별 수 있나? 그녀는 엄연한 인터뷰ee고 우원은 인터뷰er인걸.


약속시간 보다 5분 먼저 도착한 본 우원, 콧딱지를 파면서 질문할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때 패미니즘의 대표적 여성으로서 이문열 선생의 <선택>을 맹렬히 비난하던 그녀가 지금 디좃의 얼굴 마담으로 맹위를 떨치게 된 사연과, 놈현과 무슨 원수를 졌길래 연일 놈현 타도를 그토록 부르짖는지, 진짜 일본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등등등..


그때 출입문이 스르륵 열리며 아주머니 한분이 걸어들어왔다. 연한 블루색 양장차림에 뾰족구두. 그녀였다. 바로 인터뷰 시작.


(이후 본 우원은 딴지의 딴으로, 그녀는 좃선의 국모에 국으로 표기한다.)


딴: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드린다. 딴지 일보의 뚜벅이 기자다. 일단 이쪽에 앉으시라.


국: 편가르기 하지 말라. 나도 한때는 진보였다가 이 정권 이후 보수가 됐다. 그러니 당신 옆에 앉겠다.


딴: 아.. 그럼 좋도록 하시라. 넘 붙지는 마시라. 꽉 끼인다. 일단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 어려운 선택이셨을 텐데...


국: 당신, 말이 너무 많다. 인터뷰 짧게 가자. 10분이면 끝날 인터뷰다. 그리고 당신 복장이 그게 뭐냐? 낡은 와이셔츠를 깨끗이 빨아 입고 유행 지난 양복을 깔끔하게 다려입고 다소 촌스런 넥타이를 매고 나와 형형한 눈빛으로 인터뷰를 해야지..기자로서 품위가 없다.


딴: 아..우리 회사가 원래 캐주얼 복장으로 근무하니까...


국: 캐주얼의 패션 감각에 한마디 하겠다. 원래 양복보다 캐주얼이 소화하기가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외모를 굳이 거론하는 것은 아니지만, 캐주얼은 얼굴도 몸매도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한다.


딴: 죄송하다.


국: 왜 말꼬리를 잡느냐? 그런 건 이미 시사지나 신문 등에 다 나와있는 것 아니냐? 미리 미리 준비를 했었어야지. 매우 방만하고, 국민의 뜻을 모르고 복식 등에  무지했던 게 아니냐? 나는 그렇게 본다.


딴: 반성한다. 그럼 인터뷰를 시작하자.


국: 놈현은 물러나야 한다. 우리 국민이 원한다.


딴: 국모의 개인적 생각이냐? 진정 국민의 뜻이냐?


국: 나는 보통 시민의 입장에서 말하고 싶다. 사실 노 대통령을 뽑지는 않았지만,다수 국민이 선택했기 때문에 5년을 기다리고 인내하고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딴: 처음부터 당신은 별로 인내하고 참지 않았던 것 같다. 작년 5월에 "그는 대통령이 되지 않는 것이 좋았다"라는 글을 쓰지 않았나?


국: 그렇게 말하는 근거가 뭐냐? 그렇게 이야기 하지 말고 냉정하게 말해라. 지금은 겸손해야 할 때다. 이 모든 게 놈현 때문이다. 놈현은 물러나야 한다. 우리 국민이 원한다.


딴: 근거라니? 자신이 쓴 글도 기억못하나? 작년 5월 23일 디좃에 그렇게..


국: 묻고 싶다. 당신은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기자짓을 하는 거 아닌가?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했는지 생각해 보라. 나는 지난 1년간 대통령 걱정 많이 했다. 놈현 물러나야 한다. 우리 국민이 원한다.


딴: 자꾸 이야기가 옆으로 샌다.


국: 지금 당신 말을 들으니 참 어이가 없다. 인터뷰할 때는 항상 거기에 대해 대비를 해야한다. 왜 옆으로 새는 걸 두렵게 생각하고 고작 그걸 여기서 알아차리느냐?


딴: 알았다. 또 반성하고 질문하겠다. 스스로 진보였다고 했는데 언제 당신이 진보였었는가?


국: 우리집 가문이 가짜 보석 사지 마라, 진짜 보석 사라고 할 때부터 진보였다. 국민들에게 지금 예쁜 보석이 어디있나? 사고 싶은 보석이 없다.  놈현 물러나야 한다. 우리 국민이 원한다.


딴: 왜 갑자기 보석 이야기가 나오나?


국: 당신은 말이 너무 많다. 인터뷰 장에 나타나면서 나는 혹시...했으나, 역시했다. 나는 10분이면 끝날 토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시간 20분이나 계속될 것 같다. 이 인터뷰 너무 지루하다. 품위가 없다. 놈현 물러나야 한다. 우리 국민이 원한다.


딴: 말이 많은 건 당신이다. 이래서야 기자로서 인터뷰 할 수있겠나?


국: 기자 노릇 못해먹겠다? 오케이!!! 이건 니 책임이다. 너는 기자가 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이미 스스로 기자 노릇 못해먹겠다고 털어놓았지 않는가?


딴: 결국 그렇게 인용할 것인가? 우리 이렇게 이야기 하지 말고...


국: 우리라니? 어디서 우리라고 하는가? 나는 엄연히 좃선의 국모다. 우아한 좃선의 국모. 감히 같은 편에 끼려 하지 마라. 놈현 물러나야 한다. 우리 국민이 원한다.


딴: 감정 푸시라. 나도 이 인터뷰가 왜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고 어찌 됐든 본 기자의 능력이 부족한가 보다.


국: 이제 사과를 하나? 당신은 나를 조삼모사의 원숭이정도로 알고 있나보다. 난 진보였다 보수가 된 원숭이다. 알려면 똑바로 알아라. 복잡한 국민들의 심사를 읽어달라. 그리고 지금 모든 기자들은 겸손해야 할 때다. 내가 좃선의 원숭이.. 아니 좃선의 국모가 되기까지 나름대로  전략이 있었다는 것을 계산을 해야한다. 왜 생각을 안 하고 몸으로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나? 몸으로..힘으로..꿀꺽..근데 기자는 힘이 좋은가?


딴: 어렸을때 미숙아였다.


국: 기자직이 무척 어렵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기자직 수행을 위해서는 매력을 느끼고 직책의 위중함을 아는 사람이 기자직을 수행하는 게 좋다고 본다. 그리고미숙아였다고? 그러면 인큐베이터로 겨들어가라. 정말 좋은 표현이다. 내가 바로생각해낸 거다. 놈현 물러나야 한다. 우리 국민이 원한다.


딴: 국민 빙자말고, 당신의 의견을 얘기하라. 대통령 나가라 그 얘기 아닌가? 그렇게 말하면 된다.


국: 호호호. 그렇다. 당신은 이렇게 생각하고 나는 또 이렇게 생각하고 쟤는 조렇게 생각하고 걔는 저렇게 생각하고..아싸아. 이제 당신에게 공이 넘어갔다. 패쓰!!


딴: 더 이상 인터뷰가 곤란하겠다. 여기서 마치자.


국: 아무리 당신이 역전의 명수이며 노림수의 달인이며 꼼수의 대가라고 하더라도, 나한테는 안된다. 놈현 물러나야 한다. 우리 국민이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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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녀언~하고 고함을 치며 눈을 떠보니..쇼파에서 꾸벅 꾸벅 졸고 있었고 화면에서 그녀의 모습도 사라진 뒤였다. 그녀..어디갔나? 진정...그녀는...없었나?


 
국민은 강팀이다 조직 위원장
뚜벅이 (ddubuk@ddanzi.com)


혈변싸기



















대통령 탄핵에 관련한 니덜의 의견, 기사, 사진 및 만화, 지역 집회 소식, 집회 스케치, 해외 언론 동향, 해외 교포들 반응, 기타 등등등 몽땅 다 투고받습니다. 후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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