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이너뷰] 올림픽 스타를 회고하며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2004.8.17.화요일
딴지편집국


올림픽이 낳은 한국 최고의 스타. 그는 아마도 황영조일 것이다.



황영조를 최고의 스타로 꼽을 수 있는 이유는 꽤 많다. 먼저,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것, 게다가 그 금메달이 대한민국 최초이자 아직까지도 유일한 육상종목의 금메달이라는 점.. 물론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을 했던 손기정옹의 금메달도 우리의 것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 소유권은 심정적으로만 대한민국의 첫 금메달일 뿐 공식적으로는 일본의 금메달이라는 것이 역사의 조까튼 현실임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중고등학교 때 대한민국 최초의 금메달이 누군가를 묻는 체육시험에서 양정모 선수와 손기정 옹을 두고서리 애국심에 오답을 내지른 열혈 독자들도 많으실 줄 안다.


아무튼 이밖에도 황영조 선수는 92년도 바로셀로나 올림픽 후, 94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한국신기록으로 4위를 기록했으며, 같은 해 일본이 개최한 아시안 게임에서도 1위로 골인하여 히로시마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는 쾌거를 이룩한 바 있고, 마라톤사적으로는 국내 최초로 2시간 10분대의 장벽을 깨뜨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나 더!


필자가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황영조의 가장 의미있는 마라톤 성적은 따로 있다. 그것은 지난 1996년 국내대회인 동아마라톤에서 거둔 성적이다. 그 성적이 어케 되냐구?


놀라지 마시라.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출전 자격권을 놓고 벌어진 당 경기에서 그가 거둔 성적은 29위. 기록은 자그마치 2시간 25분 45초 되겠다.


그렇다! 별볼일 없는 성적이라 하겠다. 권위있는 국제대회도 아니고 국내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동아마라톤에서 29위, 그리고 그의 공식대회 최고 기록인 2시간 8분 9초에 한참이나 뒤쳐지는 2시간 25분 45초의 기록은 그의 화려한 명성에 비하면 형편없이 곤두박질한 성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기자가 당 성적을 가장 의미있다고 보는 이유.


첫 번째는 그가 경기 중 부상이 있었음에도 완주를 다 했다는 것. 96년 동아마라톤 대회에서도 그는 중반지점까지 선두그룹을 유지하며 무난하게 입상할 것처럼 보여졌다. 그러나 마라톤 경기의 최대 승부처라 할 수 있는 26.94km 지점에서 그는 갑자기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나 극렬한 고통을 느끼며 레이스 중 주저 앉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시 일어섰을 때 선두그룹의 선수들과는 1km이상의 거리가 벌어지게 되었고 그 순간 이미 3위까지만 올림픽에 출전시키기로 했던 대한육상연맹의 선발 기준에서 그는 탈락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고통을 참고 당 대회에서 완주를 해냈던 것, 그 점 분명히 의미있는 경기로 꼽는 이유가 될 수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 그는 이 경기를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은퇴를 선언했다는 것. 그가 바로샐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것이 불과 22세때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 대회는 황영조의 4번째 마라톤 풀코스 완주였고 말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에게는 마라톤에 관해 천부적 재질과 승부근성이 있다는 얘기이고 또 이는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획득이라고 하는 국가적 영광이 이번 한 번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다음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잘하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실현될 수 있다는 강력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즉, 26세에 이루어질 마라톤 2연패쯤이야 당연한 수순이고 좀더 노력한다면 30세에 올림픽 마라톤 3연패라고 하는 유사 이래의 최고의 대박을 터뜨릴만 한 선수로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올림픽 3연패는커녕 2연패를 향한 국내 선수권 대회 2차전에서 물을 먹어 올림픽 자체에 출전이 불가능하다니!(애틀랜타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한 1차 대회였던 95년의 조선일보 마라톤대회에서 황영조는 2위로 입상하였더랬다.) 당근 난리가 났다. 부상을 입었으니 다시 해야한다고 하는 의견에서 부터, 당연히 그의 전적과 기록을 감안해서라도 선수권 대회의 성적과 상관없이 올림픽에 출전시켜야 한다는 여론에 이르기까지. 마침내 여론의 화살은 대한육상경기연맹에게로 돌아갔다. 우수한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 조절 실패와 부상 가능성 등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두 번의 대회에서 3위 안에 드는 선수들에게만 올림픽 출전권을 주기로 선발 기준을 세운 것은 안이한 탁상 행정에 다름 아닌 뻘짓이었다며 육상경기연맹을 쥐잡듯 몰아갔던 것이다.


특히 애틀랜타 올림픽의 마라톤 코스는 굴곡이 많은데다 섭씨 30도에 이르는 무더위까지 동반되는 최악의 조건인만큼 더위에 강한 황영조가 가장 우승 가능성이 높은데 어떻게 황영조를 출전시키지 않을 수 있느냐며 국민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그리하여 결국... 올림픽 마라톤 2연패의 영웅이 탄생되는 것을 보고자 했던 국민들의 갸륵한 성원에 보답하듯 육상연맹에서는 며칠 후 기적(?)과도 같은 중대 발표를 하게 되었으니 내용인즉슨 황영조 선수를 애틀랜타 올림픽 예비선수로 덜커덕 지명함으로써 이미 선발된 3명의 선수 중 1명을 조뙤게 해서라도 황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키겠다고 암시함으로써 적극적으로 국민여론에 화답했던 것이다.


결국 육상연맹의 이같은 하해와 같은 뻘짓이 26세의 마라토너 황영조가 은퇴를 결심하게 되는 결정적 개기가 되었고 말이다. 당시 그는 은퇴를 선언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결과에 승복한다. 그리고 구차하게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기 보다는 스포츠맨답게 깨끗이 은퇴하겠다. 국민여러분들의 깊은 이해를 바란다."


씨바! 멋지지 않은가? 본 기자가 언능 이너뷰 본문으로 넘어가지 않고 서두에서 이리 지면 잡아먹고, 호들갑을 떨었던 게 이해가 되고도 남지 않으시는가? 뭐.. 늘 그렇듯 아님 말고지만 말이다..


아무튼 본지는 이번 그리스 올림픽을 맞아 그렇게 멋지게 은퇴를 했던 황영조 선수에게 이너뷰를 요청했다. 과거 올림픽 스타를 회상해 보고 또 그 스타가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얼마나 멋지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가 추억하는 스타시절의 모습은 어떤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황선수, 아니 이제는 황감독인 그와의 이너뷰는 지난 8월 17일 올림픽공원 근처의 모까페에서 약 2시간여 동안 이뤄졌다. 이너뷰 참석자는 편집장과 신짱 기자, 황감독 이렇게 셋이서 고스톱을 치듯 정겹게 도란도란 진행되었다.







- 먼저 최근 근황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지내셨나요.


우선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마라톤을 앞두고... 마라톤 중계 준비에 여념이 없었구요. 최근에.. 최근에는 뭐 지금 하고 있는 대표적인 일이 있다면 그...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마라톤 감독을 맡고 있구요... (중간 전화) 에 또... 지금.. 지금은 뭐 대관령에서... 저기 강원도 대관령에서... 거기가 공기가 좋은데... 아무튼 대관령에서 19일까지 훈련중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제가 강원도 출신이다 보니 춘천에 있는 강원대학교 스포츠과학부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구요. 그리고.. 그리고 뭐 최근에는 또 마라톤 관련 책을 하나 냈는데요.. 이게 요즘 반응이 좋더라구요(웃음).. 그런데 초판에 좀 수정할 부분도 있고 해서 좀 다듬고 있습니다. 에 그밖에는 뭐.. 고려대학교 박사과정을 이번에 마치면서 수료했고 이제 논문 남겨놓고 있는 상태라.. 뭐.. 그러고 있습니다.


(황감독은 같은 말을 반복하고 말의 주술관계가 말하면서 뒤섞이는 버릇이 있는 듯 했다. 마치 본지에서 현재 연재하고 있는 고우영 일지매의 열공스님처럼 말이다. 지나친 동어반복과 장황한 멘트는 기사 독해를 방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아래부터는 좀 쳐내고 정리해서 간략하게 기재토록 하겠다.)


- 박사학위를 준비중에 계신건가요.


그렇습니다. 책도 마무리 했으니 이제 그쪽에 집중해야 할 것 같고 그리고 그동안 kbs 마라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다 이번 올림픽부터는 sbs 해설위원을 맡았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또 요즘 마라톤 행사가 많다보니 주말엔 가끔 전국적으로 마라톤 행사가 있는 곳에 가서 마라톤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달리기도 같이 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 안그래도 요즘 웰빙이다 뭐다 해서 마라톤 인구가 많이 늘은 것 같더라구요. 말 나온김에 일반인들에게 마라톤에 관해서, 마라톤의 매력이라던가 주의점이라던가 말씀해 주실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네. 최근 주5일제 근무가 되면서 이제 많은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 같으면 일 자체가 노동이다보니까 굳이 운동하지 않더라도 비만인 사람, 체력이 없어서 떨어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먹는 것도 부실하고 운동량이 많은 생활이었는데, 요즘은 움직임은 적고 영양은 풍부하다 보니까 운동 아니면 내릴 처방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가장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인 달리기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관심의 대상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지금 잘 물려서 돌아가고 있는 종목중의 하나인데 제가 달리기를 하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요즘 마라톤의 어떤 리딩그룹에서 전부 방향을 제시하는지 모르겠지만, 선수는 아마추어가 되가고 아마추어는 선수가 되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본지 취재진은 살짝 웃음이 나왔다. 마치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거침없이 나온 마라톤 관련 그의 이너뷰 접대용스러운 멘트 때문에. 관련 전문가다보니 그렇게 청산유수로 나올 수 있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최근 그가 냈다고 하는 책의 머리말을 혹 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문어체적이어서 책을 함 확인하고 싶을 정도였다. 아무튼...)


-구체적으로 어떤 기현상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오히려 일반인들이 선수들보다 더 많은 훈련을 하고 더 많은 거리를 뛰고 더 결정적으로 선수들은 오히려 아마추어화 되서 그 힘든 걸 안하려고 하고 많이 뛸려고 하면 그거 안하려 하고 그런 부분들...  그래서 선수는 선수다워야 하고 일반 마라톤을 좋아하는 동호회원들이나 일반인들은 아마추어적이어야 하는데 그게 거꾸로 되어가는... 쉽게 말해서 마라톤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어야 하는데 마라톤을 하면서 에너지를 써버리는 상황이 되는 것은 과히 좋지 않다고 봅니다.


일반인들에게 마라톤은 즐거운 마라톤, 그리고 마라톤을 통해서 내가 뭔가 큰 걸 얻을 수 있다기 보다는 건강을 얻을 수 있고 멋진 몸을 만들 수 있고 건전한 정신 건강한 육체를 만들어내고 많은 분들과 함께 즐김으로써 뭔가 화합의 정신, 함께 할 수 있는 마라톤이 되야 하는데 그런 어떤 100키로씩 달리는 뭐 그런 분들이 생겨나면서 달리기가 고통스럽고 그리고 부상을 안게 되고, 그러다보니까 정형외과가 잘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지금 스포츠산업에 있어서 마라톤산업이 엄청납니다.


저는 오히려 대회 나갈 때 5년전의 옷을 입고 있는데, 요즘 아마추어들이 아주 기능적이고 아주 컬러풀한 좋은 옷들을 입고 뛰어요. 그런거 보면 제가 오히려 마라톤에서 아주 뒤떨어진 사람으로 보이는데.. (웃음) 제가 볼때 마라톤은 참 과학적이면서도 원시적이고 순수하고 또 신발만 있고 가벼운 옷차림만 있으면 어디서든 달릴 수 있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쉽다고 생각햇는데, 너무나 선수들보다 치밀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게 해석할수도 있겠지만 너무 좀 그렇게 가고 있지 않느냐. 나중에는 좀 그렇거든요. 돈도 좀 덜 들고 그래야 하는데 이젠 이게 돈도 좀 써야 하는 운동이 되 버리고. 그리고 지금 대회도 많아지면서 대회 자체가 너무나, 지금 외국같은 경우는 10킬로가 가장 인기있는 거리인데, 우리는 무조건 시작하면 풀코스에 도전하고... 좀 시간차를 두고 하는게 좋습니다.







인생에서 마라톤에 대한 도전은 가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분들이 너무나 풀코스에 대한, 완주에 대한 욕심이 있다보니 레이스에 들어서게 되면 골인 지점에 들어가려고 하는 그게 결과적으로 더 이상 뛸수 없는, 부상과 바로 이어지는...


특히 잘 아시겠지만 최근에 올봄까지만 해도 보도를 보면 달리다가 죽는 경우 이런것도 생기고. 우리가 좀 뭔가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 달리기를 하는건데 왜 죽어야 되느냐 이거죠. 이거 문제 아니냐. 물론 한계에 대한 도전. 이런게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게 아름다운 도전이어야 하는데 무모한 도전이 되 버린다는거죠.


쉽게 말씀드리면 마라톤은 힘든 경기입니다.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면서 접근하니까 숨 넘어가는지 모르고 죽는지 모르고 그거 참고 그냥 뛰는거야. 그게 죽는길인데 그걸 모르는거죠. 자기 자신을.


자기 자신을 알면 그정도까지 안가죠. 그렇게 내가 상황이 안좋다 그러면 안뛰면 되는거고. 풀코스를 준비했다가 그날 당일 컨디션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마라톤을 뛴다고 신청했지만 준비가 안되서 일이 바빠서 준비가 안 되면 5키로 10키로 뛰고 돌아가면 되는데 굳이 풀코스를 무모하게 뛰어버리는 경우. 여러 가지 경우가 생기는데 그런거 보면서 이건 아니다. 이번에 책을 내게 된 것도 마라톤이 뭔지, 그리고 어떻게 가야 되는지, 마라톤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지금 달리고 있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달리고 싶어 하는 사람도 봐야 하는 한번쯤 보고 하면 괜찮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에서 책을 냈죠.


- 그 책에 지금 말씀하신 내용들이 다...


그렇죠. 마라톤은 좋은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게 완전 중독이라서 안뛰면 미쳐버리는, 스트레스 받고 이런 사람들, 중독이 아니라 증후군이 된 , 갑자기 안뛰면 몸이 이상해지고 하는. 제가 그래서 4훈3휴 프로그램도 제시했는데 그런 부분도 좀더 제대로 알고 달리자. 그런 방향을 나름대로 제시하는 겁니다. 뭐... 제가 쓴 책에 다 나와 있습니다.


(괜히 마라톤에 대해 물어봤다 싶을 정도로 그는 쉬지 않고 마라톤에 대해 열변을 토해냈다. 뭐, 구구절절 맞는 말인 것 같기는 한데.. 이너뷰가 예상치 못하게 간접적인 책 광고가 될 수 있을 듯 해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 너무 말씀을 많이 해주시면 독자들이 책을 볼 필요를 못 느낄 것 같은데요(웃음).


예. 마라톤은 자기를 알아가는 운동인 것 같아요.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는데, 오랜시간동안 달리면서 옛날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고 그런 중요한 시간이지 않느냐. 우리가 가끔 가보면 하늘의 별을 10초간 바라보면서 여유를 지키기가 현대사회에서 희박하거든요. 달릴 때는 자신을 차분히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고, 그리고 달리기를 통해서 자신의 호흡을 해야 하고 자신의 몸놀림을 익히면서 자기 몸을 알아가고 부상을 통해서 자기 몸을 관리해가는 아끼는 그런 마음가짐이 생기면서 자기를 알아가는 그런 운동이 좋은 운동이 아니겠느냐.


(아니 이 양반이.. 결혼도 안하고 혼자 살다보니 외로워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뭐 황영조 감독이 책을 팔아야만 생활이 유지되는 어려운 형편의 사람도 아니고 마라톤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던 사람인 만큼 마라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일반인들에게는 그의 지금 얘기와 그가 펴낸 책이 무엇보다 좋은 참고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차라리 열심히 함 들어 보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마라토너가 하는 말이지 않은가.)


- 뛰시면서 과거 생각 그런게 나나요.


그럼요. 나죠. 뛰면서 옛날 친구생각 하고, 옛날에 있던 일들. 뛰면서 혼자서 웃고, 사람들이 보면 뛰면서 왜 웃냐 미친넘처럼 하지만 혼자서 옛날생각하면서 빠져서 가는 거죠. 내가 요즘 고민이 뭐가 있는지 다시한번 깊게 생각해보고..


- 예전 시합때도 그랬나요.


레이스와 시합과 연습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레이스야  내가 작전을 구사해야 하지만, 연습때 인터벌때와 조깅할때는 틀립니다. 일반인들이야 항상 조깅의 연장선상이니까 늘 편안하게 부드럽게 뛰다 보니까 충분히 생각할수 있는 시간이 있는거죠.


- 저도 살좀 빼려고 뛰면 힘들어서 언제 끝나나 그것만 생각하지. 친구생각이나 옛생각이라던가 그런건 거의 경험이 없거든요.


그건 페이스조절을 잘못한거죠. (책을 가리키며) 저기에도 나오지만 걸을수 있으면 뛰고, 뛸수 있으면 마라톤 풀코스까지 갈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 빨리빨리 갈려구 하지 말고 천천히 시간차를 두고 가는거고 그게 롱런할수 있는 길이죠. 일반인들이 욕심을 내죠. 그러다 보면 훈련량과 강도가 있어야 뛸수 있는데 몸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되고... 그렇게까지 하면서 할 필요 없잖아요.








이 책이 바로 그 책이다.


우리는 몸을 썼죠. 저같은 경우 훈련할 때 달리는 차에 치여 죽고싶을 정도로 연습했습니다. 목숨걸고, 인생의 나의 모든걸 걸었자나요. 근데 일반인은 자기일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걸 하는거자나요. 이게 주업이 아니자나요. 저처럼 금메달 따고 연금받고, 훈장 받고 뭐 월급 받고 하는 직업적인게 아니자나요 프로가 아니자나요. 말 그대로 아마추어란 말이죠. 거기 빠지는 것도 좋은데 그걸 적당히 자기 인생에서 이걸 컨트롤할 수 있어야 되는데 거길 빠져서 오히려 마라톤에 컨트롤 당하면 안된다 이거죠.


- 만일 축구로 비교하면 일반인들이 막 태클을 하고 이정도까지 하면 안된다는...


그렇죠. 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그냥 친목도모하고 자기 건강을 위한 운동이 되어야 하는거죠


-감독님 생각하시기에 그 이유가 운동을 접근하는 일반인들의 마인드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마라톤운동에 대한 무지라고 할까요. 그런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하세요


일단 운동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 같구요. 안다고 하지만 자기가 최상의 수라고, 바둑 1단도 자신이 보기에 최상의 수라고 던질 것 아닙니까. 9단이 볼때는 이게 수가 아닌데. 이 달리는 거에 있어서만큼은 우리는 엄청난 경지에 올라간 사람들이에요. 뛴다는 사람들이 어디서 책좀 보고 이런거 아니냐고 많은 사람들이 저한테 그래요. 타고난 천재형의 마라토너였다고.


근데 제가 느끼기에는 저는 솔직히 감각이 상당히 뛰어난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가야 한다는 길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한거지 무조건 제가 타고났다고 해서 잘 뛴거 아닙니다. 그건 노력 없이 안됩니다. 남들보다 뛰어난 부분은 상당히 감각적으로,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부분의 감이 좋은 그런 거거든요. 근데 일반인들은 그걸 모른다는 거지. 모르면 배우는거죠. 그래서 배움이 필요한거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 만나다보면 그런게 있는데 우리가 일일이 만나서 할수 없자나요. 그래서 이렇게 책도 쓰고...


(다시 후회가...)


- 황감독님이 처음 마라톤을 시작했을 때는 당연히 지금처럼 사전 지식이 없었을텐데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옛날 얘기 좀 잠깐 해주시죠.


전 마라톤을 시작할 때 세계적인 선수가 되겠다는 큰 꿈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뛰다가 그런 목표가 생긴게 아니구, 첨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구 뛰어들었구요.


- 예를 들면 올림픽 금메달같은?


아니요. 두시간 10분벽 돌파. 그게 당시로선 한국마라톤계의 염원이었고 1억원의 포상금도 있었고 아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기록이었죠. 근데 한국 최초로 제가 그 기록을 깼져. 92년 2월 2일날. 많은 마라톤 관계자들이 당시만해도 우리 한국선수들은 이걸 깰수 없다 그랬는데 전 시작부터 이런 꿈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꿈을 이뤘고. 당시 두시간 12분대의 한국기록을 두시간 8분대로 갖고 오면서 선수들이 믿지 않을정도로 파격적인 기록을 세우면서 제가 그 꿈을 이루게 되죠.


이 마라톤이 갖고 있는 제 나름의 의미는 스포츠에 있어서의 왕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린 나이에. 이왕 힘들게 운동할바에야 진짜 가치있는 의미있는 종목에서 금메달을 잘 해보고싶다 이런 생각했었고. 제가 중학교 때 사이클선수였는데 사이클선수로 활동하면서 육상대회 나가서 1등했어요. 왜냐. 모든 운동의 기본은 달리기니까. 어떻게 수영선수가 수영만 합니까. 수영하기 전에 체력훈련할때는 뜁니다. 그렇다고 잘 뛰는 선수가 전체적으로 수영 잘하는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모든 운동의 기본이 달리기니까. 그러면서 제가 육상을 하게 됬죠.


그리고 저를 이렇게 세계적인 선수로 키운 이런 부분도 어린 시절에 어려웠던 가난이 저를 강하게 만들었고 꿈을 이룰수 있게끔 만들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개기가 몹시 원대하다. 처음부터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서 어린 시절 마라톤을 시작했다고 하니 말이다. 물론 그런 욕심을 갖고서 뭔가를 시작하는 게 당연하기도 하지만 왜 보통은 이런 질문 나가면 으레 나오는 멘트들 있지 않은가. 아무 기구 없이 혼자 달리는 마라토너의 그 진정한 고독을 흠모했다느니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시작한 건데 운 좋게 좋은 결과를 낳았다느니...


역시 어려서부터도 멋졌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한 편으로는 이거야 말로 승자만이 자신있게 연출할 수 있는 멘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어쩌면 흘러간 세월만큼 자신의 삶이 일군 결과물에 대해 스스로 애착이 강해진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도 들었다.)


- 아버님이 월남전 후유증으로 안 좋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좀 괜찮으신가요.


(조금 놀라며)지금도 안좋으세요. 그거 어떻게 아세요.. 저희 아버님도 그걸로 연금 받는 분이세요. 그 월남 가셔서 후유증으로...


- 마라톤을 시작하게된 계기, 혹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 계기가 아버님때문에 영향을 받았다거나 그런 건 없나요. 어머님께 받은 영향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는데.


부모님께 받았다고 볼수있죠. 특히 어머님같은 경우 저를 데리고 물질을 하셨으니까. 뱃속에 저를 가지셨을때도 물질을 하셨고, 저를 낳는 날도 낳기 전날도 봄이었는데 미역을 널다가 일 하다가 배가 아파서 새벽에 논거야. 그러니까 요새 임산부같으면 며칠전 병원가서 누워있자나요. 분만실 들어가서 있다가... 근데 저 낳는 그날까지 어머니는 일하시다가 배가 아파서 낳았을 정도니까. 뭐, 아버님은 아파서 누워계셨었으니까 특별히 영향을 받은 부분은 적구요..


- 어머님께서 특별히 태몽을 꾸시기라도 하셨나요?









혹 꿈에 용이 나타나거든 로또복권부터 사고 볼일은 아닐 듯 하다. 부인이나 가까운 친구의 임신여부 먼저 알아 볼 일.


저희 어머님이 저 낳기 전에 용을 타고 하늘을 계속 날아가다가 꿈을 깼대요. 그리고 늘 보면은 많이 고기를..


바닷가다 보니 엄청나게 고기를 많이 잡아다가 마당에 한가득 쌓아놓는 그런 꿈도 꾸셨대요. 과일을 보더라도 과일이 엄청나게 크다던가 이상하게 꿈을 꾸더라도 그런쪽으로.


그리고 저희도 바닷가다 보니까 용을 타고 계속 올라갈 때 내려가야 하는데 하늘로 계속 가다 꿈이 깼다고... 우히히


(여기서 또 괜히 태몽 얘기 했나 싶을 정도로 황감독은 자신이 혹여 잘난체 하는 인간으로 보여질 수도 있을 얘기들을 무지하게 즐겁게 했다. 정말 잘난척을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워낙 사람에 대한 세속적 경계심이 없어서 그런 건지, 또는 이너뷰를 진행하는 본 기자가 맘에 들어서 그런 건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이너뷰 활성을 위해 농담 따먹기 겸 신변잡기적 워밍업은 여기까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이너뷰 되겠다.)


- 예전에 황감독님이 여론과 언론의 중압감 때문에 사생활이 보호도 안되고, 그런 것 때문에 괴로워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제는 시간이 지나고 해서 예전의 관심과 집중이 가끔 생각나시기도 할 것 같은데 은퇴하신 다음 지금 생활의 만족도가 어떠신지 모르겠슴다.


현역때는 운동에만 전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심플한 삶을 살았죠. 먹고 자고 달리고. 이게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그 외에 부수적인 일이 생기면 운동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하고. 그런 마음을 가져서도 안되고. 선수생활 할때는 마라톤을 할때는 절에서 스님들이 정진하듯이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마라톤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갔었죠.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그런 결과가 나온거구요. 많은 사람들이 안되는 부분을 보면.. 하고 싶은 거 하다 안되는게 많아요.


근데 지금의 삶은 일단 좀 복잡하죠. 일단 감독으로서 선수들 거느리고 다 봐야죠. 생각할 게 많아요 가야할 방향이 많고. 예전엔 나 하나만 잘하면 됐지만. 이제는 내가 아닌 상대방을 잘되게 해서 내가 잘되게 하는 거죠.


그러면서도 그때는 늘 새벽 5시나 5시반이면 일어나서 어김없이 달려야 했었고 지금은 그 시간에 안 일어나도 되고 자도 되고 아침도 거를 수 있죠. 근데 그때는 먹어야지만 뛰어야되고 뛰고나면 먹어야 되고 쉬어야 되고 뛰어야 되고 자야 되고 그런 반복적인 사이클이었고, 지금은 뭐 그런 부분은 내가 융통성 있게 갈수도 있고 그렇지만 대통령도 전직과 현직은 분명한 차이가 있잖습니까.


저도 이젠 현직선수가 아니라 전직 선수예요 물론 올림픽마라톤 금메달이란 것은 평생 가겠지만. 뭐 그런 것 때문에 지금도 많은 선수들이 뛰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는 있습니다만. 그래서 그 지금은 은퇴를 하고 사회에 나와서 선수가 아닌 사회인으로서 내 삶을 꾸려가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 일을 해가면서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런 것도 저니까 여러 가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고 상당히 많은 경험을 하고 남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부분도 경험하게 되고 그래서 지금 어떤 그때가 좋다 지금이 좋다, 그때는 육체적으로 상당히 피곤했고 또 공인된 입장에서 국민의 여러 가지 기대를 안고 있는 대표선수라고.. 상당히 큰 중압감을 가지고 선수생활 했고 나름대로 남들 공부할 때 운동하면서 진짜 소풍한번 못가보고 여름에 피서 한번 못가보고 그 많은 땀을 흘리면서 잠 못 자면서 운동을 해서 젊은 날 그래도 국민들을 한번 기쁘게 해줬다는거, 손기정 할아버지의 한맺힌 금메달의 한을 풀어줬다는거 여러 가지 어떤 일을 했다는건 나름대로 어린날 제가 목표로 했다는 걸 100프로가 아니라 200프로이상을 하지 않았느냐. 그럼 꿈을 이룬다는건 쉬은게 아니거든요.


꿈은 이루어진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이루기 힘들어서 나온 얘기지 쉽게 되면 그런 얘기 나올 이유가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참 제가 살아가면서 가장 큰 행복인거 같아요


- 당시 화려한 조명이나 또 승부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게 아쉽지는 않으세요. 그때 그 올림픽 2연패에 대한...



그런건 없어요. 2연패에 대한 아쉬움은 인간이다보니까 갖을 순 있겠지만 거기에 대해서 막 크게 그런 건 없어요. 충분히 내가 할수 있는만큼 했고, 또 그럴 때 내려왔고 너무 일찍 올림픽 금메달을 따다보니까 일찍 내려온거고 이 운동이 골프라던가 사격이라던가 요트라던가 하는 진짜 장수하는 롱런할 수 있는 스포츠였다면 지금까지 하고 있겠죠. 언젠간 내려와야 하고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는것도 썩 나쁘지 않다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것도 의미고 있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저한텐 목표가 없었어요. 다 했기 때문에 제가 목표로 했던 200프로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꿈이 없었어요. 계속 뛸 수 있는 운동도 아니고 그래서 내려온 거에요. 그리고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빨리 금메달 따고 싶었어요. 이걸 여유있게 시간차를 두고 뛰기에는 너무 가혹한 스포츠였어요. 저로서는 너무나 힘들게 운동했었기 때문에.. 남들은 마라톤 즐겁게 뛸려는 지 모르겠지만 저는 얘기했다시피 달리는 차에 뛰어 들어 죽고싶을 정도로 뛰었는데 그 심정은 자기 자신 말고는 모릅니다. 그걸 누가 알겠어요.


지금의 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금메달 따고나서 그 어떤 느낌을 가져가는거? 따기 전엔 힘들었죠. 늘 고생했고. 지금의 내가 어떻게 가든간에 순간은 영원처럼 느껴지니까.


- 그럼 은퇴후의 지금의 목표는 무엇인지.


그런 얘긴 제가 잘 안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칼을 갈 뿐이지. 앞에서 칼 가는 모습 보이면 부러진다고..


(현재 감독을 맡고 있으므로 자연스레 훌륭한 후배 양성에 전념하겠다 뭐 그런 얘기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이건 또 의외다.)


- 뭔가 새로운 꿈이 있긴 있으신 거군요


그런 얘길 굳이 한다면. 내 혼자 잘 먹고 잘 산다는 생각은 버린지 오래고. 정말 많은 사람들한테 도움이 될 수 있는 누군가를 위해서 보탬이 될 수있는 삶. 그런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이 책도 그런 의미인 거고. 지금도 국제기아들을 위해서 활동도 하고 있구요. 함께하는 사람들이라고 우리 스포츠 스타들이, 스포츠 스타라고 하면 좀 그렇고 같이 운동했던 사랑받았던 사람들이 모여서 봉사활동 하고 있습니다. 저도 좀 들려야 하는데... 하하. 뭐 그런 부분들.


한달에 한번씩 봉사활동도 가죠. 올해도 6월이었나 황영조의 희망 마라톤대회라고 장애우들과 함께하는 광주희망마라톤대회도 했었고. 그런걸 시간날 때 틈틈이 해요. 제가 제 입으로 말하기는 좀 우스운데 우리 선수들도 가서 좀 보라고 가끔 데려가고 그럽니다. 근데 선수 때는 요만한 일이 이만큼 불거져서 오픈되는데 지금은 이만큼 해도 요만큼 나오기도 쉽지 않은게... (웃음). 나쁜 일은 크게 나오고. 좋은 일은 이만큼 해도 요만큼 나올까 말까하고 이런 게 사회라서.


그만큼 은퇴를 하다보니까 전직 선수니까 뉴스에서 멀어진 감이 없지 않지만 그렇지만 그런 것 같고 뭐 신경쓰고 그런건 없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저는 몸 하나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지금의 가장 큰 무기는 가난이었고 당당하고 그런 부분도 다른 사람에 비해서 있을 수 있어요. 내 시작이 워낙 작았기 때문에. 지금 상당히 자신감 있게 가는 부분이 이써요. 그게 잘못 비춰지면 상당히 건방지게, 말투가 또 강원도사람들이 엑센트가 있고 말이 빠르다 보니까 오해를 많이 사요. 북한말씨에다 이쪽 바닷가 사람들이 약간 거친 면이 있어요. 내륙쪽에 있는 사람은 말이 좀 부드러운게 성향도 그런데 바닷가 사람들은 어릴때부터 바다와 싸워서 그런지 성향이 약간 거친 면이 있어요. 예전 시골 학교다닐때도 산촌에서 온 얘는 약간 힘은 좋아도 약간 그런게 있는데 바닷가에 있는 애들은좀 거친게 있어요.


(워낙 말 표현중에 그런 거, 이런 거 등의 의미가 모호한 거시기성 대명사들이 너무 많아 독자들께서 이해하시기 힘든 부분이 있을 것이다.


뒤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황감독은 마라톤 금메달 리스트로서 언론의 따사로운 조명을 받기도 했지만 반대로 언론을 통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잃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과거 얘기를 할 때면 황감독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부분도 있고, 자신의 사회적 활동 등을 부각시킴으로써 자기방어적인 것을 넘어 지나치게 자기홍보적으로 얘기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물론 황감독이 선수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른 이들을 위해 선행을 베풀어 왔던 것은 사실이다. 일례로 93년도 현역시절에는 자신을 운동할 수 있게끔 처음 인도해 준 중학교 때의 스승님이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아파트 구입자금 6000만원을 남몰래 쾌척한 것이 기사화 된 적도 있었더랬다.


아무튼 본 기자의 질문이 그렇게 많은 것을 물어본 것도 아니었는데 자꾸 장황하게 이리 저리 넘나들며 답변을 했던 것에 대한 개인적인 가설은 나중에 썰을 풀어볼까 한다.)


- 지난 96년도 은퇴를 하실 때 은퇴이유가 그때 본인이 출전하겠다고만 하면 되는데 본인이 스스로 자격을 포기하신 거자나요. 다른 선수의 기회를 박탈하기가 싫어서.. 근데 그때 오히려 비난을 받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제 배가 불러서 그렇다느니 국민들 기대를 무시하는 행위였다느니.. 그때 상황을 좀 해주시죠


(조금 놀란 듯)그 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그때 제가 참...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게 참 중요한데. 돈을 벌려고 마음 먹었으면 계속 뛰었겠죠. 저는 그런 것도 중요했겠지만 더 중요했던 것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떤 의미 그런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전 남들이 쉽게 얘기하는 공부 못하니까 운동하고 뭐하니까 저렇게 됐다 얘기하는걸 젤 싫어합니다. 전 생각을 분명히 가지고 철학을 가지고 달렸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겸허하게 내려올 수 있었고. 사실 뛸수만 있다면 늘 조명을 받으며 많은 돈을... 제가 쉽게 얘기하면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부터 제 몸값이 상당히 올라가서 대회에 참가하는 개런티만 해도 1억 5천, 2억씩 받는 선수였습니다. 달리는 것 자체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달리는 것 자체가 상품이고 돈인데, 내가 그걸 뻔히 아는데 왜 접었겠습니까.


근데 그 이후에 오히려 황영조가 무슨 돈밖에 모른다. 이런 얘기 이 사람들이 참 야속했어요. 뭐 막말로 내가 돈 좋아한다 치고 그럼 내가 돈을 싫어해야 하느냐 그거 아니란 말이죠. 돈 때문에 사는거고 돈 때문에 일하는거고, 돈 때문에 밤 새는거고, 진짜 돈 때문에 울어봤냐. 전 진짜 돈 없어서 운동했어요. 전 어릴때 초등학교 3키로 되는 학교를 비오는 날도 버스탈 돈이 없어서 떨어진 우산 쓰고 걸어다니고 그랬어요. 중학교 때 사이클 운동 첨 시작할 때도 저의 어머니가 아침마다 옆집에 동네 다니면서 100원 빌려서 학교 보내려는 모습 보면서 제가 자전거 통학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제가 운동선수가 된거에요. 12킬로 되는 중학교를 아침마다 가방을 맡겨놓고 버스타는 친구에게 가방을 주고 전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갔어요. 그러다가 내가 운동선수가 된 케이스에요. 체력장 테스트하는데 내가 일반운동선수보다 더 체력이 좋은 거야. 생활 자체가 운동이니까. 따로 운동하는게 아니라 생활이 운동하는 거니까. 그렇게 해서 내가 그렇게 한건데. 내가 왜 그런게 없겟어요. 근데 그게 다는 아니거든. 충분히 내가 당시 참 어린나이에 충분히 이정도면 할 수 있는만큼 했고 여기 책도 보면 알겠지만 올림픽 금메달도 따고 2시간 10분벽 돌파하고 한국최고기록 보스턴 가서 또 세우고 히로시아 아시안 게임가서 금메달 따면서 대회 mvp도 먹고 유니버시아드 대회가서 또 우승하고 선수로선 국가대표상비군 국가대표장거리 선수로도 활동했고 마라톤선수로 하다 은퇴했고 진짜 파란만장한 선수생활을 했죠.


그 과정에서 보이는 저의 열심히 한 모습은 생각하지 않고 늘 황영조는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에 뛰었다 하는 그런 시각들, 뭐 어떻게 생각해도 좋아요. 나만 알면 되니까. 누구한테 그런 얘기 돌아다니면서 떠들고 싶지도 않고.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황영조는 한거니까. 시간이 지나면 나오는 거니까 별 그건 없습니다.


당시로서 제가 은퇴를 할때는 더 이상 뛸 어떤 의미가 없었단 거죠. 제가 운동을 할때는 훈련일지를 하루도 안 빠지고 훈련일지 쓰면서 목표를 적었어요. 세계적인 마라토너 황영조 두시간 9분 59초다. 전 그 꿈을 이루었거든요. 더 크게 손기정 할아버지의 한을 풀어주면서까지. 그건 손기정 할아버지의 한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한이었거든. 일장기 달고 뛰면서 그런 부분들. 제가 이런 얘기 하는게 부끄럽습니다만 근데 더 이상 뭘 더 하라고. 제가 금메달 따고 왔을때 많은 지인들이 접으라고 그랬어요.


잘 뛸 때는 와~ 하다가, 못뛰면 저새끼 왜그래 배가 불렀다 그러고 또 좀 뛰면 어 잘뛰네 그랬다가 또 못뛰네.. 목표가 있어야 하거든. 꿈이 있어야 하거든. 언론이 그걸 그런식으로 몰고가는 참 아주 그 어떤... 우리 긍정적인 얘기만 합시다.


(잘하면 욕이 녹음될 수도 있었던 부분이다. 그만큼 그는 이에 대해서 할 말도 많았고, 몹시 흥분을 했다가는 아 이러면 안되지. 잘 못하면 또 조뙤지 하는 생각이 들어 자제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랬다. 그랬던 것이었다.


필자가 서두에 96년도 황영조 선수의 은퇴야 말로 진정한 가치가 있었다고 역설했던 것과는 달리 당시에는 저 인간 금메달 하나 따고 인생 피니깐 이제 더 이상 뛸 맘 없나 보네 하는 식의 비아냥이 공존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황영조의 은퇴에 대해 선의로 보지 않은 일부 여론의 그닥 진지하지 않았던 배신감이 당사자에게는 역으로 치명적일 정도로 진지한 배신감으로 자리잡은 듯 아직도 당시 은퇴에 대한 자부심 보다는 오히려 피해의식을 더 많이 갖고 있는 듯 보였다.)


- 아니 괜찮습니다. 하시던 얘기는 마저 하시죠.


뭐, 여러 가지 그런 부분들이 저로서는... 일반인들은 못 느끼죠. 당해보지 못하면. 언론을 보고 따라가면서 상대를 판단하고, 그런 사람들을 비난하고 그렇게 갈 수 있겠지만 그런 어떤 부분들은 때로... 뭐 그렇습니다.


-여론 말고 육상연맹과 어떤 마찰은 없었습니까?


전 그런거 개의치 않습니다. 내가 판단해서 이거면 이거고 가면 가는거고.. (웃으며)거친 파도를 가르며 우린 여기까지 왔는데 힘들게 대관령 고개 넘어서 서울에 입성한 사람이 처음 스타트부터가 가진 게 없는 사람인데 이만큼 왔으면 저는 남 누구보다도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돈 가지고 한다면 재벌 회장들 보다 잘난게 뭐가 있겠습니까. 재벌 회장은 재벌 회장대로 돈 가지고 비즈니스 해서 한국최고의 기업을 만들었다면, 난 나름대로 마라톤에서 했다 이거죠. 근데 돈만 갖고 하면 내가 돈많은 사람들한테 못한 게 뭐가 있어. 그럼 내가 돈 많은 사람한테 맨날 굽신거려야 합니까. 그건 아니잖습니까. 우리가 그건 또 중요한 거거든요 조금 부족하더라도 사회가 그렇게 가야 되는데 돈에 굴하지 않고 자기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그런 것도 도전이고 그 꿈을 이뤘을때 인정받는 거고 그런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고 꿈있는사회고 희망있는 사회 아닙니까. 근데 돈만 갖고 다되는 이런 사회가 잡히면 문제가 있는거죠. 그래서 우리는 그런 건 없어요.


(딴 소리다. 아마도 현재 육상연맹에 몸을 담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 딴소리와 회피하는 듯한 대답의 진폭이 오히려 더 커보여서 조금 민망하다.)


- 제가 생각할때는 황감독님의 그런 부분이. 사실 언론에서는 대체로 도발적인 제목을 뽑는다고 할까요. 독자들이 보고 흥분할수 있고 여론 몰이를 할 수 있는 그런걸 뽑아내다 보니 사람들이 황영조가 돈만 안다 그런식으로 몇몇 질투하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이 일부 있었던 것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전반적인게 아니고 그런 얘기 들릴수도 있고..


- 그렇죠. 그거 무시하셨어도 되지 않았나 싶은데..


(웃으며)그런 거 이제 우리 무시할 정도는 됐지요. 처음엔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랬는데 쉬운 예로 제가 선수생활 할 때 일본에 발바닥 수술하러, 잘 해볼려구 갔는데 이제 수술하고 나서 운동 안하려고 배불렀다고 그런 얘기까지 들었는데요. 여러 가지 이야기들 짧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습니다.


(계속 무거운 얘기가 진행되는 것 같아 화제를 돌려 봤다.)


- 예전에 올림픽금메달 따고 얼마 안되서는 택시를 타던 어디를 가던 돈도 안 받고 그러시지 않으셨나요?


지금도 그래요. 지금도 참 저는 고생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 워낙 가난하고 어렵게 저희 부모님들도 고생하시고 다들 그렇게 시작했잖습니까. 우리 사회가 갑자기 경제성장 하면서 커졌는데 나이 드신 분들도 그런 분들이 많이 옛날 예기 하시고 그러면서 큰 힘이 됐던가 봐요. 우리 애들도 그렇게 해서 키워야지. 어려우신 분들에게 희망이 되었던가 봐요.



- 보통 우리나라에서 금메달 따고 그러면 가족사부터 해서 온갖 얘기 다 나오잖습니까. 특히 황감독님은 무슨 만화책 주인공처럼 아주 드라마틱하자나요. 강원도 바닷가 소년, 집은 가난하고 그런데 달리기 하나로 세계를 정복한... 게다가 마라톤이 우리 국민들에겐 일개 종목이 아니라 특별한 의미가 있고요. 그래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신 것 같은데, 관련해서 가령 술집에 들어갔는데 술값을 안받는다던가 하는 식의 재미있는 에피소드 없었습니까?


많죠. 뭐 술집 얘기 하면 분위기 좀 안 좋고


- 아 왜요. 저희 독자들은 그런 얘기 더 좋아합니다.


택시 타도 택시비 안받는 경우도 많고


- 룸싸롱을 갔는데 팁을 안받았다거나, 아님 뭔가 특별한 서비스를 해줬다거나..


근데 뭐 그런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런 기분내고 하는... 참 금메달 따고나서 그런 변화들이 많았었죠. 지금도 예전에 비해서 몸이 좋아지고 살 찌긴 했어도 지금 봐도 그런 애정은 있는 것 같아요. 기억을 해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시고 그래서 더 열심히 그런 분들을 위해서 해야 되지 않겠냐 그런 생각을 합니다.


(또 딴소리다. 공인으로서 이너뷰를 하는 것에 대해 워낙 이력이 붙은 것도 같고, 뭔가 재밌는 얘기를 해줄 것도 같다가는 항상 중간에서 스스로 끊고 바른생활 사나이로 돌아온다.)


- 마라톤 감독님이시지만 따로 좋아하는 스포츠나 올림픽 종목 같은 게 있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스쿠버다이빙도 좋아하시고 카레이서 자격증도 갖고 있는 걸로 압니다만...


열기구를 타고 중국에서 넘어오기도 하고, 도전하는걸 참 좋아했습니다. 암벽도 했고 히말라야도 갔다 왔고 스쿠버 다이빙이라던가 수중에서 하는 물에서 하는건 다 좋아하고 사이클도 선수생활까지 했었고 수영도 좋아하고 마라톤이야 이미 했고 좋아하는데. 그래도 역시 가장 재미있는 건 마라톤인거 같고 내가 했던 거기도 하고..


-현재 올림픽이 진행되고 있는데 TV시청하는 중에도 마라톤이 제일 재미있으세요?


아이 재미있죠. 저한테 질문한거니까... 마라톤이 젤 재미있고. 이번에도 sbs에서 마라톤 중계하러 갑니다만 그리고 어제 이원희 선수 유도 금메달이 났는데 참 뜸을 들이다 나오니까 다들 좋아했는데 많은 금메달이 나와서 여러 가지 사회 분위기가 그런... 국가적으로 그런 부분들에 힘을 줬으면 하는 그런 올림픽이 됐으면 합니다.


- 만약에 본인이 바로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거나 하는 것을 가정한다면... 실재로 엄청난 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이 있는데 그런 선수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있을 것도 같은데요.









모든 게임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있는 법


다 잘될 수는 없죠. 누군가 하나 밖에는 금메달 못따죠.


스포츠는 냉정, 정확, 정직한 겁니다. 공부는 꼭 잘한다고 꼭 잘 사는 건 아니지만.. 그런 면에서 스포츠는 정확합니다.


다들 힘들게 운동해서 금메달 따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속에서 물론 누구나 따는 금메달이라면 그만큼 가치가 있을 리도 없겠구요.


제가 냉정해 보일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은 1등과 2등의 차이는 뭔가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틀립니다. 못뛴 사람과 잘 뛴 사람의 차이.. 공부 예로 들면 공부 못하는 애들 보면 어떻게 공부 잘하냐고 물어보지만 못하는 건 못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잖아요... 마라톤도 마찬가집니다. 모두 힘들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스스로는 조금해도 많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까 바둑 9단 얘기도 했듯이 전문가나 가르치는 지도자가 볼 때는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죽어라고 했는데 안 된 거라고 생각하지만.. 운은 준비된 자에게 갑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더 열심히 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물론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메달을 따지 못하는 그런 경우라면... 물론 그건 미치는 일이죠. 그 외에는 정말이지 뼈를 깎는 노력을 한 사람만이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겁니다.


나는 운동할 때 콜라가 기록에 안좋다고 하면 콜라도 먹지 않았습니다. 이거 먹으면 못 이길 거다라고 생각하는 거지. 정말이지 나는 도를 닦는 심정으로 훈련했었다니까요. 걸어도 그냥 걷지를 않았어요. 일자로 딱 맞춰서 걷고... 그런 게 지금의 나를 만든 거죠. 세상에 누가 나를 챙겨주겠어. 내가 챙겨야지. 자기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거죠.


메달리스트 중에도 지금 백수들 많아요. 자기 스스로 준비했어야 했는데.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준비했어야 했는데. 운동했다고 메달로만 또 평생 갈 수도 없거든요. 아무튼 이런 말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고 아테네 선수들에게는 땀의 결실이 정직한 결과를 빚었으면 좋겠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국민들 기대 저버리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예상했던 것 보다는 정말이지 냉정한 얘기였다. 그 세계를 이미 경험했고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렇게 냉정하게 얘기를 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겠고, 타고난 성향이라 볼 수도 있겠다. 한편으로는 과거 힘들고 괴로운 것을 견뎌야 했던 현역 선수가 아닌 지도자의 길을 현재 걷고 있는 관계로 자신의 제자들을 자극하고 채찍질 하기 위해 쓰였을 쓴소리가 입에 베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고 말이다.)


- 결혼 예정은 없으신가요?


지금 제 나이가 35입니다만 아직 계획 없습니다다.


- 여자친구는요?


없어요. 당췌 만날 시간이 없어요. 열심히 일만 할 뿐입니다.


(거짓말 하지 말라고, 거짓말 하면 벌받는다고 장시간 협박하며 솔직히 얘기해보라 압박을 가했으나 기필코 여자 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단다.)


- 나중에 결혼해서 자식을 마라톤 선수로 키울 생각은 있으신지..


같이 마라톤은 하겠지만 솔직히 선수로 키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같이 즐기며 할 생각은 있지만.. 솔직히 마라톤 너무 힘듭니다.


- 지난 2001년도에 황감독님의 제자들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얘기를 좀 해주시죠.


어 그게... 흠 무슨 의미로 질문을 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언론의 노출 내용과는 다른 이유로 제자들이 나왔습니다... 사실 별로 말하고 싶지가 않네요. 그 얘기는 하지 맙시다. 안그래도 당시에 그 부분으로 강력히 법적으로 대응하려 했었지만 선수들이 없는데 감독인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말하고 싶지 않네요.


당시에는 정말이지 거론된 사람들 가만 있지 않겠다고 난리가 났었고.또 그런식으로 황영조라는 이름을 이용한 언론도 문제였구요... 그래서 막말로 제가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그렇게 큰 잘못을 했다면 그러고 나서 제가 무슨 법적 책임을 졌습니까? 벌금을 물었습니까? 나중에는 법적 대응을 하기 위해 감독도 그만두려 했었어요. 정말 그랬다면 당연히 그만뒀을텐데... 주위에서 만류하기도 하고, 나도 나중에는 참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아무튼 중요한 건 언론에서 언급된 부분은 많은 부분 거짓됐었고... 이제 와서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봅니다.



(어쩌면 당 이너뷰에 있어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으로 향하기 위해 지금까지 지난하게 이어지고 서로간에 선문답과 같은 이너뷰가 진행되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는 끝까지 물어보지 않았으면 했을 질문이었을 테고 본 취재진 입장에서는 끝내는 물어봐야만 했을 질문이 당 질문인 것이다.


올림픽 영웅 황영조. 그는 은퇴 후에도 여러 번 언론의 조명을 받았었는데 물론 좋은 일을 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몇 번은 불미스러운 일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하였다. 그중 그에게 가장 치명적인 사건이 바로 2001년에 발생했던 제자들의 집단 숙소 이탈 및 훈련 거부 사건이라 하겠다. 처음에는 황감독의 지도 방침을 문제 삼은 집단 행동이었는데 나중에는 황감독의 사생활에 대한 지적까지 확대되며 그야말로 황감독 입장에서는 제대로 쪽을 판 사건인 것이다.


앞서 황감독이 지나치게 자기방어적, 혹은 자기홍보적 얘기에 집착했던 것도 사실은 이 문제에 대한 스스로의 죄의식 내지는 이너뷰어에 대한 경계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게 본 기자의 사견이다.


그리고 당 사건에 대해 어떻게 물어봐야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나름의 짱구를 굴리고 적절한 타이밍도 노려봤지만 대답은 위와같이 진위를 파악하기 힘든 애매한 말 반에 답변 거부가 반 되겠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 아직까지도 뭐라 언급하기 힘든 상황인 듯 싶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정인지 아니면 상대의 잘못에 대한 소극적 용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쌍방과실인지 분명치 않은 것이다. 우짜튼 그랬다. 더 이상 깊이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이번에 아테네로 해설하러 가시는데.. 딴지 독자들에게만 미리 마라톤 관전포인트에 대해 좀 말씀해 주시죠.


뭐 당연히 이번 그리스 올림픽 마라톤 레이스에서는 이봉주 선수의 메달 획득 여부가 가장 큰 관심거리일텐데요.. 개인적으로는 애틀랜타때가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가장 최적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드니때도 많은 기대를 했었지만 부진했었죠. 이번 올림픽때는 흠.. 여러 정황상 사실 쉽지 않습니다.


이봉주 선수 나이도 있고, 옛날처럼 연습량도 많지 않고, 마라톤 기량이 상승해 가는 흐름도 아니고.. 아마도 이봉주 선수에게는 마지막 올림픽 레이스일 겁니다. 각오가 남다르고 다른 분보다 비장하므로 근성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물론 있습니다. 그밖에 다른 분들은 좋은 코스와 최적의 날씨 얘기도 하시는데, 그건 누구에게나 똑같은 조건이구요. 코스 공략을 누가 더 잘하느냐.. 당일 컨디션 누가 최상으로 끌어 올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봉주 선수의 관건은 32km 정점에서 일단 5명으로 압축되면서 거기서 여유를 갖고 선두군에 포함되어야 할테구요. 그리고 내리막길에서 힘과 근성으로 극복해야만 금메달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번 레이스는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최대한 올려야 가능합니다. 안그러면 어렵습니다. 어느때보다 자기의 단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특히 마지막 스파트.. 이봉주 선수 스타일이 좀 그래요. 열심히 따라가다가 상대 힘빠져서 자빠지면 이기는 스타일.. 막판에 때려주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거기 참가 할 유럽 사람들.. 젊은 선수들 힘이 좋다는 걸 절대 무시 못합니다. 그리스의 건조한 날씨는 어떤 마라토너에게나 다 좋습니다.다만 이봉주 선수가 관록이 있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는 않으리라 봅니다만 하지만 1등을 할 때는 힘이 있어야 돼요. 지난 시드니 올림픽때도 20대 초반이 금메달 땄습니다. 한참 치고 올라오는 젊은 애들이 무서운 겁니다. 저돌적인 힘이 무서운 거죠. 나이 먹으면 꾸준한 건 있지만 때려주는 맛이 없어요.


결론적으로 여러 상황을 두고 객관적으로, 전문가 입장에서 봤을 때.. 사실 금메달 확률은 썩 높지 않다는 거. 하지만 뭐 나도 메달 딸 때 누가 저 메달 딸지 주목했었나요? 아니거든. 일단 그 레이스의 선상에 섰다는 거 자체가 가능성은 있는 것이므로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봉주선수와 황감독님. 한국을 대표하는 마라토너로 비교할 때 두 사람의 차이점을 혹은 비교 포인트를 얘기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장단점이나 스타일 같은 것..


봉주가 저랑 게임 많이 했죠. 근데.. 연습때도 그렇고 날 이긴 적이 없어요. 그건 뭐 이봉주 선수한테 물어보면 압니다.(음훼훼)


단 제 경우 현역시절 때 이봉주 선수가 연습파트너여서 득본 게 많았어요. 그 친구는 항상 꾸준하거든. 요령이란 게 없었어요. 팍팍 질러주는 스피드가 없이 꾸준했죠. 그래서 같이 훈련하기에는 좋은 파트너였는데.. 하지만 실전에서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나는 공격적 스피드.. 이봉주는 소극적 게임 운영. 봉주는 상대가 쓰러지면 이기지만.. 나는 먼저 승부수를 띄우는 편이었죠. 이봉주는 상대의 승부수가 실패해야 이기는 스타일.. 절대 치고받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때부터 봉주느 저한테 줄창 깨졌었습니다(웃음).


-(웃음)다른 질문 드리겠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올림픽 대표로 진로를 정한 후 메달을 따지 못했을 때 문제점은 없나요.


흠 그 문제에 대해선 나름의 의견이 있는데요. 요즘 사회체육이다 생활체육이다 많지 않습니까. 근데 또 우리나라에 지자체가 점점 활성화 되고 있잖아요.


지자체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생활체육면에서의 지원도 활성화 되어 가고 있으니깐.. 지자체에서 올림픽 대표 출신의 선수들을 활용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국가대표라든가 올림픽 대표. 뭐 몇 년 텀을 정해서 그 기간동안 선수들 공부도 시켜주고, 자기 진로를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시간도 주고, 그리고 그 시간에는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하면서 어느 정도 생활 여건도 좀 마련해 주고요.


시민들은 선수들과 올림픽 대표와 같이 좀더 수준 높은 선수들을 통해 스포츠를 즐기고 선수들은 지자체에서 당당 종목별로 자기 역할을 하면서 사회 적응의 준비기간도 좀 갖게 되구요. 그런 바탕이 있어야 생활체육도 발전하고 엘리트 선수들의 공백도 메꿀 수 있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대로 국가대표 선수들.. 말이 좋아 학생들이지 공부할 시간 없습니다. 요즘 취업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영어, 영어할 줄 아는 대표선수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어요. 나름대로 자기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그 좋은 젊은 시절 피땀 흘리며 보내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정부가, 지자체가, 아니면 대학이나 기업체에서도 시민과 지역주민들, 학생들과 직장인 들을 위해 생활체육의 장도 마련하고 국가대표 혹은 올림픽 대표 출신이지만 당장에 뭐 해먹고 살 수가 없는 그런 선수들을 위해서는 그들이 자생할 수 있는 일정 시간만큼 동안이라도 일을 주고, 시간도 주고.. 5일제 근무도 활성화되고 있으니깐 이제부터 점진적으로 글케 해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물론 지금은 메달리스트 중에서도 백수가 많지만 말입니다. 정말이지 운동선수들 순식간에 병신되기 쉽습니다.


(실재로 그렇다. 몇몇 인기 종목은 그나마 향후 개인 사업을 하기도 좋고 지도자의 길로 나가기에도 유리한 면이 있지만 많은 비인기 종목 출신의 선수들은 올림픽을 포기해야 할 시기가 오면 문제가 심각해 진다. 그리고 황감독 얘기대로 메달리스트, 그것도 금메달 리스트 중에도 세상 물정이 어두워 사업에 실패하고, 거액의 사기를 맞는 등 최근 참으로 우울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었드랬다.


이너뷰 예정한 시간이 초과되어 끝으로 몇가지 사안에 대해 단편적인 질문들을 던져 보았다.)


-정치적 사안들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 파병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지..


잘 모릅니다. 정치인은 정치인들이 하는 거겠고 그 사람들 나름의 고충도 있겠고 계산도 있겠지요. 뭐.. 국민들이 누구나 골고루 자신이 일한만큼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열심히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게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일텐데 자기 것 챙길라고만 하고 국민을 대표하는데 국민을 위한 일을 하지 않고 사심이 있는 일을 한다면... 그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국민들을 위해 일하라 뽑은 사람이 자기를 위해 당익만을 위해 혹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일한다면 그건 곤란하겠죠.. 국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에 본 영화가 무엇입니까?


(한참 생각하다가)극장에 갔던 기억이 최근에.. 잘 안나는데요.


- 만화책은 보시나요?


어렸을 때만 봤지 지금은 못봅니다.


- 컴퓨터 게임은?


게임도 못해요. 시간이 없어서...


- 그럼 인터넷 성인사이트는?


(조금 놀라며)네? 잘 안갑니다. 실명 노출 때문에..


- 아 그렇다면 씨디로만 보시나요?


(웃음)네? 아 뭐.. 씨디 본 기억도 별로 없고... 거의 들어가 본적 없습니다. 으하하


- 좋아하시는 이성상은?


2세가 엄마를 닮는다고 하니까.. 머리 좋은 여성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공부만 잘하는 여성이 아니라 지혜로운 여성. 지혜롭고 현명한 여성이었으면 합니다.


-박사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저는 공부가 .. 제가 고대 박사 과정을 다니면서.. 해보면 재밌습니다. 예를 들어 스포츠 마케팅 경우 내가 수업들어가서 들으면 너무 재밌어요. 내가 경험한 것도 있고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도 있고 그게 스포츠와 관련된 공부를 해보니까 재미있었어요. 질문도 많아지고... 아 물론 제가 잘했다는 건 아니에요. 저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는 거지.


그리고 공부를 해보면서 실재와 이론의 다른 점 같은 걸 많이 느낍니다. 제 전공은 스포츠 사회학이었는데 스포츠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뭐 그런 걸 다루는 학문이죠. 저의 기본적 경험을 가지고 만든 학문이라 생각하니 다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수업하다보면 교수님이나 동료들이 제게 물어 보는 것도 많고... 솔직히 우리같은 운동선수들 공부 못했습니다. 영단어? 그런 거 잘 몰라요. 영단어 같은 건 잘 모르지만 그래도 선수들한테는 자신의 실전 경험이 큰 도움이 됩니다.


경험했던 걸 주로 얘기하므로 어떤 면에서는 운동했던 사람들이 공부를 더 잘 할 수도 있죠. 뭐 아무튼 제가 전에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나이먹고 하기도 힘든 거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양화 시킬 수도 있고...


-끝으로 구차한 질문입니다만 인생은 마라톤이라 하는데 본인은 얼마정도 온 거 같나요.


글쎄.. 내 인생에서 아직 반은 못온 거 같고.. 반환점을 향해서 열심히 뛰고 있죠. 벌써 만족한다는 건 바로 인생을 은퇴하는 거자나요. 그런 면에서 전 행복한 놈입니다. 난 나중에 정말 할일 없으면 내가 좋아하는 뜀박질 하믄 되거든. 이 산 저산 뛰어 다니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뛰어갈 수도 있는 거고. 다른 거 필요 없자나요? 내 몸뚱아리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질문하지 않은 것중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책에.. 다 있어요(웃음).


 






이상이다. 대략 2시간을 넘겼던 황영조 선수, 아니 황감독과의 이너뷰는 대충 이렇게 끝을 맺었다.


유명인을 이너뷰한 후에는 으레 뭔가를 새롭게 느끼고, 비판할 무언가가 생기거나 그에 대한 똥꼬털 가르마적 세세한 분석과 진품명품식 구구절절한 피날레 품평을 하는 것이 이 바닥의 그렇고 그런 생리라 하겠다. 허나 누가 마라토너 이너뷰 아니랄까봐 마치 42.195km 마라톤 코스를 달려오듯 스크롤 바를 튕기고 또 튕겨 여기 이 곳 결승점의 코 앞까지 힘겹게 읽어 왔을 독자제위에게 다시 한 번 했던 말 또 하고 없던 말 만들어 내 또 이바구를 푸는 것은 가히 오랄헤저드에 다름 아니라 할 수 있는 바, 간략히 몇몇 이너뷰 포인트만 정리하고서 당 기사를 마치고자 한다.


1. 황영조는 몹시 훌륭한 마라톤 선수였다(올림픽, 아시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석권한 선수이며 대한민국 마라톤사상 처음으로 2시간 10분대의 벽을 깼고 구차한 2연패를 거부하고 깨끗이 은퇴를 결정하기도 했다).


2. 황영조에게는 야망이 있다(마라톤으로든 아니든, 선수로든 지도자로든, 돈이든 명예든 무언가를 이루어 획득하고자 하는 야망이 있는 사람이고 젊은 나이에 많은 부분을 실재로 이뤄냈으며 앞으로도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


3. 황영조는 감수성이 예민하다(이미 10년 가까이 지난 일에 대한 주위의 시각에 아직도 민감해 하고 언론에 의해 보도되는 자신의 모습에 크게 집착하며 자신의 속내가 곡해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그 나이에 아직도 비밀이 많다. 게다가 어린 시절에는 실재로 종종 충동적 사고도 쳤다).


4. 황영조에겐 여자 친구가 필요하다(감수성은 예민한데 여자친구가 없는 관계로 극장가서 영화도 못 보고 심지어는 공부를 재밌어라 하며 늘상 자기 책 얘기나 하고 있다.)


뭐, 대략 이 정도가 이번 이너뷰를 통해서 올림픽 스타 황영조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것에 대한 재확인 및 새로운 면모의 발견 포인트라 하겠다. 덧붙여 황영조 감독, 말이 약간 어눌하고 중구난방적인 면은 있지만 나름대로 자다봉창식 혹은 삼천포 스타일의 유머 감각이 있었더랬다. 그리스 올림픽 마지막 날 마라톤 경기는 황영조 해설위원의 해설과 함께 이봉주 선수의 파이팅을 기대하는 것도 꽤 재밌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님 말구. 이상! 졸라~



줄 듯 말 듯 하다가 마침내 자필 사인을 한 후 자신의 책을 건네줬던 황영조 감독



 


딴지 편집국
너부리(newtoilet@ddanzi.com)
신짱(redpia@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