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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라이벌] 캡틴큐 vs 나폴레온

2004.8.2. 월요일
딴지 문화생활부





바야흐로 한반도 최고의 휴가철, 8월이다. 맘도 신나는데 노래 한곡 불러보까?


그이(뇨)를 후리러 바다로 가까나. 그이(뇨)를 후리러 산으로 가까나.
이 손에 가득히 후려가지구서 랄랄랄라 랄랄랄라 온다야!


쯥... 짜여진 휴가계획 아래 분주히 움직일 피서족들이 빠뜨리면 안되는 것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바로 술이 되지 않을까?







과할 때 문제 크지만 적절한 알콜은 혈액순환부터 시작하야 분위기 순환에도 매우 바람직함이 크다.


모처럼 나온 야외에서 나름대로 싱그런 공기를 마시며 홀짝홀짝 쪽쪽 빨아들이는 술 한잔의 정취는, 난닝구 차림에 바지 한쪽 걷고서 소주 댓병을 한손에 쥔 채 모래사장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주정부리는 인간들이 결코 맛볼 수 없는 낭만이렷다(요런 양반들이 토로하는 삶의 고뇌야 연민과 공감이 갈 수도 있다지만 휴가지에서까지 이럴 필요 있겠냐 말이다).


사설이 길었다. 금번 <역사 속 라이벌>은, 80년대를 풍미했으나 이제는 공업용 알콜을 탄 게 아니냔 질타 속에서 10대들의 치기에 봉사하고 예비역 복학생들의 주책에 일조하는 국산 "양주" 캡틴큐와 나폴레온 되겠다.
 


  개관


일단, 술이란 게 무엇인가부터 정리해 보자. 당(糖)이 박테리아를 만나 분해, 즉 썩어가면서 생기는 게 술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찍이, 사람이 먹을 수 있게 썩으면 부패가 아니라 발효라 배웠다. 또한 모든 박테리아가 당을 술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효모 혹은 이스트(Yeast)라 불리우는 미생물 계통이 이런 장한 일을 한다.


다시 말해, 당에 특정 미생물을 넣어 발효시킨 것이 술이다. 그리고 그 당이 원래 어디 소속이냐에 따라, 과실주가 또 곡주가 된다. 이런 발효주들을 한번 더 증류해 정제하면 알콜 도수가 높아지며 새로운 향과 맛이 생겨나니 이것이 바로 증류주다.







세상에 나와 있는 수많은 종류의 술들은 이 바운다리를 벗어날 수 없다. 이를테면, 서양에서는 과실주 즉 포도주를 증류시켜 브랜디가, 밀이나 보리 등의 곡주를 증류시켜 위스키가 만들어 졌다. 물론 한반도에서도 오래 전부터 곡주를 증류시킨 소주가 만들어져 왔지이. 안동소주나 문배주 등이 요 방면에서 참 유명하잖나.


아, 안동소주며 문배주라... 말 한번 잘 나왔다! 사실, 대한민국에 전통 깊은 술, 진짜 많았다. 하다못해, 몇 해 전 작고하신 본 기자 외조모가 만드신 약주는 평택군 세교 2리의 자랑일 정도였다. 오랜 기간 동안 농업기반 사회였던 한반도에서 곡식으로 만든 발효주며 증류주가 민간에 다양함은 당연한 것 아닌가...


술은 인간의 정신계통을 강력하게 지배하기 때문에 거대한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이로 인해 근대국가가 확립됐을 18세기 무렵부터 대다수의 정부들은 너나할 거 없이 고율의 주세를 매기며 관리에 들어갔다. 정부의 주된 조세수입원이었던 거다. 대한민국 정부 역시 주세법을 통하여, 주류의 제조 및 유통 통제에 깊게 관여해 오고 있자너.


좀더 멀리는 식민지 시절, 곡류의 낭비를 막기 위한다는 명분 아래 민간에서 술빚는 것 조차 총독부가 막아왔더랬다. 해방 후 규제가 잠시 느슨해졌으나, 박정희 소장이 권좌에 오르며 국가 단위의 주류통제에 나섬으로써 다시 대대적으로 강화된 주세법이 시행된다.


한반도 이남 지역 대부분은 여전히 농업기반 사회였다. 거기서 밭일구는 농삿군의 아낙들은 손수 술을 빚어서 젯상에 올리곤 했었다. 소박했으나 맛 하나 끝내주고 품격마저 느껴지던 그 약주는 물론이려니와, 각 지방의 유구한 명가주, 기업생산의 증류식 소주류가 불법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본기자의 외조모께서는 군청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술을 빚으셨고 명절날 귀향한 사위며 며느리에게 빈 정종 댓병을 당신의 술로 채워 싸주시곤 했었다.



역시 명분은, 밥지어 먹을 쌀도 부족한 판에 그 쌀로 술을 빚어 먹는 것은 전근대적 무책임과 게으름에 기반하는, 나라를 말아먹겠다는 행위라는 논리.. 아니 선전이었고, 이리하여 식민지 시절에 잠깐 나온 바 있던 희석식 소주가 대규모 산업화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고려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유한 술들을 잃게 된다


(희석식 소주는 고구마 등에서 추출한 전분 주정에 몇몇 첨가물로 향을 내고 희석시킨 술이다. 일각에서 희석식 소주는 인공적인 화학합성주라고 하지만, 건 아니고 여기 들어가는 첨가물, 특히나 사카린 같은 인공감미료 등이 당시에 첨가되면서 생긴 일종의 오해다).









각하의 술!


이딴 식의 통제는 경제적으로 윤택해진 70년대 후반까지 계속됐다. 구매력 상승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합법적인 주류는 여태까지 희석소주와 맥주였던 거다. 사회 전반적으로 국산품 장려와 수입 규제가 이루어지던 시절인지라 주류 역시 외국산 위스키 등 양주는 합법적인 유통이 금지된 시절이기도 했다.


또한 당시 정부에서는 고도주(高度酒) 규제정책을 폈기 때문에 기타제재주라 하여 위스키 원액에 국내산 주정을 섞은 일종의 유사위스키제품만이 출시된다. 이후, 몰트 원액 30%의 국산 위스키도 허가가 나서 시판을 시작한다.


청렴, 절제 등의 가치가 최대의 미덕이던 이 때, 혹자는 어린 백셩들이 쎈 술에 흥청망청하는 것을 도저히 못봐주던 각하의 의지라는 설명도 하더라. 고인이 되신 그 각하께서 젤루 좋아하신 술은 시바스 리갈이라는 수입위스키라 전해지건만...


아무튼지 국내에서 합법적인 양주 생산 및 유통에 애로가 많던 즈음에, 캡틴큐 와 나폴레옹의 출현은 실로 가뭄에 내린 단비와도 같음이었으리라!
 


  아이 엠 그라운드 자기 이름 대기, "캡틴큐~"


1980년, 롯데주조에서 런칭한 700ml짜리 캪틴Q, 독자제위의 기억을 더듬어드리기 위하여 당시의 광고 하나를 소개해 드린다.


광고1(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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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기억이 나시능가? 해적선장의 흉상에서 눈마개가 팅 떨어저 나가는 저 인상깊은 엔딩 말이다. 그런데 보다 주시해야 할 것은 바로 고 전에 나오는, 느끼한 목소리의 "뢈"이라는 외침이다. 그렇다. 캡틴큐는 럼의 일종이었다.


자, 그럼 럼이 무엇인가. 16,17세기로 그 연원이 올라가는 저 옛날부터 바다 사나이의 술이라 불린 럼은, 카리브해에 풍부한 사탕수수를 원료로 해서 만든 술 되겠다. 대서양을 오가는 선원들에게 이 술은 외로운 항해길을 달래주는 칭구였을 거다. 식민지 아메리카 연안을 노략질하던 해적선에도 역시 럼주는 잘 쟁여져 있었겠지? 럼은 그 자체로 흔하고 싼 술이었지만 바다의 낭만을 품고 있는 술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을 고려할 때, 캡틴큐라는 이름과 멀쩡한 눈에 안대를 한 기묘한 흉상의 광고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업체의 대대적인 프로모션 속에서 캡틴큐는 맥주와 소주로 점철된 주류시장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계기가 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예로부터 뱃사람들이 먹는 술은 그들의 노동 강도와 비례하여 무지하게 세다. 말 그대로 독주인 싸고 강한 술! 망망한 대해의 미칠 것 같은 무료함과 선상의 고된 하루 일과를 달래거나 잊고 싶어 먹는 술! 그래서 풍미나 깊이보다는 이 억센 사나이들을 취하게 하는데 존재 이유가 빛나는 술! 이게 바로 럼이다. 아무리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였다고 해서 다 뱃사람도 아니고 더군다나 내륙에 사는 대한민국 시민들이 럼을 걍 스트레이트나 온더락스로 먹기에는 참 힘들지 않냔 말이다.


사실, 럼이 대중화된 것은 미국 등지에서 칵테일의 베이스로 쓰면서부터다. 유명한 럼 제조사인 바카디의 주요 광고 전략도 자사 럼을 이용한 분위기나는 칵테일파티 컨셉트를 존중해 왔다. 칵테일의 개념이 잘 안잡혀있었을 80년대 초, 양주라고 먹어보니 무진장 독하긴 한데... 걍 독하기만 하더라는 허망함에 실망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광고캠페인은 이랬다.


광고2(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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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바리브레


럼콜라라... 큐바리브레라는 칵테일이 있다. 럼에다가 콜라를 타고 라임즙을 넣어먹는 큐바산 칵테일인데 럼콕의 일종이라 할 수 있겠다. 요 부분을 부각시켜 원래 그냥 먹으면 별로 맛없으니 뭐 좀 섞어 드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것이다.


해서, 캡틴큐가 럼류라는 것이 잊혀진 후 단지 싼 맛에 당 럼주를 스트레이트로 음용한 수많은 애주가들의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다. 이거 공업에탄올이 아니라, 무엇인가에 섞어먹는 술이었다오. 당신들은 17세기 뱃사람이 아니었잖소...
 


  아웃도어 양주, 나폴레온!?


나폴레온은 1981년 해태주조에서 런칭한 상품이다. 앞서 캡틴큐는 럼의 일종이라 말씀드렸다. 과연 나폴레온은 어디에 속하는지 짐작하시겠는가? 다음의 지면광고를 먼저 살펴보자.



1981년에 제작된 당 광고는 하단이 상당히 흥미롭다.



피크닉용하고 파티용은 알겠다. 그런데 미팅용은 또 뭐까?? 설마 회의를 뜻하는 것은 아닐테고, 흔히 알고 있는 남녀 임의 만남인 그 미팅? 사이즈로 봐서는 친구들 두서너 명 만나는 걸 의미하는 거 같다고 본기자는 판단하련다. 재밌는 표현이로세. 이번엔 광고의 상단을 살펴볼라치면,



각종 잔치를 휩쓸어 명실상부한 잔치주의 제왕이 되고자 하는 야심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즐겁게 주고받는 술 나폴레온에는 원액이 20% 들어있단다. 그 무슨 원액일고? 위스키? 브랜디?? 아니면 캡틴큐처럼 럼주??? 이도 아니면 보드카???? 이 비밀을 풀기 위해서 본기자 14년을 기다렸다!


  → 


1995년에 제작된 잡지광고에서 그 비밀이 풀렸음이다. 고급 포도원액 20%. 그랬다. 나폴레온은 놀랍게도 브랜디 계열의 리큐르로 분류될 수 있음이다. 그간, 나폴레온을 폄하시켜 온 양반들 계시다믄 조금은 미안해 하시라 마. 나폴레온은 엄연한 양주, 그것도 브랜디계열인 것이다.


브랜디라 한다면 저 유명한 코냑이나 아르마냑 등을 꼽을 수 있다. 포도를 발효시킨 후 이를 증류, 정제하여 과일향과 함께 특유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게 브랜디 아니던가? 바로 그 포도 원액이 나폴레온에 들어있던 것이다. 혹시라도 나폴레온을 음용하며 웬지 모르게 브론치쿰 시럽의 아우라가 느껴졌다면 이 과실원액 때문이 아닐까 판단되는 바이다.


자, 그럼 이제 나폴레온 런칭 당시의 티비 광고도 감상하시게 되겠다.


광고3(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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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점점 재밌어지는 것이 말이다. 이번에는 고기다. 산에 놀러가 바위틈에 석쇠 올리고 고기를 궈가며 한잔씩 마시는 알칼리성 고급 양주가 나폴레온 되겠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용량으로 연회면 연회, 소풍이면 소풍 어디서나 부담없이 각광받고자 한 나폴레온은 그런데 알콜돗수 40%의 고도주였다. 한가지 특기할 만한 것은, 지난 오란씨 vs 써니텐에서 알 수 있듯이, 해태라는 기업이 과일 관련 부문에 참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는 점이다.
 


  이들의 진검승부?


지금까지 살펴본 바, 캡틴큐와 나폴레온은 주류 종류도 틀리고 또 전략층도 틀리다. 예컨대, 캡틴큐가 한국인이 선망하던 위스키에 가격경쟁력으로 대적하려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면(럼에 대한 과세율이 위스키보다 낮았으므로), 나폴레온은 앞서 여러 광고에서 나타나듯 각종 모임판의 제왕인 소주를 대체할 수 있도록 부담없고 친근한 이미지를 호소했었다.



또한, 캡틴큐가 럼의 특성상 강한 남성성을 내세우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나폴레온은 과실원액에 맞춰 여성들도 포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당시 라디오 광고에 쓰인 스크립트를 잠시 소개한다.






남자나레이션: 나폴레온! 퇴근후엔 나폴레온!


      남 자 1 : 이 맛, 이 기분!
      여 자 1 : 과장님이 이 기분을 아실까?
      과장님 : 아실껄? 나폴레온이 있는곳엔 내 어이 빠지겠나!
                   오늘 나폴레온은 내가 낼께.


남자나레이션 : 값으로는 대형스타일, 맛으로는 귀족, 해태 나폴레온
여자나레이션 : 칵테일은 역시 해태 런던 드라이진
                                                              (1985/06 라디오광고물)


이렇듯 서로 다른 성격에다가 사실 각자가 별로 라이벌이라 의식하지도 않았을 것 같은 캡틴큐와 나폴레온이 라이벌로 자리매김한 것은, 1980년대 중 후반 국내 위스키 시장의 발전과 괘를 같이 한다고 본기자 주장한다.


70년대부터 확대된 소비자들의 양주 특히 위스키 선호가 심화될 무렵, 정부는 위스키 원액 수입 규제를 완화해 종래의 국산위스키 품질을 향상시킴으로서, 소비자의 수요에 부응하고 서울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에 대비하는 등 바야흐로 개방의 물결을 타고자 했다.


이러한 경향은 당연히 캡틴큐와 나폴레온의 판매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애주가들의 외면을 당하게 된다. 패스포트니 섬씽스페셜이니 하는 위스키와 대비되어 3류 양주 혹은 무늬만 양주로 평가되기 시작한 두 주류는 그제서야 진정한 의미의 맞수가 된 것이다.


청소년들의 각종 수련회 및 수학여행길에 그들의 가방 맨 밑바닥에 깔려서는, 경주로 설악산으로 캡틴큐 또는 나폴레온 운반이 시작됐다. 물론 그 옆에는 값싼 샴페인과 마주앙 계열의 비교적 고급 와인도 있었겠지.. 이뿐 아니다. 부모님 출타하신 빈 집에서 소년들의 호기심과 취하고픈 욕구를 채워주는 역할에 있어서도 이 둘은 늘 맞수였더랬다.







대학생들 역시,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둘이 가지는 심오한 키치적 감수성에 왕왕 유혹당하고는 했다. 술자리가 2,3차 돌아간 즈음이면 격론을 주고받은 뒤, 이 두 주류 중 하나를 결정해 테이블에 올리고는 했다. 혹자는 돈 없는 거 맞고, 수퍼에 둘 다 파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하지만, 본기자 그렇게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다.


젊은이들 뿐이었겠으랴.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중년의 어느 가장도 늘 마시던 소주가 질릴 때, 이 둘로부터 양주의 기운을 빌리기도 했을 터이다. 축 쳐진 당신의 어깨에 약간이라도 힘이 들어가길 바라며 말이다.
 


  그리고 21세기...


80년대 어느 해엔가 말이다.


서기 이천년이 오면 우주로 향하는 시대/우리는 로케트 타고 멀리 날아갈거야 / 싸바(싸바)싸바(싸바) 그날이 오면은 싸바(싸바)싸바(싸바) 


머 이렇게 노래한 가수가 있었으니 민해경 여사이시다. 2000년에서 4년이나 더 지났건만, 아무나 로케트 타는 시절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리고 없어졌을 것만 같았던 80년대의 캡틴큐와 나폴레온도 여전히 대한민국 어디선가 팔리고 있다. 물론 알콜함량이 35%로 내려가고, 제조회사에도 변화는 있었지만서도(롯데주조는 롯데칠성에 합병되었고, 해태주조는 해태산업-해태앤컴퍼니로 상호명이 바뀌었다가 작년에 국순당에 인수되었다).


캡틴큐는 요즘 제과점 등지에서 많이 쓰인다고 한다. 서양의 제과,제빵에는 럼주가 많이 쓰이는데, 당 제품이 수입 럼보다 저렴하니 수요가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출시초기와 달리 요즘은 럼향만이 첨가된다던데... 나폴레온의 경우, 현재 나폴레온V가 나와 있다. 예전 제품의 리뉴얼 되겠다. 그렇다고 전체 성분이나 품질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자사의 한물 간 제품일지언정 버려두지 않았던 당해기업의 씀씀이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작년 한해 동안, 캡틴큐가 20만 리터 이상, 나폴레온이 30만 리터 이상 판매되었다(필자주-매일경제 2004.5.14). 올해 상반기에 흘러나온 뉴스 중에는 이들 제품들이 가짜양주 제조에 한 몫하고 있다며 꾸준한 수요를 의심하던데, 이건 캡틴큐와 나폴레온의 잘못이 아니라 술 속여파는 인간들의 죄일 뿐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졸라 비싼 술이 있는가하면 알콜 넣은 싸구려 향수임직한 술도 있는 법이다. 내 청춘의 특정한 몇몇 날들을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증세로 점철시켜 버린 캡틴큐와 나폴레온은, 그런데 의외로 형편없는 술이 아니었다.







하여, 내가 안먹는다고 이 두 제품을 희화화할 필요는 없는 거라 생각이 든다. 그 누구는 경제적 필요에 의해, 또 그 누구는 오랜 익숙함에 의해 여전히 캡틴큐와 나폴레온을 마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 휴가 때는 바닷가 가서, 캡틴큐에 콜라타고 라임 구하기 힘드니 레몬이라도 넣어서 큐바리브레를 만들어 마셔보믄 어떠까아? 아니면, 석쇠에다가 고기 구워가며 나폴레온 온더락스를 홀짝거려 보믄 또 어떠까아?


그 옛날처럼 머리가 또 아파오려나?


 


딴지 문화생활부
   시포(shepoor@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