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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도박을 끊자-하우스를 알려주마!

2004.3.3.수요일
딴지 편집국


최근 인터넷 도박, 강원랜드, 카드빚 자살 등등의 사회문제가 자주 보도된다. 그런 사건들이 보도될 때마다 본인에게는 결코 남 얘기같지 않다. 첫째, 본인도 카드빚이 있기 때문이며 둘째, 그 카드빚이 바로 도박 때문에 생긴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과거에 딴지에 카드빚 관련한 기사가 실렸다. 본인도 딴지에 나온 그 기사를 읽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빚이야 안 지면 좋겠지만, 우여곡절 빚진 분들이라면 참고하실 분은 참고하시길...) 


글타. 도박. 실수란 병가지상사라지만 결코 병가지상사로 덮을 수 없는 그늘이 본인에게는 있다. 그게 바로 도박이었다. 이제 와 후회해봐야 엎어버린 물, 쏘아버린 살, 뱉어버린 말이겠지만 엄청나게 큰 돈을 말아먹어버린 3년 간의 세월이 이제야 뼈에 사무치게 후회스럽다. 



딴지의 주 독자층은 20~30대로 추측된다. 도박에 빠지기 쉬운 연령층이다. 그래서 절대로 본인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도록 그 경험을 살려 도박에 대해 디벼주고자 한다. 


물론, 이 기사가 본의와는 다르게 도박을 더 소개하는 용도로 읽힐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딴지 독자들은 모두 현명하리라 생각한다. 이 기사가 현재 도박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혹은 지금 이 시간에도 도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종이 되길 바란다. 
 


 첫 실수


본인이 도박장에 들어간 계기는 보통사람들처럼 간단하다. 아는 형을 통해 당구장에 가게 된 것이 그 계기였던 것이다.  


그 곳에서 만나게 된 도박은 만원이면 충분히 날을 지샐 수 있는, 친구들과 놀이삼아 하던 그런 류의 도박이 아니었다. 만원짜리가 몇 십장씩 날아당기던 그런 판이었던 거다. (짚고 넘어가자. 요즘 허영만의 만화 <타짜>로 인해 하이로우니 두만강이니 하는 게임을 자주 얘기하는데, 도박판에서 도박은 세븐오디와 바둑이만 한다. 가끔 시간나면 훌라도 한다) 


천원 받고 이천원도 하던 초보가 이만 받고 사만 하는 이런 판에서 놀 수 있었겠는가? 그날 정확히 70만원 잃었다. 


억울하기도 하고,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짤라야지 하는 생각에 다음날 다시 갔다. 정확히 50만원 잃었다.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돈을 땡기기 위해 카드를 쓰다보니 카드빚이 커져갔고 120하던 카드 한도는 천만원이 되었다. 두 장이던 카드는 어느 덧 6장으로 늘고, 대출하는 업자는 참 친절하게 어떻게 돈을 만들 수 있는지 정말 자세히 알려준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본인은 하우스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우울한 나날이었다. 
 






이제야 이번 기사의 본론이 나온다. 본인의 경험을 A부터 Z까지 다 썰할 필요도 없고, 해봤자 재미도 없을 테니 핵심적인 얘기만 뽑아 보겠다. 오늘은 그 첫회로 "하우스"다.


하우스. 다름 아닌 전문 도박장을 일컫는 업자용어다. 최근 허영만의 <타짜>가 많이 읽히면서 많은 분들 또한 알고들 있겠지만, 사실 그 만화에서 묘사한 하우스의 모습은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도 없지 않다.  


자, 그럼 도박장은 무엇이며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가? 흔히 많은 사람들은 하우스를 다 건달들이 운영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물론, 많은 경우 그렇다) 일반인들이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본인은 전문 고급 하우스를 논하는 것보다는 우리 실생활에 가장 마주치기 쉬운 일반적인 하우스에 대해 애기해주고자 한다. 
 


 하우스에는 누가 있나? 


기본적으로 사무실을 임대하고 도박장을 관리하는 하우스장이 있다. 그럼 하우스장은 무엇을 하느냐? 이 넘이야 말로 가장 노가 나는 넘이다.  
 


 하우스장 


하우스에서 도박을 하려면 돈을 내야한다. 일종의 자릿세(하우스 용어로 타임비라고 한다)라고 이해해주면 되겠다. 그럼 얼마를 내는지 그 시스템을 알아보자. 


도박은 6명을 기준으로 8시간 하는 것을 그 기본 시간으로 한다. 그 이상 시간이 되면 더 하든지 말든지는 플레이어들 맘이다. 돈 딴 사람이 더해주면 더하고 아님 말고다.  


이때 타임비는, 판의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개인당 한 시간에 이만원씩을 낸다. 그럼 한 시간에 12만원, 8시간이면 96만원이라는 돈이 나온다. 이만한 장사가 어딨는가? 대부분의 하우스장들은 도박해서 망가져본 적이 있거나 도박을 꽤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런 양반들은 그나마 정신차린 양반들이다. 도박해서 돈을 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도박을 하지 않고 하우스장을 하는 거니깐. 


아무튼 이 하우스장은 이처럼 가만히 앉아서 100만원 가까운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러나 전혀 위험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도박장 신고가 되어 구속되면 젤 형량이 무겁다. 판돈 몰수된 것도 하우스장이 물어준다. (하지만 보통 배째버린다)
 


 하우스의 가정부, 재떨이 


그 다음으로는 하우스의 가정부 재떨이가 있다. 


재털의의 90% 이상은 빚에 쪼들려 살고 있거나 도박빚이 많은 인간들이다.


본인도 몇개월간 해본 적이 있다. 그리고 재떨이가 하는 일이란 담배나 카드(보통 하루에 한박스를 사용한다) 음료수 등을 관리하고 하우스 청소를 하는 거다. 그래서 하우스의 가정부라고 일컫는다. 


그럼 재떨이가 얼마를 버느냐? 놀라지 마시라. 본인은 한달에 천만원도 벌어 봤다. 커피 한 잔에 만원, 현금 인출 심부름에 5만원, 간단한 심부름 하나 할 때마다 만원 이상을 손에 쥐게 된다. 


이쯤되면 자존심 다 버리고 해볼만 하겠다는 어리석은 친구들이 있을 꺼라 생각된다. 본인 역시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일단 옆에서는 적게는 몇십만원, 많게는 몇백만원까지 한판에 왔다갔다 한다. 그걸 늘상 보고 있노라면 재떨이가 받는 몇 만원은 푼돈처럼만 여겨진다. 또한 쉽게 번 돈이라 쉽게 쓰게 된다. 당시 필자는 부채가 육천만원 정도 됐었는데 한달에 용돈으로 이백만원 정도 쓰고 다녔던 것 같다. 왜냐고? 낼 다시 벌면 됐거덩. 그리고 결정적으로 재떨이를 해서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다시 판에 들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애써 모은 돈을 그렇게 홀라당 날려 먹는다. 


그리고 보통 하우스는 3개월을 넘기기 힘들기에 결국에는 다시 무일푼 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재떨이로 돈 모았다는 사람, 지금껏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꽁지 


다음은 꽁지가 되겠다. 이넘들은 꿈에도 보기 싫은 넘들이다. 


꽁지가 머냐. 쉽게 애기하자면 돈 빌려주는 넘들인데 보통은 건달들이 하거나 건달생활을 해봤던 놈들이 한다. 어설픈 일반인들, 꽁지해보겠다고 돈 풀었다가 돈도 못받고 망한 놈들 여럿 봤다. 또 꽁짓돈은 떼일 위험이 많은 만큼 고금리를 자랑한다. 


꽁지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종류는 대강 다음과 같다. 


- 차꽁지 : 차를 담보로 맡은 후 돈을 빌려준다.


- 햇살꽁지 : 도박은 주로 밤에 많이 한다. 아침까지 갚겠다는 애기다.


- 보증꽁지 : 믿을만한 사람이 보증을 서준다. 하우스장과 친분이 있으면 하우스장이 서주기도 한다.


- 신용꽁지 : 꽁지꾼와 여러번 거래를 하여 꽁지꾼에게 신용이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넘들은 돈을 어떻게 버느냐? 예를 들자. 100만원을 빌려준다고 치자. 그럼 선이자 10%떼고 90만원을 준다. 그럼 일주일 안에 100만원을 갚아야 한다. 돈있는 사람들이 꽁지를 쓰겠는가? 일주일 지나도 못 갚는다. (만약 빌려서 돈을 딴 후 그 자리에서 갚아도 100만원 줘야 한다) 


그럼 어케 되냐고? 이자 올라간다. 그래서 빚이 110이 된다. 여기까지는 보통 기분좋게 봐준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못 갚고 빚이 그 이상이 넘어가면 이제 윗사람 아랫사람 없다. 시발 개발 다 나온다. 그때부터 돈 구하러 친척, 친구, 대출 열심히 알아보러 다니는 거다. 


구했다고? 구해서 한시름 덜었다고? 하지만 본인을 경험삼아 결론부터 애기하자면 차라리 그 돈을 갚지않고 아예 그쪽에 발길을 끊는 게 더 상책이라 하겠다. 꽁짓돈 못 갚아서 죽었다는 놈 못봤다.  


물론 갚으면 좋다. 갚고 난 후 이제 좋은 경험 했다고 도박 그만두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더라. 또 하게 된다. 왜? 본전 생각 나거덩. 


그러다 보면 또 잃는다. 또 꽁지 쓴다. 또 돈 구한다. 이미 여러 곳에 신용 떨어져서 돈 못 구한다. 꽁짓돈 100만원 될 것이 어느덧 500이 되어 있다. 이자 계속 올라간다. 이제 일주일에 이자만 50만원이다. 감당 안된다. 잠수 탄다. 갈 곳 없다. 오랜만에 집에 전화 했더니 누가 찾아왔단다. 겁나기 시작한다. 어떻게 해결하나 막막하다. 결국 후회한다. 이 래파토리가 도박꾼 90%의 레파토리이며 결국 무일푼 인생이 되는 거다. 차라리 안 갚고, 그 돈 갚기 싫어 하우스에 발을 끊는 게 상책인 셈이다. 


참고삼아 본인이랑 가까웠던 꽁지꾼 얘기를 해주고 싶다. 삼백만원 갖고 정확히 일년만에 일억 만들었다. 100% 실화다. 이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 인간이냐면 원금 400을 이천만원까지 만들어낸 인물이다. 다 받아냈냐고? 아직도 매주 월요일마다 20만원씩 받아내고 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돈을 긁어낸 그 꽁지꾼도 오래 못갔다. 한국사람 중에 도박 싫어하는 사람 있더냐. 역으로 이억 빚지더라. 이 인간도 잠수다 
 






대충 하우스의 3인방을 알아 보았다. 


중간 결론을 내려야겠다. 사기도박이 전혀 없다는 가정 하에 6명이서 100 만원씩 가지고 도박을 한다고 가정하자. 그럼 자신이 총 낼 타임비는 16만원이다. 재떨이 비용까지 따지면 22~25만 쯤 된다. 그럼 모두 70~80만원 가지고 도박을 시작하는 것이다. 손해보는 장사일 수밖에 없는 거다.  


지금 이글을 읽는 사람들 중 난 안 잃을 자신 있다는 사람도 있을 꺼다.


하우스 도박꾼들 무시하자 마라. 본인 도박 스승이 이런 말을 했다. "도박판 돈은 죄다 사연이 있다" 글타. 애기 분유값, 전세방비, 병원비, 카드 빚... 사연없는 노름돈이란 없다. 그 사람들은 안 잃을 자신 없었던 사람들일까? 하지만 죄다 그렇게 잃고 사연많은 돈까지 갖다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이제는 놀이가 아니라 생존 수단이다. 남 돈을 따야 내가 산다. 이 잔인하고 치열한 생존게임을 만만히 보는 사람은 그저 순진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도박판에서 돈을 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애초에 버려야 한다.   


본인은 도박을 해서 망한 축에 속하지만 물론 성공한 케이스도 꽤 보았다.  하지만 그 비율이 5%가 될라나 싶다.  


도박을 끊은 지도 어언 이년. 가끔씩 그때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과 통화해보면 살아남은 인간 하나도 없더라. 도박장이 운영되면서 살찌우는 인간들은 누굴까? 간단하다. 직접 도박판에 끼어들지 않은 하우스장, 꽁지꾼 또 하청 업체들이다. 카드 만드는 회사, 다방(본인경험으로 다방 찻값만 이십만원이 나간 적도 있었다), 담배인삼공사뿐인 것이다.  


결론은 이거다. 도박을 하게 되면 이런것들을 잃게 된다 


1. 시간


그렇다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허송세월이다. 남는 게 없다. 도박실력 늘었다고? 이걸 깨달을 정도면 더 이상 도박할 돈도 없다. 


2.친구와 지인들 


본인이 가장 안타까워 하는 부분이다. 본인 전화는 요즘 일주일에 한번 정도 울린다. 취직도 힘들다. 친구들 죄다 장가가거나 자리잡혀 있다. 


3.신용 


예전에 바닥났다. 흔한 현금카드 한 장 못쓴다(있어봐야 넣을 돈도 없다)


지금이라도 도박을 하고 있거나 해보고 싶다는 분들에게 감히 고한다. 하지마라. 약하게 하면 되지 않냐고? 조절할 수 있다고? 우끼지 말라고 그래라. 도박은 본인도 10원짜리부터 출발했다. 조절할 수 있다고 한 100만원쯤 잃어봐라. 천만원 순식간이다. 


특히 지금 이시간에도 도박에 빠져있는 인간들이 있다면 특히 윗글 중 2번에 주목하라. 돈 다 떨어지고 몸 망가진 다음 느끼는 것은 2번이 가장 크다.  


암튼 이로써 1회를 마친다. 반응 좋으면 다음에는 사기도박에 대해 알려주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박을 결코 만만히 보지 말아라. 악마는 소설 속, 영화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52장의 트럼프 안에, 48장의 화투짝 안에 언제나 깃들어 있다.


 

준봉스
(ryu2557@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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