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동화] 박쎄리를 구출하라! 2004.2.22.일요일
42.67미리미터의 직경을 가진 흰공이 홀컵을 튕겼다. "퉁!" 홀컵을 튀기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아나운서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렇게 되면 쿼드러플 보긴데요. 그런 건 아마추어들도 잘 안하는데..." 박쎄리는 목을 뒤로 젖혀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잔디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22오버파. 14살에 골프를 시작한 이래 이런 치욕은 처음이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박쎄리의 눈에서 눈물이 났다. 첫날 7오버파에 이어 2라운드서 무려 22오버파를 친 박세리는 참가선수 중 최하위로 컷오프되었다. "흑흑... 몸이 많이 아파요. 어깨도 쑤시고, 열도 나는 것 같고... 의사가 참가하지 말고 쉬라고 했는데, 무리해서 참가한 게 잘못인가봐요...흑흑" 그러고보니 박쎄리의 몸이 대체적으로 부어있는 듯했다. 울어서 그런지 몰라도 눈 주위가 부은 것도 눈에 띄었다. "혹시?" 마태우스의 마음 속에 한줌의 의혹이 생겨난 건 바로 그때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LPGA에서는 박쎄리의 독주가 예상되었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퀘리 웹이 있긴 하지만, 그녀는 최근 3년 간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박쎄리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박쎄리는 첫 참가한 웰치스프라이스챔피언십에서 가볍게 우승함으로써 그 견해가 옳음을 보여줬다. 성급한 사람들은 작년 소렌스퇌이 세운 한시즌 최다승 기록을 박쎄리가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그것말고도 박쎄리에게는 한가지 목표가 더 있었다. 박쎄리는 현재까지 LPGA 챔피언십, 브리티쉬 오픈, US오픈 등 4대 메이져 대회 중 3개를 이미 우승을 했고, 4개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나비스코 대회를 우승해야 했다. 만일 올해 우승을 하게 된다면 박쎄리는 퀘리 웹이 보유한 최연소 그랜드슬램 기록인 27세 6개월 3일을 넘어 26세 6개월의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소렌스퇌도 없고, 어느 해보다 컨디션도 좋아 그녀 스스로는 기록 달성을 낙관했던 터였다. 그녀는 스포츠써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스써 : 그랜드슬램 달성 여부에 대해 팬들의 관심이 높은데. 하지만 그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나비스코 대회 직전에 열린 세이프웨이핑배너헬스 대회에서 2라운드 합계 29오버파라는 최악의 부진을 보이며 예선 탈락한 것. 불과 6일 앞으로 다가온 나비스코 대회 때까지 박쎄리의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는 힘들어 보였다. 매니저와 그녀의 후원사인 씨줴이측은 아예 불참을 권고하고 있으며, 박쎄리 또한 그랜드슬램을 포기하고 휴식을 취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쎄리의 몸이 안 좋은 이유가 뭘까? 현지 의사들은 음식을 잘못 먹은 탓으로 생각했다. 박쎄리는 경기 사흘 전 한국에서 공수된 웅담을 먹었는데, 그게 그녀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는 게 의사들의 견해였다. 하지만 마태우스의 생각은 달랐다. 웅담이 몸에 좋을 거야 없지만, 웅담 자체의 항원성이 그리 높지 않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일은 드물었다. 게다가 박쎄리는 이번 뿐 아니라 그전부터 웅담을 꾸준히 먹어 왔는데, 새삼스럽게 무슨 알레르기란 말인가. 박쎄리의 얼굴을 TV로 봤을 때, 마태우스의 뇌리에 떠오른 건 다름 아닌 선모충이었다. 선모충... 곰이나 멧돼지 등을 덜 익혀 먹으면 걸리는 이 기생충은 인체 감염 후 수많은 새끼를 낳는데, 그 새끼들이 사람의 근육 전반에 정착하여 또아리를 틀고 있는지라 몸이 붓고 통증이 있는 등 여러 가지 전신증상을 일으킨다. 인터뷰 도중 울먹이던 박쎄리의 얼굴은 마태우스가 전에 봤던 선모충 환자의 모습과 거의 동일했다. "너희 나라는 어째서 선모충도 하나 없냐? 진짜 없는 거냐, 아니면 너희가 능력이 없어서 못 찾고 있는 거냐?" 그럴 때마다 우리나라 학자들은 고개를 푹 숙이거나, 이런 식의 변명을 했다. "우리나라 애들은 너희처럼 곰고기를 먹지 않는다. 쓸개만 먹을 뿐이다" 하지만 선모충이 곰에만 있는 건 아니며, 멧돼지나 쟈칼, 여우 등 야생 동물에 흔한 기생충인지라 우리의 변명은 궁색하게만 들렸다. 그러던 차, 경상대의 손교수가 선모충 환자를 무려 3명이나 발견한 것이다. 그들은 산에서 잡은 오소리를 먹고 선모충에 걸렸고, 그 세 명의 근육에서 선모충의 새끼가 웅크린 장면을 관찰할 수 있었다. 기생충학회는 그 경사스러운 일을 기념하기 위해 사흘 간 잔치를 벌였고, 환자가 발견된 날을 자체 휴일로 지정했다. 남이사 출근을 하던 말던, 기생충학에 종사하는 사람은 그 날 일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학회 회원들은 환자 세 명과 어렵게 구한 오소리 1마리를 놓고 기념촬영을 했고, 마태우스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 박쎄리의 얼굴을 보면서 그 환자를 떠올린 건 그때의 기억이 선명히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그 :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두시간이 채 못되어 마태우스의 사무실로 한 남자가 들이닥쳤다. "안녕하십니까? 쎄리팀 담당 조문기라고 합니다" 사내는 통역을 비롯해 각종 업무를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잘 모시라는 분부가 있었습니다. 준비가 끝나시는대로 떠나도록 하지요" 잠시 후, 마태우스와 조문기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마태우스로서는 오랜만에 타보는 비행기다. 기내를 오가는 스튜어디스에게 정신을 팔고 있는데, 조문기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기생충 탐정이란 게 뭡니까?" 그 바람에 마태우스의 입에 고여있던 침이 그만 조문기의 손등에 떨어지고 말았다. 마태우스가 미안해하고 있는데, 조문기는 손등을 입으로 가져가더니 침을 삼겨 버린다. "슙---" 마태우스는 크게 놀랐다. "더, 더럽지 않으세요?"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뭘요, 침도 다 단백질인데. 단백질, 프로틴, 따지고 보면 다 영양분 아닙니까. 그나저나 기생충 탐정이 무엇인지요?" "아, 그건 기생충을 이용해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무리들을 응징하는 직업이죠" 조문기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니, 그런 사람들이 많습니까?"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굉장히 많습니다. 몇 년 전에 TV 뉴스에 뛰어들어서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고 했던 사람 기억나나요?" 마태우스는 조그맣게 속삭였다. "그 사람이 알고 보니 뇌에 유구낭미충이 침투해 있었다고 하더군요" 조문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조문기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런데.... 기생충은 다 멸종했지 않습니까?" 마태우스가 많이 받는 질문이었다. 마태우스는 준비된 답변을 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회충이 멸종 단계에 이른 것은 사실이지만, 회충이 기생충의 전부는 아니지요.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많은 기생충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간디스토마를 비롯해서 장에 사는 디스토마가 한 열종류 되죠. 거기다 와포자충같은 원충류가 있고, 말라리아도 창궐하고..." 조문기가 눈을 빛냈다. "말라리아요? 그게 기생충입니까?" "기생충이라고 회충같이 큰놈들만 있는 것은 아니죠. 눈에 보이지 않는 기생충이 오히려 더 많습니다" 조문기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 친구 한 명이 말라리아로 입원했었거든요" 조문기는 크지 않은 눈을 최대로 떴다.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제대한 지 두 달 만에 발병했거든요" 십 분쯤 떠들다 보니 조문기의 반응이 전혀 없었다. 선글라스를 벗겨 보니 그는 이미 깊이 잠이 들어 있다. 싱거운 사람... 마태우스도 등받이에 기댄 채 잠을 청했다. "테니스는 좀 치셨습니까?" 주치의가 고개를 저었다. "안 친지 오랩니다. 요즘 골프에 재미를 붙여서요. 마선생님은 요즘도 치시나보죠?" 주치의는 S대병원 내분비 내과 교수로 근무하다 도미해, 3년 전 LA에서 개원을 했다. 마태우스와는 그가 한국에 있을 당시 같은 테니스클럽 멤버여서, 안면이 있었다. 나이는 열살 정도 많았지만, 예의바르고 겸손한 사람이라 마태우스는 진심으로 그를 존경했다. 주치의가 말했다. "일 끝나면 테니스나 한번 칩시다. 안 그래도 팔이 근질거리는데..." "제가 전화로 말씀드린...그러니까 CPK와 LDH(근육효소로 염증이 있으면 수치가 올라간다) 검사는 어떻게 되었나요?" 마태우스의 질문에 주치의가 챠트를 내밀었다. "음... 많이 올라가 있군요. 호산구도 높구요. 선모충일 가능성이 아주 많은데요. 박쎄리 선수, 혹시 최근에 곰고기를 드신 적이 있나요?" 박쎄리는 고개를 저었다. "여우, 자칼, 승냥이는요?" 역시 고개를 젓는다. "바비큐 요리 같은 것도 전혀 안드셨나요?" 고개를 힘차게 젓던 박쎄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한 달쯤 전에 멧돼지 바비큐를 먹은 적이 있어요" 박쎄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전 어떻게 되는거죠?" 박쎄리의 눈에서 다시금 눈물이 흘렀다. "선생님, 그렇게만 된다면... 꼭 은혜를 갚겠습니다" 마태우스가 손을 내저었다. "그랜드슬램만 이뤄 주시면 전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그런데 확진을 위해 근육생검을 해야 하는데..." 어느 부위의 근육을 생검 할 것인지에 관해 잠시 논란이 일었다. 선모충 진단에 가장 널리 쓰이는 어깨 근육은 골프 칠 때 중요하고, 다리와 팔 역시 조금의 손상도 있어서는 안 된다. 비록 미세한 양만큼을 떼어낸다 해도 스윙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일이었다. 결국 결정된 곳은 등이었다. 등이라고 해서 골프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지만, 할 수 없었다. 생검을 위해 주치의가 마취제를 주사하려 하자 박세리가 만류했다. "저, 마취 없이 그냥 하겠어요" 주치의의 눈이 커졌다. "이봐요, 쎄리양. 생검이란 건 생각보다 아픕니다. 마취를 하셔야..." 박쎄리가 큰 소리를 냈다. "빨리 나아서 골프채를 잡아야지요. 마취를 하면 아무래도 회복도 느리잖아요" 일행은 모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대선수는 역시 뭐가 다르구나! 마태우스는 박세리와 마주앉았다. 그가 물었다. "저... 몇 급이나 두시는지요. 전 8급 정도 둡니다만" 그렇다면 그녀는 적어도 아마 2단쯤은 된단 말인가? 박쎄리가 바둑을 잘 둔다는 얘기를 마태우스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마태우스가 머뭇거리는 사이, 박쎄리가 자기 돌 열 개를 바둑판에 늘어놓는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저더러 열 점 놓으라더니" 마태우스가 묻자 박쎄리는 부은 얼굴로 웃어 보였다. "뭐하긴요. 열 점씩 놓고 까기 하자는 거죠" 마태우스는 어이가 없어 그냥 웃고 말았다. 그가 두꺼운 바둑알로 열 개를 고르는 사이, 주치의도 생검 준비를 끝냈다. "자, 시작합니다" 박쎄리와 주치의가 동시에 외쳤다. 생검바늘이 그녀의 등을 찌르는 동시에, 박쎄리가 튀긴 돌이 마태우스의 바둑돌 1개를 바둑판 밖으로 밀어냈다. 마태우스 차례다. 그의 검은 돌이 멋있게 날아가 박쎄리의 흰 돌을 밖으로 퉁겨낸다. 이에 질세라, 박쎄리의 돌이 다시금 마태우스의 돌을 날려버린다. 생검 기계가 뼈를 긁는 소리가 바둑돌 부딪히는 소리와 어우러져 공포스러운 느낌을 자아냈다. 그 바람에 마태우스가 튕긴 알은 헛손질이 되고 말았다. 박쎄리의 돌이 다시금 마태우스의 돌에 작렬했다. "안 아프게 해줘서 고마워요" 박세리의 말에 주치의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마태우스도, 따라온 조문기도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 마태우스는 박쎄리에게 준비해간 약을 내밀었다. "원칙은 두 알씩 일주일간 먹는 거지만, 네 알씩 3일간 먹도록 합시다. 약을 드시고 난 후 벌레들이 죽으면서 전신에 열이 날 수 있습니다" 박쎄리는 물과 함께 약 네 알을 꿀꺽 삼켰다. 마태우스가 물었다. "참, 바비큐를 드신 곳은 어디에요?" 한마디도 안하고 있던 매니저가 나섰다. "제가 압니다. 명함도 받아 놓았구요. 필요하면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바쁜가 봅니다. 어제도 대학 연구실에서 밤늦게까지 있었다더군요" 주치의의 말에 팀장도 동조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뭘 하느라 그리도 바쁜지..." "저기 있네요!" 마태우스는 18번 홀에서 퍼팅을 하던 퀘리 웹에게 다가갔다. 영어가 서툰 마태우스를 위해, 조문기가 통역을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온 마태우스라고 합니다. 기생충 탐정이죠" 덩치가 큰 캐디가 그들을 막아섰다. "당신들, 누구야?" 퀘리 웹은 바쁘다며 자리를 피했고, 멀리서 지켜보던 있던 퀘리 웹의 경호원들이 달려와 일행을 둘러쌌다. 마태우스가 그녀의 뒤에다 대고 소리쳤다. "바비큐에 관해 저랑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 바비큐란 말을 듣자 퀘리 웹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 가는 것을 마태우스는 놓치지 않았다. "당신, 지금 뭐라고 했죠?" 퀘리 웹을 보면서 마태우스는 다시금 말했다. "<엘에이 바비큐>라는 식당에서 박쎄리 선수와 바비큐 먹지 않았나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캐리 웹이 입을 열었다. "좋아요. 이야기하죠" 그녀는 경호원들을 뒤로 물렀다. "여기서는 곤란하니, 골프클럽 건너편 <세르비>로 가 있으세요. 저두 갈께요" "퀘리 웹, 당신은 1달 전, 정확히 2월 20일 당신 언니가 경영하는 <엘에이 바비큐>에 박쎄리와 갔지요. 그리곤 맛있게 식사를 했습니다. 맞습니까?" 퀘리 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약간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당신은 평소 박쎄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당신이 왜 갑작스럽게 바비큐를 먹자고 했을까요? 그건 박쎄리에게 뭔가 해로운 짓을 하려고 한 게 아닐까요? 박쎄리는 당신이 세운 최연소 그랜드슬램 기록을 깰지도 모르니까요. 마침..." 여기까지 얘기했을 때, 조문기가 그를 제지했다. "잠깐, 좀 천천히 얘기해요! 그렇게 한꺼번에 말해 버리면 제가 어떻게 통역을 합니까?" 마태우스는 머쓱해졌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한 문장씩 천천히 말하겠습니다" 퀘리 웹의 얼굴은 점점 굳어져, 안 그래도 흰 얼굴이 더더욱 창백해졌다. "당신은 형부에게 부탁해 선모충을 얻어 달라고 했습니다" 퀘리 웹은 거의 울듯한 표정이 되었다. "당신...즈, 증거 있어? 난 LPGA 최고의 선수야! 내가 박쎄리 쯤을 못 이겨서 그런 짓을 했다고? 당신, 명예훼손으로 고발할거야! 당신 말에 자신이 있다면, 증거를 내놓아 봐!" "이봐요!" 조문기가 퀘리 웹을 제지했다. "당신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빨리 말하면 내가 통역을 못하잖아!" 퀘리 웹이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증거, 증거를 대!" 마태우스는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럴까봐 제가 여기 증거를 가져 왔습니다. 이건 제가 당신 형부의 근무처에서 대학원생에게 부탁해서 얻은 선모충을 분석한 사진이고...." 그는 다른 사진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건 박쎄리 선수의 등에서 얻은 선모충을 분석한 사진입니다. 어때요? 똑같죠? 이렇게 핵형이 동일하다는 건 strain, 그러니까 종자가 같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러니 이 기생충은 당신 형부의 연구실에서 나온 것이죠" 퀘리 웹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잠시 몸을 떨던 퀘리 웹은 이윽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요. 제가 한 짓이어요. 전 근본도 모르는 황인종이 제 기록을 깨는 걸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어요. 흐흑...." 퀘리 웹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제 저, 저를 어떻게 하실 건가요?" 마태우스는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여기다 사인하세요" 퀘리 웹은 눈물을 그치고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뭐죠, 이게?" 퀘리 웹은 그 종이가 나중에 협박용으로 쓰일까 주저하는 눈치였다. "참나, 협박하려면 지금 하지, 왜 나중에 한단 말이오? 그리고 이 서약서에는 당신의 범죄 사실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잖소?" 퀘리 웹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서명했다. 마태우스는 서약서를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마태우스는 퀘리 웹을 돌아보고 짧게 말했다. "Be a man!" "아니, 그런 범죄사실을 적발하고도 그녀를 풀어주는 건 뭐요? 그건 당신의 권한 밖인데?" 마태우스는 껄걸 웃었다. "하하, 그럴 수밖에 없어요. 검찰에 고발한다 해도 증거가 없어 풀려날 걸요" 마태우스가 다시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박사과정에 있는 교포 여학생이 실험하는 걸 거들어 줬죠. 이래봬도 제가 실험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답니다" 조문기는 분했다. 밤 늦게까지 연구실에 있기에 뭔가 열심히 하는 줄 알았는데... "그 학생, 예쁘오?" 마태우스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조문기를 바라봤다. "아니, 안 이쁜데 제가 하루종일 허드렛일을 해주겠어요? 너무 예뻐서 쓰러질 뻔했죠. 주소를 아니까 이제 시간 문제죠. 음하하하하하" 잠시 침묵이 흘렀고, 조문기는 묵묵히 운전만 했다. 그 침묵을 깬 것도 조문기였다. "그런데 나가면서 한 얘긴 뭐예요? Be a man?" 이번에는 조문기가 폭소를 터뜨렸다. "아니, 정말 그런 뜻으로 말한 거요? 우하하하" "그게.... 무슨 뜻일까요? 남자가 되라니?" 매니저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혹시 소렌스퇌처럼 남자 대회에 나가라는 게 아닐까요?" "저, 박쎄립니다. 마태우스님, 죄송해요. 그랜드슬램을 못했어요" 전화까지 해주는 자상함에 마태우스는 다시 한번 감동했다. "아, 안녕하세요? 저도 경기하는 거 봤는데, 그 정도면 잘하셨어요. 그랜드슬램은 내년에 하면 되지요, 뭐" 전화가 끊어진 뒤, 마태우스는 박쎄리가 준 싸인볼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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