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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 소프트웨어 불법단속 국민 행동지침

2001.3.16.금요일

딴지 수뇌부

 

오등은 자에 아 딴지의 합법 소프트웨어 사용과 딴지의 정품 구매 회사임을 선언하노라. 차로써 세계 만방에 고하야 명랑빠굴의 대의를 극명하며 차로써 독자 제위에 고하야 모든 꼬투리와 찝적거림으로부터 해방된 민좃자존의 정권을 영유케 하노라.

 

아아, 감격적인 날이다. 2001년 3월 16일. 드디어 딴지는 모든 소프트웨어의 정품을 완비하였으며, 백만분의 일의 가능성이라도 제거하기 위하여 미 국방성 자료 삭제 기준에 부합하는 하드 디스크 잔존물 제거 작업을 본지 창고의 모든 컴퓨터 32대에 실시하였다. 단속 프로그램 아니라 하드 떼어가서 국과수에 의뢰해도 꼬투리 못 잡게 완벽한 대비를 하였다는 뜻이다.

 

이로써 사흘밤 사흘낮에 걸친 조뺑이를 공식적으로 마감하며, 태어난 그대로의 순결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컴을 매일 어루만지고 보듬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맑고 깨끗한 바탕화면, 아직 그 어느 누구의 발자국도 남지 않은 순백의 하드.... 아, 가슴 떨리는 밤이다. 얼마만인가 이 설레는 기분이여.

 

4.19 후 학생들은 외쳤다.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오늘 우리도 감히 외치려 한다. 가자 집으로 오라 단속반원이여. 이땅이 뉘땅인데 오도 가도 못하느냐.

 

글타. 딴지는 더 이상 낯선 방문객을 의심과 의혹의 눈초리로 훑어보지 않는다. 단속이여 오라. 편한 마음으로 그대를 맞이하리. 나의 가슴을 활짝 열어 그대를 받아들이리. 온몸으로 그대 오심을 찬양하리.

 

단, 딱 하나 조건이 있다. 둘도 아니고 단 하나의 간절한 소망...이 아니라 요구사항이 있다.

 

압수 수색 영장을 가지고 오시라. 딴지그룹의 모든 컴퓨터는 주식회사 딴지그룹의 소유물로써 그 비밀한 속살을 아무에게나 함부로 내 보이지 않는다. 정당한 이유와 절차 없는 단속 협조에는 절대로 응할 수 없노라. 호시탐탐 좃선의 노림의 대상이 되는 각종 크리티칼한자료와 센시티부한 데이터가 꽉 찬 컴퓨터를, 뭘 믿고 너그들 손에 내준단 말이냐.






 
 

 

 

 불법 수색은 더 싫어요...

 

영장을 가지고 오시라. "딴지그룹"이 명시되어 있는 영장 말이다. 압수수색 대상이 공란으로 비어 있거나, 어떤 어떤 프로그램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다는 항목이 없는, 그런 해괴한 영장이 아닌 제대로 된 영장을 들고 오시라.

 

경찰, 혹은 검찰과 함께 정통부나 SPC나 혹은 알바생이 몸하고 디스켓 한장 달랑 들고 오신다면 어떠한 협조 요구에도 응할 수가 없노라. 강제로 검사하려 하면 육탄방어도 불사하겠노라. 딴지스 중에는 올 가을에 데뷰하는 프로 레스링 선수도 있고, 빨간색 고추의 소유자도 있고, 얼굴에 털난 무서운 사람도 하나 있다. 어때, 겁나지?

 

제대로 된 영장을 가지고 오시라. 그리고 이 고소는 친고죄에 의해서 성립되는 바, 분명히 딴지그룹을 고소한 당사자가 있을 것이니, 만일 단속 후에 아무런 불법 복제물을 발견하지 못할 시에는 무고죄로 우리가 고소하겠노라. 영업 방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물 준비를 하고 계시라.

 

씨바. 회사가 니들 봉이냐? 맘대로 들이닥쳐서 남의 재산 뒤적이게.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른다면 우리도 응하되, 무고하게 수색을 당할 경우 보복을 각오하시기 바란다.

 

 

 
 

 

 

여기서 잠깐, 오해하는 중생들이 있을까봐 오해의 소지를 미리 제거하도록 하겠다. 정품 소프트웨어를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정품으로 돈 주고 사서 써야 한다. 소프트웨어 만드는 데 들어간 인력과 경비를 생각할 때 당연히 그에 대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본지도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였다. 기하학적 액수의 돈이 깨졌지만 그 자체에 대해서 큰 불만은 없다 (아니 불만 많지만 걍 조용히 있으련다).

 

단, 국민의 권리만큼은 존중받자는 것이다. 아무리 경찰이나 검찰 아니라 검사 할애비가 오더라도 임의로 수색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현재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단속은 영장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경찰 신분증 보여주면 찍소리 못하고 컴을 내 주는 사태가 비일비재하다. 전혀 이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컴퓨터 프로그램의 단속은 친고죄에 의해서 성립한다. 나를 고소 고발한 당사자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MS니, Adobe니 하는 곳에서 "이 업체가 우리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쓰고있다"고 일러줘야 영장이 청구될 수 있다. (이 영장도 아무때나 막 내주면 안 되지만 그문제는 일단 넘어가자)

 

지금까지는 SPC (한국 소프트웨어 저작권협회)가 권리를 위임받아서 저작권자인 프로그램 업체를 대신하는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자 최근 SPC는 이번 일제 단속에 SPC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게 법적으로 어떻게 되는 짬뽕인지 헷갈린다.

 

암튼간에 경찰 특별단속반이 영장 없이 한 건물을 싹 훑는 종전의 단속 방식은 불법이라는 거다. 정식으로 친고죄에 의한 고소를 받아, 현저한 혐의가 있을 때만 영장을 발부 받고,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수색해야 적법한 단속이다.

 

하지만 과정이 어떠하건 일단 협조에 응하게 되면, 단속 절차에 문제가 다소 있다 하더라도 일단 적발이 되면 그때부턴 현행범의 신분이 되어 꼼짝 못하게 된다.

 

이땐 원칙적으로 단속에 걸린 프로그램의 갯수만큼 정품을 일단 구입해야 하고, 검찰에 의해 기소를 당하게 된다. 대부분은 이 기소단계, 즉 1심 확정 전에 SPC측과 합의를 하게 된다. 합의금의 액수는 각각의 경우 많이 달라질 수 있지만 대개 정품 구입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잠깐

 

불법복제율 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 저작권자나 미국이 압력을 넣을 때 사용되는 수치이다. 즉 한국은 몇%가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라고 할 때의 그 수치 말이다.

 

그런데 그 수치가 문제다. 자 아래와 같은 상황이 있다. 어느 회사를 단속했는데 다음과 같은 수치가 집계되었다고 하자.

 
 
사용 수량 : 100
정품 보유 수량 : 50

불법 복제 수량 : 50
 

이런 경우 불법복제율은 당연히 50%다. 그런데 단속기관에서 그 숫자를 조절해 주면서 (이건 경우는 상당히 많다. 걸렸을 때 약간의 유도리...)

 
느그들은 좀 봐줄테니까 30 copy 만 없는걸로 넘어가자구...
 

이걸 마다할 업체는 당연히 없다. 벌금이나 합의금이 줄어들게 되니까. 그러면 위의 수치가 아래와 같이 둔갑한다.

 
 
사용 수량 : 30
정품 보유 수량 : 0

불법 복제 수량 : 30
 

업체는 피해 액수를 줄이지만, 이 과정에서 불법복제 비율은 100%가 되어 버린다. 실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냐면 단속 기관이나 저작권을 가진 업체에서 단속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검찰도 그렇고 저작권자도 그렇고 불법복제율이 높을수록 언론플레이가 쉬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내용이 BSA(세계적 규모의 압력단체... 상업용 소프트웨어 연합회)에 흘러들어가면 결국 대한민국은 스스로 우선감시대상국가에 엮이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껀수 위주의 단속이 가져오는 아주 커다란 폐해라 아니할 수 없다.
 

 

 
 

단속이 진행되는 과정은 대충 위와 같다.

 

자, 그럼 이제부터 국민 행동 지침을 알려 주겠노라. 나중에 수천만원 손해보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미리미리 잘 대처해 두기 바란다.




 
 

 원칙적으로 하드를 포맷할 필요는 없다. 언인스톨만 제대로만 시키면 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파일이 남는 경우가 가끔 있기 때문에 확실히 하려면 포맷해 버린다. 언인스톨 하는 경우 그냥 디렉토리를 지우는 것만으로는 안되고 반드시 제어판 -> 프로그램 추가/제거 메뉴를 이용해서 언인스톨을 시켜야 한다.

 

 단속하는 곳이 한군데가 아니다. 검찰에서도 하고 경찰에서도 돌아다닌다. 단속 프로그램도 따라서 두가지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 중 하나인 Audit 2.0은 특정 프로그램의 고유한 파일 이름을 찾아내서 이를 프로그램 인스톨의 증거로 삼는다. 따라서 로우 레벨 포맷까지 할 필요는 전혀 없다. 다른 하나의 프로그램도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단 그 이외의 다른 검색 프로그램들도 있으므로 완전히 마음을 놓기 위해서는 걍 포맷해 버린다.

 

셰어웨어를 주의하라. 대표적으로 새롬 데이터맨이나 V3같은 경우 개인이 사용하면 무료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즉 회사에서) 사용하면 불법이 된다. 만일 걸리면 쌍벌규정에 따라 해당 직원과 회사가 모두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만일 단속이 나온다면 필히 영장을 확인한다. 영장이 없다면 단속에 협조 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공무집행 방해라고 하면 영업방해라고 맞대응한다.

 

영장에 자신의 업체명이 정확히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경찰과 동행하게 되는 SPC직원 혹은 알바생의 증언에 따르면, 작년의 경우 영장이 있긴 있었으되 피고소인 란이 공란으로 되어 있었다 한다. 이런 영장에는 협조할 이유가 전혀 없다.

 

 불법 복제 프로그램이 있다고 나왔을 때, 순순히 시인하지 않는다. 삭제한 셰어웨어의 흔적이 남아있을 수도 있고, 아직 시험기간이 끝나지 않은 셰어웨어도 있을 수 있다. 컴 구입시 번들로 들어온 것일 수도 있고, 기타 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자술서에 싸인하고 나면 자신의 범법행위를 인정한 것이 되므로 쉽게 하면 안된다. 변호사 입회 하에 진술할 권리가 있으므로 단속반을 기다리게 하던가, 추후 경찰서로 변호사를 대동하고 가서 대처한다.

 

가끔 수사권이 없는 일반 업체나, 혹은 가짜 단속반이 설칠 수 있다. 수사기관에서 나왔다고 한다고 해서 겁먹지 말고 신분증과 영장을 확실히 체크한다. 또한 수사권한이 없는 SPC 직원만 올 수도 있으므로 그럴땐 전혀 응하지 않는다.

 

 함정수사에 유의하라. 고객을 가장하고 용산 등에서 프로그램을 깔아달라고 하고서 나중에 고소해 버리는 조같은 행동을 하는 일부 프로그램 개발 업체들이 있다.

 

 단속 나온 검경은 대부분 컴에 무지한 깡통들이다. 이들에겐 말이 잘 안 통하고 막무가내로 나오는 수가 많다. 컴퓨터 지식을 동원해서 조목조목 반박하라.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 제 12조 4항에 의하여 개인의 복제물은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집 컴도 위험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은 버려도 된다. 개인용, 학술용도의 복제는 법적으로도 허용된다.

 

 

 
 

 

 

그런데 피씨방이나 영세업체 같은 경우는 여러 가지 이유로 소프트웨어 불법 단속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이 아니다)을 거부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검사가 나와서 구속이 어쩌구 하면서 엄포를 놓으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전원을 내리든가 셔터를 닫든가, 그것까지 다 해결방법을 얘기해 주기는 어렵다.

 

그러니 이 단속이 열받는다는 거다. 솔직히 큰 회사들이야 강제로라도 정품을 사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단속 껀수 위주의, 단속을 위한 단속은 도대체 누굴 위한 것이냐 이 말이다.

 

소프트웨어 값이 비싼 것은 불법 복제를 미리 계산에 넣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씨방 같은 경우는 손님이 와서 맘대로 깔아놓은 것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단속하는 정부측의 논리다. 말인즉슨,

 

"니가 깐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결국 그걸로 영업 이익을 보았으니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라는 건데... 이러니 이넘들이 껀수 올려야 할 일이 있으면 피씨방 혹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컴을 찾아가는 거다. 직원이 몇 명 되지도 않는 소규모 업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말은 복제를 옹호하자는 말이 아니다. 정부가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압력이 들어온다고 온 국민을 잡아 족쳐? 이넘의 정부가 대체 한국 정부인지 미국 정부인지 알 수가 없다.

 

만일 그런 압력이 있다면 단속한다는 선전효과만 거두면 될 것을, 전국에서 일만육천명을 동원해서 복제 프로그램을 이잡듯이 뒤진다는 둥 하는 건 그야말로 오버액션 꼴통 짓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다.

 

게다가 웃기게도 "이것이 합법이다"라는 걸 단속당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한다고 한다. 이거 이상하지 않나? 범죄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수사 당국에 있다. 울나라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게 있다. 입증의 책임은 수사당국에 있는 것이지 일반 사용자들에게 있는게 아니다. 이거야말로 행정편의주의 때문에 국민이 피해입는 게 아니고 무엇이랴.






 
 

 

SPC 해킹화면 캡쳐... 지네들도 각종 프로그램 다 공유해 놓고 쓴다
출처는 안티 SPC 사이트...

 

 

 

정부와 공권력은 국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한다. 소프트웨어 복제는 불법이지만 다수의 이익을 고려, 계도와 함께 현실적인 단속을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전국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취급하는 이따구 정부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 이 말이다. 아까운 시간 들여 하드를 포맷하고 나서도 불안에 떨어야 하는 국민들... 정말 불쌍하다.

 

어쨌거나 좋다. 딴지는 모든 법적 요건을 충족시켰다. 어서 오시라. 두 팔 벌리고 환영해 주겠다.

 

단, 불법단속은 사절이다. 제대로 된 정식 영장을 가지고 오시라. 그리고 어느 업체가 될 지는 모르지만 불법 복제를 입증하지 못하면 무고로 고소할 것이니 준비하고 계시라. 단속은 좋다. 하지만 우리도 할 말은 해야겠다 이거다. 내 권리는 내가 찾겠다 이거다.

 

 

 

 

불법 복제물은 한개도 안 쓰는
딴지 편집부 (
editors @ddanz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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